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5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53화
2차 예선까지는 두 그룹이 협력해서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우선 각 그룹에서 한 명씩 나와 1차 예선 때와 같은 트랙을 달린다.
이때, 1차 예선 때처럼 둘이 함께 도와가며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명씩 순서대로 2분 30초씩 릴레이로 달려야 한다.
A코스에서 달리던 사람이 2분 30초가 지나 멈추면 B코스에 있는 앞서 달린 사람이 멈춘 것과 평행한 지점에서 다시 2분 30초 동안 이어 달리는 것이다.
1차 예선 때 파트너가 조작해 주어야 했던 장치 같은 것은 사전에 다 처리해 두어 이번에는 신경 쓸 필요 없었다.
또한 2차 예선은 애초에 달리는 시간을 2분 30초로 정해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빠르게 완주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트랙 구석구석에 배치된 작은 공을 가방처럼 담을 수 있게 만들어진 천 주머니에 담아오는 것이다.
그 공에는 식재료 이름이 적혔다.
이후 요리할 때는 그렇게 찾아온 공에 적혀 있는 식재료만 쓸 수 있다는 규칙이었다.
만약 재료를 하나밖에 못 찾아오면 그 조는 그것만 써서 요리를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예선 탈락과 본선 진출을 가를 요리의 성패는 이 레이스에 달려 있었다. 재료가 없는데 요리를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이 중요한 경기에 우리 멤버 중에서는 누가 나갈 건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다녀올게.”
우리 조 대표 선수는 나였다.
“잘할 수 있겠어?”
단단히 묶은 신발끈을 다시 확인하는데 서문결이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걱정이 지금 처음이 아니었다.
“아니, 대체 왜 다들 내가 운동을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지?”
한창때 난 문무재덕을 갖춘 훌륭한 인재였단 말이다.
그게 한 10년 전이라는 점은 넘어가자.
그 나이대 애들은 원래 다 영재고 운동선수고 하는 점 역시 넘어가자.
어쨌든 멤버들의 이런 걱정에서 알 수 있듯 내가 선수로 뽑히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다들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할 때는 언제고 반대하더라?
하지만 원래 자식 이기는 부모, 아니, 막내 이기는 형들 없다.
논리적으로 우겼더니 시켜줬다.
논리와 우김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는 묻지 말길.
정신적 연장자로서의 체면을 잠시 접어두니 가능하더라.
사실 가장 힘겨울 예선 1차전 통과를 위한 비장의 카드였던 견성하야 막을 명분이 없으니 그렇다 쳐도, 그 다음에는 우겨서라도 내가 나가자고 애초에 마음먹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한 가장 큰 이유는 만에 하나 경기를 하다가 다칠 경우 나는 내 부상을 낫게 할 수 있지만, 다른 멤버들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까 1차 예선 때도 누가 조금 다쳐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었다.
다행히 부상이 심하지는 않다고 들었지만 운이 나빴다면 얼마든지 더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다음 이유는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몸 쓰는 것에는 견성하와 비교해도 크게 빠지지 않아 보이는 서문결이나 운동신경이 둔해 보이지는 않은 반요한도 나가면 잘할 수 있겠지.
강지우는 요리해야 하니까 제외하고.
하지만 나도 잘한단 말이다!
좀 전에 팬석에 갔을 때 2차 예선에는 내가 나간다고 하니까 에어리들도 왠지 걱정하는 분위기던데, 이번 기회에 내 허약하고 팔랑팔랑거리는 잘못된 이미지를 쇄신할 요량이었다.
* * *
– 다음은 앞선 상황극과 1차 예선에서 오르카·체리스틴의 차례입니다. 오르카에서는 온라온이, 체리스틴에서는 지영서가 출전합니다.
– 영서 선배가 A코스를 먼저 달리고 그 뒤를 이어 라온 씨가 B코스를 달릴 예정입니다.
몸을 미리 풀어둔 온라온이 앞으로 걸어 나오고 카메라가 그를 비추자 장내가 짠 것처럼 술렁였다.
세상이 벌써 적응하기에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비주얼이었다.
맑고 해사한 미남을 보고 있자니 종일 불편한 좌석에 앉아 있느라 찌뿌둥해진 몸의 피로가 잠시나마 싹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 체리스틴 지영서 씨, 각오 한 말씀 해 주시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지만 먼저 라온 씨한테 미안하다고 말해두고 싶네요.”
온라온과 함께 나온 지영서가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
– 아, 왜죠?
“제가 이런 걸 잘 못하거든요.”
– 솔직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저기 라온 씨도 그렇게 잘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한기준의 말에 온라온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가까이 다가온 카메라 앞에서 과장스레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 아, 잘할 수 있겠어요?
“네! 잘할 수 있습니다.”
– 아까 성하보다 더?
“……네!”
견성하가 1차 예선 때 보여준 여러 가지 모습을 떠올린 온라온은 솔직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존심상 고개를 끄덕였다.
때맞춰 카메라 한 대가 자신을 향한 것을 본 견성하가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에어리의 함성이 배경에 깔렸다.
– 아니, 저분들은 아까부터 자꾸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시는데…….
그때, 서문결이 견성하의 귀에 대고 무어라 말했다.
조금 시무룩해진 견성하가 아까 한 에어리에게 받아온 오르카 응원 슬로건을 펼쳐 열심히 흔들어 보였다.
정말 친하니까 가능한 행동에 여기저기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터졌다.
잠시 뒤, 오르카·체리스틴의 레이스가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 준비…… 출발!
탕 소리와 동시에 지영서가 달리기 시작했다.
온라온에게 미리 사과했던 것처럼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였다.
지영서는 무리해서 멀리까지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까이에 있는 공들을 미처 빠트리지 않고 하나하나 다 모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지영서의 2분 30초는 금세 지나갔다.
잠시 뒤, 지영서가 현재까지 모은 재료를 확인하고 요리를 도맡을 예정인 강지우와 이다인의 낯빛이 흐려졌다.
골라온 게 하필 다 활용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것들뿐이었다.
믿을 것은 온라온뿐이었다.
이번에는 온라온이 지영서가 멈춘 곳과 평행한 B코스 중간 지점에 위치했다.
‘대파, 마늘, 양파… 그리고 뭐든 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거…….’
강지우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던 재료들을 머릿속으로 되뇐 온라온이 스태프를 향해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탕! 다시 한번 출발 신호가 울렸다.
– 갑니다, 갑니다. 출발합니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환호를 등진 온라온은 손목에 주머니 끈을 돌돌 말아 쥔 뒤 빙글빙글 돌아가는 커다란 징검다리를 재빨리 건너기 시작했다.
– 오, 몸이 엄청 가벼운데요?
어지럽게 회전하는 징검다리를 겁 없이 가로지르는 온라온을 보며 한기준이 감탄했다.
힘을 그렇게 주는 것 같지도 않은데 속도가 예사롭지 않게 빨랐다.
귀환한 지 약 1년이 된 지금.
온라온은 자기 신체를 통제하는 것에 충분히 익숙해졌고 저런 사소한 움직임마저 춤을 추듯 박자가 딱딱 맞았다.
아무리 최근 멤버들과 함께 남다른 예능감을 발휘하고 있다지만, 그 무엇보다 영향력이 강한 외모로부터 오는 특유의 아련하고 처연한 이미지 때문에 무의식중에 온라온이 운동 능력이 별로 좋지 않을 거라 여기던 사람들은 그 의외성에 깜짝 놀랐다.
– 뭐랄까, 민첩하네요. 고양이 같아요!
중간중간 공을 수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앞서 레이스를 펼친 아이돌들이 좋은 재료를 얻은 위치를 기억해 두었던 온라온은 열심히 공을 주워 담으며 트랙을 주파하다가 별안간 멈춰 서서 가쁜 숨을 골랐다.
얼마나 민첩한지 지영서가 얼마 가지 못했는데도 벌써 마지막 장애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장애물은 바로 무릎까지 오는 물 위에 설치된 수동 집라인이었다.
보통 집라인은 높은 곳에서 출발해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아이돌 예능 대전의 집라인은 위치 에너지 따위는 없이 순수하게 본인의 힘만으로 끝까지 이동해야 했다.
1차 예선에서 이 수동 집라인을 돌파하지 못해 탈락한 조도 있었다.
그런 것치고 저 너머에는 단 하나의 공밖에 놓여 있지 않았다.
돼지고기였다.
소시지나 햄을 제외한 유일한 육류 재료이기도 했다.
– 남은 시간이 아슬아슬한데요.
– 라온, 건널 것인가 말 것인가!
한 번에 끝까지 건너간다 해도 남은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남았고 눈앞에는 고기가 있으니 후퇴란 없었다.
– 아, 뛰는 것 같습니다!
까짓거 해보자고 마음먹은 온라온이 집라인의 손잡이를 잡고 몸을 뒤로 쭉 뺐다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경사가 없는 만큼 중간에 힘이 부족해 멈추기라도 한다면 팔 힘으로 직접 와이어를 붙잡아 억지로 밀고 나가는 게 아닌 이상 답도 없는데.
‘망할.’
……지금 온라온이 딱 그 상황이었다.
와이어의 2/3 정도 나아간 상태에서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 버렸다.
‘힘이 약해서 이렇게 될 줄 알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기서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한 시간까지 종료되자 온라온은 과감히 손을 놓았다.
이 답 없는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계속 매달려 있어 봤자 나중에 더 창피해질 뿐이었다.
발밑에서 물이 튀었다.
그것으로 그치면 좋았겠지만.
끝났다는 생각에 몸에서 긴장이 풀려 착지하던 발이 순간 미끄러지며 물에 첨벙 빠졌다.
반사적으로 바닥을 손으로 짚은 온라온의 눈앞에 약 올리듯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넘어져도 괜찮아> – 업적 획득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업적 달성 조건: 평지, 산, 물에서 한 번씩 넘어지기)]장난하냐?
래리가 친절히 성질을 긁어준 덕분에 수많은 사람 앞에서 추태를 보였다는 창피함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버렸다.
– 아, 괜찮습니까?
한기준의 물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스태프에게 수건과 마이크를 받은 온라온이 뻔뻔히 되물었다.
“어, 다른 분들은 괜찮으세요?”
– 저희요?
어처구니없어하는 한기준을 향해 온라온이 한쪽 눈을 상큼하게 찡긋거렸다.
“저희 그룹이 물 타입이라 물이랑 함께 있으면 제 매력이 업 되는 그런 특성이 있거든요.”
– 물 타입이요?
– 저 알아요! 오르카가 범고래라는 뜻이죠?
“네. 원래 잘생겼는데 지금 젖으니까 더 잘생겨져서 그게 아주 큰일이에요.”
저런 말을 맨정신에 태연히 지껄여도 용납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생수, 이온 음료, 아니면 워터파크 광고. 저희는 언제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처에 있던 스태프에게 부탁해 얻어낸 생수병을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댄 온라온이 카메라 앞에서 더없이 상쾌하게 웃어 보였다. 한겨울에 한참 먼 여름을 미화시키고 있었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발휘되는 놀라운 자기 PR 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