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8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80화
이미 묵혜성과는 전부터 몇 차례 만났다는 제작진은 내 눈에 어쩐지 걱정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제가 이런 예능은 처음이라……. 묵 쌤은 어떠셨어요?”
“음, 혜성 씨가 생각보다 더…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재미없게 사세요?”
“하하…. 네에…….”
“그럴 것 같았어요…….”
지난번에 픽하트 촬영이 끝나고 얼마 동안 묵혜성 집에서 지냈던 일이나, 지난 설날 때 무서운 농담과 함께 용돈을 받았던 일 등을 말하니 작가는 크게 기뻐했다.
방송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땐 그런 일도 있었지.’ 같은 식으로 얘기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하셨다.
미팅은 더없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라온 씨가 저희 희망이에요.”
“너무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저 그렇게 재미있고 막 센스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아니에요! 믿어요! 첫 공중파 예능으로 저희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따지자면 첫 공중파 예능은 아이돌 예능 대전이지만 이런 본격적인 정규 편성 예능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예능 출연이 묵혜성에게도, 내게도, 오르카에게도, 아무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 *
며칠 뒤.
음악방송 스케줄이 없는 날, 잘하고 오라는 멤버들의 배웅을 받으며 아침 일찍 곽상현의 차에 탔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곽상현뿐만 아니라 남자 카메라 감독님 한 분이 먼저 타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이 든 카메라뿐만 아니라 관찰 카메라가 차 안에 곳곳이 설치되어 있었다.
신기하다. 이럴 때마다 내가 연예인이라는 실감이 난다.
“안녕하세요. 온라온입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재만입니다. 잘 부탁해요. 카메라 너무 의식하지 말고 편하게 해주세요.”
오늘 하루 동안 나를 촬영해 주실 유재만 감독님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원래 의식하지 말라고 할 때 가장 의식이 되는 법이거늘…….
“그러니까 묵 쌤은 오늘이 텐 투 텐 촬영인 건 아시는데, 제가 가는 게 오늘이라는 건 아직 모르신다고요.”
“네. 맞아요.”
오늘 촬영의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신 유재만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텐 투 텐 묵혜성 편’의 주인공은 묵혜성이고, 나는 어디까지나 단발성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며칠 전부터 계속 텐 투 텐 촬영을 해 온 묵혜성은 오늘도 그런 줄로만 알 것이고, 내가 오늘 촬영에 함께한다는 건 아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겠지.
아무래도 제작진은 깜짝 방문으로 내가 묵혜성을 놀라게 하는 장면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묵혜성의 리액션이 그들의 기대만큼 클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그 양반이면 내가 갑자기 자기 집에 나타나도 깜짝 놀라기보다는, 여기는 무슨 일로 왔냐고 침착하게 집주인으로서 따져 물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만일 묵혜성을 놀라게 할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왜 이렇게 말이 없어? 긴장돼?”
그때, 내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했는지 곽상현이 물었다.
“아니. 멤버들이랑 있을 때는 그 사람들이 하도 정신이 없으니까,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 같은 건 의식을 할 틈도 없었거든요.”
“어.”
“근데 혼자 있으니까 되게 의식이 돼서요. 따로 얘기할 사람도 없고, 혼잣말하면 또 어색할 것 같고.”
내 말을 들은 곽상현이 농담을 던졌다.
“왜, 나로는 부족해?”
이 무슨 치정이 얽히고 얽히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아찔한 대사란 말인가.
우리랑 하도 같이 있다 보니 곽상현도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개그 욕심이 늘었다.
약간 이제 우리를 그의 바람대로 차분하게 만드는 건 포기하고, 자기도 같이 나사를 풀어버리는 식으로 변하지 않는 현실에 적응하게 된 것 같았다.
“형, 이거 ‘주인공은 너 그리고 나’ 아닌데요.”
참고로 ‘주인공은 너 그리고 나’는 연예인의 매니저가 중심이 되어 촬영하는 예능이다.
나온 지 꽤 된 장수 예능인데, 그런 것치고는 화제성이 아직 괜찮았다.
고정 출연진이 MC 두 명밖에 없는 텐 투 텐처럼 출연진을 꾸준히 바꾸며 신선함을 최대한 유지한 덕분이었다.
거기에 출연한 한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담당 매니저가 눈에 띄는 외모와 대기업 입사자 부럽지 않은 스펙 때문에 연예인 이상으로 빵 뜨기도 했다.
얼마 전에도 모 커뮤니티 인기글로 당시 방송과 방송 반응 캡처본이 끌어올려져서 봤는데, 왜 저 외모로 연예인이 아니라 매니저를 하냐는 말이 많았다.
저기 인사담당자는 저 매니저를 매니지먼트 부서가 아니라 아티스트로 넣어야 했다는 말도.
어쨌든 수더분한 인상의 곽상현도 최근 활동하며 꽉 찬 스케줄 때문에 우리보다 안색이 피폐해져서 그렇지 본판이 나쁘지 않으니 잘 관리만 받는다면 충분히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 너희 얼른 잘 돼서 거기도 나가자.”
진심인가.
……알고 보니 우리 매니저가 개그 욕심만이 아니라 출세 욕심까지 있었다.
“아니, 근데 형은 지금 MBS 방송 촬영 중에 다른 방송사 방송을 나가자고…… 아, 그것도 MBS구나.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한국 방송국 사정에 안 익숙해서.”
“너 이럴 때만 미국인 어필하지.”
“사람이 좀 헷갈릴 수도 있죠.”
그렇게 곽상현과 투닥거리면서 도착한 샵에서 간단한 메이크업을 받고 묵혜성의 아파트로 향했다.
거의 1년 만에 찾는 묵혜성의 집이었다.
문 앞에 선 나를 향해 유재만 감독님이 넌지시 물었다.
“비밀번호 아세요?”
만약 내가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하면 안에 있는 제작진이 슬쩍 열어줄 것 같았다.
“알아요. 작년에 잠깐이기는 해도 여기서 며칠 지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들었어요. 그사이 바꾸셨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 * *
작년, 2017년 여름.
“현관 비밀번호 알려줄게.”
“네? 비밀번호요? 괜찮아요. 어차피 저 며칠 뒤면 나갈 건데. 나중에 비밀번호 바꾸기도 번거로우실 거고, 그냥 안 알려 주셔도 돼요.”
“지낼 때 불편하잖아.”
그리고 묵혜성은 정말 알려줬다.
심지어 비밀번호는 거의 ‘0000’이나 ‘12345678’ 수준으로 지나치게 단순해서 당시 온라온은 약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현관 비밀번호를 이렇게 허술하게 하지 말라고!
“……혹시 평소에도 막 이렇게 다 알려주고 다니시는 건 아니시죠?”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네? 당연히 아는 사람이 많으면 안 되죠. 아무리 여기가 보안 잘 되는 아파트라고는 해도 쌤은 연예인이신데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와서 이런저런 나쁜 짓을 하면 어쩌시려고 지금 집 비밀번호를 저 같은 며칠 보지도 않은 남한테 홀랑 알려주시고.”
“네가…….”
“누가 몰래 당당히 현관문 열고 들어와서 집안 살림 싹 다 털어가도 누구 짓인지도 모르겠네! 한 달 뒤에 저기 있는 완전 비싼 스피커 가져가겠다는 예고장 오면 저인 줄 아세요!”
“…….”
“헉 죄송합니다. 저처럼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가 아무리 절 챙겨주신 쌤을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어른에게 버릇없게 말하다니……. 전 평생 노래는커녕 말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니…….”
“이런 애라 죄송해요. 기껏 베풀어 주신 호의를 이런 식으로 갚다니 저는 진짜 구제불능이에요. 저 싫어하셔도 돼요. 이미 싫어하고 있으시다고 해도 저는 괜찮아요. 사실 안 괜찮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좀 괜찮아져요.”
“……아니야. 네 말이 맞아. 너 가면 바꿀게.”
“네!”
* * *
“근데 왠지 그 이후로 안 바꾸셨을 것 같단 말이지…….”
어제 하루종일 고민하며 기억에서 건져냈던 오촌 집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이거 봐.”
역시나. 삐리릭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문이 쉽사리 열렸다.
이왕 몰래 들어가는 것에 성공한 김에 큰소리가 안 나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들어오라는 허락은 안 받았지만, 1년 전에 저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주셨을 때부터 쌤도 이런 일 정도는 각오하셨어야 했어요…….”
내 의미심장한 혼잣말을 들은 유재만 감독님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오랜만에 보는 모던한 인테리어의 거실이 조용히 나를 반겼다.
그 특유의 깔끔한 성격 때문에 장식장에 가지런히 놓인 트로피나 상패 같은 것들에 먼지 하나 없는 것도 여전했다.
달라진 것은 거실에만 카메라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일단 묵혜성의 집에 있는 카메라들의 위치를 체크해 두는 김에 카메라를 한 대 한 대 찾을 때마다 렌즈를 향해 꾸벅꾸벅 인사를 올렸다.
이런 자질구레한 컷은 방송에 안 나가겠지만, 이왕이면 나가서 인사성 밝은 아이돌이라고 소문났으면 좋겠군.
우리 홍보팀에서 기사도 내 주지 않을까.
‘오르카 온라온, 남다른 인사성’
……뭐 이런 제목으로.
어쨌든 카메라 찾기 스킬 덕분에 빠르게 인사를 모두 마친 나는 유일하게 둘러보지 않은 방 앞에 섰다.
“쌤 지금 이 방에서 주무시고 계시죠?”
묵혜성의 집에 먼저 와 있던 제작진이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관리 철저하기로 유명한 묵혜성이지만 현관 비밀번호를 대하는 태도처럼 나름의 헐렁한 면도 있다.
묵혜성은 잠이 많다.
작년에 픽하트 촬영하면서 늦은 저녁에 건 전화를 자다가 깬 목소리로 받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사람은 할 거 없으면 대부분 잔다.
저 나이에 별 논란 하나 안 나고 피부 좋은 이유가 다 있다.
우리 모두 잠을 꼬박꼬박 잡시다.
물론 새벽부터 그다음 날 새벽까지 꽉 찬 일정을 수행하는 일이 빈번한 활동 기간의 아이돌에게는 딱히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시간이 9시 56분인데요. 텐 투 텐 시작인 10시까지 기다려 보고 그때까지 안 일어나시면 제가 직접 깨우러 가보겠습니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한 내 계획을 들은 제작진이 조언을 건넸다.
“혜성 씨 요즘 10시에 알람 맞춰 놓고 계세요.”
“아, 그럼 전 58분에 갈게요.”
2분이 금세 지나 58분이 되었고.
나는 반드시 묵혜성을 놀라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비장하게 방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