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71
70화 복귀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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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황병철은 이신을 본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러 나왔는데 하필이면 가장 자신을 심란하게 만드는 인간을 만나 버린 것이었다.
음료 자판기 앞에 서성거리는데 정작 음료는 뽑지 않고 있던 이신.
그런 그는 황병철을 보자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랜만.”
“……어.”
23세의 황병철.
2살 차이가 나는 이신과는 여러 번 안면을 터서 말을 놓고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 물론 라이벌 구도가 되면서 많이 서먹서먹해졌지만 말이다.
“난 포카리.”
“…….”
당연하다는 듯이 음료를 뽑아 달라고 요구하는 이신.
잠시 황당함을 느꼈지만, 황병철은 침착하게 포카리 2개를 뽑았다.
‘에이 썅, 나까지 포카리 뽑았네.’
침착할 수가 없는 황병철이었다.
알은척을 해도 하필이면 오른손을 흔든단 말인가. 그의 오른쪽 손목이 신경 쓰여서 미칠 지경이었다.
“요즘 자판기는 5만 원짜리 안 들어가나?”
음료를 받으며 중얼거리는 이신.
‘들어갈 턱이 있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괜히 화가 치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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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황병철 선수 관련 음모설에 대해 “그 정도로 맛 가진 않았을 것”] [이신, 황병철에 직격탄 “맛이 갔다.”]?
인터뷰에서 서슴없이 말을 내뱉는 통에, 황병철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맛 간 괴물’이란 별명이 붙어버렸다.
가뜩이나 장민재 때문에 골머리 썩을 때 그런 기사까지 보니 분노가 안 치미겠는가.
‘뚫린 입이라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막 나와서 좋겠다! 아주 스트레스 쌓일 틈도 없겠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음료를 뜯어 마셨다.
이신은 황병철을 빤히 응시했다.
황병철은 그의 시선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이신이 입을 열었다.
“넌 쫄면 성급해지더라.”
아무 맥락 없이 나온 뜬금없는 이야기.
하지만 황병철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4세트에서 겨루게 된 신지호를 상대로 5벌레 빌드를 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신은 초반에 황급히 승부를 내려던 황병철의 심리 상태를 꿰뚫고 있었다.
“잘해봐.”
이신은 빈 캔을 버리고 훌쩍 떠나버렸다.
홀로 남겨진 황병철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내가 쫄았다고?”
이신의 눈에 자신이 지금 겁먹은 것처럼 보인다는 뜻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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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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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1경기는 쌍성전자의 신승(辛勝)으로 돌아갔다.
화성전자는 부진에 빠져 있던 황병철이 4세트에서 신지호를 잡아내면서 살아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3 대 3 동점 스코어가 되면서 에이스 결정전을 치러야 했고, 화성전자의 에이스로 나선 황병철은 쌍성전자의 최영준에게 패배했다.
지난번 개인리그 4강전에서 최영준에게 당했던 0승 3패의 굴욕을 끝내 갚아주지 못한 것이다.
이로서 황병철은 쌍영보다 쳐진다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리고…….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침내 많은 분이 기다리셨던 MBS 대 CT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오늘 출전할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그러자 오늘 출전하는 양 팀 선수 5인이 줄줄이 무대 위로 입장했다.
주디, 정다울에 이어 이신이 입장하자 함성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이야, 반가운 얼굴이 보이네요! 이신 선수, 오랜만입니다!
캐스터 이병철이 이신에게 다가왔다. 이신은 마이크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짧은 대답.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캐스터 이병철도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뭐 전에도 뵈었었다, 건강해 보이신다, 뭐 이런 말은 없습니까?
“예.”
웃음이 더 커졌다.
-예, 예, 제가 바랄 걸 바라야죠. 그보다 전에는 예언 해설로 유명세를 타셨는데, 오늘도 한 번 예언을 해보시죠. 오늘 몇 대 몇으로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이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3 대 3에 에이스 결정전이나, 4 대 2로 우리가 이길 것 같습니다.”
“오오오!”
“와아아아!”
이신의 팬들과 MBS의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라고 하는데 CT 쪽은 생각이 어떻습니까?
그러면서 캐스터 이병철은 이철한에게로 마이크를 건넸다.
이철한이 말했다.
“이신 선수가 오늘 저를 노리고 3세트에 나오신 모양인데, 만용의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에 3라운드 플레이오프 결승 때도 우리가 이겼고, MBS 정도는 5 대 1로 저희가 이깁니다.”
“오오오!”
이번에는 CT 측 팬들이 환호하였다. 이신과 달리 대부분이 남자였다.
-라고 하는데 이신 선수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치 이간질로 싸움을 붙이듯이 양측 사이를 오가는 캐스터 이병철.
이신이 말했다.
“한창 사춘기인 나이라 그런지, 못 본 사이에 많이 무모해진 것 같습니다.”
“와하하핫!”
관객석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철한도 얼굴을 붉히며 피식피식 웃었다.
그렇게 한 선수씩 인터뷰를 하다가 주디에게로 이어졌다.
“레벨린 선수는 오늘 첫 출전인데,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주디는 마이크를 받아들고 깜빡깜빡 큰 눈으로 관객들을 바라본다.
“안녕하세요, 주디예요. 캐나다이고, 인류예요.”
대형 스크린에 가득 잡힌 주디의 귀여운 모습에 경기장의 남성들이 훈훈한 박수를 쳐주었다.
-예, 캐나다에서 온 인류라고 하는군요.
캐스터 이병철의 말에 또다시 터지는 웃음.
-주디 선수, 신의 제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입니까?
“네…….”
-이신 선수에게 스승과 제자로 지내면서 둘 사이가 많이 가까워지고 그런 게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캐스터 이병철이 은근히 물으며 장난을 쳤다.
말뜻을 잘 못 이해한 주디는 눈을 끔뻑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옆자리예요.”
-아, 예,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됐네요. 축하드립니다.
또다시 웃음을 선사하며 선수들 인터뷰를 마무리 짓는 캐스터 이병철이었다.
선수들은 무대 양옆에 있는 각 팀의 벤치로 돌아가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출전은 바로 주디.
상대는 신족 플레이어 박진수.
바로 지난번 3라운드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도박성 전략으로 3킬을 기록했던 그 노장이었다.
첫 데뷔하는 신인 주디와 전략에 능한 노장.
상대가 좋지 않았다.
“너한테 센터 참회실을 할 수도 있어. 만약 그게 확인되면 당황하지 말고 내 말대로 해.”
그러면서 이어지는 이신의 작전 설명을 주디는 열심히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마침내 경기 시작 직전이 되었다.
주디는 스태프에게 불려가 무대 위에 설치된 방음부스 안에 들어갔다.
이신은 방진호 감독 및 다른 팀원들과 함께 팀 벤치에 설치된 PC로 게임을 관전했다.
-이신이 코치로서 키운 첫 선수입니다! 신의 제자라고 최근에 소문이 꽤 많이 났죠? 주디스 레벨린입니다!
-스승의 명예를 지키려면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야죠.
-예, 그렇습니다! 캐나다에서 이곳까지 만리타국에서 이렇게 무대에 선 것 자체도 부담이거든요! 하물며 신의 제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까지 보여야 하니 여러 가지로 긴장이 될 겁니다! 하지만 훈련량은 배신을 하지 않죠. 침착하게 잘 한다면 평소 연습하던 실력이 나올 겁니다.
-그렇죠.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딱 연습했던 만큼만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하거든요. 그만큼 저 무대에서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란 쉽지 않고, 특히 첫 데뷔인 신인으로서는 더욱……!
해설자와 캐스터의 서론이 끝나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주디스 레벨린 대 박진수.
맵은 투지였다.
혹시나 했는데 예상대로 박진수는 센터 참회실을 시도했다.
맵 중앙에 참회실을 건설해 광신도를 뽑기 시작한 것.
한편, 정찰을 간 신도는 주디의 본진 안 광산에 광물정제소(광산에서 광물 자원을 채집하는 신족의 건물)를 건설해 버렸다.
-아아, 박진수! 광산 테러를 감행하면서 센터 참회실! 지난번에 MBS 상대로 재미 봤던 초반 승부수를 다시 한 번 띄웁니다!
광산 테러는 상대의 광산에 먼저 건물을 지어버리는 것.
즉, 상대가 광물을 채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전략이었다.
이는 광신도의 천적인 고속전차를 뽑지 못하게 지연시키려는 의도였다.
-상대가 신인이다 보니까 이런 돌발 시의 대응에 약할 거라는 계산이 섰던 거죠.
-하지만 상대가 이신 선수였다면 이런 건 턱도 없는 짓이었을 텐데요. 그 제자인 주디 선수를 상대로 이런 승부수!
-하하, 이신 선수는 컨트롤이 워낙 좋으니까요. 주디 선수가 컨트롤까지 제대로 배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성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손이 느리고 컨트롤도 약할 수 있거든요.
참회실에서 광신도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주디 또한 병영에서 보병이 생산되었다.
하지만 강력한 광신도를 상대하려면 보병 1명으로는 무리였다.
주디는 건설로봇까지 동원했다.
-자, 광신도가 왔습니다! 신도와 함께 본진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하는데, 주디 선수 역시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 1기, 2기! 건설로봇이 계속 잡힙니다!
-역시 박진수 선수입니다. 이런 싸움에서 컨트롤에 능하죠.
광신도를 막으랴, 광산에 건설된 광물정제소를 부수랴, 주디는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침착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꼼꼼하게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를 꼼꼼하게 해나갔다.
그리고…….
-오!
-2병영!
주디는 건설로봇 1기를 몰래 빼돌려 앞마당 바깥쪽 구석에 병영을 하나 더 건설했다.
이신에게 귀띔 받은 대응책이었다.
박진수는 계속해서 광신도를 보내 주디를 괴롭혔다.
-아, 박진수 선수 집요한데요! 하지만 상대의 보병 숫자가 저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요?
하지만 주디는 병영 2개에서 생산한 다수의 보병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병영이 2개인 줄을 몰랐던 박진수는 갑자기 후방에서 나타난 보병들에게 광신도를 잃고 말았다.
다음은 주디의 반격이었다.
기갑정거장에서 기동포탑이 생산되고 포탑모드 개발까지 완료되자, 주디는 진군에 나섰다.
보병 12명과 건설로봇 2기, 기동포탑 4기가 일제히 전진!
진군을 들키지 않도록, 맵 중앙에 있는 박진수의 참회실을 피해 우회하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단숨에 박진수의 진영에 들이닥쳐 앞마당을 급습했다.
박진수는 거신병기 4기와 광신도 3명으로 반격했다.
하지만 학익진 형태로 띄엄띄엄 배치된 기동포탑이 일제히 포격하여 병력을 녹여 버렸다.
박진수는 GG를 선언했다.
-박진수 선수 GG!
-당황하지 않고 2병영으로 빌드를 전환하는 판단이 너무나 좋았어요!
부스에서 나온 주디는 좋아서 팔짝거리며 MBS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신도 예의상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주디는 그의 손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와락 품에 뛰어들었다.
품에 안긴 주디와 당혹한 이신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 그대로 나오면서 관객들은 비명과 환호와 웃음으로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그런 해프닝이 있고 난 후에 2세트에서는 정다울이 출격했다.
하지만 정다울은 주디와 달리 긴장으로 인해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손이 떨리는지 계속 컨트롤 미스가 나와 아쉬움을 연출했다.
그렇게 정다울이 패배하면서 스코어는 1 대 1.
‘내 차례군.’
이신이 게이밍 백팩을 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