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5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50화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다시금 상황극이 시작되었다.
“때는 모 대학 축제.”
여차여차하다 보니 즉석 미팅 부스에서 두 무리가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는 온라온의 상황 설명이 차분히 이어졌다.
거칠 것 없이 직설적인 설정에 좌중이 경악했다.
10년 전이라면 또 모를까, 2018년에는 용인되기 어려운 파격 설정이었다.
“여러분은 지금 설렙니다. 어쩐지 저 칸막이 너머에 첫눈에 반하고도 남을 잘생긴 사람들이 한가득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안타깝게도 관심을 뺏길까 두려워 쪼잔한 형들이 두고 간 가장 잘생긴 막내는 저 자리에 없지만요. 그래도 여러분은 일단 가슴이 뜁니다.”
천년의 사랑도 식게 할 것처럼 무미건조한 데다가, 혼자만 빠진 것에 대한 앙심까지 품어 약간의 한기마저 느껴지는 온라온의 나레이션만 아니었다면 팬들의 가슴도 안 좋은 의미로 콩닥콩닥 뛰었을지도 모른다.
– 아, 쪼잔함까지 나왔습니다.
– 라온 씨가 정말 형들을, 다른 멤버 분들을 따라가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MC석에서 상황극을 지켜보던 한기준과 유하나가 재미를 더하기 위해 차례로 말을 얹었다.
물론 온라온이 진심으로 그 문제에 서운함을 느낀 것은 아니고 상황극 밖에서라도 제 나름의 역할을 구축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마침내 사이를 가로막던 가림막을 치우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 5초 전. 떨리는 순간입니다. 3초 전… 2초 전… 1초 전…….”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지영서가 두 그룹 사이에서 가림막처럼 펼쳐 들고 있던 담요를 떨어뜨리고 후다닥 그사이를 빠져나갔다.
“…….”
“…….”
미팅 당사자인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각자 앞에 있던 상대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자마자 얼굴 근육을 활용하여 나름의 설렘을 한껏 연기하던 양측 멤버들의 낯이 찰나에 싸늘히 식어내렸다.
특히 한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차갑게 서로를 노려보는 견성하와 현은재의 눈빛이 압권이었다.
불량배들도 길에서 저러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 쫄아서 다른 길로 돌아갈 것이다.
– 뭐죠? 갑자기 원수라도 본 것처럼 정색을 하는데요?
– 정색했어요. 정색했어요 지금!
– 상대방 중 좀 기대 이하의 외모를 가진 사람이 있던 걸까요?
– 아하하…. 설마요.
– 아니면 상대방 중에 전 애인이 있다든가 할 수도 있겠네요. 내 전 여자친구가 미팅을 하러 나온 걸 눈앞에서 보면 확실히 기분이 좀 그렇겠어요.
– 아하하하하……. 일단 계속 보시죠.
선이 아슬아슬한 한기준의 멘트를 받으며 유하나가 진땀을 뺐다.
지켜보던 에어리와 체리스틴 팬들만 저 새끼 뭐냐며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 앞서 상황극을 펼쳤던 다른 그룹들의 팬들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그에 힘입어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저 짜증 나는 MC 쓰지 말라는 항의 글이 난무하게 된다.
온라온은 평온하게 나레이션을 이어갔다.
“사실 로미오 몬터규와 줄리엣 캐풀렛이 미팅을 한다 해도, 이 사람들은 미팅을 하면 안 됩니다.”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그 와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읊조리는 발음이 쓸데없이 좋았다.
우수에 찬 눈빛 역시 때때로 그랬듯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아련해서 일부는 잠시나마 예능이 아니라 연극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이렇게 미팅 현장에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생의 흑역사가 될 이들은 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그때, 못 볼 걸 봤다는 듯 슬아가 잔뜩 찌푸린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녀 앞에서는 강지우가 크게 좌절한 사람처럼 두 손에 작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여기서 아예대 실용음악과 16학번 강지우 씨 속마음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옆으로 슬쩍 빠져 있던 지영서가 몸을 낮추고 팔을 뻗어 마이크를 강지우의 입 가까이 가져다 댔다.
“누나가 왜 여기 있어……?”
음울한 목소리로 흘러나온 ‘누나’라는 단어에 흥미진진하게 상황극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크게 술렁였다.
이건 설마…….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설마 했는데 집에서 질리게 보던 내 혈육이 미팅 상대로 나와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 최악이죠.
이번만큼은 아무도 한기준의 막말에 반감을 갖지 않았다.
최악이 맞았다.
만약 평소에 남매 사이가 나쁘지 않았더라도 이건 무조건 최악이었다.
남매가 있는 이들이 자기를 저 상황에 대입하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인상을 확 찌푸리는 모습을 몇몇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바로 그때, 가장 아무렇지 않은 듯 연하게 웃으며 서로를 응시하던 반요한과 비나가 마이크를 쥐더니 대화를 시작했다.
“와, 집에서 맨날 코나 파더니 여친 사귀겠다고 나온 것 좀 봐.”
비나가 선빵을 쳤다.
물론 이러한 모욕은 사전에 합의된 일이었기에 반요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대응에 나섰다.
“코 파는 게 더럽냐? 안 씻는 게 더 더럽지.”
– 잠시만요, 잠시만요. 이게 지금 무슨…….
“그 얘길 네가 하면 안 되지. 너 여름방학 때 일주일 내내 똑같은 옷 입고 거실에서 게임 하던 거 내가 아직도 기억한다. 집 갈 때마다 입고 있는 옷은 똑같은데 머리는 떡이 돼서…. 으휴…….”
“옷 하니까 생각났는데 그거 큰누나 옷 아니야? 며칠 전에 이거 어떠냐고 나한테 톡으로 물어본 옷 같은데. 누나, 큰누나 허락 안 받았지? 몰래 입고 나온 거지? 큰누나한테 다 말할 거야. 작은누난 이제 죽었어.”
– 여러분 이게 지금 서로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디스전이 아니거든요. 상황극이에요, 상황극.
이제 와서 한기준의 말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유하나 역시 “그래도 아이돌이신데…….” 하며 소극적으로 말려봤지만, 두 사람의 싸움은 절정에 치닫고 있었다.
“누난 맨날 나 때리잖아! 누나가 고등학생 때 나 때려서 생긴 흉터가 아직도 있어!”
“뻥 치지 마! 그리고 내가 그때 너 때린 건 네가 나 성적 나쁘다고 뒤에서 욕하고 다녀서 그렇잖아! 지는 뭐 얼마나 잘났다고!”
이제 유하나는 그냥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잘난 걸 어떡하라고?”
“잘나봤자 스물두 살 먹고 순결…….”
실시간으로 적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한 비나의 일격에 가만히 앉아 있던 강지우와 슬아가 격하게 기침을 했다.
“누나 미쳤어?!”
“먼저 미친 건 너야!”
두 사람 다 실제로 누나와 남동생이 있어서 그런가, 연기력이 필요 이상으로 좋았다.
– 아니, 저기 다들 진정 좀 하시고.
그때, 묵묵히 앞만 보던 서문결과 이다인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크고 비율도 좋은 두 사람이 우뚝 솟으니 반요한과 비나의 치열한 말싸움을 숨 꺽꺽 넘어가라 웃으며 관전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둘에게 모였다.
“…….”
“…….”
시끄럽게 목소리를 높이던 반요한과 비나와는 달리, 서문결과 이다인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미련 없이 서로에게서 등을 돌리고 뚜벅뚜벅 멀어졌을 뿐이다.
“만약 미팅 자리에서 혈육을 마주친다면 저렇게 싸우는 게 아니라 이렇게 결이 형이랑 다인 누나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나는 저 사람을 봤지만 못 본 것처럼! 침착하게 자리를 벗어나 각자 갈 길을 가시면 되겠습니다.”
온라온이 “이상입니다!” 하고 상황을 명쾌하게 종결 지을 때까지도 서문결과 이다인은 보폭 넓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훌쩍훌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두 분 어디까지 가시나요? 이봐요. 끝났어요. 돌아오세요. 저기요! 헤이 거기 거기 미스터! 다인 누나!”
그 와중에 자존심 강한 두 천재, 견성하와 현은재는 얼떨결에 시작한 눈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먼저 눈을 피하거나 감으면 지는 거였다.
“피디님, 이거 연출된 상황극이라고 자막 좀 꼭 크게, 새빨간 궁서체로 넣어주세요.”
익숙한 개판을 보며 마침내 정신을 차린 오르카 리더 강지우가 카메라 앞에서 두 손 꼭 모아 부탁했다.
“꼭 부탁드려요.”
체리스틴 리더 슬아도 합세했다.
“연출만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군가 착잡하게 중얼거렸다.
* * *
– 첫 출연에 아예대 전설로 남은 아이돌.wtb (순결드립, 남매미팅)
– 체린이들 비글인 건 알았는데 오르카는 뭐임ㅋㅋㅋㅋㅋㅋㅋ 걍 도른자들ㅋㅋㅋㅋㅋㅋ
– (캡처) 반요한 누나분 snsㅋㅋㅋㅋㅋㅋㅋ 쪽팔리니까 어디 가서 아는 척하지도 말고 집 들어오지도 말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니 술게임 하면 작정하고 모는 거 아니면 한번을 안 져서 남들 술쭉쭉 멕이고 자기는 지 마시고 싶을 때만 마시다가 하이해져서 행복하게 집갔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요한이 중간고사 끝나고 친구들이랑 클럽 갔는데 넘 시끄러워서 별로라고 다신 안 올 것 같다고 했대ㅠㅠㅠ
┗ 하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
– 반가을고모님ㅋㅋㅋㅋ 저 미친 끼를 가진 애가 공부만 하는 거 보면서 얼마나 아까웠을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왜 아무도 은재랑 성하 얘기는 안 함ㅋㅋㅋㅋㅋ 눈싸움 결국 누가 이겼는지 말해줰ㅋㅋㅋㅋㅋㅋㅋㅋ
┗ 성하님이 이겼대욬ㅋㅋㅋㅋ 은재가 라방에서 말해줌ㅋㅋㅋ
– 그쯤이면 성하님이 감으실 줄 알았는데 안 봐줬다고 은재 삐짐ㅋㅋㅋㅋㅋㅋㅋㅋ
– ㅈㄴ 다인이랑 서문결이랑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어나서 그 시그니처같은 싸ㅡ한데 팬들 눈에는 좀 띨..해보이는 무표정으로 정반대 방향으로 척척 멀어지는 거 나만 웃김???
– 아니진짜 어디까지 가는거얔ㅋㅋㅋㅋ
┗ 자막ㅋㅋㅋㅋㅋㅋ 혈육이랑 미팅하느니 걸어서 지구 끝까지ㅋㅋㅋㅋㅋ
┗ 둘 다 가만히 굳어있다가 맨탈 나간 사람처럼 스르르 일어나는 거 ㄹㅇ 킬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옆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꿋꿋하게 나레이션 넣는 온라온이 제일 도른 것 같음 원스어폰어타임.. 그냥 레전드
┗ ㄹㅇ온라온이 나레이션으로 빠졌길래 이정도지 미팅라인업에 있었으면 난리났다
– 체리스틴&오르카 찐남매캐미 응원합니다 저날 처음 인사하고 처음 얘기해봤다는데 찐텐 미쳤늠ㅋㅋㅋㅋㅋㅋ
– 다 재밌었는데 한기준 너무 무례함 즐겁게 보다가 한기준 목소리 들릴 때마다 팍식음
– 그래서 이분들 대체 왜 이런거에 이렇게까지 진심인건데요
* * *
“예능은 웃겨야 예능이지.”
아이돌 ‘예능’ 대전의 본분에 충실한 것에 만족한 온라온이 1차 예선 준비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뿌듯해했다.
그 모습을 보며 곽상현이 위장약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