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7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75화
Dream (2018)
오르카(ORCA)
★★★★☆
데뷔한 지 반년도 되지 않는 그룹의 두 번째 타이틀곡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 그들이 이따금 하는 벌써 데뷔 2년 차라는 농담이 단지 농담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작사, 작곡, 편곡 모두에 멤버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기실 멤버가 직접 작사·작곡을 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일부 대중들은 아티스트가 직접 창작에 임하는 것을 과대평가하는 감이 있지만, 창작물이 그룹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도리어 그룹이 가진 역량을 채 발휘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수단이 목적을 앞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듀스를 하는 멤버의 자질만 받혀준다면 본인이 속한 그룹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바로 ‘Dream’이 그렇다.
(중략)
곳곳에서 느껴지는 서문결 특유의 마이너한 감성의 곡을 메이저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은 시드의 수장 반가을의 공이 지대했으리라 짐작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전작에 비해 훨씬 늘어난 백보컬이다.
가사에 따로 표기되어 있지도 않은 이러한 목소리들은 의식하지 않는다면 존재 자체를 놓치기도 쉽지만, 보컬을 받쳐주며 라인을 강화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명백한 차이를 낸다.
(중략)
전작인 ‘해방’에서 싸늘한 현실 앞으로 소년들을 자비 없이 불러냈다면, 이번 ‘Dream’에서는 현실 도피를 위해 품고 있던 일말의 달콤하고 허황된 꿈마저 의식적이고 완벽하게도 깨뜨린다.
그들의 음악은 결코 현실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눈앞의 현실을 직시할 것을 매정히 촉구한다.
그러한 냉철한 패기가 향후 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By 지카
* * *
– 여기 별점 짠데
– 센스? 얘네가 뭐라고?
– 센스는 너무 주관적이지 않나
┗ 평론은 원래 주관적인거
– 그래도 그나마 옛날 음악 말고 최근 음악에 전문지식 갖고 평론다운 평론하는 게 센스임 애초에 아이돌 음악은 평론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 여기서 무슨 평을 받든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건 ㅇㅈ 여기서 평 안 좋아도 잘나가는 곡들 많아
– 평론은 원래 그냥 참고만 하는 거지ㅇㅇ
– 근데 내가 생각했을 때도 이번 오르카 노래 좋고 그래서 앨범에 수록된 곡이 적은게 더 아쉬워 수록곡들까지 빠방하게 듣고 싶은데
– 이런 평론이 뭐가 중요하냐면서 댓글 다는 애들 특징: 이런 거에 제일 관심 많음
– 난 여기 리뷰 공감가는거 많던데 특히 지카는 ㄱㅊ은듯
– 근데 이샛별도 그렇고 오르카 이번 노래 좋지 않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아 4점 받을 만한 것 같은데
* * *
컴백 무대는 쇼케이스를 한 다음 날, 아이돌 예능 대전을 촬영하기도 했던 MBS의 음악방송인 뮤직팡팡에서 가졌다.
저번에 뮤직팡팡에서는 한 곡만 할 수 있었는데 아이돌 예능 대전에서 활약한 덕분인지, 저번보다 우리 입지가 괜찮아져서인지 이번에는 수록곡까지 할 시간을 내주었다.
오랜만에 새벽에 나가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왠지 저번보다 친절해진 것 같은 방송국 스태프들 사이에서 리허설을 하고, 또 선배 가수들에게 열심히 사인한 실물 앨범을 들고 가 인사를 하다 보니 이제 또 시작이구나 하는 기분이 비로소 들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고마워요. 이번 노래 좋더라.”
“감사합니다!”
“이번 활동 파이팅해요.”
확실히 저번보다는 우리를 알아보고 티 나게 반가워하는 선배 가수들이 많았다.
참고로 묵혜성의 크로니클은 다음 주에 컴백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본방송 시간이 될 때까지 한창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얘들아, 원보이즈라는 팀이 잠깐 인사하고 싶다고 하는데…….”
원보이즈는 내가 알기로 올해 데뷔한 보이그룹이었다.
“인사요?”
“누구한테요? 저희한테요?”
“그럼 너희한테지 누구한테 인사해.”
“세상에.”
물론 주목받는 팀인 리프틴이나 헌트레드 말고도 몇 달 사이 여러 그룹이 새롭게 데뷔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벌써부터 우리가 다른 가수들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인사를 올 거라는 건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라.
조금 당황한 것 같은 멤버도 보였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학교에 입학한 지 네다섯 달 만에 후배가 생긴 기분이랄까.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 너희 이제 선배야.”
함께 대기실에 있던 한 스타일리스트가 즐거워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가 선배……?”
“우리가 선…배……?”
“들어오라고 한다?”
문가에 서 있던 곽상현이 반쯤 고장 난 우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헉 잠시만요, 저 지금 꼴이 엉망……!”
“저도요!”
대기실에서 아무렇게나 퍼질러져 있는 사이 약간 흐트러진 머리나 옷매무새를 다급하게 정돈하는 우리를 흘긋 본 곽상현이 눈빛이 떠름해졌다.
[꼴이 엉망이라니? 이 기만자들이. 곽상현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42]서로에게 너무한 사념을 날린 곽상현은 문 앞에서 기다리던 원보이즈를 곧바로 우리 대기실로 들여보냈다.
우리와 전체적으로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남자 9명이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로 우르르 들어왔다.
저기서 더 세워두는 것도 상대에게 실례인 행동이기는 해서 우리는 곽상현에게 별다른 원성을 터뜨리지는 않고 얌전히 원보이즈를 맞았다.
“인사 먼저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보이즈입니다!”
이번이 데뷔 후 첫 활동이라는 원보이즈 멤버들은 적잖이 긴장했는지 고작 인사 하나 마치고 어색하게 굳었다.
실제로 시간상 우리한테 제일 먼저 인사를 온 것도 아닐 테고, 따지자면 오늘 출연진 중에서는 우리가 제일 쉽고 만만한 상대일 텐데 저렇게 긴장해 있다니.
막 데뷔한 신인으로서는 뭐든 조심스럽고 떨릴 테니 저러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만.
사실 데뷔한 지 반년도 안 지난 주제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조금은 웃겼다.
두 번째라고 벌써 적응했다 이거다.
아, 설마 우리도 인사 갔을 때 저렇게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았겠지.
– 아, 창연 쌤! 오랜만이에요! 이번 타이틀곡 ‘정’ 안무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유피테르 CT가 보컬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안무까지 확실하게 잡고 가시는 느낌?
– 너 약간 준비해 온 느낌 나는데.
– 헐, 어떻게 아셨어요?
– 다 아는 수가 있지. 한번 해봐, 해봐.
– 좀 부끄러운데…….
– 뭐가 부끄러워. 잘하네! 너 우리 멤버 할래?
음, 아닌 것 같지?
‘아까 우리가 인사 갔을 때 선배 가수들이 뭘 어떻게 했더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상호 어색한 공기 속에서 강지우가 쾌활하게 말했다.
“질 수 없다. 우리도 인사하자.”
“네?”
그 인사가 평범하게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건 아닐 것 같은 뉘앙스라, 견성하가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강지우를 바라봤지만.
“On and on!”
강지우는 이미 수십 번은 했을 인사를 호방하게 선창하고 있었고.
“ORCA!”
우리는 조건반사적으로 손동작을 하며 입을 모아 그를 따랐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느닷없이 돌아온 반격에 원보이즈 멤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조금은 긴장이 풀어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이렇게 똑같이 인사해 주시는 선배님은 처음이에요.”
“선배님이 뭐예요. 데뷔 시기 별로 차이 나지도 않는데.”
“맞아요. 그냥 편하게 해요.”
“저 97년생인데, 원보이즈는 제일 나이 많은 분이 누구예요?”
그렇게 강지우는 오르카 제일의 사교성을 한껏 내세워 원보이즈의 몇몇 멤버와 한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건 저희 데뷔 앨범인데…….”
원보이즈의 리더로 추정되는 멤버가 들고 있던 앨범을 내밀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내가 앨범을 받았다.
“고마워요. 저희도 이렇게 앨범 받은 건 처음이에요!”
“앗, 그래요? 영광입니다!”
“근데 라온 선배님 너무 잘생기셨어요.”
“아잇, 지금 메이크업 다 받은 상태라 그래요.”
[안 어울리게 웬 겸손인가? 연기력 +1]시끄러워! 재수 없는 후배는 돼도 재수 없는 선배는 되고 싶지 않단 말이다.
[안타깝지만 당신은 충분히 재수 없었을 겁니다. 명성 +2]젠장.
어쨌거나 서로 활동 힘내자며 처음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살갑게 인사를 주고받은 원보이즈가 돌아가고 조금 뒤에 걸그룹 한 팀이 더 인사를 왔다.
그러고 나자, 이 바닥이라는 게 우리가 잠시 쉬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휙휙 변하는 시장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 * *
그날 밤, 음악방송 출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멤버들에게 강지우가 말했다.
“얘들아, 피곤하니까 내 생일 축하해 주려고 자정까지 안 자고 있을 필요는 없어.”
“어, 뭐지 이 당당함.”
“그러게요. 축하해 주기도 싫게.”
“애초에 깨어 있을 생각도 없었는데…….”
“얘들아…….”
어쨌든 다들 피곤했기 때문에 강지우의 말을 못 이긴 척 따랐다.
비록 자정에 축하는 못 해줬지만, 새벽에 일어나 샵까지 차를 타고 가는 길에 강지우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해주었다.
그렇다. 오늘은 강지우의 생일이었다.
강지우는 사전 녹화를 하며 활동 중에 생일을 맞은 특권을 제대로 누렸다.
“에어리! 저 오늘 생일이에요!”
여기저기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안 그래도 대기실에서 그를 아끼는 스태프들에게도 현수막이니 뭐니 하며 축하를 받았는데.
가장 부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공방에 온 에어리들이 ‘Dream’ 응원법 중간을 살짝 변경해 강지우의 생일을 깜짝 축하해 준 것이다.
– 강지우! 생! 일! 축하해!
이건 미처 예상 못 했는지 강지우는 눈물을 살짝 글썽이면서도 언제 어디서 무슨 상황에서든 노래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해 냈다.
그날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강지우 생일맞이 B앱 라이브 방송을 켰다.
평소 우리 식사를 자주 책임지던 강지우에게 한 상을 차려주기 위해서였다.
요리사는 서문결이었다.
반요한이 지난번 아이돌 예능 대전 때 했던 요리의 처참한 실패를 이번 기회에 만회하겠다면서 서문결을 제 아바타로 다시금 기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