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7
557화 전선(3)
간신히 마력 채집량을 반반으로 맞춘 나폴레옹은 대신 전장의 많은 영역을 빼앗겼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진영을 지키기 위한 핵심 포인트는 내주지 않고 확실하게 지켰기 때문.
알짜배기는 갖고 군더더기만 내주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곧 반격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병력도 다시 회복하고 있다. 전력을 다 갖추면 반격에 시동을 걸어야지.’
열기구 드롭으로 8시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신은 그런 그에게 또다시 과제를 던져주었다.
곧바로 8시의 진입로를 장악해 육상을 틀어막고, 화살탑으로 둘러 공중까지 봉쇄해버렸다.
8시를 완전히 고립시킨 것.
8시를 지키고 있는 병력이 거기에 묶여 꼼짝 못하니 나폴레옹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거기다가 나폴레옹의 12시 본진을 목전에서 위협하고 있는 12시-1시 사이 길목도 여전히 골치 아픈 과제였다.
그곳에 배치된 이신의 군대를 쫓아내지 않는 이상 위협은 지금처럼 계속될 터.
이신은 고립된 8시를 칠 수도, 나폴레옹의 1시 본진을 칠 수도 있는 두 가지 선택지를 여전히 가진 것이다.
이 구도가 계속되면 설사 마력량에서도 군사력에서도 동등해지더라도 여전히 나폴레옹은 열세의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이신이 먼저 움직이면 그제야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니 당연했다.
나폴레옹은 군사력을 회복하면서 계속 이 국면을 타개할 비책을 궁리했다.
그리고 궁리하면 궁리할수록…….
‘허……!’
나폴레옹은 아득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이신은 유리한 상황에서 대대적인 전투를 벌였지만 알짜배기 땅은 빼앗지 못하고 나폴레옹이 내어준 군더더기만 가지는 데 그쳤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신은 빼앗은 영토를 바탕으로 전선을 재구성했다.
나폴레옹을 공격하기에 좋은 포지션이 아닌, 수비하기 좋은 포지션으로.
입장이 바뀌어서 나폴레옹이 국면 타개를 위해 반격에 나설 때, 도저히 공략할 만 한 포인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신의 모든 방어선이 완전한 철옹성!
‘이건 내가 추구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싸움이구나.’
나폴레옹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탄식했다.
‘다만 입장이 뒤바뀌었을 뿐이군.’
그랬다.
그것은 완벽한 봉쇄였다.
상대가 할 게 아무것도 없게 만드는!
억지로 8시를 취하고 그 대신 이신의 대대적인 반격을 받으면서도 핵심 포인트는 잃지 않고 챙겼던 나폴레옹의 수완은 분명 탁월했다.
하지만 이신은 그보다 더 길게 보고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마력량도 군사력도 동등하지만 상대에게 고립된 형세.
이렇게 되면 나폴레옹이 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죽자 살자 버틴다. 전장의 모든 마력이 다 고갈될 때까지!’
마력이 전부 고갈되고 병력이 계속 전투로 소모되면, 지금의 구도는 깨어진다. 긴 전선을 유지할 병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땐 지금의 불리한 구도도 무의미해진다.
바로 그 틈에 반격을 가하여서 승부를 보겠다는 나폴레옹의 의지였다.
* * *
곧이어 이신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이신은 12시-1시 사이의 길목에 배치되어 있던 병력을 전진시키며 나폴레옹의 본진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이에 맞서는 나폴레옹의 방어력도 수준급.
끝까지 버티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수비하는 나폴레옹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목을 조여 들어가는 이신의 공격도 치밀하고 날카로웠다.
한 발 한 발 계속 전진하며 나폴레옹을 턱밑까지 밀어 넣었다.
양진영에 바위가 빗발치며 서로를 부쉈다.
박살난 투석기의 잔해가 어지럽게 깔렸다.
투석기의 발사와 함께 돌격하는 기사들도 창날에 죽거나 날아든 바위에 짓이겨졌다.
마법사들의 한 방 싸움도 치열한 심리전이었다.
파이어 스톰이 정통으로 꽂힐 때마다 전투의 승기가 좌지우지하니, 양측은 상대방의 마법사가 보이자마자 투석기로 바위를 쏴 죽였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계속 전진한 이신은 마침내 나폴레옹의 앞마당을 투석기의 사정거리 안에 넣는데 성공했다.
앞마당이 공격 받고 출입로는 완전히 봉쇄된 상황.
본진에서 소환되는 나폴레옹의 추가 병력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극히 불리한 형태가 된 것이다.
이때 이신은 승기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불사조처럼 재기했다.
이신이 나폴레옹의 앞마당을 부수고 본진까지 침입했을 때였다.
[적의 습격을 받았습니다.]8시 지역에서 나폴레옹의 역습이 펼쳐졌다.
8시에 주둔해 있던 그의 병력이 밖으로 나오며 8시 앞마당을 봉쇄하고 있던 이신의 방어선을 습격한 것.
그런데 8시에서 동원된 나폴레옹의 병력이 이신의 예상보다 많았다.
이신은 어찌 된 일인지 금세 파악했다.
‘본진을 8시로 옮겼구나.’
그랬다.
나폴레옹은 이신의 조이기에 밀리기 시작하자 기존의 본진이었던 12시를 포기하기로 하고, 주요 건물을 8시에 새로 지은 것이다.
어차피 12시 지역은 마력석이 완전히 고갈되었으므로, 마지막 마력석 매장지인 8시만 지키며 버티면 최후의 승부처까지 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신은 일부 병력만 남겨 12시를 정리하게 하고, 나머지 전 병력을 8시를 향해 움직였다.
나폴레옹의 전선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8시를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친 나폴레옹의 군단.
이신은 전장 전역에 있던 병력을 8시를 향해 집결시켰다.
나폴레옹의 최후의 보루인 8시에서 전투가 계속 벌어졌다.
하지만 이신은 그때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주요 건물을 8시에 새로 짓느라 마력이 얼마 없겠군.’
이신은 정밀한 계산으로 나폴레옹의 마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꿰뚫어보았다.
대신 지켜야 하는 곳도 8시 뿐이라 나폴레옹이 잘만 수비하면 이신도 끝내 승부를 내지 못하고 병력만 소비하게 된다.
아마 나폴레옹도 이신의 공격을 잘 막아서 마지막까지 버틴다는 마인드일 터.
하지만 이신은 벌어진 마력 격차를 이용할 줄을 알았다.
‘일단은 저쪽의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이신은 계속 8시에서 나폴레옹과 대치했다.
나폴레옹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8시의 마력석을 캐며 병력을 꾸역꾸역 모았다.
매의 눈으로 나폴레옹의 동태를 관찰하던 이신은 마침내 그의 마력이 거의 고갈된 징후를 감지했다.
‘바로 지금이다.’
아직 마력이 남아 있었던 이신은 최후의 여력을 쥐어짜서 그리핀을 소환했다.
지상전에서 공중전으로 종목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것.
그리고 마력이 없는 나폴레옹은 이걸 쫓아오지 못한다고 이신은 확신했다.
이신으로서도 여력을 쥐어짠 승부수였다.
그리핀 편대가 출진했다.
[계약자 이신의 사도 상급 악마 로흐샨이 능력 유도 사격을 사용합니다.] [로흐샨과 가까운 아군 석궁병 12인이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지점을 적중시킵니다. 5초에 1회씩 사용 가능합니다.]역시나 로흐샨이 있으니 그리핀 편대가 큰 역할을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도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로흐샨을 끝까지 살려놓고 아낀 이신이었다.
그리핀 편대가 들이닥쳐서 나폴레옹에게 야금야금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은 그리핀 편대의 출현에 크게 흔들렸다.
이신의 계산대로 마력이 바닥난 나폴레옹은 할 수 있는 대처라고는 석궁병을 소환해서 대공방어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석궁병들도 그리핀 편대의 타깃이 되어 U턴 샷 한 방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
그렇게 야금야금 피해가 누적되었다.
피차 마력이 고갈 난 상황에서는 그 사소한 피해도 작지가 않았다.
결국 나폴레옹은 자포자기로 전 병력을 끌고 총공격을 펼쳤다. 총공격으로 이신의 지상군을 깨뜨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알았기 때문.
하지만 승률이 매우 낮은 해법이었다. 나폴레옹도 알면서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었다.
최후의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장대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상군과 그리핀 편대의 합격(合格)으로 나폴레옹 군단은 격파되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계약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3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마력 총량이 3,828,822가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마력 총량이 3,590,426이 되셨습니다. 서열의 변동은 없습니다.]2차전도 이신의 승리.
나폴레옹으로서는 1차전에 이어 아픈 2연패였다.
다행이라면 2차전 배팅을 3만 마력만 했다는 점이지만, 마력보다도 1차전과 똑같은 양상에서 입장이 바뀌었음에도 또 이신에게 졌다는 사실이었다.
양 진영 사이의 오르막길을 놓고 싸운 전투에서 패배한 것이 계속 영향을 주어서 나폴레옹을 시종일관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
한마디로 승부는 초반 전투에서 결정되었고, 그 뒤에 이어진 긴 싸움은 이신이 승리를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나폴레옹이 뛰어난 역량으로 장기전까지 끌고 갔지만, 이신은 역전을 당할 빌미를 만들어주지 않고 승리를 굳히는 작업을 철저히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군.”
질 드 레가 반겼다.
이신은 한숨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초반에 승부가 난 건데도 승리를 가져오기가 이렇게 힘들군.”
“그래도 이번 대결은 나폴레옹에게 큰 타격이었을 겁니다. 초반 전략에서도 전선을 긋고 싸우는 장기전에서도 주군께 패배했으니까요.”
“초반에 결정 난 거야. 최고의 실력자들은 실수를 안 하기 때문에 작은 차이가 그대로 승패로 귀결되지.”
그러면서 스스로를 ‘최고의 실력자’라 당연하게 자평하는 이신이었다.
이신은 휴식을 취하면서 나폴레옹을 살폈다.
2연패를 당해 정신적으로 흔들린 지금이 나폴레옹의 심리를 들여다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한 번 흔들린 상대는 이신의 심리전의 재물이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생각보다 멀쩡한 상태였다.
오히려 이신이 장기전을 치르느라 더 지쳐 있었다. 체력적으로는 치유가 가능하므로 멀쩡하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폴레옹은 그 장기전을, 그것도 불리한 상황이어서 더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멀쩡했다.
‘장기전이 전문이라 이건가.’
봉쇄 능력을 얻고서 나폴레옹은 수많은 서열전을 장기전으로 장식해왔다.
이신보다 장기전에 익숙한 것이다.
PC게임이라면 모를까, 서열전은 직접 전장에서 병사를 지휘해야 하는지라 훨씬 힘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나폴레옹은 씨익 웃어 보였다.
“훌륭하더군.”
“……감사합니다.”
내리 2연패를 당한 남자로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멘탈.
이신은 세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난 이제 2년밖에 안 된 계약자로군.’
그리고 나폴레옹은 서열전을 수없이 치러온 백전연마의 계약자였다.
‘몇 번을 지든 각오했다 이건가.’
이신은 아직 조금도 방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나폴레옹은 3만 마력밖에 안 되는 적은 배팅으로 값을 치르며 이신에게 배우는 중이었다.
그리고 파악이 끝난 순간부터 승패가 뒤바뀔 거라고 굳게 믿는 태도였다.
“싸움이 정말 길어지겠구나.”
이신은 한숨을 쉬었다.
장기전은 질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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