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117
제117화
셰라드가 악마와 계약하는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았을 거다.
놈이 식귀(食鬼) 특성을 갖게 되면, 놈은 지금과 비교 불가능한 괴물이 된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어.’
크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정면 대결로 셰라드를 이기는 건 무리였다.
앞으로도 단기간 안에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곳 접경에서는?
‘접경 안에서는 무수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어.’
마침, 크리스는 준비한 게 있었다.
혹시나, 올지 모를 랑함 후작의 암살자를 대비한 준비.
셰라드에게는 사용 불가능한 방법이었지만.
‘수를 내면, 가능할지도.’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셰라드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표정이 안 좋네. 이해해. 나도 속상해. 널 이렇게 빨리 죽이고 싶지는 않거든. 하지만 아버지는 나도 무서워서.”
“…….”
“너는 내 아버지 랑함 후작이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모르지?”
크리스는 잠자코 셰라드의 말을 들었다.
셰라드는 광기가 깃들기 시작한 건지, 큭큭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상상도 못 하고 계실걸. 아버지가 어떤 짓을 뒤에서 하고 있는지. 나도 미친놈이지만, 아버지는 더 미쳤어.”
“…….”
“아무리 나라도 아버지의 명령을 무시하기는 어렵네. 언젠가는 아버지도 직접 내 손으로 죽일 생각이지만, 아직은 무리이니까. 네가 이해해줘.”
지금 크리스를 죽이겠다는 이야기.
그런데 크리스가 가만히 있다가 툭 말했다.
“꼭 지금 날 죽여야 하는 건가?”
“응? 말했잖아? 어쩔 수 없다니까?”
“암흑 마가로 향하는 스팟이 다시 열릴 때까지 아직 한 달이란 시간이 남아 있을 텐데?”
“??”
셰라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말고 한 달 뒤에 죽여달라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벌레처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은 거야? 그런 거면, 실망인데? 아니면, 팔다리를 다 자른 후 한 달 동안 목숨만 붙여 놓았다가 죽여줄까?”
“아니, 그런 뜻이 아니다.”
크리스는 고개를 젓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한 달 후면, 내가 네놈을 죽일 수 있을 테니까.”
“!!”
셰라드의 눈이 커지더니, 그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걸렸다.
“그거, 흥미로운 이야기네. 하지만 고작 네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일인 것 알지?”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크리스는 피식 웃었다.
일부러.
오만함이 느껴지게.
“너도 내가 천재인 것은 알고 있을 텐데? 나 같은 천재에게 한 달이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아득한 기간의 시간이지.”
“…….”
“한 달 뒤, 성장할 나와 싸우는 게 두렵다면, 지금 날 죽여도 좋다.”
셰라드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큭큭 웃음을 흘렸다.
광기가 깃든 웃음이었다.
셰라드의 핏빛 눈동자가 희번덕 번뜩였다.
“아아. 역시, 지금 죽이긴 아깝다니까. 너같이 흥미로운 상대는 최대한 숙성시킨 후 죽여야 하는 법인데.”
“…….”
“어쨌든, 좋아. 네 말대로 널 죽이는 건 한 달 뒤로 할게. 한 달간, 열심히 노력해서 날 최대한 기쁘게 해달라고.”
셰라드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파앗!
핏방울 하나와 함께 셰라드가 사라졌다.
혈종술로 이동한 거다.
‘근처에서 날 지켜보고 있겠지.’
크리스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잘됐어.’
사실, 한 달이 지나도 셰라드와 정면으로 맞서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미친개를 잡는 데 꼭 정정당당한 수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
‘한 달이면 미친개를 잡을 준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크리스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약속한 한 달간.
그는 셰라드의 목을 칠 준비를 해놓을 것이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완벽히 의지의 기틀을 마련해 놓아야 해.’
크리스가 생각하는 방책은 의지의 기틀이 완성되지 않으면 시도 불가능했다.
결국, 변한 건 없었다.
‘강해지자.’
크리스는 검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 * *
얼마나 죽음의 고비를 넘긴 걸까?
쓰러질 때까지 싸우고, 다시 싸우고를 반복했다.
연이은 탈진으로 몸의 상태는 최악.
루이나에게서 받아온 성유물이 아니었다면, 진즉 목숨을 잃었을 거다.
구사(九死)의 망토.
착용자의 상태가 가사 상태에 버금갈 정도로 악화하면, 은막 효과를 발휘해 착용자를 마(魔)의 존재에게서 은신시켜 준다.
덕분에 크리스는 죽음 직전까지 갈 때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아, 젠장. 이런 방식 정말 내 스타일 아닌데. 내가 어쩌다가 이런 개고생을.’
크리스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손을 자신의 상처 입은 배 쪽으로 가져다 댔다.
파앗!
손에서 뻗어 나온 환한 빛이 상처를 치유했다.
크리스가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의선 기공이었다.
극독 마가의 가주 후암 공작에게 받은 의선 기공의 비급 중(中)편을 틈틈이 익혀, 지금 크리스는 의선 명가의 정식 성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치료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태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때, 불쑥 셰라드의 음성이 들렸다.
“도대체 빛의 힘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 거야?”
“…….”
크리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비밀이 발각된 상태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저놈이 내 비밀을 밖에 떠들 놈은 아니니까.’
셰라드는 오로지 자신의 손으로 상대를 죽이는 것에만 환장하는 미친놈이다.
그러니, 크리스의 비밀을 발설해 곤란하게 만들 일은 하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어차피 둘 중 한 명은 이곳에서 죽게 될 테니까.’
물론, 죽는 이는 셰라드가 될 거다.
다만, 걸리는 게 있었다.
‘생각보다 의지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지지부진해.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는데.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아.’
지지부진하다.
남들이 들으면 황당함을 금치 못할 표현이었다.
크리스가 이곳에 들어온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크리스는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마인으로 따지면, 4성 하에서 4성 중(中)이 되었다.
무슨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경지가 한 단계 올라간 거다.
그것보다도 경악스러운 건, 바로 성휘로서의 성취.
5성 하(下)의 끝에 이르게 되었다.
5성 중(中)의 벽에 마주하게 된 거다.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위의 경지로 올라갈수록 상중하의 격차가 커진다.
그게 본격화되는 게 5성 엘더 클래스부터다.
그만큼 상중하의 성취를 올리는 것도 이전 단계와 비교해 훨씬 어려워지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중(中), ‘미들 레벨’의 벽에 도달했다니.
크리스니까 가능한 미친 속도.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단순히 경지를 빨리 올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솔직히 말해.
크리스는 자신이 이룬 성휘의 성취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질’의 문제였다.
‘내 오러 블레이드는 완벽하지 않아.’
결함이 있다는 건 아니었다.
크리스의 오러 블레이드는 연합 어떤 엘더 나이츠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말 특출 난.
예를 들면, 최근 한창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 ‘구호(救護)의 기사’나 ‘적멸의 기사’ 등등처럼.
훗날 정상급 기사로 성장하는 이들의 오러 블레이드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었다.
품은 의지 때문이었다.
‘미리 완벽한 의지의 기틀을 세운 후 오러 블레이드를 얻었어야 했는데.’
크리스가 연합 5성의 경지에 오른 건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다.
흑검에 의지를 싣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뜻하지 않게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완벽한 의지를 담지 못한 상태다.
다행인 건,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거다.
기사로서나, 마인으로서나.
‘지금에라도 완벽한 의지의 기틀을 마련해야 해.’
중요한 단계,
완벽한 의지를 세우는 건, 단순히 강기의 위력을 강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의지는 향후 이어지는 의념, 이적, 영역, 초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기초였다.
여기서 어떤 의지를 세우냐에 따라, 미래의 성장이 완벽하게 달라질 거다.
‘절대 부러지지 않을. 그리고 어떤 상대라도 무너뜨릴 수 있는 그런 의지를 세워야 해.’
문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거다.
어렴풋한 실마리만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었다.
그때, 셰라드가 흐음, 콧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너무 무모한 시도를 하는 것 아니야?”
“뭐?”
“너 지금 하려는 것, 의지를 갈고닦으려는 거지? 그런데 의지는 인위적으로 갈고닦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셰라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너처럼 벽을 오르기도 전에 미리 다음 단계를 걱정하는 건 처음 보는데?”
맞는 말이었다.
크리스처럼 먼 장래를 걱정해 의지의 기틀을 닦으려는 건,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이다.
보통은 되는대로 벽을 넘은 후, 뒤늦게야 의지를 갈고닦는 게 일반적이다.
“그건 범재의 이야기고.”
“!!”
“나 같은 천재는 다르지.”
다른 이들이 벽을 넘는 것밖에 신경을 못 쓰는 건, 애초에 벽을 넘는 것 자체가 고비여서다.
크리스는 달랐다.
그에게 벽을 넘는 건 전혀 어려울 게 없는 일이니까.
‘무엇보다, 난 한 단계, 한 단계를 완벽하게 성취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사실 되는대로 흘러가게 놔두어도 크리스는 강해질 거다.
최소 9성의 경지까지는 무난히 오를 거다.
그것도 누구보다도 빠르고, 탁월하게.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9성이 되어봤자, 그저 그런 마왕급 마인이 될 뿐이야.’
그가 훗날 마주할 적들을 상대하려면.
그래서 다가올 멸망을 막으려면 마왕급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압도적인.
마도 제국의 정점에 올라 모두를 발아래 둘 정도의 힘을 지녀야 한다.
크리스가 시작 단계부터 미리 미래의 과정을 모조리 고려해 정밀히 설계하듯 자신의 경지를 쌓아가는 이유였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할 수 있어. 충분히.’
“어쨌든, 그만 낯짝 치우지. 네놈의 얼굴 따위 더 보고 싶지 않으니까.”
“흐음. 서운하네. 그래도 걱정되어서 도와주러 와준 건데.”
셰라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빈말이 아니라, 지금 셰라드는 마수들이 크리스티앙에게 몰려드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셰라드의 기세에 눌린 마수들이 저 멀리서 힐끗힐끗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나름대로 도움을 받은 셈이지만, 전혀 고맙지는 않았다.
‘날 죽여야 하는데, 마수들에게 내가 망가질까 염려되어 도와준 거겠지.’
끔찍한 놈이었다.
“역겨우니 꺼져.”
“큭큭. 그래, 그래. 이만 가볼게.”
등을 돌린 셰라드가 힐끗 시선을 주었다.
“조금 더 열심히 해보라고. 이대로라면, 내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
파앗!
핏방울과 함께 셰라드의 몸이 사라졌고, 셰라드의 빈자리에 마수들이 으르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눈빛을 낮게 가라앉히며 마수들을 바라보았다.
‘셰라드의 말처럼 이대로는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