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9화
반요한은 자신이 오르카의 멤버가 된 현재 모습을 예상은커녕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작년, 평범한 20대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연애도 안 했고.’
애초에 할 생각이 없기는 했지만, 단순히 내가 하기 싫은 것과 외부 요인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의 차이는 꽤 커서, 반요한은 그 생각에 이르자 조금 짜증이 났다.
반요한의 타고난 청개구리 혹은 반골 기질은 집안에서도 알아주는 편이었다.
사회에서는 안 하면 바보 취급까지 당하는 연애가 아이돌에게는 어쩌면 범죄들보다 심각한 결격 사유로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었다.
어느 쪽이 옳다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이상하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래 보였다.
‘남이 연애를 하든 말든 그냥 알아서 살게 내버려 두라고…….’
어떻게 보면 단순히 웃어넘길 수 있는, 조금 곤란하게 보일 뿐인 질문에 이렇게까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그들이 약간의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낸 환상과도 같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번 잡히면 깨지기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이미지였다. 연예계 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때로는 이미지가 개인을 집어 삼켜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모범적이고 선한 이미지가 잡히면 대중의 호감을 얻기 쉬워지지만 그만큼 본인이 이미지를 유지하느라 피곤해지기 쉽고 어쩌다 한 번 책잡힐 만한 일이 생기면 그 역풍이 훨씬 거세다.
그렇게 이리저리 재고 따지던 반요한이 이내 결정을 내렸다.
“입학하고 나서 3월에 한 번 동기들이랑 나가봤죠.”
가볍게 웃은 반요한이 보인 것은 진지하게 생각해 침착히 대처했다기보다는 아예 대수롭지 않아 하는 태도였다.
“사실 미팅이라고는 해도 진지하게 내가 여기서 여자친구를 만나겠다, 남자친구를 만나겠다, 하고 나가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친한 친구 여러 명이서 하루 날 잡고 술 마시러 놀러 나가는 건데. 선배들이 그런 건 새내기 때 한 번쯤 해봐야 재밌다고 하셔서.”
“아, 그래요? 그럼 뭐 애프터 같은 건 따로 안 나가봤다?”
“네.”
“거기서 사귄 여자친구도 없고?”
“그렇죠.”
아예 대놓고 물어본 한기준은 내심 실망했다. 돌발적으로 질문을 받아도 크게 당황하지 않길래 뭔가 있나 했는데, 반응이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했다.
답한 내용 자체는 어떻게 해 보면 자극적으로 뽑아낼 건덕지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다 듣고 나니 곱게 자란 도련님처럼 단정한 분위기 덕분인지 자라면서 엇나간 적 한번 없는 엄마 친구 아들 모범생이 고생 끝에 대학 와서 남들처럼 한 번 놀아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왜 한 번만 나갔죠?”
“제가 일단 뭐든 한 번씩은 직접 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런데 이런 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60만 수험생들의 롤모델이시잖아요. 그럼 클럽이나 뭐 헌팅 포차 이런 데도 가 봤습니까? 사실 그렇게 막 놀러 다니는 게 대학 생활의 정수잖아요.”
언제부터 클럽이 대학 생활의 정수가 되었는가.
한기준은 반요한을 아이돌로서 암묵적으로 금지된 일탈 행위들을 일반인 시절 다 해보고 온 이미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는 이유라면,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 클럽은 한 번 가봤습니다.”
그 태연한 답변을 들은 일부 사람들이 남몰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클럽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드는 불건전한 느낌 때문에 클럽에 갔다는 것만으로도 심한 거부감이나 안 좋은 선입견을 품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니 아이돌로서는, 그것도 갓 데뷔한 신인 아이돌로서는 굳이 갔다고 말해서 좋을 게 하나 없는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을 하기 위해 연습생 생활을 하던 경우가 아니라 갑자기 아이돌로 진로를 튼 경우라,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이런 질문에 대한 감은 좀 부족한가 보다.
자리에 있던 일부 사람들이 이제까지의 대화를 듣고는 생각했다. 일명 돌알못 모먼트였다.
그리고 그때, 반요한이 엇갈려 모은 두 손을 가슴 위에 올린 채 한마디를 덧붙였다.
“에어리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제 몸은 아직 순결합니다.”
“!”
이제까지 있던 모든 대화 내용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폭탄과도 같은 발언의 의미를 깨달은 좌중이 이내 숨 막히도록 폭소하며 뒤집어졌다.
순결합니다… 순결합니다… 순결합니다…….
다섯 글자짜리 말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하염없이 메아리쳤다.
팬들 사이에서나 떠돌던 ‘반엘또’라는 별명을 공중파 자막으로 진출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뻔한 노림수에 순순히 당해주지 않는 친구의 성미를 알아 약간 긴장해서 반요한을 지켜보던 강지우가 많은 걸 내려놓은 듯한 실소와 함께 제 검지를 관자놀이 근처에 대고 빙빙 돌렸다.
앙다문 입술을 양 끝으로 길게 늘이고 눈은 땡그랗게 뜬 강지우의 기막혀하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이는 방송 이후 아예대 레전드 썰의 레전드 움짤 중 하나로 인터넷에 널리 퍼지게 된다.
동생 라인의 극도로 경멸하는 듯한 표정은 덤이었다.
“아니, 이 사람 지금 신성한 아이돌 예능 대전에서 뭘 하는…….”
반요한은 눈에 띄게 당황한 한기준을 향해 태연히 두 손을 펼쳐 보이며 ‘뭐 어떤가. 당신이 먼저 이런 걸 바라고 나한테 물어본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앞으로도 수능 만점자라는 타이틀 하나에 갇혀 있을 생각이 없는 반요한이 선택한 것은 선은 지키면서도 재미없이 사는 것은 아닌 이미지였다.
죄는 아니나 잘못 물꼬가 터지면 일종의 허물이 될 수 있는 과거사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강렬한 한 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한기준의 저질스러운 문답에 참여한 목적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아이돌치고 발언 수위가 셌지만, 이 또한 수능 만점자라는 타이틀이 훌륭하게 상쇄시켜 줄 것이다. 연예계에 다시 없을, 전무후무할 캐릭터였다.
“이 친구 멀쩡하게 생겨서…….”
“미쳤죠.”
그러고 나서도 뭔가 더 말하려는 반요한에게서 마이크를 압수한 강지우가 여전히 말을 잇지 못하는 한기준 대신 말을 맺어주었다.
“예. 미쳤네요. 그런데 보통 이러면 그룹에서 저 한 사람만 미쳐 있지 않거든요.”
그래도 경력이 있다고 비교적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한기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언제 격한 반응을 보였냐는 듯 익숙한 태도로 반요한을 매도하는 다른 멤버들을 향했다.
“예?”
“오르카가 데뷔한 지 얼마나 됐죠?”
“저희 이제 2년 차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데뷔를 언제 했냐고.”
왜 반말이야? 반요한이 허튼짓 더 못 하게 그의 팔을 꽉 붙잡고 있던 온라온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제 두 달 좀 안 됐습니다. 데뷔를 작년 11월에 해서요.”
“이봐요. 본인이 생각해도 2년 차랑 2개월 차는 좀 차이가 크지 않습니까?”
“사실인걸요.”
강지우가 예의 바르게 웃었다.
“이거 보세요. 지금 2달째인데 이런다고. 이제 보니까 오르카 아주, 주의해야 해야 할 위험한 팀이야…….”
한기준이 슬슬 진행해 달라는 스태프의 사인을 받고 나서야 가까스로 상황이 정리됐다.
“오래 기다리셨는데요. 그럼 오르카와 체리스틴이 과연 어떤 미팅을 준비했을지 지금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끼어들기 애매한 상황에 사태를 관망하던 유하나가 재빨리 선언했다.
“저, 마이크 좀 하나만 빌려주시겠어요.”
온라온이 상황극 대형을 잡는 멤버들 틈을 빠져나와 요청했다.
“아니, 라온 씨는 참여 안 하세요?”
스태프로부터 마이크 하나를 받아와 다른 멤버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는 온라온을 향해 한기준이 물었다.
“네. 제가 아무래도 미성년자니까, 어른들 미팅에는 끼지 말라는 형 누나들 말씀이 있어서.”
온라온이 나이 때문에 혼자만 소외된 것이 약간 서운하기라도 한 것처럼 뚱하니 말하자 관중석에서 에어리들의 환호성이 격하게 터져 나왔다.
온라온은 대체 어디가 환호할 포인트인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고 고민했다.
‘이 거지 같은 미팅에서 나라도 빠져나와서 다행이라는 건가?’
그 시각 에어리 한 명은 스마트폰만 꺼내면 제가 뭔 사건의 용의자라도 된 것처럼 노려보는 방송국 스태프의 눈길을 피해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고 있었다.
– 아 흑발막냉이 진짜 개귀여움 혼자 빠져서 시무룩한 온랑둥 보는 형누나들 표정=평소에 애들 보는 내표정 아니냐구ㅜㅜㅜㅜ 평생 막내길만 걷자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마이크 하나가 온라온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
한기준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라온 씨는 상황극에 참여도 안 하면서 마이크는 왜 필요한 거예요?”
“저도 오르카니까요. 나레이션 하겠습니다.”
내가 비록 상황극에서는 빠지지만, 뭐라도 한 자리 차지하고 말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온라온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못마땅한 듯 뚱한 표정이 패시브 스킬인 한기준이 자기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가 헛기침을 했다.
“자, 그럼 진짜 오르카와 체리스틴의 ‘미팅’ 상황극 보겠습니다.”
온라온을 제외한 멤버 네 명과 지영서를 제외한 체리스틴의 멤버 네 명은 각각 일렬로 서 서로를 마주 보는 것처럼 섰다.
그리고 지영서는 가운데에서 얇은 담요를 가림막처럼 쫙 펼쳐 들고 연극에서 무생물 배역을 받은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긴장된 순간.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온라온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잠자리 머리맡에서 동화를 읽어주는 것처럼 조곤조곤하고 유창한 영어였다.
그를 미처 예상치 못한 오르카와 체리스틴 멤버들이 준비 자세에서 그대로 허물어졌다.
대비가 안 되어 있던 다른 아이돌들이나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진짜 남녀가 교제를 목적으로 만나는 미팅을 하겠냐며 에어리를 비롯한 다른 팬들이 팽팽히 긴장한 상태에서 훅 들어온 매끄러운 외국어와, 다들 왜 그러시냐는 듯 연극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 온라온의 표정이 맞물려 숨 가쁜 웃음기가 장내를 한차례 휩쓸었다.
나름 상황에 몰입해 있던 오르카 멤버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며 뒤늦게 온라온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체리스틴 멤버들은 남의 그룹 막내의 돌발 행동에 자리에 주저앉거나 서로를 치며 웃느라 바빴다.
“그거 아니잖아! 영어가 왜 나와! 여기 한국방송이야, 바보야!”
가장 열심히 씩씩대는 견성하가 뭐라고 하는지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출연진이 워낙 많아 한 명 한 명 마이크를 지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상황극을 위해 오르카와 체리스틴에게 지급된 핸드 마이크 두 개는 모두 각 그룹의 리더가 들고 있었다.
하지만 전광판에 훤히 비친 견성하의 표정을 보면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