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5화
다들 짧은 시간 동안 녀석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상당했기 때문에 거실은 조금 전보다 더 격하게 시끌시끌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이 형이 쟤한테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우리 형이랑 바꾸고 싶다.”
“그 말 유성이 형이 들었으면 대단히 서운해하셨겠는데…….”
“뭐…. 그런 인간 딱히 없어도…….”
견성하가 곧 다가올 아시안게임의 기대주를 향해 아무렇지 않게 심한 말을 했다.
“아니, 나는 사실 걔의 싸가지를 이해할 수 있어.”
“뭐라고?”
“이해 가능하다고.”
반요한의 그답지 않게 관대한 말에 강지우가 떨떠름히 말했다.
“……평소였으면 가장 먼저 가정교육 들먹였을 놈이 이러니까 되게 낯설다.”
“아니, 생각해 봐. 형이 서문결이라잖아. 나이 차이도 좀 나겠다.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버릇없이 굴어도 오냐오냐해 주고. 받아주면 안 되는 것까지 다 받아 주는 결이가 형이면 나라도 어리광부릴 대로 다 부리면서 컸을걸.”
“맞아. 형은 그랬을 것 같기는 해.”
“말 다 했냐 온라온?”
“다 했는데 왜?”
“이게 진짜.”
“결이 형 동생인 요한이 형…….”
단순한 가정에 지나치게 이입한 견성하가 ‘왜 내가 아닌 네가 결이 형 동생인데?’라는 눈빛으로 반요한을 응시했다.
‘쟤도 중증이다.’
사람 좋아 보이던 견유성이 자기 동생한테는 별로 못 했나.
“근데 아까 걔가 차고 있던 시계 있잖아.”
반요한이 화제를 돌렸다.
“시계? 시계 차고 있었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왜? 비싼 거야?”
“비싸지.”
“얼마? 백만 원?”
“아니. 일단 그 브랜드 시계는 단위가 천부터 시작해.”
“…….”
반요한이 알려준 정보에 착잡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충격처럼 휩쓸고 지나간 뒤.
강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와…. 고등학생한테 천만 원짜리는 좀 과한 거 아니야? ……혹시 나 지금 꼰대 같았냐?”
“아냐. 나도 지금 똑같은 생각 했어.”
“저도요.”
“근데 결이 형 집이 그렇게 부자였나?”
“난 잘 몰라.”
“별로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데.”
서문결의 평소 소비 습관이나 쓰는 물건들을 떠올려 봐도 그가 명품을 턱턱 사줄 만큼 여유 있는 집 자녀라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전에 반요한이 알바 하던 거 데려온 게 결이라고 하지 않았어? 천만 원 넘는 시계를 살 수 있는 집안에서, 성인도 아니고 학생 때 알바를 할 필요가 있나…….”
“그냥 걔가 등골브레이커 한 거 아니야?”
“근데 아무리 등골브레이커라도 해도 비싸봤자 백만 원쯤 하는 패딩 같은 거지. 그런 시계는 아무리 떼쓴다고 해도 함부로 못 사줄걸.”
* * *
한편, 서문결의 손에 이끌려 숙소 밖으로 쫓겨나온 서주원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날카롭게 악을 썼다.
“이거 놓으라고!”
서문결이 손힘을 조금 풀어 주자마자 서주원이 잡힌 팔을 휘둘러 자유를 겨우 되찾았다.
“숙소 주소는 어떻게 알고 왔어.”
“…….”
“말해.”
“……아줌마한테 물어봤어.”
제 어머니를 떠올린 서문결이 미미하게 인상을 썼다.
어쩐지 어젯밤에 갑자기 연락해 평소 관심도 없던 숙소 주소랑 내일 일정을 묻더니만.
아무래도 일부러 그가 없을 때를 노려 찾아온 듯했다.
운동하던 도중에 동생이 찾아왔다는 온라온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달려오느라 급속도로 누적된 피로가 뒤늦게 그의 전신을 갑갑하게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무슨 일로 왔는데.”
“형이 알아서 뭐 하게? 어차피 그 새끼한테 다 듣고 온 거 아니야?”
“주원아.”
서문결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이름이 불렸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른 서문결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린 서주원은 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움찔 어깨를 떨었다.
“함부로 말하지 마.”
부드럽게 타이르는 듯한 말이었지만, 단조로운 어조 때문인지 다음은 없다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했다.
서주원의 동공이 확대됐다.
이상하다.
내가 아는 형은 이렇지 않은데.
살면서 처음으로 서문결이 자신에게 화내는 모습을 본 서주원은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뭐든 잘하던 형. 막 때린다던 다른 애들 형과는 다르게 다정하던 형. 해달라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던 형.
“……나 갈래.”
서문결이 뭐라 할 새도 없이 몸을 휙 돌린 서주원은 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팍팍 눌렀다.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해 몸만 자랐지,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의붓동생의 모습에 서문결은 약간의 허탈함을 느끼며 물었다.
“혼자 갈 수 있어? 단지 입구까지 데려다줄까?”
“됐어!”
“처음 오는 곳에서 길 잘 못 찾잖아. 집에 어떻게 가게.”
“택시 부를 거야.”
“조심히 가. 도착하면 문자 주고.”
“내가 애냐?”
서주원은 안도감과 배신감이 이리저리 뒤섞여 두근거리는 가슴을 무시하며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두 분한테 안부 전해줘.”
“싫어. 직접 와!”
서주원은 대답을 듣기 전에 문을 닫아 버렸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할 때까지 망연히 서 있던 서문결은 천천히 몸을 돌려 멤버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
* * *
“어, 결이 형 왔나 보다.”
다시 읽기 어려운 무표정이 되어 돌아온 서문결을 향해 반요한이 대뜸 물었다.
“결아, 너네 집 돈 많아?”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얘기 함부로 물어보는 건…….”
“응. 많아.”
“결이 넌 또 뭘 그런 얘기를 지갑에 만 원 들었다는 것처럼 하니?”
“그럼 얼마나 부자야?”
“너 진짜……!”
“부모님 명의로 서울에 빌딩이 좀 있어.”
“하…….”
혼자 정상인 강지우가 어이없어하며 비범한 멘탈의 소유자들로부터 고개를 돌려 버렸다.
“형이 두 사람 보고 안하무인이랑 유유자적이랬잖아.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온라온은 그런 강지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다.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와, 나 저 포기 배추 어쩌고… 하는 말 근 10년 만에 들어봐.”
“지우 형 진짜 업데이트 안 된 옛날 사람이라니까.”
삼천포로 빠지려는 대화를 반요한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근데 그때 아르바이트는 왜 한 거니?”
“내 돈은 아니니까.”
“음, 그렇지. 부모님 돈이 자식 돈은 아니지…….”
지나치게 지당한 말에 모두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반요한이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일찍부터 경제 관념을 기르기 위해 용돈벌이를 스스로 해봤다는 뜻이야, 아니면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는 거야?”
“반요한!”
“괜찮아. 상관없어.”
이번에야말로 진짜 화를 내려는 강지우를 만류한 서문결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서문결의 어머니와 서주원의 아버지가 서로를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된 일이었다.
집안끼리 정략적으로 맺어진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낸 지 1년이 조금 넘은 어느 날, 서주원의 아버지는 한 떨기 백합과도 같은 미모를 가진 서문결의 어머니에게 한눈에 반하고야 만다.
사뭇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의 사회적 지위의 격차 때문에 주위에서 그다지 좋은 시선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짧은 연애 기간을 거쳐 서문결이 아홉 살이 되던 해.
“결혼합시다.”
서주원의 아버지가 서문결의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청혼했다.
사실 서주원의 아버지는 만남 초기부터 재혼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고, 서문결의 어머니가 부담스러워해 그날까지 미뤄져 온 바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서로의 자식까지 함께 어울려 놀게 하는 마당에 결혼은 또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지친 서문결의 어머니는 그 청혼을 망설임 끝에 받아들였다.
문제는 전 부인의 육친들이었다.
주식 투자로 재산을 시시각각 어마어마하게 불리는 서주원의 아버지가 재혼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뜸 찾아와 펄펄 난리를 피웠던 것이다.
아내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재혼을 하냐.
죽은 내 딸이랑 어린 나이에 어미 잃은 주원이 생각은 하지도 않느냐.
네 재산 노리고 들어온 빈대 같은 불여시가 애까지 달고 들어왔는데 지금 두고 보지도 않고 혼인신고까지 하겠다니 제정신이냐.
그야말로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 고스란히 펼쳐졌다.
그런데도 서주원의 아버지가 끄떡도 하지 않자 공격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서문결과 그의 어머니를 향했다.
서문결의 어머니가 다른 배에서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데에 있어 조금이라도 부족한 면을 보이면 대번에 친척들로부터 서릿발 같은 호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서주원은 집안에서 관심 대상 1순위를 독차지했다.
안타깝게도 집안에서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서주원은 그대로 삐딱선을 타 철없이 자랐다.
“할머니가 형이랑 아줌마가 내 걸 다 빼앗아 갈 거래.”
“아니야. 주원아, 그렇지 않아.”
그런 날이 계속되다가 문득.
서문결은 이 집안의 것은 하나도 욕심내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 * *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아니야. 잠깐만! 더 안 들어도 될 것 같아!”
“악! 아까 그걸 그냥 보내면 안 됐는데!”
“이게…… 이게 지금 21세기 실화라고?”
“……말씀 중에 죄송한데 저 얼음 좀 가져올게요.”
서문결의 시점에서 요약된 집안 사정을 듣던 멤버들은 하나같이 뒷목을 잡으며 냉수를 찾을 때.
택시에서 내려 걸어가는 서주원의 뒤로 그림자 하나가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