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화
반요한, 오현진, 지연우, 박수현, 마태원.
이렇게 다섯 명이 남아 있었다.
제나는 이미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능숙하게 진행했다.
“모든 등급이 발표되었는데 아직 어느 등급에도 해당하지 않는 연습생이 다섯 명이나 남아 있네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이전 시즌에도 없었던 일인지 연습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나를 바라봤다.
“자 그럼, 남아 있는 연습생들은 자신의 카드를 열어 등급을 공개해 주세요!”
스태프의 사인에 맞춰 남은 연습생들이 카드를 활짝 펼쳐 보였다.
[?]“뭐야?”
“물음표?”
남은 연습생들의 카드에는 A부터 F까지의 등급 대신, 물음표가 적혀 있었다.
당사자들도 무슨 의미인지 들은 게 없는 듯 눈만 깜빡이고 있다.
얼마간 의도적으로 의뭉스러운 미소를 짓던 제나가 말했다.
“이 중 네 명의 연습생은 저희 멘토단의 판단에 따라 A, B, C, D 각 등급에서 센터를 맡게 됩니다.”
남은 사람은 다섯. 센터는 넷. 그럼 남은 한 명은….
“그리고 다른 한 명은, 100명의 연습생 중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F등급 연습생입니다.”
충격적인 말에 연습생들 사이에서 잔인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여기서 F 받은 애는 PD랑 원수라도 진 거지.
물음표를 받은 연습생 중 ‘휘슬러’라는 그룹으로 이미 한 번 데뷔했다던 박수현과 다른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온 적 있다던 마태원의 안색이 특히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원래부터 이렇게 해온 건지 옆에 있던 사람한테 물어봤다.
“지난 시즌에도 센터 이렇게 정했어요?”
“아니요. 따로 A등급끼리 센터 선발전 했던 걸로 기억해요.”
이 프로그램도 3번째 시즌이니 슬슬 관심 떨어질 때라 어그로 끌려고 이러나.
잠시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었던 제나가 이내 평소처럼 프로다운 자세를 되찾고 오현진을 향해 물었다.
“현진 군은 본인이 센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습할 때 꼭 A등급을 받고 싶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센터…는 A등급에 저보다 잘하는 형들이 많아서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지금 나온 연습생 중에는 제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요.”
와, 자신감 대박.
하긴. 지금 남은 게 멘토 평가 때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던 연습생, 연습 기간이 2달인 연습생, 표정 보면 망했을 가능성이 큰 연습생들뿐이니 저렇게 말할 만도 하다.
“그럼 요한 군 생각도 들어볼게요.”
“결과만큼 중요한 게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무엇보다도 합숙하는 동안 밤낮으로 연습 열심히 도와준 라온이한테 고맙다고 하고 싶어요.”
‘꿈을 찾는 데에는 나이가 없다’에 이어 ‘결과만큼 중요한 게 과정이다’라는 명언이 나왔다.
이 역시 자기계발서에 나올 만큼 겸손하고 감동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반요한이 당신의 집요함에 학을 뗍니다. 반요한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19]시스템이 알려주는 저 새끼의 속마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질색하면서 저렇게 웃으며 고맙다고 하다니.
내 이름 가져다 대면서 곤란한 상황 피해 가는 것 좀 봐.
저 가증스러운 자식. 앞으로도 꼭 네 멱, 아니, 손을 잡고 연습실로 가겠다.
뒤이어 남은 세 명까지 모두 인터뷰를 마쳤다.
슬슬 다리가 아프다.
“여러분이 받은 카드를 잘 보면, 오른쪽 아래에 스티커를 떼어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제나의 말에 연습생들이 들고 있던 카드를 살폈다.
“공개해 달라는 제나 씨 말이 끝나는 순간에 동시에 떼어주세요. 한 번에, 잘.”
제작진이 지시를 내렸다.
숨을 짧게 들이마신 제나가 힘주어 말했다.
“자, 그럼 각 등급 센터와 시그널 송 평가 최하위 연습생을 지금, 공개하겠습니다.”
접착제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연습생들의 등급이 공개됐다.
자기가 떼어놓고도 눈을 질끈 감은 채 차마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는 연습생도 있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D등급 센터가 마태원, C등급 센터가 지연우, B등급 센터가 반요한, A등급 센터가 오현진, F등급이 박수현이었다.
“박수현 연습생은 이미 한 번 데뷔하기도 해서 기대가 많았는데 평가 영상에서 연습 부족이 너무 티가 났어요. 이 프로그램은 두 번째 기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데 더 열심히 해야 했다고 생각해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박수현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죄송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
PD 좋아 죽는다.
반요한을 인터뷰할 때는 카메라 한 대가 노골적으로 내 쪽을 찍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보다 잘된 반요한을 보고 녀석을 도와준 내 표정이 싸하게 굳거나 하는 장면으로 악편을 노리는 것 같았다.
글쎄. 쟨 NPC고 나는 플레이어라니까. 저는 게임 캐릭터한테 질투 안 해서요.
마지막으로 A등급부터 D등급까지 줄지어 서서 멘토들이 한마디씩 하는 걸 들었다.
각 등급 센터들이 가장 앞에 서 있었다. 이때 F등급은 아예 옆으로 빠져 있어야 했다.
PD가 욕먹는 걸 즐기나? 프로그램하면서 먹은 욕으로 불로장생하려고 저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냉랭한 얼굴로 자기 반 연습생들의 행실을 강하게 비판한 주안 다음으로 묵혜성이 입을 열었다.
“사실 처음에 가장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이 우리 반 연습생들이었어요. 상태가 심각했죠. 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결과 대부분이 무대에 설 최소한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 사실을 멘토로서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이제 시작이니까 여기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발전하길 바라고 저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저렇게 좋은 말 길게 하는 거 처음 본다. 우리 반 연습생들이 감동한 얼굴로 묵혜성을 바라봤다.
묵혜성은 부담스럽다는 듯 시선을 멀리 두며 우리를 외면했다.
“그럼 이것으로 시그널 송 평가 등급 공개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연습생 여러분 다시 한번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나의 마무리 멘트가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창이 떴다.
[돌발 퀘스트 [반장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등급이 오른다> 실패!] [통과 연습생 31/32]이걸 보니까 새삼 아깝다. 진짜 너무 아깝다. 이유진 개자식.
[실패 페널티로 인한 지혜 –10]잘 가라, 내 소중한 지혜 10.
[또한 실패 보상으로 지혜 +20, 혜성 반 연습생 및 멘토단 호감도 +10 및 소정의 경험치가 지급되었습니다.]어?
[레벨 업!] [분배 가능한 스탯 포인트가 있습니다.]어어?
[Tip!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저 말을 보고서야 상황이 완전히 파악됐다.
그다음으로는 개스템한테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성공해도 별거 없는 보상, 물음표로 표시되어 확실하지 않은 페널티, 그에 비해 극악한 난이도.
거의 성공할 뻔하기는 했지만 실패하는 게 당연한 퀘스트였다.
즉 수락하는 게 이상한, 그런 퀘스트.
사실 처음 돌발 퀘스트 설명을 읽을 때, 메인 퀘스트에서 동사 운운할 때처럼 ‘실패 시 페널티’가 아니라 그냥 ‘실패 시’라고만 설명에 적혀 있는 게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다.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겼지만.
만약 애초에 퀘스트를 거절했다면 이런 보상이 있는 줄도 모르고 놓쳤겠지.
개스템이 나를 가지고 놀듯이 시험한 것 같아서 짜증 나는 마음이 반, 보상이 좋아서 내 기분 따위 알 게 뭐냐 하는 마음이 반이다.
사실 후자가 더 크다.
하하, 줏대 없는 새끼.
* * *
“와, 벌써 퇴소라니.”
“요한아 B등급 센터 축하해.”
“고마워. 그래서 준우 형은 고기 언제 사?”
김준우가 ‘괜히 말했다’고 적힌 얼굴로 되물었다.
“…안 까먹었어?”
“난 8살 이후로 뭘 까먹은 적이 없어.”
“뻥도 좀 그럴듯하게 쳐야지.”
“저 형 말하니까 좀 그럴듯한데.”
“동의.”
“어, 보감.”
“잡아. 저거 한국인이야.”
우리는 수다를 떨며 캐리어를 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모든 연습생이 모이자 로비에서 스태프가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했다.
사흘 동안 순차적으로 개별 자기 PR 영상을 찍고, 나흘 뒤에 음악 방송에 나갈 하트 어택 리허설을 하고, 그다음 날 음악 방송 사전 녹화를 하고, 또 그다음 날 상암에서 단체로 의상을 입고 미니 팬미팅을 할 예정이었다.
첫날 수거해 갔던 핸드폰을 돌려받으며 스태프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저… 제가 촬영 직전에 핸드폰이 고장 나서, 연락처나 이제까지 받은 공지 같은 게 싹 날아갔거든요.”
“아, 진짜? 잠시만요. 온라온 연습생 맞죠. 번호는 그대로예요?”
“네.”
“오늘 안으로 자료 다시 보내줄게요.”
“감사합니다.”
내 자기 PR 영상 촬영 일정도 같이 물어보았다.
“확인해 보니 몇몇 연습생들이랑 같이 1달 전에 먼저 찍은 것으로 되어 있네요.”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내가 할 일이 줄어서 좋기는 하지만, 예상 등수에 당당하게 100등을 써놓은 ‘온라온’이 자기 PR 영상에 무슨 짓을 해놓았을지 무섭다.
그래도 당장 그보다 급한 일이 있지.
“저 여기 합숙소에서 다음 촬영 때까지 살면 안 되…겠죠? 하하, 당연히 안 되는 건데 정이라도 들었는지 나가고 싶지가 않네요.”
나를 이상하게 본 스태프가 여기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냐며 조만간 있을 2차 합숙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멀어졌다.
그게 아니라요, 제가 오늘 잘 데가 없어요.
저는 바로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하루 활동량 지분의 95%를 손가락과 손목이 차지하는 게임 폐인이었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무도 안 믿어주겠지만 여기가 게임 속이거든요.”
…라고 외치고 싶다.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게 최선이지만.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걸 말하지 못했던 이발사의 심정이 꼭 이랬을까.
연습생들은 저마다 데리러 온 차를 타고 하나둘 합숙소를 떠났다.
“라온아, 리허설 때 보자.”
“응. 잘 가.”
얼마나 지났을까, 제작진도 모두 철수하고 남은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청소하는 분이 나를 발견하고 물었다.
“학생은 안 가요?”
“아, 가야죠. 추워서 나가기가 싫네요.”
“감기 안 걸리게 조심히 들어가요.”
나는 반쯤 기계적으로 지도 앱을 켜고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
큰일이다. 오늘 어디서 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