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5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57화
“고생했다, 얘들아.”
곽상현이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공들이 함께하는 요리 끝에 지나치게 심력을 소모하고 기진맥진한 우리에게 말했다.
“아깝다. 결승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지우가 티 나게 아쉬워했다.
우리는 일단 입에 넣고 씹어 삼킬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에 성공한 체리스틴에게 패배해 아이돌 예능 대전 본선 1차전에서 탈락했다.
서문결이 만든 리조또의 맛은…….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끔찍하다는 것 말고는 굳이 더 자세히 묘사하지 않기로 하자.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를 기대에 찬 눈으로 보던 심사위원들이 끝날 때쯤 되니 몹시 착잡해서 한숨을 참으시더라.
아니면 견성하의 차력 쇼 뒤를 이은 서문결의 진기명기 칼질 쇼에 감탄하거나.
그래도 깐깐한 고건민 셰프를 제외하고는 심사위원들도 이게 반드시 진지하게 요리해야 하는 방송이 아니라, 차라리 웃기는 게 능사인 예능임을 고려하여 관대히 넘어가 주기는 했다.
아니, 적어도 끝까지 과일을 심혈을 기울여 조각하던 서문결만큼은 그 자리에 있던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MC를 본 크로니클 김성영이나 개그우먼 박미리를 비롯한 패널들이 아담하면서도 예리한 칼을 자유자재로 쓰는 서문결을 보고 잘생겼다, 멋있다 등을 연발했다.
종목이 요리가 아니라 공예였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내년 아이돌 예능 대전은 공예로 나가자고 시청자 게시판에 건의해 볼까.
어쨌든 그런 서문결에게 고생했다는 것 외에 달리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
사실 리조또를 요리하는 과정 내내 답답해 미치려고 하던 반요한은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서문결에게 뭘 더 말해봤자 터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 속이었기 때문에 찬물만 들이켰다.
“오르카의 체리스틴이 힘을 합쳤던 지난 2차전은 그야말로 완벽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이런 파멸적인 상황을 예상하지는 못했겠죠.”
이건 김성영이 한 말인데, 만약 이게 방송을 탄다면, 본선 때 서문결이 보여준 기묘한 모습과 예선 때 강지우가 능숙한 솜씨를 뽐내던 모습이 나란히 비교하는 샷으로 들어갈 거라고 확신한다.
어쨌든 적어도 아이돌 예능 대전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우리를 좋게 본 것이 틀림없었다.
예선 때만 해도 사무적인 태도로 우리를 대하던 아이돌 예능 대전 PD와 작가들이 본선 촬영을 마칠 때쯤에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 고생했고 첫 예능인데 잘했다는 인사를 친히 전하더라니까.
“너희 예능 잘하더라.”
“감사합니다!”
“특히 라온 씨는 내가 본 아이돌, 아니, 그냥 모든 연예인 중에 제일 잘생겨서 이미지 때문에라도 조금 사릴 줄 알았는데 안 그래서 놀랐어.”
공중파 예능에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 ‘순결합니다’의 반요한을 일찌감치 치하한 바 있던 노규범 PD가 내게도 엄지를 들어 보였다.
“사리다뇨. 어떻게 신성한 예능에서 그럴 수 있겠어요. 좀 웃긴다고 제가 덜생겨지는 것도 아닌데.”
“하하, 이 친구 보니까 아주 웃긴 친구야.”
“아직 예능인으로서는 걸음마 단계에 있을 뿐입니다.”
“걸음마는 무슨. 그냥 달려도 되겠는데. 하하하!”
“그럼 한번 날아볼까요. 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노규범 PD가 당신의 싹싹한 태도에 호감을 느낍니다. 노규범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23]노규범 PD는 자사 예능 프로그램에 우리 오르카를 한번 불러보겠다는 약속까지 했는데, 과연 그 말이 지켜질지는 잘 모르겠다.
방송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아직 무조건 을이었다.
* * *
1월 중순.
드디어 픽하트3 상위권 연습생이 대거 포진한 리프틴이 데뷔했다.
생일이 가장 빠른 윤명수가 리더를 맡았고 픽하트 상위권 연습생이었던 김준우, 징샤오, 옥도윤, 나가세 리츠가 멤버로 속해 있었다.
또한 뉴페이스로 지오와 바인이 합류해 리프틴은 총 7명으로 구성되었다.
데뷔 전부터 공식 SNS를 운영해오고, 우리처럼 리얼리티를 찍기도 한 리프틴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야 당연히 화제가 된 모양이지만 픽하트가 불미스러운 일로 끝난 지 시간이 꽤 흘러서 그런가, 대중적인 화제성은 오히려 우리보다 조금 못 미치는 것 같았다.
하기야.
오르카에는 국내 화제성으로는 어디 가서 안 뒤질 자신이 있는 나나 반요한이 있고.
짧지만 임팩트 있는 연예계 활동으로 이미 대중에게 얼굴을 좀 알려둔 강지우와 견성하가 있었다.
서문결도 얼쑤얼쑤 무대 덕분에 웬만큼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 가락이 마음에 안 드는구나, 걔?”라고 하며 알아봤고.
유감스럽게도 그 당시 ‘문결’이라고 방송에 나간 탓에 아직도 ‘서문 결’을 ‘서 문결’로 아는 사람이 많았다.
‘지갈새 개×끼…….’
아무튼 리프틴의 데뷔곡은 아예 강렬하고 센, 약간은 파괴적으로 어둡기까지 한 컨셉이라 국내보다도 해외 반응이 좋은 모양이었다.
김준우를 비롯한 안면 있는 연습생들, 아니, 이제는 어엿한 아이돌이지. 아무튼 녀석들에게 데뷔 축하 메시지를 보냈더니 나중에 음악방송이나 행사 같은 데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화로 들었다.
김준우의 목소리는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브레이커로 데뷔가 결정되었을 때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그리고 리프틴이 데뷔하고 다시 사흘 뒤.
트루에서도 오현진이 포함된 신인 보이그룹 헌트레드가 요란하게 데뷔했다.
오현진뿐만 아니라 저번에 따로 만났던 한도경과 이은규도 한 그룹으로 데뷔했다.
헌트레드는 10인조라는 대인원 그룹이었는데, 애초부터 사람이 많아 오현진을 뒤늦게 합류시키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헌트레드도 데뷔 전부터 바다 건너 미국까지 가서 찍은 리얼리티를 방송하며 국내보다는 해외 쪽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애초에 트루가 썩어도 대형이라 기본적인 해외 인지도가 괜찮은 편이었고, 그 외에도 외국인 멤버가 4명씩이나 포함된 덕을 본 것 같다며 우리 회사 직원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 당장 성적 자체는 영 신통치 않다며 덧붙였다.
초동이 3만 장을 약간 넘겼댔나.
초동 기간에만 67,000장 정도를 팔아 역대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 2위에 오른 우리나, 팬들이 같은 픽하트 출신인 우리를 의식하고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 탓인지 6만 장에 가까운 5만 장대 후반을 판 리프틴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이었다.
앨범 판매량 같은 게 그룹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도 없고, 몇십만 장씩 파는 메이저 그룹 눈에는 우리나 쟤네나 사실 고만고만해 보이겠지만.
하찮은 애들끼리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싸우는데 이 정도면 엄청나게 큰 차이라는 것 역시 마냥 부정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서바이벌 출신 멤버가 다수 포함된 오르카·리프틴과 헌트레드의 팬덤 성향이 그다지 겹치지 않아 그런 일이 생긴 것 같기도, 그냥 근본적으로 팬덤 규모부터가 차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 직원들이 할 일이기 때문에 깊이 분석하지는 않았다.
남들 팬덤 분석할 시간에 우리 팬들한테나 잘하고 우리 일에나 집중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그래. 더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올해 활동 목표는 신인상이었다.
유어스나 어폰 같은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하다가 새로운 멤버와 새로운 그룹으로 데뷔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아이돌로 살면서 단 한 번밖에 받을 기회가 없는 상.
그 희소성 때문인지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리프틴과 헌트레드도 물론 같은 것을 노릴 것이다.
다들 남자 아이돌 중에서는 이 셋 중 한 그룹이 신인상을 받을 거라고 일찌감치 예측하기도 했다.
솔직히 저 두 그룹을 제치고 우리가 신인상을 받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따지면 가능하다.
분명히 노려볼 만한 가시권에 있다.
다만 확실하지 않을 뿐이다.
조금 먼저 출발한 우리가 지금은 약간 더 유리해 보일지라도 1년이라는 시간 사이에 얼마든지 판도가 뒤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트루한테 신인상이 돌아가는 꼴은 못 본다.
리프틴에게 넘겨줄 신인상도, 집계 기간 때문에 오르카는 못 받는 게 확실한 한 시상식의 신인상 말고는 없었다.
애초에 이 얼굴 가지고 신인상을 놓치는 건 말이 안 된다.
[기적의 논리 점프에 래리가 감탄합니다. 래리 호감도 +??? 현재 호감도 +???]저번에 시스템 대부분을 무력화시킨 이후로 할 일이 그렇게 없는지, 요즘 틈만 나면 헛소리를 지껄이는 래리 놈에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이제까지는 픽하트 마지막 방송 이미지 때문에라도 나만 그룹에서 튈까 봐 조금 사렸지만, 앞으로는 여기저기 혼자라도 돌아다니면서 오르카를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리프틴과 헌트레드의 데뷔에 자극이라도 받았나.
강지우를 주축으로 한 멤버들이 다음 앨범에 대해 우리끼리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주열음에게 의견을 전달해 보자는 말을 꺼낸 것이다.
나도 한 번쯤 생각해 본 일이었기 때문에 멤버들의 말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섰다.
아이돌이나 가수들이 꼭 자기가 생각한 컨셉, 자기가 만든 곡, 자기가 만든 안무 등으로 활동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자기가 알아서 할 수만 있다면 몇 배로 멋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아마 빠르면 3월 말, 늦으면 4월 말에 컴백할 텐데 이때가 딱 봄이란 말이야.”
“원래 연예계는 계절감을 좀 앞서나가는 편이니까 그것도 신경 써야 해.”
“너희 봄 하면 뭐 생각나냐?”
“꽃샘추위.”
“미세먼지.”
“황사.”
“……제대로 안 할래?”
다소 산만한 회의는 이대로 밤을 새우기라도 할 것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조금 이상했다.
원래 이렇게 길어지면 반요한이 나서서 적당히 하자고 말해야 하는데…….
‘지금 몇 시지?’
서문결이 화장실에 가겠다며 나간 사이, 나는 벽에 덩그러니 박힌 못을 가리켰다.
“저기 있던 시계 어디 갔어?”
“그거? 고장 나서 버렸어.”
“낮까지만 해도 멀쩡하던데.”
시계 대신 대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얼마 전부터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던 견성하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때아닌 손금을 봐주기 시작했다.
“넌 오래 살 거야. 재물복도 많고, 운명선도 뚜렷해서 잘 살 거고…….”
얘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