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8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82화
간신히 맛대가리 하나 없는 샐러리를 남김없이 해치우고 나자 시간은 벌써 11시 30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참, 이건 선물이요.”
내가 방문 선물로 가져온 것은 푹신푹신한 샛노란 병아리 모양 쿠션이었다.
“묵쌤이 작년에 저희 병아리반 담임, 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담당하셨잖아요. 그거 기념으로.”
외형도 그렇지만 특히 촉감이 보들보들하니 참 좋아서 가져오면서도 차에서 계속 쓰다듬었다.
흠이라면 깔끔한 묵혜성 집 인테리어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려나.
하지만 귀여우니 봐주었으면 좋겠다.
“고마워.”
묵혜성에게도 귀여움이 통했는지.
그렇게 병아리 쿠션은 4,500만 원짜리 침대에 놓이는 영예를 누렸다.
선물 전달까지 마쳤으니 이제 뭘 해야 하나.
“근데 쌤.”
“왜?”
“설마 아까 그게 아침인가요.”
“그런데.”
“말도 안 돼!”
아침 식사로 시리얼이나 빵을 먹을지언정 풀쪼가리는 절대 인정 못 한다.
밥에 환장하는 강지우라면 전자도 딱히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인간의 삶에 있어서 탄수화물이 얼마나 중요한데, 고작 그런 풀떼기를 아침이랍시고 먹이다니.
“저희 나가서 아점 먹어요.”
“아점?”
“브런치요.”
“…….”
묵혜성의 눈빛에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 듯했다.
[믁혜성이 당신과 함께 외출했을 시 벌어질 수 있는 일 28가지 정도를 빠르게 상상했습니다.]묵혜성의 표정이 평소보다 조금 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 사람 나를 대체 어떻게 보고 있는 거지.
나도 굳이 따지자면, 전혀 활동적이지 않은 내향형 인간이라고.
무대 하는 걸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쉬는 날에는 집에서 게임이나 하는 걸 가장 좋아한단 말이다.
“그러지 말고.”
“네.”
“집에 있자.”
그러나 묵혜성 정도면 내향적인 것을 넘어 폐쇄적인 인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럴 줄 알고!”
“…….”
“제가 준비한 게 있거든요. 쌤 팬 분들이 저한테 보낸 말들 제가 한번 읽어드릴게요.”
“누가 누구한테 뭘 보냈다고?”
묵혜성이 내 말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 눈치길래 친절히 다시 한번 풀어 설명해 주었다.
“이터널 분들이 텐 투 텐 촬영한다는 기사 나간 이후로 저한테 막 응원의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보내주셔서, 제가 또 쌤한테 말씀드리려고 인상적인 건 캡처를 다 해놨거든요.”
뭘 이런 것까지 보고 왔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첫 지상파 예능 촬영이니 준비는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을 것 같아서.
컴백 준비하는 동안이나 컴백 한 후에 부족한 시간 쪼개서 묵혜성 분석은 물론이고 텐 투 텐 모니터링까지 다 하고 나왔다 이 말이다.
“걔들도 참…….”
할 짓 없다고 얘기하는 것만 같은 눈으로 묵혜성이 내 말을 기다렸다.
불특정 다수의 팬들을 걔네라고 칭하는 것으로부터 세월이 만들어 준 친밀함이 느껴진다.
“어디 보자…….”
나는 휴대폰 갤러리에 들어가 캡처해둔 것들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라온 님. 2집 컴백 축하드립니다. 너무너무 잘생기셨고 언제나 좋은 활동 응원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참 정중하다.
“그런데 혹시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름이 아니라 일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 잘생긴 곰팡이 같은 오빠한테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려드릴 수 있으신지요. 서울숲에서는 지금 작은 축제를 하고 있고 그 밖의 공간도 조경이 아름다우니…….”
아무리 외출을 자체적으로 삼간다고는 해도, 묵혜성도 나름 서울 시민인데.
막 상경한 사람을 대하듯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다채로운 볼거리에 관한 정보들이 상세하게 줄줄줄 적혀 있었다.
아니면 타임스퀘어라고 했을 때 영등포를 먼저 떠올리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가진 여권은 파란색인 날 위한 세심한 설명이거나.
그나저나 잘생긴 곰팡이라니.
평가가 너무했다.
다른 댓글들도 마찬가지였다.
“혜성이 보아라.”
“…….”
“아니, 아니. 제가 그렇게 말한다는 게 아니라 이 댓글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그래.”
“이 터널이 살아 있는 동안 너 닮은 자식 보는 건 포기했으니 네 얼굴이라도 살아 있는 동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저 하늘의 태양 빛처럼 비추고 다녀줬으면 좋겠구나. 그게 싫다면 SNS에 네 사진이라도 더 자주 올리고 그것도 싫다면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해라. ……아니, 뒤는 안 읽어봐서 몰랐는데 이분 컨셉이 뭐 이래?”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왜 내 자식을 걔들이 포기하지?”
팬이 대놓고 현역으로 활동하는 가수한테 결혼하라 하는 건 또 처음 봤다.
“결혼 생각 있으세요?”
“아니.”
“…….”
“…….”
이러니까 그러는 거겠지…….
아무튼 묵혜성이 대수롭지 않게 자기 팬들을 ‘걔들’이라고 칭하던 것처럼, 크로니클 팬들도 은근히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가차없고 박한 구석이 있었다.
“어쨌든 이 소중한 팬 분들의 말씀 들으셨죠! 저는 쌤한테 곰팡이가 피지 않게 할 미션을 받고 온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아니. 벌써 그냥 곰팡이라고 하던데.”
……이 사람 속 좁던가?
“에잇.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나갑시다! 햇빛이 찬란하고 세상은 아름다워요!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 아닙니까!”
하, 내가 설마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집에만 있기에 아까운 날씨가 어딨냐?
내 열정적인 재청에 작가 누나가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사실 당사자인 묵혜성도 내가 온 이상 진정으로 오늘 하루를 집 안에서만 보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작진한테 미리 듣기로 이제까지 묵혜성은 외출을 최소화하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다 했다.
청소, 요리, 가구 조립, 활동 모니터링, 분갈이 등등…….
물론 이 사람도 정신 사납던 크로니클 멤버들 틈에서 버틴 짬바와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아 팬들로 하여금 미진한 과학기술을 탓하게 하는 미모가 있어서 그런 소소한 일상으로도 어느 정도는 분량이 나온 모양이지만.
집에서 할 일을 찾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게스트인 내게 제작진이 기대하는 역할은 하나의 붙박이장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구는 묵혜성을 집 밖으로 끌어내 이제까지와는 다른 분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걸 21년 차 방송인인 묵혜성이 모를 리도 없고.
이런 만담에 가까운 시답잖은 대치도 사실은 귀한 방송 분량 뽑기에 그치지 않는다.
나는 문득 주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휘 돌아보았다.
시선 끝에는 카메라만 걸린 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위치했으나 어떻게 해도 한 공간에 있는 이상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없는 제작진 몇도 함께 포착되었다.
저렇게 하면서 진짜 일상을 찍는다고 말하다니.
‘가짜야, 다.’
그때, 묵혜성이 조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하지만 저건 진짜지.
* * *
[텐투텐 촬영하고있는듯한 묵혜성+온라온장소는 서울숲!!
야무지게 포토존 다 찾아서 사진 꼬박꼬박 찍고다니는중ㅋㅋㅋㅋㅋㅋ
묵혜성 기럭지 장난아니고 온라온은 그냥 천사
뒷모습만 봐도 느껴지는 비주얼..]
– 아ㅁㅊ 같이 촬영한다는거 오늘이었어?!?
– 당숙당질 베이비핑크 코디 비슷하게 맞춰 입은 거 너무 잘어울리고 벚꽃솜사탕처럼 너무너무 귀여워서 우는중ㅠㅠㅠㅠ 코디님 절받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 슈발 나 바로 저근천데 퇴근을 못하네ㅎㅎㅎㅎㅎㅎ
– 어떡해 너무 떨리고 설레ㅠㅠㅠㅠㅠㅠ
– 이터널인데 진짜 너무 기대된다 비주얼 극강 조합아닙니까ㅠㅠㅠㅠ
– 와 머리통 둘다 진짜 작아보인다 저 사이에서 사진찍으면 그냥 죽고싶을듯
– 우와 따라다니는 스태프 생각보다 많네
– 오르카팬도 크로니클 팬도 아니지만 이둘 나오는편은 꼭 볼거야
– 기대된다!!!
* * *
텐 투 텐의 목적은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촬영 중 카메라 앞에서 매니저와 같은 외부인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하므로 하루 종일 운전은 묵혜성이 맡았다.
“다 왔다.”
우리는 한 이터널이 할 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한번 가 보라며 소개해 준 서울숲에 들어섰다.
집안에서는 그나마 최소한으로 배치되어 있던 스태프들이 밖으로 나오니 아예 그냥 줄줄줄 따라와 우리를 사방에서 에워쌌다.
“우리 연예인이고 지금 촬영해요.” 하고 말하는 듯한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물론 ‘친해져요, 오르카’ 외부 촬영 때도 스태프들이 우리를 따라오는 것은 비슷했지만, 그때는 규모가 이보다 훨씬 소박했다고 해야 하나.
새삼 내게 카메라 울렁증 같은 게 없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졌다.
이 숲의 홍보대사라도 된 것처럼 예쁜 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며 나름 활동적으로 돌아다니던 우리는 음악인으로서 다른 것보다 조금 더 흥미가 가는 물건 하나를 마주했다.
“이런 곳에 피아노가 다 있네요.”
“그러게.”
표면에 흰 꽃이 투박하게 칠해지고 바람을 맞아 군데군데 나무 표면이 드러난 옥색 피아노는 신록의 계절 속 주위 풍경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겉으로만 보기에는 퍽 근사해 보였다.
이 피아노는 시민에게 기증받은 것으로서 자유롭게 쳐도 된다는 안내문이 붙은 팻말이 근처에 세워져 있었다.
“피아노 칠 줄 알아?”
묵혜성이 물었다.
“조금요. 쌤도 치실 줄 아시죠.”
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묵혜성의 집에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검은 색 피아노가 있는 방이 있고, 위튜브에도 옛날 영상이라 낮은 화질이지만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몇몇 영상이 올라와 있다.
“한번 쳐볼래?”
내가 이 피아노에 관심을 가진 것 같았나.
묵혜성이 물었다.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는지 숲에서의 촬영을 슬슬 마무리해 주길 바라는 기색이던 피디님 표정도 괜찮았다.
“조율 같은 거 하나도 안 돼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관련 기관이 피아노를 관리한다고는 해도 저렇게 섬세한 악기를 야외에 별다른 보호막 없이 두었으니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다행히 먼지는 없는 건반 하나를 검지로 눌러 보니 소리가 약간이지만 엇나가 있는 것이 대번에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