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6화
저 옆에서는 내가 넘어지기도 했고 위험하니 역시 등산은 앞으로 삼가자고, 반요한이 자기 고모를 향해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논리력을 갖추고 주장하고 있었다.
비활동기에는 데뷔 전처럼 매주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괜찮을 때는 다시 등산에 참여하게 될 수 있단 말을 곽상현에게 전해 들었을 때 나만큼이나 기겁하더니, 이참에 아예 괴상한 사내 문화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옆에서 다른 직원들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데서 꽉 막혀 그간 등산을 주도한 반가을 대표가 결국 이성과 비이성으로 고루 무장하고 달려드는 조카를 못 이기고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우리를 향해 돌아선 반요한이 승리의 미소를 의기양양하게 지었다. 직원들이 소리 없이 환호했다. 뭐니 뭐니 해도 대표 조카 최고였다.
“해 뜬다.”
“오르카 모여, 모여.”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린 동녘에서부터 유리를 녹여 만든 듯한 해가 차츰 떠올랐다.
이렇게 온전한 일출의 순간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라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은 아름다운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꼭두새벽부터 하는 등산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그릇된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야야, 빨리 소원 빌어.”
“촌스럽게……. 저게 무슨 별똥별이에요?”
“일부러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안 빌면 손해지. 싫으면 새해 다짐이라도 하든가.”
손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두 손을 착 모았다.
‘…….’
손은 일단 경건하게 모았는데 그런 다음부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작년엔 어쨌더라.’
일출을 직접 보러 가는 짓은 당연히 꿈도 안 꿨고, 신년으로 넘어가는 자정에 방구석에서 TV로 방송하는 타종 행사를 봤는지 안 봤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중요한 건 올해지.’
올해 이루고 싶은 일이야 많았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신인상 받게 해주세요. 팬들이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루빨리 그 새끼 잡게 해주세요. 참, 트루랑 뮤직박스도 사이좋게 망하게 해주세요.’
내가 뭔가 노력해서 성취해 보겠다는 새해 다짐보다는, 일단 초월적 존재에게 맡겨놓고 보는 소원 빌기 내지는 저주에 가까운 의식을 마쳤을 때는 해가 완전히 떠오른 뒤였다.
“이제 온라온만 성인 아니네.”
오늘부로 합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해진 견성하가 놀리듯 말하며 내 어깨에 팔을 턱 둘렀다.
말하자면 형님이 아우 대하듯 몹시 시건방진 태도였다.
“이게 누구야. 고등학교 졸업도 아직인 성하 씨 아니세요.”
팔을 그대로 툭 쳐내며 대꾸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유치한 선포였다.
“두고 봐. 한 달 뒤에 너만 빼고 형들이랑 술 마실 거야.”
여전히 타격감이 없다.
“응. 그래봤자 너 내 후배.”
“…….”
견성하의 경우와는 반대로, 정신적으로 성인인 내가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점이 약간 아이러니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는 거겠지…….
물론 저 녀석한테는 절대 안 말할 거다. 말할 수도 없고.
불그스름한 해를 배경으로 나중에 공식 SNS에 올라갈 개인 셀카도 에어리가 인정한 셀카 장인 견성하의 까탈스러운 감독을 받으며 여러 장 찍었다.
“아니, 이 각도가 아니라, 이거라고!”
“그거나 그거나.”
“완전 다르거든?”
“둘 다 잘생겼잖아.”
짜증이 난 듯 반사적으로 찌푸려졌던 견성하의 얼굴에 인정의 빛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그러더니 투덜거렸다.
“난 네 얼굴로 태어났으면 셀카를 10초에 한 장씩 찍었을 거야.”
“지금도 그 비슷하게 찍고 있으면서 왜 안 그런 척해?”
“…….”
“아니, 너 지금도 잘생겼다고.”
놀리는 거 아니고 진심인데. 그다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아직도 내가 얼굴에 한해서는 빈말을 안 한다는 사실을 모르다니. 실망이 컸다.
불신으로 인해 새해 첫날부터 일어날 뻔한 싸움을 막은 것은 저 멀리 있는 곽상현의 부름이었다.
“얘들아! 단체 사진 찍자!”
“네!”
하산해서 소속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반가을 대표가 아는 맛집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 * *
새해 첫 공식 스케줄은 ‘아이돌 예능 대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우리의 첫 공중파 예능 출연이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사 MBS의 ‘아이돌 예능 대전’은 매년 설에 아이돌이나 젊은 연예인들을 30팀에서 40팀 정도 섭외해 촬영하는 대규모 특집 방송으로, 추석에 하는 같은 방송사의 ‘아이돌 추석맞이 체육대회’와는 아이돌 단체 예능의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한 번 갔다가 몸을 축낼 대로 축내고 오는 후자 쪽이 더 악명 높았다.
출연하는 팀이 너무 많아서, 웬만큼 인지도가 있지 않은 한 긴 촬영 시간에 비해 실제 방송 분량은 너무나도 적었다.
방청 와서 고생하는 팬들에 대한 방송국의 처우도 그리 좋지 않기로 유명했고.
게다가 매해 못해도 한두 팀은 MBS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꼭 다쳐 온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몸이 재산인 아이돌에게 손해도 그만한 손해가 없었다.
‘아이돌 예능 대전’과 ‘아이돌 추석맞이 체육대회’의 PD가 음악방송 PD이기도 해 섭외 과정에서 갑질 문제까지 단단히 얽혔다.
예뻐하려도 도저히 예뻐 보일 구석이 없는 방송이라, 출연진들은 어느 정도 연차가 차고 제 입지가 생기면 뒤도 안 돌아보고 탈출하는 판이었다.
‘……라고 올해 탈출에 실패했다는 주안이 말해줬지.’
이쯤 되면 주안은 나를 말 새어나갈 일 없는 대나무숲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온갖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송에 심심찮게 얼굴을 비추며 대중성을 확보하던 1~2세대 아이돌과는 달리 우리 같은 그사세 3세대 아이돌에게는 이런 지상파 예능 출연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우리가 이번에 출연하게 된 아이돌 예능 대전은 말 그대로 아이돌들이 모여 가장 예능감이 뛰어난 팀을 가린다는 거창한 취지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아이돌들을 총집합시킨다는 것만 빼면 보통 예능과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올해 아이돌 예능 대전은 설 연휴 중 이틀에 걸쳐 하루는 예선, 그다음 날은 본선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대결 종목으로 그해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게임을 가져오기도 하고, 2000년대 초반이나 1990년대 예능에서 했던 추억의 게임을 그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돌에게 해보랍시고 들이밀기도 한다. 아니면 아예 그림 그리기나 꽃꽂이처럼 뜬금없는 걸 시킨다든지.
종목은 촬영 당일까지 비밀에 부쳐져서 미리 연습하기는 어려웠다.
작년 방송을 봤더니 예선 1차전에서는 장기자랑을, 2차전에서는 퀴즈를, 본선 8강전에서는 디스전을 하는 등 종목이 다양했다.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니 몸 쓰는 종목도 많이 보였다.
막말이지만, 완전히 잡탕 짬뽕이었다.
“이번에 아예대 때문에 스타트런 세트를 꺼냈다는 얘기가 있어.”
체력이 충분해 샵에서 안 졸았더니 아는 거 들은 거 많은 마당발 스태프로부터 이런저런 소식이 귀에 흘러들어 왔다.
“스타트런이요?”
“아, 넌 잘 모르려나.”
내가 외국인인 걸 자꾸 잊는다며 내 머리를 만지던 헤어쌤이 멋쩍게 웃었다.
“2010년 초반쯤에 시청률 안 나와서 쫑난 예능인데 정해진 트랙 달리면서 이것저것 하는 거야. 장애물 피하고 넘고 구르는… 그냥 몸 쓰는 스포츠 예능. 한마디로 힘든 거.”
“아하.”
어떤 느낌인지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 무슨 프로그램인가 검색해 봤더니 벌써 숨차고 힘든 게, 헤어쌤 말대로 아이돌 예능 대전에 쓰기 딱 좋아 보인다.
“근데 누나는 그런 거 어떻게 알아요?”
“다 아는 수가 있지요.”
헤어쌤이 능글능글 웃었다.
“너희 팀에서는 운동 누가 잘해?”
“누나 이거 다른 팀한테 막 정보 알려주고 그런 거 아니죠?”
“얘는?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니?”
“에이, 농담이죠. 알 만한 분이.”
“그래서 누가 잘하는데.”
“운동은 성하가 잘할걸요? 힘세고… 달리기 빠르고……. 형들이 성하 운동 잘한다고 맨날 말해요. 결이 형도 아마 잘할 거고.”
“그럴 것 같더라. 그리고 성하는 딱 봐도 체육 시간 에이스처럼 생겼잖아.”
“저는 어때 보여요?”
“자, 다됐다.”
“누나, 저는요?”
“가서 리나 쌤한테 설명 들어.”
대답을 회피한 헤어쌤은 나랑 눈을 마주치더니 아예 자리를 떠버렸다.
억울하다.
처음에 쓰레기 같았던 체힘민 때문에 박힌 잘못된 인식이 좀처럼 사라질 생각을 안 했다.
나도 운동 못 하는 편 아닌데. 잘하냐 못하냐를 따지면 오히려 잘한다는 쪽에 가까운데.
물론 칩거 생활을 시작하기 전의 일이지만…….
‘나도 한창때는 쩔어줬다고.’
거울을 보자 한 달 동안 제법 익숙해졌던 하얀 머리 대신 자연스러운 흑발을 한 내가 조금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헤어쌤은 모처럼 색을 잘 빼놓았는데 다른 밝은색으로 덮는 게 아니라 다시 흑발로 돌아가는 걸 아쉬워했지만, 이제는 머릿결이나 두피 상할 걱정 없이 얼마든지 탈색을 반복해도 괜찮다는 걸 아는 나는 돌아온 머리 색에 만족했다.
사실 이제는 돈과 시간만 허락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머리 색을 바꿔대도 괜찮단 말이지.
“그래도 역시 남자는 흑발.”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 존중해 주길 바란다.
* * *
며칠 뒤, 나와 멤버들은 아이돌 예능 대전 촬영을 위해 새벽같이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어두운 도로를 달려 아이돌 예능 대전 촬영장에 도착한 우리는 현장을 보고 하나같이 탄식을 금치 못했다.
“와….”
“작년에는 몸 쓰는 거 별로 없었는데 왜 하필 올해…….”
“저거 15년 묵은 거라는 소문이 있어…….”
촬영장으로 나가보니 며칠 전 헤어쌤이 말했던 것처럼 거대하고 요란한 스타트런 세트가 보란 듯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세트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단조로운 디자인의 주황색 천막이 보였다. 꽤 컸다.
저긴 뭐지.
스태프들이 쓰는 공간은 아닌 것 같고, 출연자 대기실도 아닌 것 같고…….
‘저기서 이따 뭐 하나?’
스태프에게 물어봐도 아직은 알려줄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아니, 당장 몇십 분 뒤면 촬영 시작인데 이게 유출되면 뭐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갑질 참 구질구질하게도 했다.
해답은 의외로 톡으로 시답잖은 메시지를 주고받던 주안으로부터 나왔다.
주안선배 [오늘 머하는지 알려줄까?]
주안선배 [ㅋㅋ]
내가 먼저 연락한 건 아니고, 저쪽이 먼저 걸었다. 저 선배 보기와는 다르게 친구 없는지 나와의 관계를 대나무숲 이상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듯했다.
나 [네!!]
나 [(기도하는 말티즈 이모티콘)]
사실 별 기대는 안 했는데.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옆의 1이 사라지고 얼마 뒤.
주안선배 [요리시킨단다]
주안선배 [ㅋㅋㅋㅋㄱㅋㅋㄱㄱㅋㅋㅋ]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