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2
552화 마지막 도전(1)
나폴레옹도 이신도 비상 체제였다.
사도들을 전부 불러 모아놓고는 전장에서 하루 종일 모의전을 하며 토론을 했다.
폭풍 전야.
마계 서열 1위를 가리는 대결전을 눈앞에 둔 두 남자의 투쟁심은 무섭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신은 석궁병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석궁병으로 기습해올 것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치유 능력도 있기 때문에 이신은 다른 휴먼보다 초반에 강력합니다.”
“콜럼버스도 있죠. 콜럼버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도 꽤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폐하.”
사도들의 의견을 취합한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점도 대비를 해야지. 정찰을 강화하고 적의 진출이 확인되면 바로 화살탑을 지어 방어를 보강한다.”
“상대의 정찰을 제거하고 병력을 비밀리 침투시키는 전술을 얼마 전 알렉산드로스를 상대로도 쓴 바 있습니다. 이 점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일단 정찰 보낸 노예가 죽거든 이신에게 꿍꿍이가 있는 걸로 받아들여야겠군. 하하, 참 까다롭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야, 이 심성 고약한 청년은.”
나폴레옹이 너털웃음을 터뜨리자 니콜라 우디노도 동의했다.
“알아내면 알아낼수록 상대를 골탕 먹일 궁리로 가득한 놈 같습니다. 이렇게 성격이 나쁜 녀석은 처음 봅니다.”
“하하, 뭐 어떠냐. 덕분에 우리도 많이 배우고 있잖나. 그럼 계속 가지?”
“예.”
앙드레 마세나가 나폴레옹의 모의전 상대가 되어주었다.
휴먼 종족 담당인 앙드레 마세나는 오늘만 나폴레옹과 수십 번의 모의전을 치렀다.
모의전이 끝나면 세부적인 분석 끝에 보강할 점을 찾아내고 다시 또 모의전을 치르기의 반복이었다.
준비하느라 바쁜 건 이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신은 모의전보다는 조용히 전략을 구상하는 데 더 시간을 투자했다.
12가지 전장의 지형도를 전부 펼쳐놓고서 생각에 잠긴 이신.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군.’
이신은 제 4 전장 엔터홀의 지형도에서 포인트 몇 군데를 체크했다.
전선을 짜서 전장을 양분했을 때, 반드시 장악해야 하는 자리였다.
이신의 생각에 휴먼 대 휴먼은 자리싸움이 9할이었다.
사실 이신은 그리핀 편대나 마법사, 기사, 석궁병 등을 활용하여서 스피디하게 싸우는 걸 더 선호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스타일은 전선을 긋고서 싸우는 국지전이었다.
결국은 장기전 양상이 될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이신은 이 같은 체크를 미리 해두는 것이다.
“콜럼버스.”
“예?”
이신은 잽싸게 달려온 콜럼버스에게 지도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여기까지 투석기 사거리로 닿나 확인해봐.”
“옙! 가자, 뚱보야!”
“이것 참 바쁘군.”
콜럼버스는 로흐샨을 데리고 모의전을 했다.
그리고 이신이 지시한 실험을 직접 해보았다.
‘되는군.’
참관하던 이신은 이내 궁금증이 해결되어서 만족을 표했다.
지도의 그 포인트는 펜으로 표시가 되었다.
직접 모의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폴레옹이 어떤 식으로 정보 수집을 하는지 들어보았기 때문.
모의전 내용도 유출될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체력 비축이었다.
테무친, 알렉산드로스에 이어서 나폴레옹까지.
마계에 와서 이신은 쉼 없이 도전을 계속 치르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이제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 고비를 앞두고 좀 더 정신력을 비축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군.’
나폴레옹과의 대결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다가 문득 떠오른 감상.
아직 하위 서열에 있었을 때, 나폴레옹에게 언젠가는 1위를 걸고 붙을 날이 올 거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이신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은 그리 될 거라는 것을.
노력해서 경쟁자를 이기고 최고가 되는 것?
이신에게는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지난 인생을 언제나 경쟁과 승리로 보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결국은 자신이 최고가 되리라고 자신감이 아닌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나폴레옹도 최고의 계약자로서 한 가닥 재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서열 1위의 자리를 자신에게 헌납하게 될 터였다.
프로게이머로서 이신이 갈고닦은 노하우의 분량은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 계약자로 지냈던 이의 노하우를 까마득히 능가하니까.
폐쇄적인 마계와 정보화 사회인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노하우의 양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마계 역시 이신의 적수를 찾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닐 거다.’
이신은 문득 지난번에 알렉산드로스와 대결을 치르고 나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 * *
“끝내 졌군.”
9차전에서 자신이 준비한 마룡 전술을 혼신의 힘을 다해 펼쳤음에도, 알렉산드로스는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마룡 전술에 대처하는 이신의 석궁병 컨트롤이 완성된 탓이었다.
1차전에서부터 9차전에 이르기까지 마룡에 대처하는 석궁병 컨트롤은 점점 숙달되어서 끝내는 완벽해졌다.
연습 기간을 더 가진 것도 아님에도, 실전 속에서 갈고 닦여서 끝내 궁극에 이른 이신의 재능!
그 신이 내린 재능 앞에서 알렉산드로스가 준비했던 마룡 전술은 끝내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아니, 가치가 없지는 않다. 더 보강해야 할 부분을 찾았을 뿐이야.’
그렇게 자위하며 알렉산드로스는 이신에게 말했다.
“너는 씨를 뿌리는 자다.”
“……무슨 뜻입니까?”
“네게 패배한 자들은 모두 너를 배울 것이다. 네가 보여준 것들을 배워서 더 강해질 것이다.”
“…….”
“네가 나폴레옹을 꺾고 서열 1위에 올랐을 때, 그것이 종막이 아닌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되겠지. 그러니 이신…….”
알렉산드로스는 여전히 타오르는 빛을 잃지 않은 두 눈으로 이신을 응시했다.
“우리의 승부가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서열전은 끝이 없으니까.”
그 말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던 바입니다. 더 강해져서 도전해오는 적수를 맞이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그런가.”
“예, 그래도 결국 제가 이기니까요.”
“하하하! 동감이야. 즐거운 대결은 내가 이긴 대결뿐이지.”
알렉산드로스는 이신의 진심 어린 오만함에 크게 웃었다.
“그럼 이제 조만간 나폴레옹과 붙겠군?”
“예, 조만간.”
이신은 최고가 되기 전까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끝장을 보고야 말 것이다.
“그럼 한 가지 조언을 해줘야겠군. 모의전을 너무 많이 하지는 마라.”
“예?”
“나폴레옹이 수하들과 함께 열심히 네 모의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테니까. 네 지휘를 받아보았던 병사들의 증언을 수집하면서 네가 준비하는 전략을 알아낼 것이다.”
“그렇군요.”
이신은 감탄했다.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전쟁에 대비하는 나폴레옹의 자세에 감탄이 나왔다.
“난 그렇게까지 하지 않지만, 그 녀석은 상당히 꼼꼼하거든.”
“명심하겠습니다.”
“착각하지 마라. 난 날 꺾은 네놈이 나폴레옹 따위에게 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것도 명심하죠.”
이신은 피식 웃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렇게 후일을 기약하며 악마군주 바알과 함께 떠났다.
이신은 그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더 강해지겠구나.’
재능이 넘치는 유망주를 보는 기분이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패기와 공격성, 전술적 센스, 순간순간 승부의 타이밍을 캐치하는 승부사의 감각까지.
오늘의 패배를 통해 깨달은 자신의 약점을 더욱 보강하고서 다시 나타날 알렉산드로스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적수가 되어 있을 터였다.
아니, 알렉산드로스뿐만이 아니라 지금껏 싸워본 상당수의 계약자들에게서도 재능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더욱 강해진 도전자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적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집권기를 경험해본 이신은 앞으로도 자신을 위협할 패기 넘치는 도전자들이 있을 거라는 사실에 설다.
하지만 그것들은 후일의 즐거움.
지금은 눈앞에 둔 달콤한 과실을 취하러 갈 때였다.
바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기쁨 말이다.
‘나폴레옹, 당신은 지금 얼마나 강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도전자는 이신.
하지만 이신은 밑바닥인 72위 시절부터 1위를 넘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도전자의 마인드였던 적이 없었다.
곧 있을 대결은 나폴레옹이 시험대에 올라 이신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만일 날 실망시키면, 철저하게 부숴버리겠다.’
나폴레옹은 가장 거만한 도전자를 맞이하게 된 셈이었다.
* * *
“준비는 끝났습니다.”
“드디어 이날이 왔네요.”
“예.”
태연자약한 이신.
오히려 그레모리가 긴장한 표정이었다. 사실 지금껏 늘 그랬지만 말이다.
“알겠어요. 악마군주 아가레스에게 연락을 할게요.”
그레모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아가레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리고는 짧은 대화가 오갔는지, 문득 이신에게 말했다.
“아가레스 측에서 의외의 제안을 해왔네요.”
“뭡니까?”
“서열전을 치르기 전에 만찬에 초대하고 싶다고 하네요.”
“만찬? 함정은 아닙니까?”
이신의 물음에 그레모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마계 최고의 군주인 아가레스가 그렇게 치졸한 짓을 할 리는 없었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별 상관은 없습니다.”
“그 아가레스와 자리를 함께 하는 만찬이에요. 혹시나 그 위압감에 압도되어서 서열전에 영향을 끼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신은 단언했다.
실제로 이신은 큰 무대에서 긴장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 못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거만함은 타고난 것이었다.
그의 자신감에 그레모리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럼 함께 가죠.”
이윽고 두 사람은 텔레포트로 이동했다.
파앗!
장소가 뒤바뀌었다.
-왔나.
마른 체격을 가진 현자가 말을 건넸다.
수수한 옷차림을 한 맑은 눈빛의 현자가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 옥좌가 설치된 곳은 바로 거대한 악어의 등 위.
흉흉한 눈빛을 내뿜으며 야성적인 이빨을 드러내는 거대한 악어는 신화 속의 마물과도 같았다.
악마들의 수좌에 있는 군주의 위압감을 저 악어가 대신 내뿜고 있었다.
현자는 바로 악마군주 아가레스.
72악마군주의 서열 1위에 있는 정점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계약자 나폴레옹이 이신에게 반가운 기색을 내보이고 있었다.
“위대한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을 뵈어요.”
그레모리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가레스는 흐뭇하게 웃었다.
-다시 만날 때는 이런 자리일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 다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만나게 됐구먼.
“그러네요.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흘흘, 좋군. 그럼 싸우기 전에 가볍게 식사나 하세.
아가레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대리석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퉁―
소리와 함께 거대한 테이블이 나타났다.
퉁―
또 한 번 두드리니 테이블 위에 갖가지 진귀한 요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퉁―
다시 한 번 두드리니 사방에서 악마들이 소환되었다.
파파파파파팟!
아가레스를 모시는 시녀들로 보이는 악마들은 조용히 나타나 일제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 광경만으로도 아가레스의 위엄을 증명하는 듯했다.
아가레스는 문득 이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신은 그런 마계의 절대 군주를 마주보고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호오?
아가레스가 이신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흥미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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