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5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52화
오르카와 체리스틴 멤버들이 다 같이 앞으로 나가 나란히 선 견성하와 현은재를 응원했다.
“성하야, 예선 탈락해도 되니까 다치지만 마.”
“맞아. 몸이 우선이야. 안 될 것 같으면 무리하지 말고 기권해.”
“별로 안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앞선 경기들을 보며 승부욕에 불이 붙은 건지, 세트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 견성하는 아직 자기 파트너인 현은재가 그녀의 동료들이 깔끔하게 인정할 만큼 크나큰 짐 덩어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냥 모르게 둬야지.’
먼저 알아봤자 별 도움도 안 되고, 녀석 멘탈에 악영향이나 끼칠 게 뻔했다.
출반 전 멤버들이 공식적으로 응원하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강지우의 눈짓을 받은 유하나가 내게 마이크를 전달했다.
“성하야, 잘해. 설마 난 뭐 해보지도 못하고 숙소 가는 건 아니지?”
– 이거는 응원이 아니라 도발인데요 거의?
참고로 이런 말은 견성하 멘탈에 독이 아니라 약이 된다.
“예선 통과 맡겨뒀어?”
견성하는 이렇게 내가 찌르면 찌르는 대로 반응할 만큼 단순하기 때문이다.
“성하야, 잘해.”
“네, 형.”
나랑 얘기할 때는 참 멀쩡해 보이던 녀석이 서문결의 걸릴 것 없이 평범한 응원을 받고는 갑자기 목이 콱 막힌 사람처럼 눈을 굴리며 물을 찾았다.
서문결이 응원하면 부담이고 내가 하면 도발이냐?
금세 초조해져서는 연신 마른침을 삼키는 녀석에게 물을 가져다주면서도 나를 자기 아래로 생각하는 것 같아 조금 열이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키를 제외한 여러 방면에서 견성하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녀석의 건방짐은 관대히 넘어가 주기로 했다. 윗사람의 여유랄까.
그럼 히, 힘도…!
[그게 다냐?]그게 단데.
[양심의 상태가? TP +5]젠장. 이런 포인트 퍼주지 말란 말이다.
체리스틴 멤버들 역시도 약간 긴장한 것 같은 현은재에게 무어라 말을 해주었다.
출발을 정말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바로 그때, 반요한이 견성하를 불렀다.
“성하야.”
“왜요?”
반요한은 그에게 귀엣말을 했다.
반사적으로 반요한의 존재 자체를 질색하며 피하려던 견성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알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그럼 준비…….
탕! 심판이 든 신호탄이 귀가 아프지 않을 만큼의 소리를 내어 출발을 알렸다.
– 출발!
견성하는 의외로 평이한 속도로 출발했다. 표정을 보니까 당연하지만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닌 듯했다.
다만 견성하가 속도를 조절한 덕분에 옆 코스에서 달리는 현은재와의 거리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현은재는 잘 봐주면 무난한,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은 답답할 만큼 느린 속도로 달렸다.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체리스틴 멤버들이 쟤가 그래도 자기들 중에 제일 잘 달린다며 뿌듯해했다.
저러는 현은재가 제일 잘 달리는 거면 대체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뛴다는 거지?
앞서 달려 자기 쪽에 있는 장치를 조작해 현은재 쪽에 설치된 장애물을 먼저 해제해 준 견성하가 현은재 쪽을 흘긋 보더니 잠시 멈춰서 숨을 골랐다.
현은재가 달리는 A코스와 견성하가 달리는 B코스는 억지로 건너뛰어야지만 넘어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분리되어 있되, 사이가 막혀 있지는 않아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상대 코스를 침범하는 것은 반칙이다.
현은재 쪽 A코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관문들을 별 어려움도 없이 순수한 힘으로 순식간에 훌쩍훌쩍 뛰어넘은 견성하가 속도를 늦춘 것은 전적으로 현은재를 배려해서였다.
– 아, 성하 빨라요. 빨라요. 은재는 조금 분발해야겠는데요.
그때쯤 막 균형 감각을 요하는 단계에 접어들어 위태위태하게 걷고 있는 현은재는 본인도 견성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 다소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괜찮으니까 조심히 오세요!”
앞서 있던 견성하가 차분히 외치자 현은재도 이내 평정을 되찾고 자기 코스를 침착하게 돌파해 나갔다.
– 그렇죠. 파트너를 배려하는 게 중요한 레이스입니다. 아까 효원·에린처럼 한 사람이 혼자 앞서 가봤자 좋을 게 없어요.
아무래도 아까 반요한이 귀띔해 준 게 저건가 보다.
원래 녀석 성격대로라면 저런 상황에서 자기가 더 초조해져서 발을 동동 굴렀을 텐데, 저렇게 어른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내가 아는 견성하가 아니었다. 앞만 보는 애라고, 애.
물론 반요한도 어른스러움과는 거리가 대단히 멀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녀석은 이기는 걸 좋아하니까.
멘탈이 약점인 견성하에게 적절한 조언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침내 현은재가 자기 몫의 관문을 통과하자 체리스틴 팬들 쪽에서 격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 이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달려야 합니다!
두 사람이 한데 모였다.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기록은 평균을 다소 밑도는 수준이었다.
1차 예선 통과를 노린다면 견성하가 현은재를 직접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여기서 기록을 줄여야 했다.
– 이제 저 높은 벽을 넘어야 하는데요. 두 사람 모두 벽에 설치된 밧줄을 타고 올라가도 되지만 이게 사실 어렵지 않습니까.
– 네. 맞습니다.
– 그래서 앞선 조들은 한 사람을 먼저 들어 올려 넘겨 주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 넘어가면 건너편에는 벽을 완만하게 기울여 줄 수 있는 버튼이 있거든요.
– 어쨌든 넘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아 앞선 조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구간이죠.
– 저 앞에서 보면 벽이 생각보다 높거든요.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들어 올려주기 쉽지 않습니다.
……라고 유하나가 막 말하는 그때.
견성하가 뒤늦게 도착한 현은재를 안정감 있게 들어 올려 설치된 벽 너머로 단번에 올려주었다.
원래 견성하의 힘이 좋은 데다가 현은재가 유달리 가벼워 일련의 과정이 더 가뿐해 보였다.
우연히도 핸드폰 전광판 어플로 ‘깃털은재’라는 문구를 띄워둔 체리스틴 팬이 보였다.
그 말이 맞았다.
이제까지는 약간 답답한 모습을 보여준 현은재였지만 견성하를 딛고 벽 위로 올라갈 때만큼은 깃털처럼 사뿐했다.
두 사람이 전부터 연습이라도 해왔던 것처럼 순식간에 일을 처리해 한기준이 괜히 바람 잡는 멘트를 하고 말고 할 틈도 없었다.
– 아, 저게 뭐죠?!
그다음에 벌어진 일에 우리 모두 입을 딱 벌렸다.
견성하가 수직으로 서 있는 벽에 붙어 있는 밧줄을 잡고 자기 힘만으로 위로 올라간 것이다.
저거 원래 넘어간 현은재가 벽 너머에 있는 버튼 눌러서 벽을 완만하게 기울여 주면 그때 올라가는 건데…….
다시 거북이로 돌아온 현은재가 높은 벽에 설치된 사다리를 붙잡고 차근차근 내려가는 사이 견성하는 그냥 자기 힘으로 넘어가 버렸다.
몸이 좋으면 머리가 덜 고생한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었다.
높은 벽 위에서 특수요원이라도 된 것처럼 지체없이 날렵하게 뛰어내리는 견성하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쳤다.
‘저, 저… 발목이랑 무릎 다치면 어쩌려고…!’
다행히 소싯적 놀이터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많이 뛰어내려 봤는지 대단히 능숙하게 착지한 견성하는 멀쩡했다.
그 활약에 에어리들이 이제까지 중에 가장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와아아아악!”
“견성하! 견성하!”
나나 다른 멤버들도 열광적인 응원에 합세했다.
솔직히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었다.
저 녀석 방송 나가면 팬 좀 늘겠군.
그 이후로도 견성하는 창조적인 움직임으로 시간을 단축해 나갔다.
운동 잘한다, 잘한다 하더니 운동신경 자체가 뭔가 남다른 게 뭘 모르는 내 눈에도 확 보였다.
다행히 녀석처럼 힘만 믿고 막 나가도 규칙 위반은 아닌 듯했다.
마침내 견성하가 물 위에 설치된 수동 집라인을 힘 있게 통과하며 두 사람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 완주 성공!
– 5분 58초! 오르카 체리스틴 조, 현재 3위입니다!
‘와, 잘하면 예선 통과하겠다.’
사실 중반부 이전까지는 현은재가 조금 많이 느려서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후반에 견성하의 활약이 어마어마했던 덕분에 기록이 엄청나게 단축됐다.
기록 저하의 요인이 되는 고난도 장치들이 두 사람이 다시 갈라지고 난 뒤 견성하 쪽 B코스에 몰빵되어 앞서 체력을 비축해 두었던 녀석이 기록을 단축하기 쉽기도 했고, A코스 끝에 있는 퀴즈 구간에서 현은재가 잘해준 덕분이기도 했다.
견성하가 무언가 할 때마다 “어떡해!” 혹은 “나이스!”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호들갑을 떨던 강지우랑 반요한이 나와 서문결을 얼싸안고 방방 뛰다가 세트 밖으로 나온 견성하에게 달려갔다.
“견성하! 견성하! 견성하!”
팬들도 한목소리로 견성하의 이름을 외쳤다. 체리스틴 팬들이 부르는 현은재의 이름도 섞여 들렸다.
“답답해요!”
“성하야, 형들은 너를 믿었어!”
“답답하다니까…!”
견성하는 저기서 펄펄 날뛰던 힘을 하나도 못 쓰고 우리에게 꼼짝없이 붙잡혀 있어야 했다.
스태프가 간신히 우리 틈에서 빠져나온 견성하에게 마이크 하나를 가져다주었다.
– 지금 심정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달리셨나요?
“…….”
내가 봤을 때 저 녀석 백 퍼센트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솔직히 달릴 때 빨리 가야겠다 말고 무슨 생각이 나겠어…….
“중간에 저희 팬분들, 에어리들이 응원해 주는 목소리가 엄청 힘이 됐습니다.”
다행히 한 생각은 없어도 도중에 들은 건 있는지 견성하가 답을 해냈다.
에어리들이 저마다 임시 응원봉을 흔들며 소리를 질러 견성하에게 화답했다.
“그리고 지우 형 목소리가 엄청 크더라고요…….”
견성하가 약간 질린 것처럼 말하는 통에 다들 동의하는 듯한 웃음을 내비쳤다.
견성하를 응원하느라 익룡처럼 소리를 질러댔던 강지우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견성하는 이후로도 몇 마디를 더 했고, 스스로 굉장히 뿌듯해 보이는 현은재까지 인터뷰를 마친 뒤 우리는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한참 기다리고 난 뒤에야 1차 예선이 모두 끝났다.
이때쯤 무척이나 집에 가고 싶었지만, 우리는 6위로 2차 예선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