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9화
닭싸움은 물론 우리 반의 승리로 끝났다.
어이가 없지만, 반요한의 작전이 지나치게 잘 통한 결과였다.
닭싸움 MVP도 따로 선정했다.
혼자서 7명을 쓰러뜨린 징샤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7킬 중 내 어시스트도 하나 포함된다.
다시 생각해도 그딴 작전이 통했다는 게 몹시 어이없다.
상품 수여식은 나중에 따로 촬영하는 모양이었다.
발 치수를 조사해 가는 걸 보니 운동화라도 협찬받아서 주나 보다.
그리고 드디어 체력이 22가 되었다.
물론 갑자기 몸에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
팝업 알림 하나가 떴을 뿐이다.
[Tip! 체력 수치가 높을수록 피로도가 느리게 누적됩니다.]대충 이런 효과가 있을 건 예상했다.
뭐만 하면 쌓이던 피로도 걱정을 이제 좀 덜 수 있으려나.
잠시 뒤,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연습생들이 반별로 흩어져 앉았다.
드디어 등급이 발표되는 시간이었다.
“떨린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멘토들이 들어왔다.
멘토들은 각자 손에 카드를 들고 있었다.
제작진에게 무슨 말이라도 들은 건지 하나같이 표정들이 엄격하다.
평소 성격 좋게 웃는 상이던 주안이나 석수영마저도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묵혜성? 평소랑 너무 똑같아서 새삼 떨 것도 없다.
본인은 아무 생각 없는 게 분명한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을 받는 재수 없는 얼굴.
아, 제가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요. 진짜로.
“나 F면 어떡하지.”
닭싸움 때 목청 좋은 대장군 닭으로 활약했던 김준우는 다시 F 염불을 외기 시작했다.
나가세 리츠는 두 손을 모으고 뭐라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MVP라고 좋아하던 잘생긴 뚝딱이 징샤오는 아예 세상만사에 초탈한 얼굴이었다.
합숙하면서 눈에 띄게 표정이 굳거나 감정적인 불편함을 내보이는 등 여유를 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반요한만이 평소랑 똑같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A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젠장. 그걸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미안. 그거 허세였어.”
내 말을 들은 반요한이 가늘게 웃더니 집중해 달라고 말하는 스태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지.”
내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스태프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름을 부르면 앞으로 나와 카드를 열어 등급을 확인한 다음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네!”
“등급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어느 등급에 배정되었는지는 끝나고 따로 촬영할 거예요.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
“네!”
“네. 좋아요. 참, 등급 확인한 후에는 어떤 글자가 쓰여 있든 가능한 한 표정 관리해 주시고요. 포커페이스, 아시죠?”
대충 할 말을 마친 스태프가 묵혜성에게 순서를 넘겼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 묵혜성이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시그널 송 등급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불과 30분 전까지 같은 공간에서 치열하게 닭싸움을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서늘한 공기 속에서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성적표를 받아 돌아왔다.
“고민형 연습생.”
강당에는 때때로 멘토들이 차분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앞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연습생들의 발소리만이 고요히 울렸다.
제작진의 말도 있고 해서 다들 표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물론 그중 영 통제되지 않는 얼굴 근육 때문에 티가 나는 연습생들도 몇 있었다.
특히 덜덜 떨던 김준우는 등급을 확인하더니 오만 긴장이 탁 풀린 얼굴이었다.
징샤오도 죽상은 아니라 F는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조금 더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었다.
“온라온 연습생.”
“네.”
앞선 애들이 했던 것처럼 묵혜성이 내민 카드를 슬쩍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개인 연습생 온라온: B]B라는 글자를 확인하고 한순간 올라간 입꼬리를 얼른 내렸다. 애들을 등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카메라가 옆에서 이 모습을 낱낱이 촬영했다. 내 표정을 본 묵혜성이 덤덤히 말했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자리로 돌아와 다른 연습생이 모두 등급을 확인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최대한 열심히 표정을 가다듬었다.
A는 아니지만 C도 D도 F도 아니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10분쯤 지난 뒤에 인원이 가장 많은 우리 반을 끝으로 등급 확인이 모두 끝났다.
우리가 끝난 걸 확인한 스태프가 마이크를 들고 자신이 서 있는 곳에 반별로 줄을 지어 모여달라고 지시했다.
“이 상태로 10분 휴식하겠습니다. 연습생 여러분은 설명 짧게 듣고 화장실만 잠깐 다녀오세요.”
스태프에게 조금 뒤에 촬영할 등급 공개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설명이 끝나고도 옆 사람과 떠드는 사람은 적었다.
정말 다들 조용히 화장실만 다녀왔다. 각자 생각들이 많아 보였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어느샌가 온 제나가 앞에 서 있었다. 멘토들이 그 양옆에 일렬로 섰다.
제나는 미소를 지으며 명료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픽 유어 하트 연습생 여러분. 사흘 동안 연습하느라 다들 너무 고생 많았어요. 여러분 모두가 예상했던, 혹은 기대했던 등급을 받으셨길 바랍니다.”
저마다 등급 카드를 손에 든 연습생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제나가 다정히 웃으며 계속 말했다.
“사실 사흘 동안 연습해서 한 곡을 완벽하게 마스터한다는 게 여러분에게는 많이 어려운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춤추면서 노래하기 편한 곡도 아니고요. 그렇죠?”
“네!”
“안타깝게도 모두가 잘 해내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이제 중요한 건 지금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에 적힌 등급에 따라 시그널 송 무대의 파트가 정해진다는 사실이죠.”
마냥 상냥하던 목소리가 조금은 냉정해졌다.
“그럼 지금부터 연습생 100명의 시그널 송 등급 평가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미리 스태프에게 설명을 들었던 연습생들이 박수를 쳤다. 요란하지는 않았다.
박수가 잦아들자 제나가 말했다.
“각 반, D등급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우리 반의 절반 정도가 앞으로 나갔다.
다른 반에서도 5명 정도가 나왔다. 총 21명이었다.
춤 실력이 잘 안 느는 데다가 한국어 가사 발음을 어려워하고, 같은 방이기도 해서 특히 걱정했던 징샤오도 D등급이었다.
제나가 일렬로 선 연습생 중 징샤오에게 다가가 물었다.
“혜성 반 징샤오 연습생, F를 간신히 면한 D등급을 받았는데도 표정이 참 밝네요. 소감 물어봐도 될까요?”
“어…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형들이랑 열심히 연습했는데 잘 못해서 무대 위에 없을까 봐 걱정 많이 했어요. 지금 무대 설 수 있어서 그냥 기뻐요.”
그렇게 말하며 징샤오가 살며시 웃었다.
여기저기서 잘생겼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거 방송 나가면 너는 실력이고 뭐고 일단 입덕 영상 분량 15초 확보다.
제나는 징샤오와는 대조적으로 속상해서 울기 일보 직전인 지희 반 연습생 한 명을 더 인터뷰하고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각 반, C등급을 받은 연습생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C등급을 받은 연습생들이 앞으로 나갔다. 총 20명이다.
우리 반은 남아 있던 연습생 대부분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김준우를 포함한 우리 반 연습생들에 한해, 대체로 만족한 얼굴들이었다.
다시 창연 반과 수영 반 연습생을 한 명씩 인터뷰한 다음 순서가 넘어갔다.
“각 반, B등급을 받은 연습생들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B등급은 다해서 18명이었고 우리 반은 나를 포함해 3명이 앞으로 나갔다.
이제 남아 있는 우리 반 연습생은 반요한, 그리고 이유진이었다.
반요한은 평소랑 똑같아서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유진은 너는… 연습 좀 제때 하지 그랬냐, 새끼야…….
돌발 퀘스트의 성패가 벌써 보이는 듯했다.
나는 소중히 키운 지혜 10을 보내줄 준비를 했다.
창연 반 연습생을 인터뷰한 제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온라온 연습생, 연습하면서 반요한 연습생에게 같이 A등급에 가자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지금 혼자 B등급을 받았어요. 반요한 연습생은 아직 등급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고요. 어때요. 이 결과에 만족해요?”
“네. 만족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난 뒤에 받은 등급이라서, B등급의 B는 베스트(Best)의 B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내 침착한 정신 승리적 발언에 연습생들과 멘토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너무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B등급이 베스트면 A등급은 어떻게 되는 거죠?”
“에이스(Ace)의 A요!”
“어, 말 되네. C등급도 궁금하다.”
“이건 당연히 치킨(Chicken)의 C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D는?”
D? D로 시작하는 게 뭐가 있지?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서 머리를 쥐어짜 내는데, 나가세 리츠와 눈이 마주쳤다.
– 제가 리츠 형이 하는 일본어 중에 딱 세 마디는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 세 마디요?
– 네. 아리가토, 고멘, 다이죠부. 그러니까 뜻이 고맙다, 미안하다, 괜찮다, 이건데 리츠 형이 진짜 많이 하는 말들이에요.
간밤에 불려가서 했던 인터뷰가 뇌리를 스쳤다. D… 디귿… 다…….
“다, 다이죠부!”
“푸하하하, 마지막으로 F는?”
“파이팅!”
“아, 나 이런 거 너무 좋아.”
끝으로 갈수록 뇌를 안 거치고 말이 나온 기분인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웃느라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쓱 훔친 제나는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이런 몹쓸 발언에 호감도를 5나 올려줬다.
묵혜성은 갓제나의 배포를 보고 좀 배워라.
[묵혜성이 시답잖은 말장난을 싫어합니다. 묵혜성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3]하….
“자, 이제 남은 건 A등급, 그리고 F등급뿐입니다.”
아직 마흔 명이 넘게 남아 있었다.
A를 20명 넘게 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다른 반에 F가 생각보다 많나 보다.
“A등급, 앞으로 나와 주세요.”
A등급은 모두 15명이었는데 한지희 반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문결도 A였다.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반요한 쪽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반요한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
쟤가 F라고?
보는 눈이 없어서 반요한이 A를 받을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평가 영상에 담긴 반요한의 춤과 노래가 F를 받을 실력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하물며 저 징샤오도 D인데.
게다가 오현진도 남아 있었다. 대형 엔터 출신 걔. 호감도가 시작부터 -36이었던 걔.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연습생들이 술렁였다.
제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뷰를 권하는 등 할 일을 했다.
뒤이어 제나의 쓴소리와 함께 F등급이 공개됐다.
F등급은 다해서 26명이었다. 주안 반이 그중 12명이나 됐다.
‘주안 반 정원이 19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우리 반 다음으로 못하는 애들이랑 노래에 약한 래퍼들을 모아놨다고 해도 저게 무슨 일이냐.
주안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지희 반은 아무도 없었고 창연 반과 수영 반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이유진은 역시 F였다. 우리 반에서 유일했다.
신이 얼굴을 주고 춤 실력을 빼앗아 간 징샤오도 붙었는데 저건, 실력의 문제 이전에 노력의 문제다.
아무튼 그러고도 반요한과 오현진을 포함해 다섯 명이 남았다.
반요한이야 묵혜성과는 또 다른 의미로 무감한 표정이었고, 나머지 넷은 조금 불안해 보인다.
‘쟤넨 대체 뭐야? 뭐 Z등급이라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