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22
422화 교류전(1)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팀 넥스트는 이신이 인수하면서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팀의 지휘봉을 새로 잡은 인물은 한태곤 감독.
‘제로섬’이라는 닉네임으로 프로보다 더 잘하는 아마추어 고수로 시작, 중국에서 데뷔하여서 성공적인 선수 이력을 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코치로서도 역량을 인정받아 상하이 게이밍에서 높은 연봉을 받았으나, 오랜 중국 생활로 한국이 그리워진 한태곤은 귀국을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심했을 때, 한태곤은 큰 욕심은 없었다.
e스포츠에서 계속 일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지휘봉을 잡을 수만 있다면 2부 리그의 작은 팀이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였다.
아무것도 없는 팀이면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자신의 철학에 맞는 팀 컬러를 구축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정도면 내 생각보다 훨씬 잘 풀린 셈이지. 운이 좋았다고 보면 돼.’
팀 넥스트는 헤이해진 선수들의 기강부터 엉망진창인 코칭스텝까지 총체적인 난국이었지만, 두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째, 어쨌거나 아직 1부 리그 프로팀이라는 점.
둘째, 구단주가 이신이라는 점.
2부 리그의 작은 팀도 상관없다고 감독으로서 초심을 가지고 있었던 한태곤에게 이만하면 훌륭한 조건이었다.
게다가 후자의 이유 덕에 팀 넥스트는 창단 이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신이 인수한 팀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답이 안 나오는 최하위 강등권 팀에서 새롭게 변모를 꾀하는 신생팀으로 이미지가 탈바꿈하였다.
그런 세간의 인식은 팀의 분위기로도 이어졌다.
팀 내부에서는 현재 선수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주전 라인업을 뜯어고치겠다는 한태곤 감독의 의지가 뚜렷했기 때문에 철퇴를 얻어맞았던 1군 선수들은 바짝 긴장했고, 2군 및 연습생들은 기회를 엿보았다.
게으름을 피우며 분위기를 해치던 이들이 전부 잘려 버렸기 때문에, 2군 및 연습생에서는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팀 외부에서는 이신교 교도들의 압박이 거셌다.
이신교는 팀 넥스트에 수시로 선물을 주면서 격려를 하는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신에게 누를 끼치면 가만 안 놔둔다는 험악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사실 기업도 아닌 이신 개인이 팀을 인수해서 위기에서 구해주었으면, 거기에 보답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구단주는 금메달을 땄는데 너희는 뭐하냐는 소릴 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확 바뀐 팀의 분위기에 SC스타즈에게서 지원받은 체계적인 선수 관리 시스템까지 더해지자 부쩍 발전하는 선수들의 역량이 눈에 보였다.
‘이것도 최신이 아닌 예전 버전일 텐데 정말 대단하군.’
선수들의 경기력을 다각도로 분석하여서 단점을 찾아내는 선수 관리 시스템.
이로 인해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훈련을 시키니, 치열한 경쟁 구도와 맞물려서 역량이 상승했다.
한태곤 감독이 이신이라는 전설적인 구단주를 등에 업고 강력한 파워로 팀을 장악했기 때문도 있었다.
거기에 선수들에게도 모티베이션이 주어졌다.
“후반기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SC스타즈와 첫 교류전이 있을 거다.”
선수 전원을 모아놓고서 한태곤 감독이 꺼낸 이야기였다.
“앞으로 분기마다 SC스타즈와 교류전이 있을 텐데, 너희가 성장하여서 뛰어난 실력을 증명하면 이를 통해 중국으로 진출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말에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최근 들어 이신과 박영호가 기록적인 몸값을 받고 이적한 것을 통해 중국 진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상황.
분기마다 열리는 SC스타즈와의 교류전은 그 통로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구단주님도 교류전에 참가할 텐데 안 좋은 모습 보이지 말자.”
그것이 가장 컸다.
한차례 폭풍을 겪은 선수들을 지탱해 주는 것은 구단주가 무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레전드 이신이라는 것.
그것이 자부심이 되어서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분위기를 선수들에게 불어넣고 있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다시 훈련을 시작하였고, 한태곤 감독은 코칭스텝들과 회의를 했다.
“일단 SC스타즈와의 교류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아실 겁니다.”
“그야 그렇죠.”
“구단주님도 참석하는 경기인데요.”
한태곤 감독이나 코칭스텝들 입장에서도 이번 교류전은 자신들의 역량을 평가받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심지어 구단주가 직접 교류전에 참가해 자신들이 지도한 선수들과 게임을 할 터!
그들의 구단주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적인 경영자가 아니라, 이신인 것이다!
“아마 현재 우리 팀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단주님도 아실 겁니다. 인수하고 팀 체제를 변혁한지 고작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단주님도 큰 기대를 하지 않겠죠.”
“그야…….”
“지난 전반기 프로리그 때 계셨으니 팀 넥스트와 붙어보셨겠죠.”
한태곤 감독이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을 시켜줘서는 안 됩니다. 5-0의 처참한 스코어라도 보이면 고개를 들 수 없게 됩니다.”
코칭스텝들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점이야 잘 알고 있지만, 상대가 SC스타즈라는 게 좋지 않았다.
이번 그랑프리 단체전 우승팀인 팀 크라이시스와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강팀이고, 거기에 이신과 박영호까지 합류하지 않았던가.
5대 5로 스크림을 했을 때, 5-0으로 전패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목표는 3-2입니다. 최소한 2승 정도는 올릴 수 있도록 해야 우리의 가능성을 구단주님은 물론 팬들에게도 증명할 수 있겠죠.”
“2승?”
“누굴 깨고 2승을 올려야 할까요?”
“구단주님이나 박영호는 우리 애들이 덤벼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데.”
“거기다가 지우펑과 리우도 있잖습니까?”
한태곤 감독이 데려온 코칭스텝은 다들 중국인이거나 중국에서 활동했던 한국인이었다.
그만큼 중국통인 그들은 SC스타즈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았다.
이신, 박영호, 지우펑, 리우.
그들이 보기에는 어느 강팀과 붙어도 4승을 거둘 수 있는 필승카드였다.
왕춘 감독이 정말 무서운 팀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물씬 들 정도였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서 아직 한참 밀립니다. 정석 승부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건 SC스타즈를 꺾고 동메달을 딴 파리SCC입니다.”
“전략적 승부수를 거는 쪽이군요?”
“예. 상대팀보다 역량에서 밀리는 건 앞으로 후반기 프로리그에서도 계속 겪게 되는 구도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살아남아서 강등을 면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 컨셉으로 미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태곤 감독이 구상하는 팀 컬러는 바로 전략적 승부수를 잘 구사하는 공격적인 팀이었다.
최영준처럼 어마어마한 물량을 뽑거나, 박영호처럼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을 자랑하거나, 차이처럼 완벽한 판단력을 가진 선수가 팀에 있다면 모른다.
그런 선수들은 무난한 운영 대결로 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수준이 못 되는 선수라면 이기기 위해 특별한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교류전은 이 컨셉을 시험해 보는 기회로 여기겠습니다.”
한태곤 감독의 결정에 코칭스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중국에 돌아온 이신은 본격적으로 SC스타즈 소속이 되어서 팀 훈련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랑프리 준비 때문에 이신이 혼자 알아서 준비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지만, 중국 프로리그에 대비하는 일은 얘기가 달랐다.
이신도 박영호도 팀 훈련에 합류하여서 팀원들과 함께 연습을 했다.
“이거 은근히 쉽지 않은데?”
오전 훈련을 마친 박영호가 내린 감상이었다.
박영호는 오전 훈련 시간 내내 SC스타즈의 1, 2군 선수들과 연습 게임을 했다.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박영호는 특별히 준비한 전략 없이 연속으로 붙는 연습 게임에서도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한 판 한 판 승리를 쌓아나가기가 묘하게 힘이 들었다.
“왜 이렇게 힘들지?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딱히 JKT에 있을 때랑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팀이 강하다는 건 실력 좋은 선수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승리를 반드시 가져다주는 에이스의 존재는 중요했지만, 기본적으로 팀이 얼마나 상대를 잘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도록 선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그런 피드백 없이 수없이 펼쳐지는 연습 게임에서 드러나는 선수들의 역량은 JKT 선수들과 딱히 큰 차이가 없다고 박영호는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 JKT에서의 연습 게임보다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뭔가 끈적거리는 느낌인데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가 힘드네.”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하던 이신이 말했다.
“묘하게 신경에 거슬리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피로해지고.”
“어, 맞아! 형도 그래?”
“개념이 달라서 그래.”
“개념?”
“한국에서 통용되는 정석과 여기서 통하는 정석은 같을 수가 없지. 득실을 판단하는 기준점도 다르고, 플레이도 생소하니까 금방 피로해지는 거야.”
“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눈 감고도 이길 수 있었다.
그만큼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 스타일이 다른 탓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익숙한 패턴의 플레이가 아니어서 뻔히 예상할 수도 없다.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 탓에 쉽게 피로해진 것이다.
“이래서 실력이 좋은데도 해외 진출해서 잘 안 풀린 케이스가 많은 거구나.”
장기를 잘 한다고 체스를 잘 하지는 않는다.
서로 통용되는 룰이 같아야 거기서 심화된 두뇌 싸움이 통하는 것이지, 아예 정석과 기본적인 개념이 상이한 곳에서는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았다.
“어서 이쪽 스타일에 익숙해져야지.”
“응, 그래야지. 자칫 잘못하면 중국 데뷔 첫해부터 체면 구길라.”
마음을 다잡는 박영호에게서 신경을 끄고, 이신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번 교류전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군.’
조만간 있을 팀 넥스트와의 교류전.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태곤 감독은 SC스타즈를 상대로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공략을 하려 할지 궁금했다.
그것이 중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이신에게 어떤 힌트를 줄 수도 있을 터였다.
‘한태곤 감독의 역량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되겠지.’
팀 넥스트를 인수한 것은 그리 큰 생각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강등권이 확실하고 팬들의 신뢰도 잃어버려서 가치가 땅에 떨어진 1부 리그 프로팀.
하지만 이 팀을 값싸게 인수한 다음 엉망이 된 내부를 재정비하고 정상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1부 리그에 잔류시킬 수만 있다면 이신의 투자는 성공하면 성공했지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을 터였다.
다시 고정 팬들도 되찾고서 정상적인 1부 리그 프로팀이 되면, 스폰서 문의를 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터였다.
사실은 이미 벌써부터 후원을 하고 싶다는 기업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국민적인 영웅인 이신이 구단주가 되어서 새롭게 출발을 하는 팀!
그 이미지에 투자 매력을 느끼는 기업은 한둘이 아닌 것.
사실 이신도 이러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믿고 투자한 것도 있었다.
아무튼 팀 넥스트의 재정비가 순조롭게 재정비만 된다면 투자는 성공이었다.
‘그러고 보니 팀 이름도 바꿔야 하는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