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2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28화
오늘은 뮤직박스의 엠스테이지가 방송하는 날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음악 방송이 없는 날이었다.
게다가 어제도 음악 방송이 원래 없는 날이라 이틀간은 새벽에 일어날 필요 없이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덕분에 컨디션은 음악 방송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좋았다.
사실 이틀 내내 쉬기만 한 것은 아니고 또 따로 회사에서 준비하는 게 있기는 했지만…….
뭐가 됐든 일의 강도 자체는 음악 방송보다야 훨씬 낫다는 게 나를 비롯한 멤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오늘 우리가 출연하게 된 라디오 방송은 ‘한지희의 한가한 밤’이었다.
픽하트 멘토였던 로제타의 한지희가 DJ로 있고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동안 방송이 진행된다.
그리고 보이는 라디오로 위튜브와 라디오 전용 앱에서 현장 모습이 실시간 생중계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일찌감치 도착해 작가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해요.”
그리고 우리처럼 편안한 차림을 한 한지희에게도 미리 준비해 온 앨범을 바치며 인사했다.
“이렇게 보니까 회사 후배 볼 때랑은 느낌이 또 다르네. 데뷔 축하해요.”
오랜만에 본 한지희는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방송 시작을 얼마 앞두고, 고요한 공기가 모여 있는 라디오 부스로 들어간 우리는 스태프가 안내해 주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
“말하다가 갑자기 목소리 갈라지면 어떡하지.”
라디오라는 낯선 것을 앞두고 긴장되는지 물을 5초에 한 번씩 마시던 견성하가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그러면 안 어색하게 내가 바로 웃어줄게. 그리고 물 그만 마셔.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어지면 어쩌려고.”
9시 58분. 스태프의 손짓에 따라 우리는 각자 앞에 놓여 있던 헤드셋을 꼈다.
그때쯤 화면에는 우리 모습이 나가고 있었다.
방송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대본을 확인하고 우리 모습이 나가기 시작해 조금 전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을 앞에 설치된 모니터로 확인했다.
– 꺄아ㅏ아아ㅏ아아아아ㅏ아ㅏ
– 성하랑 라온깅 무슨얘기해ㅠㅠ
– 실시간방송 저만 끊기나요ㅜㅜㅜㅜㅜㅜ
– ㅇㄴ렉 진짜 너무 심하다ㅔㅣ
광고가 끝나고 한가한 밤의 로고 송이 흘러나온 뒤, 한지희의 오프닝 멘트로 방송이 시작됐다.
“……오늘 한지희의 한가한 밤은 앨범 ‘Free Winter’로 데뷔해 추운 겨울을 청량하게 미화시키고 있는 다섯 소년 오르카와 함께합니다.”
* * *
‘한지희의 한가한 밤’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위튜브 실시간 채팅은 한지희의 팬과 오르카 팬들로 북적거렸다.
그 사이에 외국어 채팅도 드문드문 보였다.
– 지희님 우리 애들 잘 부탁드립니다!!!!!!!
– 다들 잘 생기셨네요!
– 온라온 진짜 너무 장난아니게 귀여워서 보쌈 하고싶다
– cuteee
– 이제 좀 덜끊기네요
“단체 인사부터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네. 인사드리겠습니다.”
“On and on, ORCA!” 하는 단체 인사말이 딱 듣기 좋은 소리로 울렸다.
한지희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다섯 분이 모두 와주셨어요. 저는 오르카 여러분이 너무 멋있고 실력 있는 후배분들이라는 걸 알지만, 아무래도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니까 오르카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청취자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팀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팀 소개는 이렇게라도 안 시키면 안 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서문결에게 돌아갔다.
“오르카는 바다처럼 험난한 연예계, 가요계라는 곳에서 강인한 범고래 같은 존재가 되라는 의미를 가진 팀입니다. 조금 전에 인사드렸던 ‘On and on’이라는 말처럼 멈추지 않고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는 팀이 되려고 합니다.”
“뜻이 좋네요. 그런데 팀명이 처음부터 오르카로 정해진 건 아니었다면서요. 다른 후보가 몇 가지 더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좀 저희한테 살짝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은…….”
이윽고 멤버들에 의해 그동안 회사의 체면을 위해 쉬쉬해왔던 팀 이름 후보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전파를 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크라켄, 지오스, 그리고 오르카.. 편ㅡ안
– 씨펄(sea pearl)..
– 회사에서 지어준 다른 이름들 듣고 애들 얼마나 무서웠을까ㅋㅋㅋㅋㅋㅋ
팀 이름이 해괴한 것이 될 뻔한 위기 속에서 멤버들이 느낀 게 많았던 통에 각자 실감 나게 이야기를 풀어놓느라 시작부터 시끌벅적했다.
“사실 제가 오르카가 굉장히 유쾌한 팀이라는 말은 미리 전해 들었거든요. 제가 오늘 이분들 텐션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되네요.”
한지희가 웃음기가 덜 가신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오르카는 이제 데뷔한 지 거의 일주일째잖아요.”
“네. 저번 주 목요일에 데뷔했습니다. 수능 날에요.”
“파릇파릇한 신인이네요. 막 데뷔해서 몸은 너무 힘들어도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예요. 어때요? 데뷔하니까.”
멤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너무 좋다는 투의 말을 했다.
“그런데 수능이라고 하니까, 오르카에는 수능 만점이라는 그야말로 역대급 이력을 가진 분이 계시잖아요.”
“접니다.”
“그럼 만인의 엄친아 요한 씨부터 카메라 보면서 개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하하. 안녕하세요. 오르카의 여우 같은 사슴, 사슴 같은 여우 요한입니다. 반갑습니다.”
“왜 여우고 사슴인지 저도 알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오르카 리더 지우입니다. 비록 제가 요한 씨처럼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노래를 좀 부르고 요리도 좀 합니다.”
“좀이라니요. 지우 씨가 노래를 그냥 좀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 아마 좀 한다는 요리도 굉장히 잘할 것 같아요.”
“맞아요. 잘해요.”
온라온이 거들었다.
다른 멤버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멤버들은 지우 씨가 해준 밥 먹어본 적 있어요?”
“많죠.”
“지우 형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있어요. 진짜 돈 받고 팔아도 될 만큼 맛있습니다.”
“활동 시작하기 전에는 많이 해줬는데 이제 바빠지면서…….”
강지우 표 밥을 못 먹는 것을 슬퍼하는 온라온의 표정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아, 안녕하세요. 성하입니다. 저희가 오늘이 첫 라디오인데… 열심히 하다 가겠습니다.”
“긴장 안 하셔도 돼요. 편안하게 있다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에서 다정함과 설렘과 평온함을 맡고 있는 목석같은 남자 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왜 설렌다는지 알 것 같아요. 결 씨 목소리 너무 좋다고 지금 다들 난리가 났거든요.”
“감사합니다.”
“우리 결 오빠 말 많이 시켜주세요… 같은 부탁을 청취자분들이 많이 하고 계시는데, 제가 오늘 까마득한 선배로서 결 씨한테 열심히 말을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라온 씨.”
“네에,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귀염둥이 사랑둥이 온랑둥이 오르카 막내 라온입니다.”
“지금 온몸으로 자기가 막내다! 라고 어필하고 계시네요.”
물론 멤버들이 제각각 오글거리는 멘트를 처음부터 머뭇거림 하나 없이 할 줄 알았던 것은 아니고, 다 주열음 이사의 교육 때문이었다.
멤버들은 지옥 훈련 끝에 아이돌로서의 자아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자기소개를 마친 다음으로는 앨범과 곡 소개가 쭉 이어졌다.
“이쯤에서 문자 한번 읽어볼게요. 결 씨가 한번 읽어주세요.”
서문결이 몸을 조금 앞으로 빼서 모니터에 떠 있는 문자를 읽었다.
“#9506님. 마트를 다녀오는데 우연히 아이돌 미니 팬 미팅을 하는 걸 봤어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누군지도 모르고 한참 구경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르카더라고요. 살면서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그날 보고 들고 있던 귤도 떨어뜨릴 만큼 반해서 앨범도 샀어요. 멤버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라디오에 나오길 바랐는데 이렇게 한밤에 나와줘서 고마워요.”
긴 문자를 호흡을 끊지 않고 한 번에 쭉 읽은 서문결이 다시 카메라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이분 알 것 같아요.”
“저도요. 이분 누군지 알겠어요.”
“아, 정말요?”
온라온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굴이나 성함을 아는 건 아니지만, 얼마 안 된 일이기도 하고. 그때 귤 여러 개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게 인상적이어서…….”
서문결의 말이 끝나자 반요한이 미니 팬 미팅 당시 상황을 듣기 좋게 구성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한지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네. 기억 못 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기는 하네요.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분은 그 타이밍이 놀라울 만큼 완벽했던 것 같아요.”
그건 그렇다. 멤버들이 사연자에게 감사하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선물을 드려야겠죠. 여기 룰렛 한번 돌려주세요. 어느 분이 돌리실래요?”
“이런 건 아무래도 금손인 요한이 형이.”
그리고 룰렛을 돌린 반요한은 단번에 가장 좋은 상품인 백화점 상품권을 뽑아 멤버들과 집에 있던 사연자의 환호성을 샀다.
“그럼 오르카 분들이 오늘 ‘해방’ 홍보를 위해 이 자리에 나오신 거니까 이쯤에서 한번 틀어드릴까 하는데……. 한가한 밤에서 준비한 퀴즈를 여러분이 맞히셔야 ‘해방’ 노래를 저희가 틀어드릴 수 있습니다.”
“틀리면 진짜 안 틀어주시나요?”
“네. 진짜 안 틀어드립니다.”
단호한 한지희의 말에 멤버들이 긴장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노래 한 번 못 틀어보고 가는 건 좀 억울하기도 했다.
“라온 씨는 생년월일이 언제죠?”
이건 쉽다.
그냥 맞히라고 주는 문제인가, 하면서도 멤버들은 착실히 정답을 외쳤다.
“00년 1월 30일이요!”
맞혔으니 얼른 노래 틀어달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들을 한지희가 가볍게 웃어넘겼다.
“네. 라온 씨는 2000년 1월 30일에 태어났죠. 그럼 진짜 문제 나갑니다.”
“아아아…….”
“라온 씨는 무슨 띠일까요? 참고로 본인은 정답을 맞혀선 안 됩니다. 두 손으로 자기 입 막고 계셔주세요.”
온라온이 한지희의 말대로 입을 막고 있는 동안, 의견이 갈렸다.
용띠, 그리고 토끼띠로.
서문결과 견성하는 용띠라고 했고, 강지우와 반요한은 토끼띠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99년생 토끼띠인데. 라온이는 용띠죠.”
그리고 한 살 차이인 동생이 용띠라서 잘 안다며 자기가 맞는다고 주장하던 견성하는.
“긴말 안 하겠습니다. 제가 틀렸으면 결이랑 성하, 두 사람한테 일주일 동안 형이라고 부를게요.”
반요한이 가볍게 한 말에 태세를 전환했다.
“정답 토끼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