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5
535화 심리전(3)
프리드리히 2세는 3차전의 승리에 기세가 살아나 한층 더 과감해졌다.
그는 빠르게 드워프 총수를 소환했다.
첫 드워프 총수가 등장하자마자 드워프 광부들 6명을 함께 데리고 공격에 나섰다.
처음부터 공격력과 체력이 강한 드워프 총수.
그리고 역시나 체력이 강인한 드워프 광부들의 힘을 믿고 초반 기습 작전을 벌인 것이다.
때때로 과감해질 줄을 알아야 상대가 두려워하는 이치를 프리드리히 2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판단은 실수라 할 수 있었다.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잘못 보았다.
현실세계에서 아무도 이신에게 치즈 러시를 시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프리드리히 2세가 어떻게 알겠는가?
이신도 노예를 총동원했다.
우르르 몰려나온 노예들이 앞마당에서 스크럼을 짰고, 그 뒤에 콜럼버스와 로흐샨이 섰다.
그리고는 교전 시작.
나약한 노예들 따위는 금방 분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프리드리히 2세.
하지만 이에 대하여 이신은 막긴 막되 정면으로 맞부딪치지 않는 용병술로 대응했다.
적이 접근하면 노예들의 스크럼을 뒤로 물리면서 로흐샨으로 계속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드워프 광부를 저격.
그러면서도 드워프 총수의 위치를 끊임없이 파악하며 총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같은 교묘한 합격은 군사학에도 없는 용병술이므로 프리드리히 2세가 따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금이다!’
이신이 머릿속의 가상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해 컨트롤을 번개처럼 펼쳤다.
콜럼버스가 먼저 블링크로 파고들어 드워프 총수에게 마비침 발사.
다시 블링크로 원래 자리로 되돌아온 후에 빙의.
노예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드워프 광부들을 우회해 드워프 총수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때맞춰 새로 소환된 궁병 1명이 합류했다.
로흐샨이 추가된 궁병과 함께 드워프 총수를 저격했다.
“못 도망가게 잡아!”
“에워싸!”
이신의 노예들은 드워프 총수를 삽시간에 에워싸는 데 성공했다.
마비침 탓에 반격할 타이밍을 놓쳤던 드워프 총수는 뒤늦게 사격으로 노예 1명을 죽였다.
그러나 궁병 2명이 로흐샨의 지휘 사격으로 계속 쏘니,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화살 2대에 맞아 중태에 빠진 것도 모자라, 사방에서 노예들의 몰매를 맞아 죽고 말았다.
드워프 총수가 죽자 공격 수단을 거의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체력이 좋은 드워프 광부들도 위협적이긴 했지만, 궁병 2명이 포함되어 있는 이신은 능수능란한 컨트롤로 1명씩 죽여 나갔다.
기습 작전이 실패했음을 깨달은 프리드리히 2세는 즉시 드워프 광부들을 철수시켰다.
이신은 계속해서 추격해 1명을 더 죽였다.
새로 충원된 드워프 총수가 드워프 광부들을 구하러 온 바람에 더 이상의 추격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이미 전세는 크게 이신에게 기운 상황.
먼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한 이신은 마력 채집량에서 프리드리히 2세를 훨씬 웃돌았다.
이신은 조급하게 승부를 내려 하지 않았다.
유리할수록 침착하게 상대의 숨통을 끊어야 했다.
‘여기서 그리핀은 의미가 없지.’
어차피 프리드리히 2세는 지금 방어를 위해 드워프 총수를 보유한 상황.
드워프 총수가 그리핀 편대를 잘 막아내면, 그리핀에 투자한 마력이 무의미해져서 괜히 상대에게 벌어진 격차를 줄일 기회를 주게 된다.
이신은 마법사를 준비했다.
또한 특수 병영을 짓고 공병을 소환해 열기구 제작을 시켰다.
프리드리히 2세는 드워프 관측병을 침투시켜 특수 병영을 확인했지만, 기사·투석기·열기구 중 어떤 것일지는 몰라 헷갈릴 터였다.
이윽고 병력을 충분히 모은 이신이 공격에 나섰다.
열기구가 본진에 침투했지만, 프리드리히 2세의 병력이 재빨리 본진에 돌아와 방어했다.
하지만 양동작전이었다.
주력 병력은 그대로 그의 앞마당을 공격했다.
물론 프리드리히 2세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양동작전쯤은 기본이었기에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
다만,
“파이어 스톰!”
화르르륵!!
마법사는 몰랐을 뿐이었다. 알았어도 막기 어려웠을 테고 말이다.
이신이 결정타로 데려온 마법사가 잘 활약해준 덕에 상대의 방어선이 무너졌다.
뚫린 방어선으로 방패병과 장창병이 침투해 앞마당에서 일하던 드워프 광부들을 살육했다.
프리드리히 2세의 전 병력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앞마당에 집중.
그러자 열기구가 다시 본진에 침투해 병력을 내렸다.
숨통을 끊는 마지막 일격이었고, 프리드리히 2세는 패배를 선언했다.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계약자 프리드리히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마력 총량이 3,253,966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 [악마군주 파이몬님의 마력 총량이 3,293,329가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두 악마군주의 마력 총량 차이는 다시 4만 이내로 좁혀졌다.
프리드리히 2세도 이번에는 분통을 터뜨렸다.
“기가 막히는군. 어떻게 그런 식으로 싸울 생각을 할 수 있지?”
너무 쉽게 1패를 다시 내줘버렸으니 화나는 게 당연했다.
맞부딪치지도,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앞을 교묘하게 가로막은 노예들.
그 뒤에서 아슬아슬한 사거리에서 공격하며 치고 빠지는 궁병.
그리고 궁병이 1명 더 추가되는 타이밍에 정확히 반격.
특히나 그 반격이 실로 연주자들의 협연처럼 예술적이었다.
콜럼버스, 노예들, 궁병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움직여 드워프 총수를 잡은 것.
‘미리 훈련시킨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움직이지? 그리고 그런 치밀한 반격을 그 짧은 틈에 생각했다는 것도 괴물 같고.’
이신의 반격은 미리 그런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시킨 것이 아니었다.
노예들의 모습에서 질서정연한 제식군기가 보인지 않았으니까.
그 상황에 맞는 이신의 즉흥적인 임기응변이라는 티가 났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훈련된 게 아니면 모조리 이신이 직접 조종했다는 뜻이다.’
머리 여럿 달린 괴물 같다는 표현이 실로 잘 어울렸다.
여러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동시에 해냈으니 말이다.
‘그 같은 복잡한 움직임은 훈련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중요한 교훈을 얻었군.’
공들여 군대를 훈련시킨 자신의 방식보다, 일일이 조종하는 이신의 방식이 더 강력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4차전이었다.
‘소규모 교전은 안 되겠다. 역시 처음 생각했던 대로 장기전이 답이야.’
3차전에서 이긴 뒤로 해법을 알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번은 너무 오버했음을 인정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초반의 기습 작전 같은 건 시도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우직하게. 무식하게.’
프리드리히 2세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연이어 5차전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지면 서열이 뒤바뀌어버린다.
거기다가 아직 이신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도 않았다.
‘단체전에 더 자신이 있을 텐데, 실력을 겨루기 위해 일대일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만하면 자기 실력은 충분히 증명했다 싶으면, 단체전을 제안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승부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쪽이야 자신에게 빚이 있는 알렉산드로스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 되지만, 변수가 많은 단체전에서는 저 능수능란한 용병술과 임기응변으로 무장한 이신이 더 날뛸 터.
그게 프리드리히 2세에게 마음의 짐이 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지면 잠시 물러나는 수밖에.’
그렇게 시작된 5차전.
이신은 1시, 프리드리히 2세는 7시에 자리 잡은 대각선 위치였다.
마지막 싸움이라는 생각에 프리드리히 2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바로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일찍 지으며 부유한 체제로 시작한 것.
이신이 초반에 공격을 가한다면 위험해질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광부들까지 총동원해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위험을 감수한 부유한 체제가 운이 따랐다.
서로 대각선 방향이라 거리가 먼 것.
거리가 멀수록 타이밍을 노린 초반 공격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찰을 통해 이신의 위치를 알게 된 프리드리히 2세는 쾌재를 불렀다.
‘시작이 좋군.’
이러면 방어에 힘을 덜고, 대포 제작에 보다 투자할 여유가 있었다.
다수의 대포를 전진 배치해 전장을 잠식해나가는 장기전을 펼칠 여건이 더 잘 된 것이다.
‘아직 행운의 여신이 날 완전히 버린 건 아니로군.’
1승 3패는 치욕이지만, 2승 3패는 아직 치열한 접전이라 표현할 만했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2세는 누가 얼마나 더 이겼냐는 산술적인 계산보다는 서열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설사 10번을 지더라도 1판을 크게 이겨서 서열을 지키면 이긴 거였다.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리핀과 열기구에 여러 차례 시달렸기 때문에 프리드리히 2세의 병력은 공중 방어를 철통같이 했다.
그러니 이신도 그리핀 1마리를 정찰용으로만 쓸 뿐, 지상군에 전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상전이라면 대포를 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투석기로 맞대결을 할까, 기사단과 마법사로 돌파할까.’
이신은 고민했다.
투석기를 쓴다면 장기전이 된다는 뜻. 프리드리히 2세가 원하는 판이었다.
하지만 기사단과 마법사로 뚫기를 시도했다가 실패라도 하면 대포의 포화에 병력이 깡그리 녹아버린다.
‘그리핀은 상대측도 내성이 강해졌고, 열기구도 번번이 당했으니 더는 안 당할…….’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이신은 눈을 빛냈다.
‘열기구!’
이신의 머릿속에 전략이 수립되었다.
그 뒤로 이신은 투석기를 조립해 전방에 배치했다.
대포 대 투석기의 구도가 이루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이신은 기사들도 꾸준히 소환했고, 한편으로는 열기구도 제작했다.
병영에서도 석궁병과 방패병, 장창병이 꾸준히 소환되고 있었다.
마탑에서도 마법사가 소환되었다.
대체 무엇이 주력인지 의아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이신의 생각은 요약하자면 바로 토털 어택이었다.
모든 병과가 일제히 제 역할을 하는 최상의 전투로 적의 주력을 격파할 생각이었다.
프리드리히 2세는 대포를 계속 충원해 전선을 보강하며 장기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신은 그의 생각처럼 길게 승부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다.
최적의 타이밍이 이루어진 순간, 이신이 전 병력을 끌고 치고 나왔다.
“왔군!”
프리드리히 2세도 기다렸다는 듯이 맞섰다.
대포들이 이신이 공격해 오는 방면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드워프 총수들도 합류하여서 대포들을 호위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장렬한 회전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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