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5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56화
체리스틴이 왜 서문결을 골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문결이 이런 걸 못할 것처럼 생겼나?
‘아닌데. 서문결 완전 예술적이고 섬세하게 생겼는데.’
우리한테 관심이 많은 에어리들은 비누 조각을 한 픽하트 1분 PR이나 팬 사인회에서 그려준 여러 그림 등을 통해 서문결의 남다른 미적 감각과 손재주를 잘 알았다.
뭐, 데뷔한 지 3달도 안 된 신인의 그런 사소한 일화까지 체리스틴이 하나하나 체크하지는 않을 테니까.
반요한 머리 좋은 거야 전국적으로 유명하니 요리도 그럭저럭 할 거라고 추측했을 거고.
견성하는…….
‘왜 안 골랐지?’
나 같으면 견성하 골랐다.
“어떻게, 평소 요리를 좀 해보신 편인가요?”
본선 MC를 맡은 크로니클의 김성영이 지목당한 서문결에게 물었다.
패션용으로 쓴 가는 테 안경 때문인가 지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진 코디를 한 김성영은 촬영 시작 전에 나를 따로 찾아와 몇 마디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갔다.
그 결과 내 휴대폰에는 김성영의 번호가 추가되었다.
“숙소에 지우 형이 있어서요.”
서문결이 여상스럽게 답했다.
요리는 강지우한테 전적으로 맡겨 두었으니 자기는 안 한다는 소리였다.
다들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고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아니, 이게 이렇게 합당하게 들릴 말이 아닌데…….
반요한 식으로 표현하자면 “숙소에 강지우가 있는데 왜 내가 요리를 해?”처럼 뻔뻔하기 그지없는 말 아닌가.
반요한이 저랬다면 강지우는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양심이 없냐 삼단 콤보를 시전했을 것이다.
‘이래서 평소 이미지가 중요한 거지…….’
어쨌든 이후 재료 획득을 위한 미니 게임은 룰렛을 돌려 정했다.
빠르게 돌아가던 룰렛이 멈추고 바늘이 가리킨 것은.
“종이 위에 올라가기입니다!”
김성영과 함께 MC를 맡은 개그우먼 박미리가 룰렛 바늘이 가리킨 게임을 외쳤다.
‘종이 위에 올라가기’ 게임은 한 번 할 때마다 반씩 접어 점점 면적이 좁아지는 종이 위에 올라가 일정 시간 동안 버티는 게임이었다.
한 번 성공할 때마다 2가지 재료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종이 위에 올라가기 게임.
체리스틴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아 좁은 종이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모였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좋은 근력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자세를 시도해 보며 버텼다.
“8…… 9…… 10! 오르카, 체리스틴 버티기 성공!”
“흐어어.”
“이제 안 될 것 같은데?”
“아니야. 하면 된다.”
위에서 춤을 춰도 될 만큼 넉넉했던 종이는 이제 좁아질 대로 좁아져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넘어져 실패하기 좋아 보였다.
“일단 둘 둘 다시 업어봐.”
반요한의 지시에 따라 조금 전처럼 내가 견성하에게, 강지우가 서문결에게 업혔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안 될 것 같았다.
“아니다. 힘 빼지 말고 다시 내려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반요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오르카 위기입니다.”
옆을 보니 체리스틴은 어떻게든 해내고 있는 듯했다.
우리도 질 수 없었다.
그때, 나를 내려놓은 견성하가 말했다.
“매달려 봐.”
견성하는 그렇게 말하며 팔을 직각으로 꺾어 보였다.
“왜?”
설마 해서 내가 근육이 도드라진 팔뚝을 보는데, 제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해졌는지 견성하가 나를 재촉했다.
“시간 없어.”
뭐라도 생각한 게 있겠지 싶어 나는 일단 녀석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팔이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우락부락하거나 울끈불끈한 것도 아닌데 견성하는 수월히 버텼다.
이거 오히려 매달려 있는 내 쪽이 더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나.
하지만 원래 업어주는 것도 업는 사람이 잘 못 업으면 업히는 사람이 더 힘든 법이다.
내가 지금 힘든 건 견성하 때문이란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
“지우 형! 와봐요!”
견성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막간을 틈타 저 멀리서 준비되는 재료들을 매의 눈으로 스캔하던 강지우를 불렀다.
그러더니 남은 팔을 똑같이 강지우에게 내밀었다.
이 녀석 설마?
“이쪽에 매달려 봐요.”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야,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는 거 아니지? 우린 몸이 재산이다.”
“성하야, 무리 안 해도 돼.”
“빨리요.”
견성하의 호기로운 재촉에 걱정스러워하면서도 재미있겠다는 기색을 아예 숨기지는 않은 강지우가 이내 덥석 매달렸다.
도합 0.1톤이 좀 넘어가는 우리 두 사람의 무게에 약간 비틀거리나 싶던 견성하는 이내 완전히 균형을 되찾았다.
정말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견성하의 팔에 힘줄이 돋아난 게 선명히 보였다.
‘얘랑은 절대 몸으로 싸우지 말아야지.’
“결아.”
그리고 반요한이 견성하의 진기명기 쇼를 눈치도 없이 방청객처럼 가만히 지켜만 보던 서문결을 부르더니 냅다 안아 들었다.
이렇게 다섯 명이 모두 좁은 종이 위로 올라왔다.
“7…… 8…… 9…… 10! 오르카 모든 단계 통과입니다!”
끝으로 갈수록 이를 악물고 버티던 견성하가 우리를 내려놓았다.
발밑 종이가 좁아질 대로 좁아진 막판.
견성하가 나와 강지우를 각각 한쪽 팔에 매달고 버팀으로써 또다시 몸이 좋으면 머리가 덜 고생한다는 격언을 몸소 증명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
강지우와 슬아가 정중한 예능용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제 저번에 요리를 했던 강지우와 이다인은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따로 마련된 자리로 가 격리되었다.
무슨 재료를 고르면 좋을지 말해주는 것도 금지였다.
서문결이 재료가 들어 있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 옆에는 조미료를 비롯한 여러 재료가 갖춰진 선반이 있었다.
“5분 동안 재료를 골라주시면 됩니다.”
준비된 음식 재료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냉장고 앞에 멈춰 선 서문결은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다.
탁월한 손재주와는 별개로 서문결은 5분 이상 걸리는 요리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무슨 요리를 하면 좋을지,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도 잘 몰랐다.
“형, 일단 고기부터 찾아봐.”
아무튼 저번에 못 먹은 고기의 한을 풀어야겠다.
어쨌든 제대로 굽기만 하면 맛있는 게 고기 아니겠는가.
내 말대로 스테이크용 안심을 잘 꺼내 온 서문결이 고기 굽는 데 필요한 기름과 소금을 찾았다.
그런 다음 서문결이 다시 냉장고 앞에서 멀뚱히 서 있으려 할 때.
반요한이 구세주처럼 나섰다.
“결아, 햇밥 현미로 챙기고 치즈랑 양파. 두유도.”
반요한은 이후로도 뭐에 쓸지 도통 알기 어려운, 통일성 없는 재료들을 줄줄 불렀고 서문결은 자기가 어떤 요리를 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부지런히 그것들을 찾아 조리대로 옮겼다.
그러다 보니 5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네. 여기까지!”
서문결의 조리대는 내가 말한 고기와 조미료 몇 가지, 반요한이 지시한 여러 재료, 그리고 사과와 포도, 키위 등을 비롯한 갖은 과일들로 채워졌다.
“과일은 왜 가져온 거야?”
“아무것도 안 해도 맛있을 것 같아서.”
너무나도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과일은 껍질만 까도 맛있지.
남이 까주는 과일은 더 맛있고.
그런데 굳이 뭘 더 시도하려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맛있는 과일로 남는 재료들을 채우다니, 서문결도 요리에 어지간히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리고 반요한은 왜 저렇게 자신이 넘치는지 모르겠다.
* * *
요리를 시작한 지 10분.
서문결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망해가고 있었다.
반요한이 계획한 음식은 리조또였다.
그렇게 어렵거나 과정이 복잡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서문결이 요리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잘 익고 있는지, 타고 있는지, 제대로 졸여졌는지 등 팬 안의 상황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서문결은 칼질만 잘하는 요리 초보자라서 레시피를 사전에 숙지해 온 반요한이 잘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반요한도 요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자기 눈으로 볼 수 없다 보니 자꾸 소통에 오류가 생겼다.
“결아, 양파 갈색으로 변했어?”
“갈색이 어느 정도 갈색인데?”
“갈색이 그냥 갈색이지.”
“그냥 갈색이기만 하면 돼?”
“갈색이 또 있니?”
“여러 가지 있어.”
“미쳐 버리겠네.”
반요한이 진심으로 답답해하는 모습은 솔직히 좀 웃겨서 그럴 때마다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다가 요리에 대해 아는 게 좀 있는지 견성하가 중간중간 말을 얹었고, 나는 요리가 재미가 없다며 좀 더 재미있게 할 것을 주문하고 시범까지 보였다.
“지금 세 분이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는 대단히 산만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겠죠.”
“저기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지우는 지금 화병 나서 죽으려고 하고 있어요.”
김성영의 말대로 침통한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던 강지우가 가슴을 두드렸다.
이러다 스케줄 마치고 숙소 돌아가면 강지우의 요리 교실이라도 열리는 거 아닐까 싶다.
뒤늦게 서문결이 “들의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 깐 콩깍지면 어떻고 안 깐 콩깍지면 어떤가. 깐 콩깍지나 안 깐 콩깍지나 콩깍지는 다 콩깍지인데”라는 혀 꼬이는 잰말놀이 주문을 외우는 데 래퍼답게 단번에 성공해 강지우가 투입되었지만.
이미 글렀다.
틀려먹었다.
답이 없었다.
엎지른 물은 다시 받아오면 되지만, 태운 고기나 치즈와 함께 너무 졸아든 밥은 다시 받아올 수 없었다.
비나가 요리하는 체리스틴 쪽도 중간에 큰 실수를 하나 해서 졸지에 본선 1차전은 누가 누가 더 망하는지를 겨루는 대결로 변질했다.
여러 가지를 포기한 서문결이 리조또와 스테이크를 내버려 두고 남은 시간 동안 과일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서문결의 손안에서 딸기는 한 떨기 장미꽃으로 변신했고, 키위는 왕관이 되었으며 풋사과와 청포도는 귀여운 거북이가 되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무리해 주세요.”
종료를 눈앞에 두고, 서문결은 그릇에 자신이 한 음식을 옮겨 담기 시작했다.
피날레.
팔을 불필요하게 높이 든 서문결이 상대를 유혹하려는 수컷 공작새처럼 한껏 화려히 리조또에 파슬리를 뿌렸다.
재미있게 요리하는 게 어떤 거냐고 물어보길래 아까 시범을 좀 보여줬더니 바로 저러고 있다.
아무리 봐도 저 인간도 제정신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