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3
553화 마지막 도전(2)
악마군주 아가레스는 이신에게 강한 흥미를 느꼈다.
-자네.
“예.”
이신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자신을 빤히 응시하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참을 수 있었다.
왜일까.
이신 스스로도 자신의 담담함에 놀랐다.
그 누가 아가레스의 존재감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이 아닌 같은 악마군주라도 서열 10위 안의 동급이 아닌 이상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신은 아가레스의 시선을 견딜 수 있었다.
왜인지 몰랐다.
마치 더 심하게 혼나봤기 때문에 그보다 약한 벌에 떨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보군.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아가레스는 흘흘 웃었다.
-모르겠다면 그것도 다 안배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러자 이신의 곁에 함께 있었던 그레모리의 안색이 굳었다. 그녀는 아가레스가 말한 ‘인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느꼈다.
아가레스가 계속 말했다.
-젊은이여, 넌 조만간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겠구나.
“…….”
-물론, 그 전에 일단은 우리를 먼저 넘어야겠지만.
아가레스는 옆에 있는 나폴레옹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가레스의 의미심장한 말을 흥미롭게 듣고 있던 나폴레옹은 이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친구가 역시 흥미롭다는 건 알겠군요.”
-흘흘,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그만두시죠. 애써 냉정을 유지하려 해도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더 흥분하잖습니까.”
그러면서 씨익 웃어 보이는 나폴레옹. 기적 같은 승리를 일구던 살아생전의 젊은 시절처럼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 식사는 의외로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아가레스는 신성처럼 떠오른 그레모리의 약진에 축하했고, 나폴레옹은 이신에게 알렉산드로스와의 대결을 물어보며 마물을 상대로 어떤 전략이 좋은지 토론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고서 대결의 시간이 왔다.
-혹시나 묻는데 단체전을 원하나?
아가레스의 물음에 그레모리는 이신을 바라보았다.
이신은 고개를 저었고, 나폴레옹은 씨익 웃었다. 역시나 그 둘은 일대일 대결을 원했다.
-그럼 얘기가 편하군. 배팅은 당연히 5만이고, 전장은…….
“일단 제 9 전장 아르셀로 하겠습니다.”
나폴레옹이 대신 답했다.
제 9 전장 아르셀은 4인용 전장인데, 경사진 지형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좋지.’
이신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피차 똑같은 휴먼이라 전장의 유불리가 딱히 없었다.
모든 전장을 분석하면서 주요 포인트를 샅샅이 찾아낸 이신이었는데, 특히 제 9 전장 아르셀은 뚜렷한 포인트가 하나 있어서 거기에 걸맞은 특별한 전략도 구상해놓았다.
“좋아요, 그럼 시작하죠.”
-그러지.
그들은 함께 제 9 전장 아르셀로 향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5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10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주십시오.]“휴먼.”
“휴먼.”
두 사람을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다 설레고 있었다.
마침내 약속했던 대결의 순간이 온 것이다.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군.”
“말했잖습니까. 언젠간 꺾고 1위에 오를 거라고.”
이신은 덤덤히 대꾸했다.
“하하, 그 말을 정말로 현실로 이루다니.”
“많이 궁금했습니다.”
이신이 계속 말했다.
“최고의 계약자라 불리는 남자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붙어보면 누가 이길까?”
“이제 궁금증이 풀리겠군.”
“지금까지는 제가 질 것 같은 상대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신은 단언했다.
얼마 전에는 알렉산드로스와도 겨뤘음에도 말이다.
“최상위에는 절 두렵게 만드는 상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당신이 마지막 희망이죠. 그러니 절 실망시키지 말아주십시오.”
“그런가. 그럼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해줘야겠군. 이거 내 어깨가 무거운데?”
나폴레옹이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신의 저 오만한 말에 진심이 담겨 있음을 그도 느꼈다.
그래서 긴장이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대결이 될 것 같았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계약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님께서 참전합니다.]드디어 서열전 첫 대결이 시작되었다.
이신은 처음 주어진 노예 4명에게 마력석 채집을 지시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12시.
정확히는 살짝 1시로 치우진 12시 지역이었다.
이 전장은 특이하게도 시작 지점이 12시, 2시, 6시, 8시였다.
12시와 2시가 매우 가깝고, 6시와 8시가 서로 가까웠다.
이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위치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신은 일찌감치 콜럼버스를 소환해서 2시부터 정찰을 보냈다.
그리고…….
[적을 발견했습니다.]첫 정찰로 바로 나폴레옹을 발견했다.
나폴레옹의 본진은 2시로 12시에 있는 이신과 매우 가까웠던 것이다.
‘이겼다.’
먼저 상대 진영을 발견한 순간 이신은 확신했다.
제 9 전장 아르셀에서 준비한 맞춤 전략을 펼치기에 더없이 적합한 위치였다.
이신은 바로 병영을 건설했다.
그리고 병영이 완공되자 바로 궁병을 소환하면서, 대장간 건설을 시작했다.
그 사이 나폴레옹도 노예 1명을 정찰 보냈는데, 콜럼버스가 마비침을 쏘고 공격하면서 방해했다.
결국 궁병이 먼저 소환되어서 출입구를 지키는 바람에 나폴레옹은 이신의 위치를 알아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나폴레옹은 그저 이신이 기사와 투석기의 조합으로 군대를 꾸릴 거라고 생각했다.
휴먼 대 휴먼에서 병영 병력은 마력 낭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신은 대장간을 건설하고 무기 개발까지 해서 석궁병과 방패병을 소환했다.
석궁병 8명, 방패병 2명이 모였을 때 이신은 콜럼버스도 대동시키고서 바로 진출했다.
이신의 진영 앞에 노예 1명을 놓고서 감시하고 있었던 나폴레옹은 그 병력이 나오는 것을 곧바로 확인했다.
‘석궁병? 방패병까지?’
나폴레옹으로서는 무기 개발에 투자한 이신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석궁병·방패병을 아무리 많이 모아봤자, 투석기들이 바위를 쏘기 시작하면 녹아버리다시피 하는 약체 병력이었다.
‘석궁병은 나중에 그리핀에 태워서 써먹을 수 있다 쳐도, 방패병까지?’
아무리 봐도 이신이 한 번 공격을 해서 나폴레옹에게 피해를 입힐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뻔한 공격이었다.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한 나폴레옹은 병력이 얼마 없었지만, 앞마당에 화살탑 2채를 짓는 것으로 방어를 보강했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설사 이신이 추가 병력을 더 보내서 공세를 펼친다 해도, 그때는 이미 투석기가 제작 완료될 시기여서 너끈히 막는다.
‘이렇게 단순한 수를 쓸 리가? 혹시 열기구일 수도 있나?’
정면에서 압박해서 앞마당에 수비를 하게 만든 후, 열기구로 본진에 병력을 투하해 일격을 먹이는 작전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해야 그나마 이해가 되는데, 사실 그것도 그리 절묘한 전략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만약 그게 진짜 의도가 맞는 거라면, 날 너무 우습게 본 것이지.’
이신의 병력이 앞마당에 이르렀을 즈음에 화살탑 2채도 완공됐다.
이신은 번개 같이 공격을 명령했다.
“공격!”
로흐샨이 앞장서서 달리며 지휘 사격을 펼쳤다.
쉬쉬쉬쉭―
콰지직!
“크헉!”
궁병 1명이 볼트 4대를 맞고 죽었다.
무기 개발이 안 된 나폴레옹 측은 궁병 2명이 죽는 피해를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나폴레옹은 앞마당에서 일하던 노예들을 대거 싸움에 동원했다.
노예들이 앞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궁병들이 화살탑 2채에 무사히 들어갔다.
화살탑이 완공됐지만 아직 그 안에 궁병들이 들어가지 않은 틈을 노리고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와 본 이신.
하지만 나폴레옹이 노예들을 동원해 이신의 침투를 적절히 막고 화살탑에 궁병들을 집어넣어서 잘 막았다.
이신은 별 수 없이 물러났다.
‘그 짧은 틈을 노리고 들어오다니. 역시 무서운 친구군.’
만약 나폴레옹의 대처가 어설펐더라면 어이없게 패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의 틈을 노리려 했던 이신의 날카로운 시도가 두려웠다.
‘하지만 이 공격이 막힐 거라고는 이신도 알고 있는 눈치인데.’
나폴레옹이 잘 대처하자 미련 없이 물러나버린 이신이었다.
물론 궁병 2명과 노예 2명을 죽이는 전과를 거두긴 했지만, 지금 상황은 공격이 막혀버린 이신의 명백한 손해였다.
왜냐하면 나폴레옹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신은 그럴 마력과 시간을 병력을 소환하는 데 투자했다.
이제야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는 상황.
나폴레옹이 훨씬 빨리 앞마당을 가져갔으니 마력 채집량이 확연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해서라도 이신은 방금 공격에서 더 큰 성과를 봐야 했다.
투자 대비 소득이 너무 안 좋은 상황.
‘뭔가가 더 있다. 겨우 이 정도가 아니야.’
겨우 이 정도 공격을 노린 거라면 서열 60위 이하 수준의 실력이었다.
마계 서열전 양상에 돌풍을 넘어 혁명을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신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될 리 없었다.
의심이 갈수록 나폴레옹은 더 꼼꼼하게 정찰로 전장을 살폈다.
정찰 보내놓았던 노예 1명 외에도, 이신이 공격 들어오기 전에 미리 노예 1명을 추가로 바깥에 빼놓은 상황.
노예 2명으로 전장 곳곳을 살피며 철저하게 이신의 모든 수단을 차단하려는 나폴레옹이었다.
나폴레옹은 투석기 1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사도 2기 소환됐다. 그 기사 2기는 바로 사도인 니콜라 우디노와 니콜라 장드듀 술트.
두 사도가 나오자 나폴레옹은 슬슬 싸움을 걸어 봐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툭툭 건드리며 신경을 건드려볼 생각이었다.
‘우디노, 술트. 적군의 동태를 살펴보아라.’
“옛!”
“맡겨주십시오, 폐하!”
기사는 말을 타고 달아날 수 있으므로 석궁병들을 상대로 위태로울 걱정이 적었다.
우디노와 술트가 말을 타고 밖으로 나왔다.
이신의 군대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살폈다.
그런데…….
‘응?’
이신의 병력은 아까보다 더 늘어나 있었다.
공격에 실패한 뒤에도 석궁병과 방패병을 계속 모았다는 뜻이었다.
그 병력이 주둔한 위치는 바로 12시와 2시를 잇는 오르막길.
이신의 입장에서는 내리막길이고 나폴레옹의 시점에서는 오르막길이었다.
‘아!’
나폴레옹은 그제야 이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폐하, 놈들이 저 길목을 장악하려고 무리했던 모양입니다.”
술트도 알아차렸는지 외쳤다.
저 길목의 중요성은 나폴레옹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 저렇게까지 무리해서 석궁병을 동원할 줄은 미처 몰랐다.
‘어떻게든 저 고지만 쥐고 있으면 이긴다고 확신한 건가!’
비로소 나폴레옹은 이신의 의도가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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