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7화
요리라니.
일단 묘하게 믿음이 안 가는 주안의 말이 사실이라고 치고.
이거, 이거…….
우리 편에 최종병기 강쥬부가 있는데, 시시한 얘기는 다 끝난 거 아닌가?
종목이 정말 요리이고 어디서 제2의 대장금이 튀어나오지 않는 한 다른 그룹들을 제치고 우승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다.
나는 일단 이 기쁜 소식을 아까 스타트런 세트를 보고 근심 걱정 많은 얼굴을 한 멤버들에게 알렸다.
“형, 형. 우리 이따 요리하나 봐.”
“진짜? 어디서 들었어?”
반색한 강지우가 물었다.
“주안 형이.”
“아아…….”
반응이 어쩐지 미적지근했다.
“너 주안 선배랑 친해?”
“어쩌다 보니?”
내가 먼저 접근한 건 아니고, 주로 상대 쪽에서 먼저 연락하는 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덧붙이자 곽상현이 말했다.
“주안 씨가 너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내가 뭐 한 일도 없는데 마음에 들긴. 그냥 전에 일 미안해서 그러시는 거, 는… 왠지 아닐 것 같기는 하지…….”
중간에 말을 바꾼 나는 끝을 흐렸다.
플루토 팬들 때문에 내가 넘어졌던 일을 주안이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사과까지 직접 하러 왔으니까.
하지만!
주안은 그 일을 지금까지 미안해할 만큼 사려 깊은 사람과 거리가 멀었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정말 아닌데…….’
어쩌다 주안이 이렇게 영 못 써먹을 이미지가 된 건지 모르겠다.
분명 픽하트 첫 촬영 때 제나나 묵혜성을 비롯한 멘토들과 다 같이 등장할 때만 해도,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고… 그야말로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근데 어차피 요리시킬 거면 저 밖에 있던 건 뭐야?”
반요한이 타당한 의문을 제기했다.
“잘 모르겠고 그냥 우리 겁주려고 가져다 놓은 거면 좋겠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실없는 말을 싫어하는 견성하가 강지우를 향해 톡 쏘아붙였다. 물론 따끔하지도 않은 수준의 타격감이었다.
그때, 두어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방송국 스태프가 대기실 문을 열었다.
노크 소리와 문이 열리는 것 사이에 간격이 아예 없었는데 저럴 거면 노크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오르카 리더나 리더 없으면 아무나 대표 한 분, 지금 잠시만 와주세요.”
“네.”
일이 매우 바빠 보이는 스태프에 강지우가 신속하고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같이 가도 됩니까? 애가 아직 신인이라 혼자 보내기는 마음이 안 놓여서…….”
“네. 별일도 아닌데 그러세요.”
스태프는 의외로 흔쾌히 매니저의 동행을 허락했다. 괜한 일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게 느껴졌다.
“얘들아,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있어라.”
“저희가 뭐 초등학생인가요.”
“결아, 부탁한다.”
“네.”
“형, 왜 내가 아니라 결이한테 그런 걸 부탁해요?”
몰라서 물어보냐?
반요한을 외면한 곽상현은 대답 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
대기실에 남아 있던 멤버들은 어쩐지 무너져 버린 곽상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얌전히 오목이나 두기로 했다.
“이거 영상 찍자.”
“그래, 찍자.”
위튜브에 올라갈 아이돌 예능 대전 비하인드 영상을 찍기 위해 내가 카메라를 적당한 위치에 설치하는 사이.
노트를 펼쳐 놓은 서문결이 볼펜으로 바둑판의 격자를 대신할 가로 선과 세로 선을 직직 그어주었다. 자도 없는데 선들이 참 곧고 반듯하고 균일했다.
“삼삼 가능?”
오목을 제안한 반요한이 연필을 손으로 빙빙 돌리며 물었다.
참고로 삼삼은 둘 이상의 연속된 삼을 만드는 수를 놓는 것이다. 놓는 순간 승리가 확정되는 수였다.
“안 돼. 삼삼 사사 다 금지야.”
예전에 지능 스탯을 올리기 위해 숙소에서 반요한을 붙잡고 오목을 여러 번 둬본 내가 한 말에 견성하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야, 그거 다 금지하면 오목을 무슨 재미로 둬.”
“안 두면 더 재미없을걸. 저 형 오목 귀신이야.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에 오목만 했나 봐.”
내가 저 여우 새끼 한 번만 제대로 이겨보자고, 인터넷으로 오목 규칙도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그랬다니까. 귀중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핸디캡 없이 같은 조건으로 붙어서 내가 이긴 적은 아직 없었다.
어쨌든 내가 말한 걸 다 금지한 다음 본격적으로 오목판이 벌어졌다.
형 라인과 동생 라인으로 팀을 나누었는데, 서문결이 생각보다 오목을 정말 못했다.
어느 정도로 못하냐면, 반요한이 교묘하게 짜둔 판이 서문결의 턴이 올 때마다 힘없는 그물처럼 신나게 어그러졌다. 평범하게 놓는 것도 아니고 자기편을 나서서 훼방 놓는 수준이었다.
서문결이야 반요한이 여기 놓는 게 좋다고 하면 얌전히 거기에 놓을 인물이니 두 사람이 나와 견성하처럼 한 수 한 수 놓을 때마다 이게 낫다 저게 낫다, 저기 두면 망한다, 네가 뭘 아냐, 지금 말 다 했냐…… 등등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으면 훨씬 나아질 텐데.
반요한은 딱히 그렇게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치 내 동생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듯한 태도였다. 아니면 그냥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쪽일지도 모르고.
“야아아, 한 번만 물러줘.”
내부의 적 서문결의 연속된 악수, 라기보다는 자기들까지 충돌하는 수로 결국 질 위기에 처한 반요한이 잉잉거렸다.
이 새끼 우리를 봐주면서 하던 주제에 자기가 질 것 같으니까 이 난리를 피웠다.
잘 어울려서 두 배로 짜증 나는 애교까지 섞이자 짙은 혐오와 경멸의 빛이 카메라 렌즈를 등진 견성하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내 표정도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절대 안 돼요.”
“맞아. 안 돼.”
아까 서문결이 이상한 데 둘 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이러는지 잘 모르겠고 무척 꼴 보기 싫었다…….
“내 힘으로는 안 된다 이거지. 결아, 너도 나 따라 해!”
“아니, 결이 형은 왜 끌어들여요?”
“왜 끌어들이냐니. 팀은 뭐다? 운명공동체다.”
“……오목 두는데 운명공동체까지 나올 일이야?”
반요한의 손에 이끌린 서문결이 우리를 등졌다.
“자, 주먹 살짝 쥐고…….”
반요한이 서문결에게 뭔가를 끊임없이 속삭이고 서문결은 때때로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뒤돈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날라리처럼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는 우리를 결연히 바라봤다.
반요한과 눈이 마주치고, 어디선가‘애교 발사!’ 같은 효과음이 들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얘드라~”
“한 번만 봐주면 안 돼? 응?”
“으응?”
애교가 뚝뚝 흘러넘치는 어조로 말한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앙증맞게 쥔 두 주먹을 모아 턱밑에 가져다 댄 모습에서 왠지 미어캣이 연상됐다.
나중에 자체 콘텐츠 영상 편집 담당하는 직원분한테 이 장면 뒤에 미어캣 사진 합성해 달라고 말해야지……가 아니라.
이게 뭐라고 저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형이 그렇게까지 말하다니…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딱 한 번만 봐 드릴게요.”
“야.”
그리고 저거에 넘어가는 녀석도 참…….
자세를 원래대로 되돌린 반요한이 뚱하니 우리를 재어봤다.
“너희 진짜 사람 차별 장난 아니구나. 결이만 형 아니고 나도 형이거든?”
“싫으면 물리지 마시든가.”
“아잉.”
어쨌든 서문결이 애교를 부린다고 갑자기 그의 오목 실력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 판은 나와 견성하가 이겼다.
“예이!”
“아쉽다. 벌칙 걸고 할걸…….”
다음 판도 팀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갔다. 이러니까 밸런스가 좀 맞는 것 같다며 얄미운 말을 지껄인 반요한 덕분이었다.
반요한은 나중에 가서는 아예 서문결이 돌을 놓을 위치까지 혼자 예측해 가며 판을 짜는 기예를 벌였다.
서문결의 차례가 오면 반요한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노트 판의 한 군데를 짚어줬고, 서문결은 어떻게 자기가 거기에 놓을 걸 알았냐며 놀라워했다.
마치 2:1:1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끝내 패배했지만 나와 견성하와 자기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에는 훌륭히 성공한 반요한이 후에 소감을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스태프를 따라갔던 강지우와 곽상현이 복귀했다.
“너희 목소리 밖에 다 들린다.”
대기실을 나설 때는 엄숙하게까지 보일 만큼 기합이 바짝 들어갔던 강지우는 가서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었는지 약간 미묘한 표정이었다. 곽상현도 비슷했다.
“요즘 시대에 누가 이런 걸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말이다.”
힘없이 푸념한 강지우와 곽상현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뭔데 그래?”
목이 마른 듯 바닥에 있던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켠 강지우가 가서 들은 것을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 섭외된 아이돌은 보이그룹과 걸그룹 각각 18팀씩 해서 총 36팀이었다.
그렇게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의 수를 굳이 딱 맞게 맞춘 이유가 있었다.
“오늘 예선은 다른 걸그룹 분들이랑 같은 조가 돼서 할 거야.”
“다른 걸그룹 누구?”
“체리스틴 선배님들.”
내가 알기로 체리스틴은 보컬에 강한 5인조 걸그룹이었다. 또한 보이그룹에 비해 음원에 강한 걸그룹 중에서도 특히 더 강해 여러 시상식에서 관련 상도 수차례 수상한 팀이다.
강지우는 예선전과 관련한 것도 간단히 설명했다.
예선 1차전은 아예 보이그룹 멤버와 걸그룹 멤버가 한 명씩 나와 함께 하나의 트랙을 완주하는 협동 레이스였고, 2차전은 남녀가 다른 트랙에서 따로 레이스를 펼치지만 두 레이스에서 획득한 재료로 두 그룹이 함께 요리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여자 아이돌과 남자 아이돌이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는 유별난 남녀가 붙어 있다는 사실에 팬들이 미묘하게 찜찜해하는 것 말고는 딱히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팬들이 불편해하는 건 그 자체로 큰 문제지만, 아무튼.
시대에 약간 뒤떨어지는 방송국이 남녀가 붙어 있는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를 핑크빛 러브라인 따위를 만들기 위해 촬영하면서 온갖 억지스럽고 곤란한 상황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건 단지 내 망상이 아니라, 아이돌 예능 대전은 실제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청춘 남녀를 어떻게든 엮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편집을 해온 바 있었다.
과연 ‘애정빌라’나 ‘우리 사랑했어요’ 같은 가상 연애 프로그램을 여럿 만들어 낸 방송국다웠다.
주안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아이돌 예능 대전이 계기가 되어 성사된 커플도 적지 않은 듯했다…….
이런 이유로 부상 위험 있는 아이돌 가을맞이 체육대회보다 연애 위험이 더 높은 아이돌 예능 대전을 더 싫어하는 팬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