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41)
수리 불가 (5)
“대장장이 현……?”
현수는 자신을 부르는 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그녀를 보며 작게 웃었다.
‘들킬 것 같았어.’
사실은 들켜도 되었다. 그래, 한 사람쯤은 필요하다.
지금 커뮤니티에는 대장장이 현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그 추측에서 확신을 가진 한 사람쯤은 필요했으니까.
그저 웃어 준 후 종의 제작을 완료했다.
띠링!
“예.”
[모든 스텟 4를 획득합니다.] [손재주 50을 획득합니다.] [명성 100을 획득합니다.]현수가 희열했다. 자그마치 유니크 등급의 아티팩트.
다마스커스 단검을 만들었을 당시엔 에픽 아티팩트를 제작해, 대장장이의 혼이 깃들어 유니크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순전히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만 재탄생된 아티팩트.
그리고 놀라운 알림도 들려왔다.
[신성력이 깃든 아티팩트를 수리하셨습니다.] [성스러운 대장장이의 마스터리 Lv.1의 숙련도 57%가 상승합니다.]성스러운 대장장이의 마스터리 개방!
현수의 얼굴에 희열의 미소가 자리매김했다.
‘마스터리가 생긴 거잖아? 이거 원래 교의 대장장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이 마스터리가 있기에 신성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거다.
즉, 현수는 이제 신성력이 깃든 아티팩트의 제작이 가능해진 거다.
그리고 현수는 떨리는 손으로 종을 흩는 넬을 보았다.
종에는 일부러 ‘현(現)’이라는 한자를 새겼다.
이 종이 앞으로 현수의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바꿀 걸 알아서였다.
종을 확인한 넬이 말했다.
“당신을 미치도록 갖고 싶어요……!”
“…….”
현수가 원하던 바다. 그녀처럼 많은 이들이 그런 욕망을 품길 바랐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와 대화를 나눌 틈이 없었다.
[곧 카셀 영지의 성문이 무너집니다.] [대피하십시오.]종을 인벤토리에 넣은 현수가 성벽을 향해 넬과 함께 내달렸다.
[곧 함락 당한 카셀 영지 업데이트가 완전해집니다.] [현재 진행률 85%입니다.]성문 인근의 성벽 위에 선 현수는 기사단장 칼과 죽음의 영주라는 몬스터를 발견했다.
현수는 칼이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재빠르게 종을 울렸다.
종이 울리자 언데드들이 크게 약화되었고 되레 영지의 병사들은 더욱 강해졌다.
대애애애앵-
죽음의 영주가 쏘아 낸 정체 모를 힘이 종을 가격했지만 현수는 웃음 지었다.
[현의 두 번째 맞춤제작 종의 내구도는 무한합니다.]곧바로 현수는 온 힘을 다해 종을 두들겨 백화의 불꽃을 발동시켰다.
“크, 크하아아아악!”
무조건적으로 적의 HP를 70% 깎아 버리는 사기적인 힘.
죽음의 영주에게 발화된 백화의 불꽃이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다.
“끄으으읍……!”
불꽃에 뒤덮인 죽음의 영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더불어 그 고통 속에서 죽음의 영주가 더 미치겠는 건 움직일 수 없다는 거였다.
‘뭐야…… 도대체 저 종은 뭐냐고! 아니, 저 새끼는 뭐야!’
3초간의 스턴.
애초에 아레스에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3초간 봉인한다는 건 사기적인 스킬로 여겨진다.
그 3초 동안 적이 행할 수 있는 일은 많아지니까.
뚝, 뚝뚝-
그때 죽음의 영주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검을 쥔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기사 칼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영주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 죽어 가던 놈이었다.
아니, 이제 목만 베면 끝나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평소보다 35% 약화되었고 그로 인해 그는 언데드에게 더 강해졌다.
푸쉬이이익-
죽음의 영주에게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칼의 검에서 흐르는 신성력의 기운!
스가아아악-!
칼이 거침없이 죽음의 영주를 베고 지나쳤다.
칼은 희열했다.
‘고맙다…… 진심으로 고맙다…….’
우리 영지를 지킬 수 있게 도와줘서.
칼이 쓰러지지 않은 이유. 현수라는 이방인의 의지에 보답하여 영주를 베기 위함이었다.
그를 베어 내고서야 비로소 칼이 무릎 꿇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던 죽음의 영주의 눈이 희번뜩 뜨였다.
[죽음의 영주의 HP가 1%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살았다.
죽음의 영주. 그는 가까스로 죽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자 기사단장 칼이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본다.
그러나 곧 정신을 놓고 풀썩 쓰러지고야 만다.
이제 스턴까지 1초만 남았다.
이 1초 뒤 도망칠 것이다.
영지로 돌아가 모든 전력을 회복한 후 돌아올 것이다!
결국 자신의 승리…….
그때.
“아직 안 끝났어.”
죽음의 영주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성벽 위에 있던 정체 모를 사내.
종을 망치로 가격했던 사내가 차가운 눈으로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다.
죽음의 영주의 눈이 점점 더 커진다.
딸깍-
정체 모를 대나무에 화살을 꽂아 넣은 사내.
그가 온 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겨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
영주 케른에게 특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무한하다.
돈이 될 수도, 그 정체 모를 광물이 될 수도, 또 아니면 한스 토벌대장이 그랬던 것처럼 가호일 수도 있다.
이 업데이트는 거의 막아졌다.
그러나 더 확실하게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카셀 영지에 언데드들이 접근도 못 하게, 전의를 잃게.
그리고 그 구심점을 잃게.
그 방법은 죽음의 영주를 죽이는 것.
스르르, 눈을 감고 기절해 버린 칼의 눈빛을 보았다. 그는 내게 부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거칠게 달렸던 현수는 호흡을 추슬렀다.
‘나는 고작 40레벨의 대장장이…….’
딸깍-
이 아레스에서 가장 약자로 취급되는 클래스.
죽음의 영주와 나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
그러나 괜찮다.
[죽음의 영주의 HP가 1%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그와 5m 거리 내에서 그의 머리통을 노리고 있으니.
쫘아아아아악-
온 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겼다. 시위에 걸린 통아 속 애기살의 촉.
그곳에 거센 신성력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백화의 불꽃을 발동하셨습니다.] [1회에 한하여 악에 대한 공격력이 450% 상승합니다.]그래, 이건 한낱 막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막타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존재할 수 없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현수의 눈에 보이는 죽음의 영주의 HP 눈금은 실 같았다.
아주 작은 붉은 실만이 떠 있다.
유저들은 이것을 이렇게 부른다.
‘개피.’
[백발백중]놈의 미간을 노린 화살이 날아간다.
쑤화아아아악-
거친 파공음이 울린다.
공기를 찢고 날아간 그 한발의 화살이 이내 놈의 미간에 박힌다.
퍼어어어어억-!
그 화살에 직격당한 죽음의 영주는 황당했다. 너무도 보잘것없고 하찮은 힘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격에는 성공했으나 너무 적은 데미지만이…….
그때.
화르르륵-!
애기살의 촉에서 시작된 신성력의 불꽃이 그의 미간에서 번져 나갔다.
그 불꽃은 곧 화염이 되어 죽음의 영주의 시야까지 가득 채웠다.
아니, 정확히는 그리 믿었다.
죽음의 영주는 잿더미가 되어 빛 속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수는 그를 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보스 몬스터 죽음의 영주를 사냥하셨습니다.]현수가 뜨겁게 전율했다.
현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숨에 레벨이 10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기여도 4%밖에 안 되는데……?’
하긴 아무리 그 정도밖에 안되고 막타만 입힌 거라고 해도 현수와 그의 레벨 차이는 상식을 벗어났으니까.
[185골드를 획득합니다.] [죽음의 영주의 손가락을 획득합니다.]“……?”
현수는 당혹스러웠다. 아니, 저 손가락을 어디에 쓰라고?
괜스레 이 아레스의 ‘기여도’ 시스템이 원망스럽다.
기여도 시스템은 이처럼, 스틸을 완전히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물론 막타를 친 경우 가장 높은 기여도를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아마 그 진짜 보상 대부분은 칼이 얻게 될 거다.
그리고 현수가 주먹을 꽉 쥐었다.
‘대장간…….’
칼은 약속했다.
라마스의 종을 수리해 준다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줄 것이라고.
‘찾을 수 있어…… 아버지의 대장간을 찾을 수 있어……!’
그가 뜨겁게 전율했다.
이제 영주님을 만나러 가야 한다.
영주님만 만나면 아버지의 대장간을…….
어?
[피로가 누적됩니다.] [상태이상 기절에 빠집니다.] [아레스에서 숙면을 취할 시 현실에서 숙면을 취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현수의 눈앞이 흐릿해졌다.
현의 두 번째 맞춤제작 종을 만들며 일주일을 자지 않았다.
현실로는 약 이틀 넘는 시간 동안 깨어 반복했던 거다.
이미 현수는 정신력의 한계에 달한 상태.
‘안되는데…… 대장간…… 찾아야 하는데…… 영주님께 계약금 받아야 하는데.’
풀썩-
곧 현수가 기절하고야 말았다.
그가 기절하고 난 뒤 넬이 달려왔다.
“현수 님, 현수 님……!”
넬은 제작 시간 동안 틈틈이 잠을 취했었다. 현수가 기절한 것도 이해되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그리고 넬은 잠이 든 그를 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그때.
“…….”
넬은 주변에 몰려드는 인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오로지 단 한 사내만을 눈에 담고 있었다.
“내가 봤어, 일주일 동안 잠 한숨 자지 않고 이 두 사람이 종을 만들었어.”
“이 아가씨는 갈 때마다 자고 있던데?”
“……아무튼 내가 봤어!”
한 여인이 눈물 흘리며 외쳤다.
모든 사람들이 현수라는 이방인을 본다.
‘이게 뭐야……?’
넬이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곧 무수히 많은 인파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섰다.
그 안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영주 케른]그는 충혈된 눈으로 현수를 묵묵히 내려다봤다.
술에 취해 있던 케른은 번뜩 정신을 차렸었다. 그리고 결국 피신하기로 결정했었다.
영지를 버리는 게 아니다. 추후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현수를 바라보던 케른이 넬에게 물었다.
“……어떤 대장장이인가.”
넬은 그 질문의 요지를 이해했다.
자신이 본 솔직한 그대로를 답했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 모르겠다.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이 독종을 말이다. 그렇지만 이건 말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최선을 다했다는 건 압니다.”
케른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결국 자신은 도망치고자 했음이다.
그런데 이 대장장이는 도망치지 않았음이다.
케른이 명령했다.
“데리고…… 아니.”
그가 현수를 바라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은인을 모셔라.”
잠든 현수에게로 알림이 퍼지고 있었다.
[당신이 카셀 영지의 은인으로 기록됩니다.] [카셀 영지의 모든 자들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카셀 영지의 이들이 은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이야기가 당신을 필요로 하거나 당신이 지나친 몇몇 사람들에게 닿습니다.] [명성 300을 획득합니다.] [카리스마 50을 획득합니다.] [카셀 영지에서 모든 물품을 30% 싸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띠링!
잠든 현수가 그토록 기다렸던 알림도 그에게로 들렸다.
[퀘스트: 라마스의 종 수리하기 완료] [보상이 변경됩니다.] [기존의 보상은 3만 골드 획득이었습니다.] [그 보상이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