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8화
그 시각, 리더 슬아에게 촬영에 대한 사항을 전달받은 걸그룹 체리스틴도 오르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르카?”
“아까 인사 왔던 분들?”
아까 오르카는 강지우와 매니저의 인솔하에 출연 가수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돌았다.
아이돌 예능 대전에 참여하는 연예인 중 그들이 가장 데뷔 시기가 늦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온라온의 실물을 접한 사람들은 오르카가 인사를 다녀간 뒤에도 한동안 저들끼리 소문으로만 듣던 바로 그 잘생긴 애 얼굴 얘기만 하였다. 매력적인 사람이 널리고 널린 연예계에서도 과연 독보적이었다.
체리스틴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진짜 잘생기셨던데.”
“어리고 풋풋하고 귀엽고.”
“나 진짜 뻥 안 치고 온라온? 그분보다 잘생긴 사람 태어나서 본 적 없어.”
“와, 이거 봐봐, 은재가 거기 리더분보다 나이 많아.”
포털 사이트에서 강지우의 프로필을 찾아 보여준 슬아의 말에 오르카의 맏형들보다 한 살 많은 체리스틴의 막내 현은재가 언니들 틈에서 괜히 입술을 비죽였다.
“그럼 거기 분들이 우리보다 다 동생인 거네.”
해가 지날수록 신인들의 나이대가 점점 내려가는 것을 보며 지나가는 세월을 실감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 붙여 놨다는 건 올해는 완전 그냥 엮겠다고 작정했단 거 아니야?”
“아아아, 벌써 피곤하다.”
시청자들이 이름이나 노래를 들으면 “아, 걔네?” 하고 알아들을 만큼의 대중성은 있으나 팬덤은 그리 크지 않은 걸그룹과, 마스크 괜찮고 화제성도 있으며 아직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은 루키 보이그룹은 방송국이 마음대로 써먹기 딱 좋은 조합이었다.
차라리 양쪽 다 인지도나 화제성이 못 써먹을 정도로 별로라면 굳이 해당 그룹들로 무언가를 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낄 테고, 한쪽이라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만큼의 위치를 확보했다면 무언가를 시킬 때 조금이라도 더 조심할 텐데.
안타깝게도 오르카와 체리스틴은 둘 다 아니었다. 적당히 쓸모 있으면서도 후환이 그다지 두렵지 않을 만큼 퍽 만만하다 이거다.
기실 오늘 출연진 중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했으나, 체리스틴과 오르카만큼 제작진 마음에 차는 조합은 몇 없었다.
이미 몇 년 동안 아이돌 예능 대전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체리스틴 멤버들은 그러한 현실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럴 때 뭔가 해프닝이 발생하면 남자 아이돌 쪽 팬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덤으로.
“이참에 나도 한번 연애나 해볼까.”
비나가 그러한 현실 파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돌 예능 대전이 깔아준 연애의 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지를 보였다.
핸드폰 게임을 하던 이다인이 나직히 대꾸했다.
“근데 나는 연하는 취향 아냐.”
“나도요.”
“나돈데. 연하는 남자로 안 보여.”
“사실 나도 그래.”
세 멤버들에 이어 처음 말을 꺼낸 비나까지 자신의 취향을 밝히며, 잠시 타오르나 싶었던 연애 의지는 감쪽같이 사그라들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체리스틴 멤버들의 눈에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평균연령 20.8세의 오르카는 너무 어렸다.
반대로 연하만 만나는 지영서는 몇 달 전부터 비밀리에 연애 중이었기에, 오르카는 오늘의 게임 파트너 체리스틴의 연애 상대 물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옆에서 발칙한 대화를 고스란히 듣고 있던 체리스틴의 매니저는 안도의 의미인지 쟤들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탄의 의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맞다. 촬영 전에 우리 조끼리 뭐 짜야 하는 거 있거든.”
제작진은 슬아에게 제시어를 하나 뽑게 한 뒤 그에 맞는 상황극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요구하는 것도 많았다.
“그래서 오르카 분들이 우리 대기실로 온다고 하셨어.”
“뭐? 언제?”
“20분 뒤에 오신다고 했으니까…… 지금쯤?”
타이밍 좋게도 ‘똑똑’ 하는 예의 바른 노크 소리와 그만큼 예의 바른, 들어가도 되겠냐며 묻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
체리스틴 멤버들이 표정과 옷매무시를 재빨리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VJ를 한 명 대동한 오르카 멤버들이 조심스럽게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 어서 오세요!”
잠시 두 그룹의 멤버들이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함께 온 곽상현과 체리스틴의 매니저도 공손히 인사를 나누었다.
“일단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시간은 많지 않은데 인사만 과하게 길어지자 슬아가 정리에 나서 그들은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저 혹시 제시어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강지우가 대표로 물었다.
“아, 저희도 아직 확인을 안 해봐서요. 같이 봐요.”
슬아가 아까 뽑아 온 편지 봉투에서 제시어가 적혀 있을 카드를 꺼냈다. VJ가 그 장면에 주목했다.
그리고 대망의 제시어는 바로!
[미팅]“…….”
“…….”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생각했다.
방송국 놈들 참 가지가지 한다.
* * *
아직 아침도 안 먹을 이른 시간, 아이돌 예능 대전 촬영이 시작됐다.
하의는 각자 알아서 편안한 복장을 입되 상의는 방송국 측에서 지급한 맨투맨을 맞춰 입은 아이돌들이 배에 그룹 이름과 활동명이 적힌 이름표를 차고 한쪽에 마련된 자리에 모여 앉아 있었다.
조별로 맨투맨 색이 달라 사람들은 누가 누구와 같은 편이 되었는지 한눈에 구별할 수 있었다.
오르카의 맨투맨은 상큼한 빨간색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체리스틴의 옷 색도 그와 같았다.
장외에는 응원봉과 슬로건 등으로 무장한 각 그룹의 팬들이 끼리끼리 모여 앉아 있었다.
온라온은 방송국 스태프들의 감시를 피해 슬쩍슬쩍 자신을 찍는 카메라들의 기척을 통해 자기 팬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에어리는 아직도 첫 쇼케이스 때 판매했던 임시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귀여운 구석이 있는 임시 응원봉이 보기에 안 예쁜 것은 아니었지만 화려하고 개성 있으며 위풍당당한 다른 그룹 응원봉들에 비해 약간 조촐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도 얼른 정식 응원봉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게.”
세상만사에 템빨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직도 저런 허접한 장비를 팬들한테 쥐여주고 있냐며 소곤거리는 온라온의 말을 들은 견성하가 고개를 끄덕여 동조했다.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출신 MC 한기준과 작년 말 해체한 유어스 출신 유하나가 마이크를 잡고 오늘 일정을 설명했다.
그를 요약하자면 오늘은 이 자리에 모인 36팀이 2팀씩 한 조를 이루어 예선을 치를 것이며 18조 중 본선에 진출하는 것은 4조, 즉 8팀뿐이라는 말이었다.
예선 1차전과 2차전의 규칙을 설명한 이후에는 아이돌들이 미리 준비했던 상황극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시간 관계상 모든 조를 보지는 못하고, 작가가 촬영 전 미리 보고 괜찮겠다 싶은 것을 추려내었다.
그리고 제시어가 하나하나 공개될수록 팬들의 분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싸늘해졌다.
오르카와 체리스틴이 받은 ‘미팅’에 뒤지지 않는 제시어들이 한가득했다.
원래도 팬들 보기에 좀 그랬던 아이돌 예능 대전은 올해 유독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었다.
도살장에 끌려오는 것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앞으로 불려 나온 아이돌들이 팬들 눈치를 보며 힘겹게 상황극을 이어나가는 것을 보다 보면 분량이고 뭐고 차라리 자기 아이돌은 이딴 건 안 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이 꼴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 없는데 도대체 누굴 위한 기획인가.
“네. 잘 봤습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조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기준의 말에 아직 이름을 불리지 않은 조들과 그들의 팬들이 바짝 긴장했다.
‘우리 애들만 아니게 해주세요.’
하지만 그렇게 기도하던 에어리는 한기준이 호명하기 한발 앞서 보고 말았다.
근처에 있던 스태프의 말을 듣고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제 새끼들의 모습을…….
“오르카와 체리스틴. 앞으로 나와주세요.”
유하나가 낭랑히 호명하자 오르카와 체리스틴의 팬들이 절망했다.
그 와중에 묘하게 설레 보이는 애들은 예뻐서 더 화가 났다.
‘……뭐? 설레 보인다고?’
자세히 보면 웃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묘한 미소가 어린 표정들이었다. 그것은 오르카뿐만 아니라 체리스틴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뭐 있었나?’
표정을 정돈하려 하지만, 속으로 어떤 꿍꿍이를 품은 것처럼 사뭇 의뭉스러운 낯들을 보며 에어리는 괜히 불안해했다.
그리고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온라온의 끝내주는 얼굴이 전광판에 한가득 담기자 장내에 일순 탄성이 흘렀다.
카메라 감독들이 부지런히 다른 아이돌들이 온라온의 미모에 감탄하는 리액션 컷을 땄다.
“받은 제시어 먼저 보여주시죠.”
한기준이 말했다.
슬아가 봉투에서 꺼내 보이는 카드를 카메라 한 대가 클로즈업했다.
문제의 ‘미팅’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왜 그들의 순서를 가장 마지막에 배치했는지 알 수 있는, 오늘 나온 제시어 중 가장 파격적인 주제 선정이었다.
한쪽에 설치된 거대한 전광판을 통해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기가 막힌 단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에어리들의 속이 뒤집어졌다.
‘아니, 지금 우리 애가! 아직 술도 못 마시는 앤데! 미팅은 뭔 얼어 죽을 미팅!’
큐 카드를 흘긋 본 한기준의 시선이 천생 아이돌인 것처럼 서 있지만 1년 전만 해도 일반대 신입생이었던 반요한을 향했다.
“이야… 또 대학 생활의 꽃이 미팅 아니겠습니까.”
현장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느낀 반요한이 단정한 미소를 지었다.
“요한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일반대를 다닌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그것도 대학 합격하고 제일 행복하고 여기저기 많이 놀러 다닐 신입생 신분이었죠?”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잘생겼으니까 동기들이나 과 선배들한테 인기도 많았을 거 아니에요.”
“하하…….”
반요한이 난처한 척 웃음을 흘렸다.
“지금은 아이돌이지만 그때는 연습생도 아니고 그냥 일반인이었잖아요.”
“네. 그렇죠.”
“솔직히, 대학 다니면서 미팅 얼마나 나가봤습니까?”
입을 열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반요한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대학 생활을 아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답의 내용 자체는 이미 정해졌다.
그러나 대답하면서 조금이라도 쑥스러운 척 내숭을 떠느냐, 그럼 뭐 어떠냐며 그냥 뻔뻔하게 나가느냐.
말하자면 태도나 뉘앙스의 문제다.
여기서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앞으로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 반요한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와 나아가 그를 포장할 이미지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