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4
534화 심리전(2)
만약 3차전도 이신이 승리를 거두면 승부가 크게 기운다.
서열 역전은 물론, 3연승이라는 뚜렷한 결과가 상대를 압도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3연승으로 압도된 마당에 전장을 선택할 권리 또한 이신에게 주어지니, 프리드리히 2세 측으로서는 잠시 물러나 심기일전하자는 생각이 들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신도 신중하게 3차전에 임했다.
이번 승부를 일찍 결말지을 찬스라고 판단했다.
벌써 2연승이므로 페이스도 이쪽에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외로 흘렀다.
프리드리히 2세가 불의의 일격을 먹인 것이다.
발단은 정찰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프리드리히 2세는 2차전과 똑같이 드워프 총수를 많이 보유하여서 이신의 정찰 시도를 모조리 차단했다.
앞마당도 보여주지 않으니, 이신으로서는 2차전 때처럼 프리드리히 2세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지었는지 아니면 또 병력을 모으는지 알 수 없었다.
이신은 틀려서는 안 되는 양자택일의 문제를 도박으로 풀고 싶지 않았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안전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바로 콜럼버스를 던진 것이다.
콜럼버스는 블링크를 사용하여서 프리드리히 2세의 앞마당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앞마당에 당도하자마자 드워프 총수들의 집중 사격을 받아 사망했지만 말이다.
앞마당은 텅 비어 있었다.
프리드리히 2세는 이번에도 타이밍 승부를 노린 것.
콜럼버스가 죽자마자 프리드리히 2세는 즉각 병력을 몰고 뛰쳐나왔다.
그런데 병력의 주력은 드워프 총수가 아니었다.
대포도 없었다.
드워프 도끼병!
드워프 도끼병과 드워프 총수가 2:1의 비율로 구성된 병력이었다.
대포를 제작하기 위한 테크 트리를 포기하고 오직 드워프 도끼병만 모았다는 뜻!
드워프 도끼병은 근접 전투력이 막강한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니, 대포를 포기한 건 미래를 버린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신으로서는 그보다 더 절묘한 한 수가 없었다.
콜럼버스가 죽고 없기 때문.
공병인 오귀스트 마르몽이 소환될 때까지는 빙의하여 치유 능력을 펼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필 그런 때에 드워프 도끼병이 쳐들어오니, 이는 프리드리히 2세가 처음부터 노렸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신은 하는 수 없이 기동력과 컨트롤로 맞상대하고자 했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2세는 무시하고 그냥 이신의 본진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격했다.
석궁병이 치고 빠지며 게릴라를 펼쳐도, 드워프 총수로 대응 사격만 할 뿐 진격을 늦추지 않았다.
석궁병 부대가 로흐샨을 이용한 U턴 샷으로 1명씩 죽였지만 무시하고 오로지 돌진!
결국 앞마당에 들이닥친 프리드리히 2세의 군단이 광전사처럼 싸웠다.
드워프 도끼병이 우직하게 밀어붙이며 심시티고 뭐고 다 때려 부쉈다.
추가로 소환된 드워프 도끼병이 계속 꾸역꾸역 달려오며 합류했다.
맹공이 계속 펼쳐지자 화려한 컨트롤로 교전에서 이득을 보던 이신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번 흔들리자 계속 충원되는 드워프 도끼병의 공세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 2세가 사활을 걸고 마력을 쥐어짜 소환한 드워프 도끼병들은 제 활약을 다 해주었다.
치유 능력이 있었어도 피해가 불가피했을 맹공인데, 그마저도 없으니 버틸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무식하게 밀어붙인 돌격에 이신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뒤늦게 소환된 마르몽에 빙의하여서 치유 능력을 펼치며 저항한 끝에 막긴 했지만, 이미 큰 피해를 입은 뒤였다.
‘강하다.’
이신은 싸우면서 그렇게 느꼈다.
사실 드워프 도끼병이 출현했을 때 깜짝 놀라긴 했지만, 어찌어찌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던 이신이었다.
보통 이신이 내린 견적은 틀리는 법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는 밀리고 말았다.
프리드리히 2세의 병사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강했다.
‘원래 드워프의 병사가 이렇게 강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드워프를 어디 한두 번 상대해봤던가?
프리드리히 2세의 지휘를 받는 병사들은 이상하게 다른 드워프 계약자들보다 더 강했다.
‘대체 왜지?’
그런 의문도 잠시.
결국 이신은 세력을 마음껏 확장하고 대포를 끌어 모은 프리드리히 2세의 파상 공세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했으나, 초중반에 입은 피해 탓에 그 막강한 화력에 대항하기 힘들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파이몬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마력 총량이 3,343,329가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마력 총량이 3,236,330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패배로 인해 1만도 안 되던 마력 격차가 다시 10만 이상으로 벌어졌다.
거기에 프리드리히 2세는 그레모리에게 소원으로 마력을 받아냈다.
32,364마력을 빼앗겨 총량은 이제 3,203,966.
14만 가량의 격차였다.
‘승부가 길어지고 말았군.’
이신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일단은 패배로 인해 복잡해진 머릿속부터 정리해야 했다.
다행히 이럴 때 도움이 되라고 질 드 레를 데려왔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강하더군.”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셨지요?”
질 드 레가 정확하게 지적했다.
이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아슬아슬하지만 주군이라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밀렸다.
정말 무서운 프리드리히 2세의 드워프 도끼병 부대였다.
“다른 드워프보다 강하게 느껴졌는데 이유가 뭐지?”
“모르시겠습니까?”
질 드 레가 반문했다.
이신은 순순히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처럼 컨트롤을 펼친 것도 아닌데, 프리드리히 2세의 병사들은 이상하게 더 잘 싸웠다.
“두 번째 대결에서도 드워프 총수들이 그리핀 편대의 습격에 잘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죠.”
“그래.”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거기서부터 걱정이 들었었다.
그리핀 편대를 기본으로 하는 전략을 준비했는데, 프리드리히 2세의 지대공 수비가 생각보다 훌륭했다.
싸우면 싸울수록 익숙해지므로 상대의 대처는 점점 더 좋아질 텐데, 그러면 승부가 길어질수록 점점 이신이 불리해진다는 뜻이었다.
“주군,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입니다.”
질 드 레가 답을 알려주었다.
“훈련이 잘 된 군대이기 때문입니다.”
“……뭐?”
“훈련이 아주 잘 된 정예 병력이었습니다. 소환된 모든 병사가 하나같이요.”
이신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랬다.
프로그램으로 동일하게 설정된 유닛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모두 살아 움직이는 병사였다.
“그렇다고 그게 말처럼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단지 무기를 더 잘 쓰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휘체계와 포지션까지 훈련된 겁니다.”
질 드 레가 계속 설명했다.
“그의 병사들은 자기가 어디서 싸워야 하는지를 알고 움직였습니다. 주군께서 하시듯 그가 일일이 지정해서 명령을 내린 게 아닙니다. 그건 주군 외엔 누구도 못하는 일이니까요.”
“그럼?”
“훈련이 되어 있는 겁니다. 모든 전장, 모든 지역에서 자기가 어느 위치를 맡아야 하는지를, 소환된 병사 개개인이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이죠.”
“그게 가능하다고?”
“주군의 용병술보다는 더 쉽지요. 그는 살아생전에도 명장이었고, 계약자로 오랜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쯤 되면 소환하는 모든 병사의 이름과 얼굴을 줄줄이 꿰고, 자신만의 정예 군단으로 지휘 체계를 완성하고도 남습니다.”
물론 저렇게까지 잘 훈련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는 서열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고유 능력이 없는 프리드리히 2세가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갈고 닦은 결실이다.
그리고 프로게이머지 군인이 아닌 이신이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기도 했다.
질 드 레는 군인이었기에 이를 알아본 것.
‘나도 그리핀 편대를 따로 훈련시키고 있긴 하지만 지휘체계와 포지션까지 모조리 짜지는 못했어.’
군인이 아닌 이신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질 드 레가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11위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천천히 올라오더니, 지금은 저 서열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이신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다.
“훈련과 경험으로 정예 군단이 성장할수록 프리드리히 2세도 점점 강해졌군.”
“예. 세월과 노력으로 빚은 실력이지요.”
그의 군단은 얼마나 많은 훈련과 실전을 겪었을 텐가?
이제 2년차인 이신이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신은 더더욱 감명 깊었다.
자신에게 컨트롤이 있다면 프리드리히 2세에게는 오랜 세월 훈련과 실전을 쌓아온 정예 군단이 있었다.
“그보다 일단은 당장 대책이 시급하겠군요. 그는 자신의 강한 군대를 믿고 저돌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더군.”
이신은 문득 최영준을 떠올렸다.
미친 물량을 쏟아내는 광기신족 최영준. 이신을 상대로 여러 번 승리를 따낸 적 있는 몇 없는 선수였다.
설마 들어오겠나 싶은 상황에서 거침없이 밀고 들어와 끝없는 공세로 디펜스를 터뜨려버린다.
최영준에게 불가사의한 물량이 있다면, 프리드리히 2세는 자신이 심혈 기울여 키운 정예 군단이 있었다.
“프리드리히 2세는 지상전에서 우세하다는 것을 믿고 공격적으로 나가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주군께서 투석기를 제작하지 않는다는 것도 눈치 챘고요.”
그 말에 이신은 수긍했다.
콜럼버스를 잃은 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패인은 역시 투석기가 제때 나오지 않은 점이었다.
그리핀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투석기는 프리드리히 2세의 진군해오자 급히 제작했다. 하지만 이미 전투가 벌어졌고, 투석기가 뒤늦게 완성되었을 땐 이미 피해를 입은 뒤였다.
“아무래도 병영에서 그리핀으로 체제를 전환하는 중간에 지상군 전력의 공백기가 약점으로 보입니다.”
제 3자의 시선에서 관전했던 질 드 레는 3차전의 패인을 정확하게 분석했다.
덕분에 이신은 쉽게 보완책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공백기에 프리드리히 2세가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거지.’
마치 정면 대결을 펼치면 내 정예 군단을 당해낼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쓸 수 있는 수단이 있지.’
프리드리히 2세의 정예 군단이 이신에게 감명을 주었다.
그래서 이신도 재미있는 것을 잔뜩 보여줄 생각이었다.
“준비됐습니다.”
이신이 그레모리에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2세는 눈이 마주치자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승부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판단했는지 이제 여유를 되찾은 얼굴이었다.
저렇듯 여유 있는 상대의 표정을 보면, 당황하는 얼굴도 보고 싶은 것이 이신의 못된 심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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