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8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81화
거사를 앞두고 쿵쿵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맨발로 뒤꿈치를 든 채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그 안에는 묵혜성이 세상 돌아가는 줄 모르고 아주 무방비한 태세로 자고 있었다.
“자막으로는 아침부터 결점 없는 미모……. 뭐 이런 거 들어가겠지. 저 다 알아요.”
앗, 왠지 방금 내 혼잣말로 인해 정확히 저 멘트가 자막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자막이 들어갈 만한 위치를 친절히 손으로 표시해 주었다.
어쨌거나 혼자 쓰기에는 상당히 큼직하고 넓은 저 침대를 본의 아니게 써 봐서 아는데, 몸이 좀 아프답시고 침대 주인을 소파로 내몬 게 미안해졌을 정도로 편한 침대였다.
나중에 나도 기회가 된다면 같은 걸로 하나 사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저 침대 하나에 4,500만 원씩 하더라.
450만 원도 아니고 4,500만 원.
묵혜성이 자신의 수면 환경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내가 만약 묵혜성 집에서 하나를 가져 가야 한다면 대놓고 비싸 보이는 스피커를 들고 가는 게 아니라 저 침대를 어떻게든 들고 가야 했다.
‘후…… 막상 실행하려니 떨리는군…….’
만약 당신이 차분하고 이지적이기로 유명한 내가 평소보다 잡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면 이는 착각이 아니다.
“아니야. 쫄지 말자, 데미안 라온 온.”
촬영을 마치고 나중에 한 인터뷰 때 제작진이 왜 저런 말을 했냐고 물어 보았는데.
평소에 입밖으로 꺼내본 적도 없는 본명을 부른 것은 ‘온라온’보다 ‘데미안 라온 온’ 쪽이 두 배 정도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답해 주었다.
어쨌거나 풀네임을 외움으로써 마음의 준비를 모두 마친 나는 높은 침대 위로 조심히, 말하자면 두 손 두 발로 올라갔다.
참고로 발은 아까 씻었으니 위생은 걱정 말길.
혹시 남의 4,500만 원씩이나 하는 침대에 양말 신은 발로 올라가다니 예의도 없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발 씻는 장면을 화면 한 귀퉁이에 작게라도 넣어달라고 나중에 제작진 분들한테 말씀드려야겠다.
넓고 좋은 침대라 그런지 남고생 한 명이 올라가도 흔들림이 없었다.
도킹에 성공한 나는 무릎 걸음으로 조심히, 또 신중히 움직였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문가에서 우리를 향해 숨죽인 채 카메라를 들고 있던 유재만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 두 명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오묘한 표정이었다.
“아, 저 못 하겠어요…….”
나약한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직접 깨우러 가보겠다고 카메라에 호기롭게 말해놓고 들어왔으니 뭔가 보여주기는 해야 할 텐데, 차마 묵혜성을 시청자들이 기대할 만한 방식으로 깨우지를 못하겠다.
아니, 원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차라리 깨어 있는 묵혜성의 눈썹 털을 뽑으라면 뽑겠는데, 잘 때는 진짜 발끝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알아서 깨어나 준다면 좋을 텐데, 조금 전 10시가 되자마자 막 울리려는 알람을 0.38초 만에 꺼 버린 탓에 묵혜성은 아직도 미동도 없이 자고 있었다.
와중에 저렇게 눈을 감고 있으니 깨어 있을 때보다 표정이 두 배는 온화한 것 같다.
결국, 쓸데없이 넓은 침대에서 하릴없이 서성이던 나는 플랜A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건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입니다. 반대가 맞는다는 건 저도 아는데 어쨌든 전진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사람이 너무 없어 보이는 듯해서 나는 몇 마디를 더 덧붙였다.
“여러분도 살다 보면 자기가 뭔가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때가 있을 텐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모두 두 걸음보다 큰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멋있는 존재입니다.”
좋아. 방금 좀 나이스한 명언 같았어.
어디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지목하자면 제작진이 있는 위치에서 자꾸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은 내 착각이겠지.
10시 3분.
침대에서 도로 내려 온 나는 곧장 플랜B에 나섰다.
우선 묵혜성의 집안 곳곳을 돌며 카메라를 탐색할 때 찾아온 블루투스 스피커에 내 핸드폰을 연결했다.
설마 이런 일로 연을 끊기야 하겠어.
다른 것도 아니고 학연·지연·혈연 중 탑이라는 혈연인데.
“이제 진짜 깨울 거야…. 진짜.”
심호흡한 내가 음악 플레이어 앱을 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번 신곡 드림의 전주가 최대 볼륨으로 흘러나왔다.
블루투스 스피커 성능이 끝내줘서 웬만한 알람보다 효과적이었다.
내가 1절 후렴 부분 안무를 할 때쯤, 소음 수준의 음악 소리를 견디다 못한 묵혜성이 눈을 떴다.
“지금 뭐 하는…….”
“쌤 이거 감독님이 노래 끝날 때까지 30초 이상 같이 안 추면 미션 실패래요!”
“?”
“빨리요! 노래 거의 다 끝났어요!”
20년 경력의 방송인답게 묵혜성은 금세 어느 정도는 (잘못된) 상황 파악을 마친 것 같았다.
“잠시만, 나 세수만 좀 하고…….”
“지금 세수가 중요한 상황은 아니죠! 안 하셔도 잘생겼으니까 괜찮아요. 쌤이 제가 오늘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기셨어요. 아니, 그런데 저 계속 혼자 추게 두실 거예요? 저 지금 민망해서 죽을 것 같거든요.”
[하나도 민망해 보이지 않는데……. 하지만 묵혜성은 아직 잠에 반쯤 취해 있습니다.] [묵혜성(상태이상: 졸음)이 이성적인 판단에 실패합니다.] [상태이상: 졸음이 없었더라도 똑같이 이성적인 판단에 실패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상태이상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상태이상입니다!] [[상태이상: 온라온> – 업적 획득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업적 달성 조건: 생략)]저게 아침부터 미쳤나.
하지만 진짜 일어나기 싫은 듯 약간 찡그린 얼굴로 미적거리던 묵혜성이 마침내 긴 다리를 곱게 덮고 있던 이불 밖으로 쭉 뻗어 침대를 벗어났기 때문에 나는 래리 놈을 욕하는 일을 뒤로 미루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개를 묵혜성에게 보이지 않을 만한 각도로 슬쩍 돌린 나는 입술을 아플 정도로 꽉 깨물었다.
참자. 무슨 일이 있어도 참자.
저 사람한테 웃는 거 지금 들키면 망한다.
오늘 하루가 지옥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들킨다면 방송에 나간 이후가 되어야 할 것이다.
* * *
‘Dream’뿐만 아니라 ‘해방’, 크로니클의 신곡, 과거 히트곡, 다른 그룹의 최신곡 등을 모두 섭렵하고 나서야 두 춤꾼의 댄스 타임은 막을 내렸다.
“근데 저희 안무 다 아시네요?”
신기해하는 것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온라온의 물음에 겨우 세수를 하고 수건에 얼굴을 묻고 있던 묵혜성이 간명히 답했다.
“음악 방송 활동 같이하니까.”
이상할 것 없는 대답이었지만 온라온은 묵혜성의 말에 포함된 허점을 아무렇지 않게 짚어냈다.
“근데 아까 해방도 같이하셨잖아요. 그건 컴백 안 겹쳤는데.”
“넌…….”
맹랑한 지적에 묵혜성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나라도 그냥 넘어가질 않는구나.”
묵혜성은 흡사 칼바람이 부는 듯한 외모 탓에 그의 말씨는 뜻이 없어도 냉랭해진다.
“죄…….”
자신이 아무리 방송을 위해 정말 친한 친척 관계인 것처럼 말하고 다녀도 나이로든, 경력으로든, 다른 무엇으로든, 저와는 분명한 거리가 있는 묵혜성을 향해 반사적으로 사죄하려던 온라온은.
고작 1년 정도 지난 일임에도 이제는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추억이 되어버린 일화 하나를 떠올렸다.
– 저 잘한 점은 없나요?
– 뭐?
– 어… 가끔은 쓴소리 말고 단소리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못하는 건 더 잘하고 싶고, 잘하는 것도 더 잘하고 싶어요. 다들 비슷한 생각일 거라 생각합니다.
– …….
– …….
– 안무를 끝까지 숙지한 건 잘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 사이에 외운다는 게 보기보다 힘든 일인데. 어제보다 동작이 부드러워요. 이건 네 장점인데, 하면 할수록 점점 안무가 자기 게 되는 게 확실히 보여요. 그리고 아까 준우한테 라온이 네가 어제도 오늘도 다른 애들 열심히 도와줬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것도 잘했어요.
– !
– 오늘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고쳐야 할 점 위주로만 말했는데…. 너희를 생각한다는 게 오히려 나만 생각한 게 됐네.
이번에 텐 투 텐 촬영을 하며 팬들 사이에서 새삼 끌어 올려진 픽하트 초반, 온라온과 묵혜성 사이의 대화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온화하고 관대한 반응을 보였던 묵혜성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여러 일들 또한, 차례로 떠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걸었는데 뜻밖의 위로를 받은 통화,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날 무대 위에서 나누었던 조명보다 따뜻한 포옹, 그 후의 위안, 안정, 지원…….
묵혜성이 이제껏 보였던 관용과 친절이 마침내 온라온 안에서 작은 용기로 자라났다.
“쌤도 한 번쯤은 솔직하지 않으시고요.”
“…….”
[묵혜성 호감도 +10 현재 호감도 +35]다른 무엇보다도 명확한 증명인 알림을 보고 나서야 온라온은 벽 하나가 또다시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벽이었는지, 묵혜성이라는 사람의 벽이었는지, 둘 모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온은 알았다.
이는 한순간의 변덕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여러 의미로 길이길이 남을 장장 40분 동안의 아침 체조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 * *
모든 진실을 알게 된(=안 하면 큰일 나는 제작진의 미션 따위는 없고 당신은 그저 지상파 예능에서 은근슬쩍 신곡을 홍보하려 대놓고 작정한 새파랗고 맹랑한 애송이에게 속았을 뿐이다) 묵혜성은 내 입에 냉장고에서 갓 꺼내온 샐러리 쪼가리를 가차 없이 처넣었다…….
“잘모태씀다.”
“이거 다 먹어.”
“이걸 다요……?”
“더 있어. 더 먹어.”
내가 초록색 풀떼기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묵혜성이 내 앞에서 심상치 양의 샐러리를 비슷한 크기로 썰어댔다.
이걸 순순히 먹지 않는다면 나도 저렇게 썰어버리겠다는 협박인가?
“옙…….”
그래도 이걸로 아까 일을 용서받는다면 나름 싸게 먹히는 거니 나는 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샐러리들을 얌전히 다 씹어 삼켰다.
그러고 나서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선생님이 틀어주는 학습 동영상의 한 장면처럼 카메라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크로니클 팬 여러분,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묵 쌤을 공략하고 싶으시다면 지금처럼 이른… 이르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른 시간이나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를 노리세요. 허술하고, 느리고, 귀여우신 모습을 새롭게 많이 볼 수 있답니다.”
아, 난공불락이라는 말 썼다고 또 한국인 맞냐는 댓글 달리겠구만.
이제 그냥 나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