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88
87화 초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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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는 전략적 판단이 매우 빨랐다.
추가로 보낸 독침충이 예상치 못한 지뢰를 밟고 폭사했지만, 그때 이미 박영호는 쐐기충 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하고 있었다.
신속하게 지상유닛인 독침충에서 비행유닛인 쐐기충으로 전환해 이신에게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였다.
물 흐르듯이 체제를 바꿔버리는 박영호의 운영은 과연 톱클래스라 할 만했다.
하지만 이신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항공정거장에서 막 생산된 스텔스 전투기를 박영호의 진영으로 보낸 것.
스텔스 전투기는 정찰용.
독침충의 한 타 공격이 끝나면 체제를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그것을 확인하려는 정찰이었다.
아직 쐐기충이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텔스 전투기는 박영호의 진영으로 걸림 없이 침투했다.
슥 둘러보며 일벌레의 숫자를 확인했고, 독침충이 충원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부화실에서 부화중인 알은 쐐기충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퍼어엉! 펑!
이신은 본진에서 건설하던 기갑정거장 2개를 취소시켜 버렸다.
그리고 건설로봇들이 일제히 병영 4개를 한꺼번에 짓기 시작했다.
-아, 이신 선수도 판단이 빠르죠!
-곧바로 기갑정거장을 취소해 버리고 병영 체제로 바꿔 버립니다. 정말 두 선수 모두 유연성이 굉장하네요. 둘 다 오늘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을 텐데, 그걸 기꺼이 내던져 버릴 줄을 알아요!
-자, 정찰은 마쳤는데, 과연 이신 선수의 스텔스 전투기는 순순히 그냥 돌아갈까요?
돌아가지 않았다.
이신의 강력한 공격 본능은 스텔스 전투기로 하여금 하늘에 떠다니는 하늘군주를 사냥하게 했다.
독침충들이 달려와 대응했지만, 스텔스 전투기는 곡예를 하듯이 독침의 사정거리를 넘나들며 터닝 샷을 펼쳐 1마리를 잡아냈다.
그리고 박영호의 쐐기충이 완성되기 전에 냉큼 돌아갔다.
하지만 유유히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퍼어엉!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파괴당한 스텔스 전투기.
후퇴하는 스텔스 전투기의 동선을 예측하고 배치해 놓은 독침충들 때문이었다.
-하하하, 이번에도 지지 않고 주고받네요.
-정말 두 선수 치열합니다.
치열한 격전!
쐐기충들이 빠르게 날며 이신의 본진에 당도했다.
이신의 본진에서 나타난 것은 바로 로켓 프리깃.
퍼퍼퍼펑!
로켓 프리깃이 쐐기충들에게 로켓 미사일을 난사했다.
일반적으로 괴물의 쐐기충 견제에 대한 인류의 대책은 대공포로 도배해 놓는 것.
하지만 이신은 그 대신 로켓 프리깃을 선택했다.
로켓 프리깃을 절대로 잃지 않고 잘 컨트롤할 자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적에게 미사일을 쏘는 로켓 프리깃.
쐐기충은 즉시 방향을 돌려 후퇴했다.
하지만,
타타타타탕―!
보병·의무병 무리가 후퇴하는 쐐기충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 이번에는 이신 선수가 되갚아줍니다!
-저건 너무 크게 갚아줬죠! 쐐기충들이 후퇴할 거라고 예상되는 지점에 보병 부대를 배치하고 기다리는 준비성!
보병 부대를 두 갈래로 나눠 배치하고, 로켓 프리깃으로 몰이를 한 천재적인 전술이었다.
살아 돌아간 쐐기충의 숫자는 고작 3마리에 불과했다.
그건 박영호에게는 너무 심대한 타격이었다.
-아, 지금이죠. 이신 선수가 진군을 시작합니다.
-이제 끝내버리겠다 이겁니다!
보병·의무병이 3대 1 비율로 섞인 다수 병력.
기동포탑 3기.
고속전차 1기.
로켓 프리깃 3기.
이신은 승세가 자신에게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즉각 진군을 개시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까지 오면 원사이드로 인류의 승리였다.
하지만…….
촤좌좌좍―!!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땅속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와 보병들을 덮쳐 버렸다.
거의 동시에 이신의 반사 신경이 반응, 보병들을 뒤로 물려 세웠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촉수 공격만으로도 절반에 가까운 보병이 몰살당했다.
-진군 예상 루트에 잠복시켜 놓은 촉수충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와, 박영호 선수 그냥 당해주는 법이 없네요. 쐐기충을 보여준 후에 바로 촉수충으로 체제를 바꿔 버렸어요.
-예, 이신 선수가 병영 체제로 전환했고, 로켓 프리깃을 뽑느라 전술위성도 없었거든요. 그걸 생각하고서 독침충을 촉수충으로 변태시킨 거였거든요! 아까 쐐기충을 잃지 않았더라면 이때 아예 병력을 다 싸먹을 수도 있었던 거거든요!
-아무튼 이신 선수의 진군에 한 번 제동을 거는 박영호 선수! 극히 불리한 이 상황이야말로 철벽괴물의 진가가 발휘되는 겁니다!!
촉수충 8마리에 이어 폭탄충들까지 대동하고 나타난 박영호의 병력.
폭탄충들은 로켓 프리깃을 격추시키기 위해 뽑은 것이었다.
로켓 프리깃만 격추시키면, 다시 쐐기충을 뽑아 지상과 공중이 조합된 연계공격을 퍼부을 의도였다.
물론 이신의 병력에 비하면 초라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이신에게 전술위성이 없으니, 땅속에 숨은 촉수충을 식별할 방법이 레이더밖에 없었다.
레이더는 에너지에 한계가 있어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다.
즉 이신의 진군을 적당히 지연시키며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었다.
“박영호! 박영호!”
“이신! 이신! 이신!”
관중의 연호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양 팀 벤치에서 선수와 코치와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화면에 두 선수의 모습이 차례로 잡혔다.
둘 다 투지에 차 있었다.
긴박한 승부의 순간 앞에서 이신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신의 병력이 일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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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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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운드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방음 부스와 차음 헤드셋 안의 침묵의 세계.
그 고요한 정적 속에서 이신의 뇌리로 수많은 전술이 스쳐지나갔다.
단지 몇 초에 불과한 찰나.
이신은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든 지식을 뒤져가며 검색한 끝에 올바른 답안을 찾아냈다.
‘가자.’
이신이 공격에 나섰다.
보병과 의무병과 기동포탑이 반 포위 진형(陣形)을 형성한 채 촉수충들에게 달려들었다.
고속전차 1기는 질풍처럼 시계 방향으로 선회했다.
레이더를 뿌려 땅속에 숨은 촉수충을 시야에 밝혔다.
그리고 공격!
레이더가 뿌려진 순간, 박영호도 무섭게 반응했다.
레이더를 뿌린 이펙트와 효과음을 감지하자마자 촉수충들이 땅속에서 튀어나와 뒤로 달아난 것이다.
하지만 촉수충들의 퇴로는 이미 고속전차가 지뢰 2개를 매설한 뒤였다.
퍼어엉! 퍼엉!
-꾸어엉!
-꾸엉!
촉수충들이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폭사.
살아남은 건 고작 촉수충 2마리.
보병들이 각성제를 흡입하고 달려들었다. 촉수충 2마리가 땅속에 숨자, 이신은 다시 레이더를 뿌렸다.
박영호는 폭탄충으로 로켓 프리깃을 덮쳤다.
‘내가 촉수충에 신경 쓰는 동안 로켓 프리깃을 잡겠다고?’
이신도 박영호만큼이나 빠르게 반응했다.
그 짧은 순간에 폭탄충들에게 타깃팅이 된 로켓 프리깃 1기를 움직여 빙글빙글 돌았다.
폭탄충들이 그 로켓 프리깃을 쫓아 빙빙 도는 동안, 다른 로켓 프리깃들이 로켓 미사일을 쏴서 한두 마리씩 제거했다.
박영호도 순간적으로 타깃을 바꿔서 다른 로켓 프리깃을 노렸다.
그러자 이신도 새로 타깃팅이 된 로켓 프리깃을 움직여 선회했다. 다른 로켓 프리깃이 미사일을 난사했다.
“우와아아아아!”
“오오오!”
“어어어?!”
스릴 넘치는 아슬아슬한 컨트롤.
이신의 손끝에 의해 만여 명이 넘는 관중이 비명을 지르고 함성을 지르고 탄사를 내뱉었다.
폭탄충들이 전부 격추되었다. 로켓 프리깃들은 체력이 너덜너덜했지만 한 기도 잃지 않았다.
-우와아아! 저게 사람의 컨트롤입니까!!
-박영호의 모든 반격을 좌절시킨 전술과 컨트롤입니다! 어떻게 저 순간에 고속전차 하나를 척후로 침투시켜 지뢰를 매설하는 판단을 내리는 건지, 뇌 구조가 우리와 다른 건가요?!
-이제 거침없습니다! 이신 선수, 계속 진격해서 마침내 박영호의 앞마당에 당도했습니다!
앞마당에 이르러 기동포탑들이 일제히 포격모드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박영호의 앞마당 부화실에서 유닛들이 생산되었다.
무수히 많은 바퀴들.
값싸고 빠르지만 체력이 약한 유닛들이었다.
하지만 그 틈바구니에 무언가 유닛 하나가 더 끼어 있었다.
촤아아악!
장구벌레처럼 생긴 괴물 유닛이 시커먼 안개를 뿌려 버렸다.
-괴물주술사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와, 박영호!
괴물주술사의 흑안개는 모든 원거리 공격을 무위로 돌리는 효과가 있었다. 즉, 흑안개 안에 들어가 있는 유닛은 보병도 기동포탑도 공격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흑안개가 뿌려지자 바퀴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퍼엉! 펑!
흑안개 속에 있던 기동포탑들이 2기나 박살 나버렸다.
박영호는 계속 흑안개를 뿌리며 반격했고, 이신은 일시적으로 병력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철벽괴물 박영호!! 아슬아슬한 순간에 괴물주술사가 나와 줘서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 정말 철벽입니다! 그렇게 당했는데도 끝내 무릎 꿇지 않아요!
-두 선수 모두 징글징글합니다!
경기장은 열기로 후끈거렸다.
박영호도 이신도 무아지경으로 치고받았다.
이신은 정찰위성 1기가 도착하자 다시 공격을 재개했다.
공격하려는 모션을 취하자, 박영호가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흑안개를 뿌렸다.
흑안개 속으로 새로 변태가 완료된 촉수충 2마리가 들어갔다. 철벽괴물다운 미친 수비력이었다.
그 순간, 항공수송선이 나타났다.
항공수송선이 보병과 의무병 도합 8명을 태워 방어선 너머로 박영호의 본진에 침투했다.
본진에 보병들과 의무병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퍼엉!
내리는 도중 폭탄충 2기가 날아와 항공수송선과 자폭했다.
“와아아아아!”
“박영호! 박영호!”
박영호의 철벽 수비!
중도에 격추당하는 바람에 살아남은 병력은 고작 보병 3명과 의무병 1명이었다.
보병 3명이 각성제를 흡입하고 달려들었다.
일벌레들을 사냥해 자원 공급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막 본진에 돌아온 촉수충 하나가 땅속에 숨어들었다.
촤아악!
촉수로 긁는 순간, 보병들이 옆으로 피했다.
레이더를 뿌리고 촉수충에게 총을 쏴 갈겼다.
촉수충의 타깃팅이 된 보병이 빙글빙글 돌며 피해댔다. 촉수가 긁어지는 순간에 움직여 피하는 고도의 컨트롤이었다.
-꾸어엉!
촉수충이 끝내 보병을 하나도 잡지 못하고 사살됐다.
-지금 뭐 합니까?! 저 보병은 이신이 컨트롤하는 보병이에요! 박영호! 더 와야죠!
-항공수송선까지는 격추했는데, 저 조금의 병력이 또 박영호 선수를 괴롭힙니다! 정말 집요한 견제!! 저게 이신이죠!
보병 3명과 의무병 1명은 박영호의 일벌레를 계속 사살했다.
결국 촉수충 1마리와 바퀴 10마리가 돌아와서 간신히 테러를 진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가 컸다.
당한 일벌레는 5마리.
가뜩이나 수세에 몰렸던 박영호에게 정신적인 데미지를 더 선사하였다.
그런데,
퍼어엉―
반대편에 있는 이신의 진영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막 생산된 정찰위성이 전장으로 이동하는 찰나, 폭탄충 2마리가 나타나 자폭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장에 있던 정찰위성마저도 폭탄충 6마리가 일제히 덤볐다.
보병들과 로켓 프리깃의 화망(火網)을 뚫고, 간신히 살아남은 2마리가 자폭했다.
퍼어어엉!
불꽃놀이처럼 터져 버리는 정찰위성.
정찰위성이 없으니 촉수충을 상대하기가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게다가 레이더도 방금 보병 테러 때 써버린 뒤였다.
-바, 박영호!!
-철벽!!
다시금 환호가 울려 퍼졌다.
계속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끝내 굴하지 않는 박영호.
그의 별명은 철벽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