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5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51화
우여곡절 끝에 이상한 상황극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다음에 촬영할 1차 예선을 준비하기까지 잠시 시간이 비었지만, 안타깝게도 따로 카메라나 사람 눈길 없는 대기실에 들어가 쉬다 오는 것은 꿈도 못 꾸었다.
우리 상황극을 준비하는 것만 신경 쓰면 되는 게 아니라, 수십 대의 카메라와 수천 명의 팬 앞에서 계속 웃는 얼굴로 다른 연예인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리액션을 하려니 벌써 피로했다.
정신이 피곤하니까 상대적으로 쌩쌩한 몸에도 괜히 힘이 빠지는 기분이라 영 불편했다.
어쨌든 아이돌로서의 체면이고 뭐고 어디 한번 방송국과 정정당당하게 맞짱을 뜨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그러고 나니.
겉으로 보기에는 참 멀쩡한 선배였던 체리스틴과 이상한 전우애가 생긴 기분이다.
볼 장 다 봤는데 말 불편하게 해서 뭐 하냐며 저쪽은 우리에게 말도 놓기로 했다.
그래도 일말의 거리감은 남겨두기 위해 우리 쪽은 계속 존댓말을 유지했다.
우리가 끝끝내 말을 놓지 않자 체리스틴은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끝까지 강요하지는 않았다.
“수고했어!”
“내가 아까는 카메라 앞이라 그런 거지, 오르카 동생들 너무 귀엽고 잘생겼고 진짜 내 동생이었으면 잘해줬을 거야.”
아까 비나가 연기하던 모습을 보고 났더니 저 말이 그리 믿기지는 않는다.
과연 연기였을까, 그게?
이런 게 과연 걸그룹 이미지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본인들은 만족한 것 같으니 됐다.
우리 이미지는 뭐…….
[같이 즐겨놓고 왜 혼자 빼시는지? TP +10]TP가 뭔데.
[TP는 Ttorai Point입니다.]“…….”
미친놈인가?
설마 하면서 내 정보창을 확인해 봤더니 정말 TP가 하단에 새로 생겨 있었다.
|은총|온라온
레벨: 34 경험치: 62.00%
HP: 250/250 피로도: 30
체력: 105 힘: 51 민첩: 413
지능: 169 지혜: 155 매력: EX
행운: 99 명성: 1266
의지: 362 연기력: 104 직감: 87
TP: 10
잔여 스탯 포인트: 0
‘……이거 높으면 뭐에 좋나.’
필요 없어!
‘역시 지난번에 만났을 때 한 대 더 치고 왔어야 했는데…….’
그러는 사이 견성하와 강지우가 반요한과 아옹다옹 다투고 있었다.
예의 그 ‘순결’ 발언 때문이었다.
“형이랑 같이 있는 것도 창피하니까 저리 가요.”
“아, 왜에에.”
“순결은 무슨. 불결 그 자체다. 아침부터 사람들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
“뭐래. 순결 뜻 몰라? 국어사전 봐봐. 잡된 것이 섞이지 아니하고 깨끗함. 이게 왜 창피한데? 성하야 너 뭐 이상한 생각 했니?”
“아, 아니거든요!”
견성하의 낯이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개졌다.
“했네.”
“했나 보다.”
“했구나.”
“하긴, 애가 이제 성인 돼서 한창 그런 것들에 관심이 커질 시기이기는 하…….”
“뭐래요!”
서문결이 아까부터 유치하게도 논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녀석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저 초딩들은 아마 평생 모르겠지…….
특히 견성하는 그 사실을 알면 충격받아 쓰러질지도 모르니 평생 나만 알고 있어야겠다.
“온라온 너는 어떻게 생각해.”
말 몇 마디로 순진한 견성하를 완벽하게 제압한 반요한이 내게로 주의를 돌렸다.
걸릴까 보냐.
나는 오른쪽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밀어 대화를 단호히 거부했다.
“미안한데 저는 스물두 살까지 순결한 사람이랑은 얘기 안 해서요.”
“막내야…….”
그러나 어쩐지 반요한보다는 강지우가 더 상처받아서 촉촉한 눈을 했다.
[무심코 던진 말에 강지우가 맞아 행동 불능이 되었습니다. 강지우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100]래리 이 자식 한가한가?
“그래도 그건 다시 생각해 주지 않을래? 응?”
강지우는 흑흑 눈물을 쏟는 척하며 내 어깨에 가련히 엎어졌다.
아, 안 돼….
자꾸 망할 ‘순결’ 생각밖에 안 나잖아…….
마지못해 그 규칙은 반씨 성을 가진 사람한테만 적용하겠다고 하니 강지우의 호감도가 큰 폭으로 올랐다.
호감도 표시가 100까지밖에 안 되니 망정이지 그 이상까지 내가 확인할 수 있었으면 강지우 호감도가 대체 얼마까지 올라 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이게 다 반요한 때문인데, 정작 저 여우 자식은 세상 뻔뻔했다.
아주 온 세상을 자기가 전세 낸 것처럼 시건방진 태도였다.
“온라온 너는 평생 스물두 살 안 될 것 같니? 일평생 꽃다운 열아홉일 것 같아?”
반요한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도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대꾸해 주었다.
“당연히 내년 되면 커트라인 스물세 살로 올릴 거거든. 내후년에는 또 한 살 올리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반요한이 의미심장하게 속삭였다.
“너 그러다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는 순결하지 않다고 말하면 어쩔래?”
“!”
“미쳤냐?! 애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
반요한은 나름 목소리를 낮춘다고 낮췄던 것 같지만, 곁에 있던 강지우는 그 말을 들었는지 반요한의 등짝을 팍 내려쳤다.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 깜짝 놀라 쳐다볼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다들 미쳤어.”
귀가 좋은 견성하도 반요한의 말을 용케 들었는지 치를 떨며 서문결을 끌고 반요한과 조금 떨어진 곳에 옮겨 앉았다.
그래봤자 갈 데도 없어서 내 옆인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다수가 당신의 오르카를 보며 비슷한 사람끼리 잘 모였다고 생각합니다.]이런 건 굳이 안 알려줬으면 좋겠다.
* * *
얼마 뒤 본격적으로 1차 예선이 시작되었다.
1차 예선은 예고했던 대로 설치된 트랙을 남녀가 한 조가 되어 함께 여러 미션을 완수하며 완주하는 것이다.
세트는 자세히 보면 두 코스로 분리되었다.
출발할 때 각 코스에 한 사람씩 들어가 서로 돕고 도와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A코스에 있는 장치를 조작해야 B코스에 있는 문이 열린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또 두 코스가 중간에 하나로 합쳐지는 구간도 있었다.
거기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들어 올려 높이 있는 물건을 조작하는 미션이 있었다.
경기 외적으로 괜한 스캔들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완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짧은 여덟 개의 조가 2차 예선에 진출한다.
모두 열여덟 조가 출전하니까, 1차 예선에서만 과반이 넘게 탈락하는 거다.
새벽부터 준비해서 이거 하나 하고 탈락하는 건 정말이지 수지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우리 쪽에서는 견성하와 현은재가 출전한다.
한 번 출전한 사람은 다음 라운드부터는 나갈 수 없는 규칙이 있어 시작부터 우리 에이스인 견성하를 내보내는 게 조금 아깝기도 했으나, 일단 통과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우리 비밀병기 강쥬부를 내보내지.’
대망의 요리는 2차 예선부터 있을 예정이었다.
이런 중대한 일을 앞둔 것치고는 드물게 별 긴장을 안 한 것 같은 견성하야 그렇다 치고, 마른 사람 넘치는 아이돌 중에서도 특히 비쩍 말라서 넘어지지 않고 잘 뛸 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운 현은재가 걱정이었다.
“은재 누나 운동 잘하세요?”
“아니. 진짜 못해.”
“?”
아직도 예능 찍자는 건가?
하나같이 눈이 동그래진 우리 멤버들의 표정을 보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린 슬아가 이어 말했다.
“근데 우리 멤버들이 운동을 다 심각하게 못하거든.”
이다인은 몸 푸는 동작 하나하나가 전문 운동선수 같은 견성하 옆에서 왠지 목각인형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으로 몸을 푸는 현은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무대에서 춤은 잘 추는지 걱정될 정도의 뻣뻣함이었다.
“못하는 애 중에서 그나마 잘하는 애가 쟤야.”
“아…….”
우리가 이해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설마 1차도 못 통과하겠어?”
누나 그거 패배 플래근데요.
아무튼 우리 조는 중간 정도 순서라 견성하와 현은재가 앞에 나가 따로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는 동안, 자리에 남은 멤버들은 다른 아이돌들의 레이스나 멘트에 성실하게 리액션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촬영 중간중간 발생하는 대기시간에는 다른 아이돌들과 짧게 짧게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물론 다 남자 아이돌이었다.
특히 연습생 생활을 오래 했고 천상의 목소리를 통해 잠시나마 가수 활동을 한 덕분에 먼저 데뷔한 아이돌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꽤 있는 강지우가 인기가 많았다.
“얘네가 너랑 친해지고 싶대.”
“안녕하…….”
“근데 무시해도 돼.”
“야!”
“얘네랑 친해질 시간 있으면 나랑 더 친해지자.”
저런 식으로 막 대하기는 했으나 함께 데뷔할 뻔했던 체이서와도 제법 친해 보였다.
자기 경기를 마치고 온 주안은 시간이 크게 비자 아예 나를 데리고 자기 멤버들이 모여 있는 플루토 팬석 앞으로 갔다.
약간 뮤직팡팡 출근길 사건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는 것에 이용당하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인기 있는 선배를 빽으로 둔 기분이라 그러려니 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중에 모르는 척하지는 않겠지.
도중에 아예 다른 멤버들도 불러 같이 놀았다.
물론 우리 팬들한테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스태프들이 아이돌들이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 눈치라 신인된 도리로 계속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플루토랑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슬쩍 우리 팬석 쪽으로 빠질 수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팬들이 소리 낮춰 환호했다.
“와줘서 고마워요.”
아직 연차가 쌓인 다른 아이돌들처럼 팬들을 절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어서, 저번에 팬 사인회를 대비해 만들어 두었던 질문을 다시 활용해야 했다. 유비무환이었다.
“얘들아… 그렇게까지 열심히 안 해도 돼…….”
한 팬이 왠지 애틋하게 한 말에 여기저기서 동의하듯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곧 촬영이 다시 시작되니 자리로 돌아가라고 스태프가 우리에게 손짓했다.
과연 마침내 견성하와 현은재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