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8화
평가 영상을 찍은 날 저녁부터는 한 명씩 불러 소소한 인터뷰를 따는 걸 제외하고는 온전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휴식이라고는 하나, 첫날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초췌해진 애들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 편히 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끼니때마다 시끌시끌하던 식당도 묘하게 평소보다 조용해서 식기가 달각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등급 발표를 앞두고 건물 전체가 조용히 가라앉은 느낌이다.
배식하는 분이 오늘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내일 퇴소하는 날이라 싱숭생숭한가 봐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아주머니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생했다고 내 식판에 제육볶음을 조금 더 올려주셨다.
감사하다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룸메들이 먼저 잡아둔 자리로 갔다.
김준우가 나직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여기 밥은 끝까지 조금이네.”
“이 정도면 됐지. 형이 많이 먹는 거야.”
일전 김준우가 하루 다섯 끼를 먹는다는 말에 질린 낯을 했던 반요한이 그렇게 말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네 양이 적은 거거든? 특히 온라온, 한국인은 밥심인데 너처럼 안 먹으니 그렇게 체력이 딸리지.”
맛없으니까 안 먹는 거다.
“체력…. 밥 먹을 때마다 스탯 올랐으면 좋겠다.”
“얜 무슨 게임중독자 같은 소리야.”
“게임 하고 싶다고.”
애초에 지금도 게임 하고 있는 건데 너넨 모르지?
내일 폰 받자마자 여기는 폰게임 뭐 있나부터 찾아본다.
다들 말없이 밥을 먹는데 모든 기운이 빨린 듯 멍한 얼굴을 한 징샤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일 끝이네.”
“끝이긴. 시작이겠지.”
반요한이 태연스럽게 받아 돌려줬다.
그 말을 들은 김준우가 순간 체할 것 같은 얼굴로 캑캑거렸다.
그리고 조금 원망스러운 얼굴로 반요한을 노려본다.
“너는 밥 먹을 때 그런 얘기를 왜 하냐?”
징샤오와 내가 동의하듯 물로 입을 가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어를 모르는 나가세 리츠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아무튼 나중에 밖에서 밥 한번 배 터지게 먹자.”
김준우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공수표를 날렸다.
그를 힐끔 본 징샤오가 샐쭉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한국인들 맨날 그렇게 말하면서 연락 안 해.”
중국인의 완벽한 한국인 분석에 옆 테이블에 있던 애들까지 빵 터졌다.
“샤오 너는 진짜 한잘알 인정이다.”
아깝다. 여기 카메라가 있어야 했는데.
방송되면 자막이랑 같아 캡처돼서 짤방으로 돌아다녔을 각인데.
남들은 다 어깨를 떨면서 웃는데 처음 말을 꺼낸 김준우만 웃지도 화내지도 못하고 징샤오를 째려봤다.
“야, 그냥 하는 말 아니거든?”
김준우는 이 말만큼은 해서는 안 됐다.
나와 징샤오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어? 형 사?”
“살 거면 고기. 소고기.”
“우리가 착해서 무한리필 집으로 봐준다.”
“[요한, 지금 왜 저러는 거야?]”
“[준우 형이 고기 산대. 배 터질 만큼.]”
“와. 감사합니다.”
“노! 리츠 노! 노 머니!”
김준우가 절규했고 나는 후식으로 나온 요거트 유제품을 퍼먹으며 다시 한번 여기 카메라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 * *
다음 날 아침, 넓은 강당 같은 공간에 100명의 연습생이 모두 한꺼번에 모였다.
“픽하트배 닭싸움 대회?”
곧바로 등급을 발표하는 줄 알고 자기 F 나올 것 같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아침도 깨작거리며 불안에 떨었던 김준우가 얼빠진 목소리로 앞쪽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를 읽었다.
“닭싸움?”
“우리 지금 닭싸움해?”
여자 아이돌로 보이는 두 사람이 불쑥 단상 위로 뛰어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픽 유어 하트 시즌 3 연습생 여러분!”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맑은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연습생들이 입을 다물고 단상 위를 올려다봤다.
“유어스의 유하나!”
“김다영입니다!”
와아아아! 상황을 파악한 연습생들이 환호했다. 나도 적당히 그 틈에 섞였다.
들어보니 전 시즌에 데뷔한 연습생들이라는 모양이었다.
“이 반 대항 닭싸움 대회는 픽하트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시즌에는 제가 무려 10명을 쓰러뜨리고 우승을 차지했죠.”
“어우, 그때 장난 아니었죠. 거의 닭 사이에 끼어든 독수리처럼 맹렬한 몸놀림! 아직도 기억합니다.”
“제가 그때 좀 쩔어줬죠!”
유하나가 발랄하고 당찬 톤으로 외친 말에 연습생들이 귀엽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웃었다.
“자, 그럼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룰은 간단했다.
반별로 9명씩 나와서 단체로 닭싸움을 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반이 승리.
총 45명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건데 그중 10명을 혼자 탈락시켰다는 유하나의 대단함이 새삼 느껴졌다.
체격도 별로 크지 않으면서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파워가 좋은가? 나중에 클립 찾아봐야지.
그리고 이긴 반에게는 상품이 주어진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이런 이벤트라면 돌발 퀘스트가 뜨지 않을까 아무것도 없는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할 때였다.
[돌발 퀘스트 발생!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라>]예상대로 퀘스트가 도착했다.
느리잖아. 수동이냐.
[▶ 퀘스트 설명: 픽 유어 하트의 전통 반 대항 닭싸움 대회가 열렸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 가며 정당한 승리를 쟁취하세요!▶ 확정 보상: 체력, 힘, 민첩 중 택1 +5] [Y/N]
보통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하지 않나.
이 개스템, 쓸데없는 곳에서 정의롭다.
페널티도 딱히 없는 것 같고, 대수롭지 않게 수락했다. 보상이 탐났다.
선수 선발을 위해 10분 정도가 주어졌다.
애초에 정원이 9명이라 전원 출전이 확정인 지희 반을 제외하고 다들 나갈 사람을 뽑는다고 시끄러워졌다.
“우리 반에서는 누가 나갈래?”
“저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손을 들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했다.
“넌 그냥 한쪽 다리 들고 30초 동안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팩트가 아프다.
이게 다 우리 쌤한테 보고 배운 탓이다.
“맞아. 반장은 앉아서 쉬어.”
“그동안 고생 많았지. 우리가 이겨줄게.”
훈훈하게 말해봤자 나는 이기는 데 하등 도움 안 되니 썩 꺼지라는 말이었다. 개자식들.
퀘스트에 내가 꼭 선수로 나가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으므로 지고 오면 벌점 10점이라는 으름장을 놓고 물러났다.
내가 봐도 20을 넘는 게 없는 허접한 체힘민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그때 애초에 나갈 사람을 정하는 무리에서 뒤로 빠져있던 반요한이 선수로 뽑힌 징샤오를 부르더니 무언가 귓속말을 했다.
귓속말을 다 들은 징샤오가 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와, 형. 그렇게 이기는 거 좋아?”
“이기는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징샤오가 같이 뽑힌 연습생들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말했다.
무슨 작전이라도 들은 것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반요한이 웃으며 손짓했다.
“온라온, 너도 이쪽으로 와봐.”
“나? 나는 선수 아닌데?”
“일단 들어.”
반요한이 주변에 있는 다른 반 연습생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속삭인 말을 들은 다음에는 나도 징샤오와 똑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형 진짜 그렇게 이기고 싶어?”
“왜? 너도 이기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반박할 말이 없었다.
이겨야 한다. 이번 보상을 받으면 드디어 체력이 20을 넘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거지 같은 체력을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자, 모두 준비되셨나요!”
선수들이 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다.
시합에 나가지 않는 나머지 연습생들은 한쪽 라인에 줄지어 앉았다.
“시작하기에 앞서 트루 오현진 연습생,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딱 3명만 쓰러뜨리고 돌아오겠습니다.”
“겨우 3명으로 되겠어요?”
“어, 5명?”
유하나와 김다영은 그 뒤로도 반별로 한 명씩 인터뷰를 했다.
“치킨 파이트 서바이벌! 과연 끝까지 살아남는 건 누구인가!”
“다들 다치지 않게 조심하시고, 한쪽 다리 들어서 준비해 주세요. 네. 전원 준비된 거 확인했고요. 준비….”
삐익! 유하나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러자마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누가 제일 잘 나가는 닭인가!”
김준우의 쩌렁쩌렁한 호령에 자기들끼리 시선을 주고받던 우리 반 선수들이 앞다퉈 입을 열었다.
“I’m the best chicken!”
“我是最好的鸡肉!”
“私が一番よく行く鶏である!”
“ฉันเป็นไก่ที่ดีที่สุด!”
외계어, 아니… 외국어가 난무했다. 그리고 저러는 게 다 우리 반이다.
뭔데.
눈에 띄게 당황해 중계하는 것도 잊고 있던 유하나와 김다영이 정신을 수습하고 놀란 얼굴로 외쳤다.
“아, 이게 뭐죠? 혜성 팀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섭니다!”
“저 말들은 저주인가요? 저주일까요?”
“안심하세요. 3개월 동안 배운 제 일본어 실력에 비추어 보건대, 자기가 제일 잘 나가는 닭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다음부터 하는 말은… 잘 모르겠네요!”
외국 출신이 반인 우리 팀 선수들이 모국어로 괴성을 지르며 약 먹은 닭처럼 다른 팀 선수한테 돌진했다.
난데없는 외국어 폭격에 희생양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달아나다가 선 밖으로 나가거나 웃음을 참지 못하고 쓰러져 탈락했다.
“…저거 광계병 아니야?”
누군가가 이런 말을 작게 중얼거릴 때 나는 반요한이 했던 조언을 속으로 곱씹고 있었다.
– 애들이 어느 정도 탈락했다 싶으면 다른 팀 선수랑 아이컨택 시도해서 방해해 봐. 최대한 불쌍한 얼굴로. 넌 가끔 특별하게 불쌍해 보일 때가 있어서 통할지도 몰라.
특별하게 불쌍하다는 표현 정말 유감스럽게 정확해서 열 받는다.
천생가련 효과가 제때 발휘될지는 모르겠다. 잘못하면 나만 수치스러워질 것 같은데.
하지만 초반에 지나치게 힘을 냈던 탓인지 후반에 들어서 움직임이 조금 느려진 우리 닭들을 보며 용기를 냈다.
기다려라, 체력 +5.
그리고….
[특성 ‘천생가련天生可憐’의 효과로 상대가 측은한 당신을 돌아보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이 개스템, 예능을 아는데?
날렵하게 우리 편을 공격하다가 천생가련 효과에 당한 서문결이 나를 보고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그 틈을 노려 우리 반 선수로 나간 아즈미 렌이 서문결을 옆에서 팍 들이받았다.
그러고도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어 잠시 버티던 서문결은 연타에 결국 넘어갔다.
“이거 반칙 아닌가요!”
서문결의 시야에 있는 나를 발견한 서찬빈이 손가락질을 했다.
나는 시치미를 떼며 고개를 돌렸다.
“네?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밖에서 불쌍한 표정 지으면서 귀여운 척했잖아요! 방해죠!”
“서찬빈 연습생은 제가 귀여워 보였나요? 그럼 귀여운 척이 아니라 진짜 귀여운 거겠죠.”
서찬빈이 할 말을 잃고 기막혀하는 얼굴로 나를 봤다.
내가 얼른 망언을 취소해 줬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원래 내 몸이었다면 몰라도, 내 기준 전혀 귀엽지 않은 얼굴로 이런 말을 하려니 상당히 면구스러우나 이럴 때일수록 더욱 뻔뻔하게 나가야 한다.
세상에는 외모가 중요한 귀여움 말고 외모가 중요하지 않은 귀여움도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