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5화
“헉…. 허억……. 얼마나 남았어요?”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가면 돼.”
“20분 전에도 거의 다 왔다고 했잖아요.”
반요한의 불퉁한 말에 곽상현이 땀을 뻘뻘 흘렸다.
“하하…. 내가 그랬냐?”
우리는 지금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서울 외곽에 있는 산을 오르고 있었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반가을 대표, 주열음 이사나 그 밑의 직원들과 권겨울 선배, 배세일 선배 등 아티스트들을 포함한 모든 회사 식구들이 함께해 일행은 스무 명이 넘는 대인원이 되었다.
‘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행사인가…….’
데뷔하면서 드디어 주말 등산도 탈출한 줄 알았더니만 이런 복병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라온아, 안 힘들어?”
앞서 걷던 배세일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강지우의 롤모델답게 체력 관리를 잘했는지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힘든데 할 만한 것 같아요.”
“그래? 지우가 너 체력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아까 얘기하던데 생각보다 잘 버티네.”
강지우 이 자식 쓸데없는 얘기를 남한테 잘도 하고 다니는군.
“아니에요. 저 체력 괜찮습니다. 그 형이 과장한 거예요.”
“그래. 조금만 더 힘내서 가자.”
“네.”
해도 안 뜬 겨울의 산. 사위가 몹시 춥고 어두웠다. 패딩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썼는데도 높이 올라갈수록 귀가 쨍하게 아파 왔다.
답답해서 입이나 목을 가리는 마스크 또는 목도리를 안 썼더니 찬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된 얼굴은 추운데 등에서는 땀이 송송 나는 불균형이 생겼다.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조금 뜨겁게 느껴질 만큼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의가 아니기는 해도 땀 흘리고 난 뒤의 샤워이니 평소보다 기분 좋을 것이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이 오가는 등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아주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잠깐 딴생각을 하면 발이 미끄러지기 딱 좋았다.
“윽….”
말, 아니, 생각이 씨가 된다고 툭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발이 걸렸다. 야산의 추위에 대비해 옷을 두껍게 껴입은 탓에 평소보다 더 둔한 몸은 속수무책으로 휘청 기울었다.
“라온아!”
“괜찮아?!”
안 괜찮다. 발목이 꺾인 듯 욱신거리는 통증이 슬슬 올라왔다. 손바닥도 좀 긁혔다. 장갑이라도 낄걸.
손보다는 발목 쪽이 조금 더 심각했다.
‘흰 패딩인데 흙 묻었네…….’
옷을 툭툭 털어내며 얕은 한숨을 뱉었다.
등산 도중에 발목을 다친 사람치고 지나치게 태평해 보인다면 맞는 말이다.
“뒤에 왜 그래?”
“애 넘어졌어요!”
“누가!”
“라온이요!”
“뭐?!”
“아니에요. 저 괜찮으니까 계속 가세요.”
괜찮다.
‘치료. 회복. 쾌유.’
속으로 무사에 대한 바람과 기원을 담아 열심히 중얼거리는데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며 내 안위를 물었다.
날 향한 휴대폰 손전등들이 눈부셔서 눈살을 찡그렸다. 빛의 각도들이 조금 조절됐다.
“손 봐! 긁힌 거 아니야?”
“다리는? 발목 같은 데 괜찮아?”
“저 괜찮아요.”
작은 신음과 함께 꺾였던 발목은 멀쩡하고 돌 쪼가리에 긁혀서 생채기가 났던 손바닥도 매끈하다.
덤으로 소모됐던 체력까지 산에 오르기 전처럼 회복돼 나는 지금 회사에서도 알아주는 체력왕 강지우보다도 팔팔한 상태였다.
그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증명하기 위해 발을 쾅쾅 굴러 보이자 어딜 어떻게 다친 줄 알고 몸을 그렇게 함부로 놀리냐며 곁에 있던 곽상현이 기겁해서 나를 말렸다.
“라온이 너는 왜 그렇게 애가 불안불안하니.”
“너 넘어지는 거 볼 때마다 내 수명이 아주 그냥 팍팍 깎이는 기분이다.”
“애 너무 자주 넘어지는 것 같은데 발목 검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한 번 잘못 삐끗해서 넘어지면 그 이후로도 계속 그런다던데.”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목소리들에 희미하게 웃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적어도 내 건강 걱정만큼은 앞으로 전혀, 조금도 할 필요 없을 것이다.
* * *
며칠 전.
“이렇게 먼 길 오신 김에 다른 것도 정리를 좀 하시죠.”
본인 말로는 사소한 일로 징계를 좀 받고 왔다는 김래리는 이참에 그동안 쌓인 문제를 처리하고자 했다.
“김래리는 또 뭡니까?”
“넌 뭔데 자꾸 내 생각 읽냐?”
“말이 안 통하니 대화라는 게 성립하지 않는군요.”
“누가 할 소릴.”
어쨌든 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특히 그 말도 안 되는 규칙과 페널티는 반드시 확실히 해 두어야 했다.
만에 하나의 실수로 또다시 흔해 빠진 평범남이 될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라는 인간의 가치 중 9할 7푼 정도는 이 기적 같은 얼굴에 있었다.
매력이 훨훨 날아가는 순간 나는 3푼밖에 남지 않는 것이다. 온라온의 이응도 안 남는다.
그걸 아는 만큼 이 외모를 소중히 여겨야 했는데, 한순간의 혈기를 못 이기고 냅다 질러버리다니…….
나는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습니다.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고 보는 고객님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이게 바로 지능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치고는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저 멀리 처참하게 분해되어 나동그라져 있는 책상을 가리켜 보였다.
“저렇게 되고 싶냐?”
“죄송합니다.”
서로 할 일 많은 사람과 관리자였기 때문에 영 쓸데없는 말싸움은 그쯤 해두었다.
“시스템 대부분을 무력화시키겠습니다.”
“그 규칙 하나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은데.
“규칙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제로는 앞으로도 이 세계에 머무를 겁니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관리자의 권한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시스템 자체에 간섭하려 들 여지가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위험해 보였다.
“네. 위험합니다. 확인해 봤는데 안 그래도 벌써 여기저기 손을 대서 망가진 부분이 많더군요.”
그걸 이제야 알아챘다는 사실에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닌지 래리가 이를 갈았다.
“그래서 앞으로 시스템을 저성능 상태로 두려고 합니다. 그 ■■ 새끼의 권한만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자체를 줄여 두면 고객님께도 큰 문제는 안 생기겠죠.”
그러면서 규칙도 좀 헐겁게 판정하도록 처리하겠다는 말이었다.
“말 나온 김에 말씀드리는데, 제로는 최적의 때를 노릴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객님을 그때까지 편하게 있도록 놔두지도 않을 겁니다. 관리자의 힘이면 인간 몇 뜻대로 휘두르는 건 일도 아닐 테니 늘 주위를 경계하라는 말입니다. 일단 고객님 주변인은 건드릴 수 없도록 방벽을 설치해 두겠지만, 모든 인간에게 같은 조처를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부디 알아서 조심하십시오.”
“기억해 둘게.”
어떻게 보면 강지우의 ‘사람 조심’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경고였다.
“이왕 오신 거 ‘전직’도 하시죠?”
“그건 그냥 그놈이 나 낚으려고 꺼낸 얘기 아니야?”
“제로의 말은 대체로 사실에 기반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뭐냐, 나 제대로 된 코어도 없는데. 따지자면 내가 가진 건 49퍼센트짜리 코어인데.”
“그걸 누가 준 건데. 그 정도면 일단 충분합니다.”
아까 저 녀석 신나게 불 쓰던데 녀석의 코어를 받은 나도 그렇게 되는 건가. 이렇게 장르를 완전히 이탈해 버리고 마는 것인가.
“적성 클래스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당신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자면 탱커, 딜러, 힐러, 서포터 정도로 클래스 스킬 계열이 나뉘는데…….”
“잠시만요, 래 선생님.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탱커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죠?”
“훌륭하게 어그로를 끌 수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지분율 1위는 고객님의 것! 출연자 화제성 지수 1위는 당연지사! 단, 지금 고객님께서 갖고 계신 순수하고 맑고 올곧은 이미지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남는 것은 얼굴값 한번 제대로 하는 외래종 아이돌뿐!”
“그렇게 어그로 끌어서 뭐 하는데! 안 사요! 안 해요!”
극단적인 가능성에 미지의 게임 요소 앞에서 두근두근 뛰었던 가슴이 싸늘히 식어버렸다.
“대단히 희귀한 경우지만 힐러 계열 클래스 스킬이라도 뜬다면 그야말로 개이득이니 일단 적성부터 확인해 보죠. 그래도 한국에서 유전 터질 만큼 확률이 낮은 거라 너무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
허공에 손을 내젓던 래리가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
“떴냐?”
“저 지금 그 ■■ 새끼가 왜 고객님한테 그 ■■을 떠는지 알 것 같아서 좀 화가 나는군요.”
직후 전직에 성공했다는 알림과 함께 스킬 획득 알림이 떴다.
[클래스 스킬 《은총》을 획득하였습니다.] [클래스 스킬 《은총》 – 당신이 대상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에게 특별하고 은혜로운 이적이 깃들 것입니다.당신의 코어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스킬의 영향력이 하락합니다. 생과 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관여할 수 없습니다.]
* * *
……그렇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모처럼 이런 능력을 얻은 김에 전세계에 자원봉사라도 하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래리가 요절함으로써 미인박명이라는 말을 증명하고 싶냐고 빈정거린 덕분에 아무튼 내 몸이나 잘 챙기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래리는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반면, 타인을 치료하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런 건 스킬 설명에 미리미리 써놓으란 말이다.’
어쨌든 덕분에 체력 문제도 해결됐다.
체력의 총량 자체가 늘어난 건 아니고, 말하자면 ‘자힐존버메타’의 현실화였다.
지치면 스킬로 회복하고 다시 지치면 또 반짝 회복하며 버틴다!
휴가 끝나고 있던 연습 때 해봤는데, 무식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울 만큼 효과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킬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나름의 제약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밝힐 기회가 또 오겠지.
“다 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목표로 하던 봉우리에 도착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도 많았다. 함께 온 선배 가수들을 알아본 몇몇 등산객들이 수군거렸다.
“세일 씨, 내가 세일 씨 팬이야. 앨범도 다 샀어.”
“아이, 감사합니다,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