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4화
“사람이 좋게 대하는데 다짜고짜 반말을 하네. 인성 뭐야?”
“어. 그래서 넌 뭐냐고.”
나는 이제 그냥 막 나가기로 했다.
만약 이 녀석이 진짜 동생이라면 내 인성 논란은 서문결 선에서 수습될 거고, 서문결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동생 사칭이라면 이런 대접 받아도 아무 상관 없는 거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제부터 하는 말들은 녹음이라도 해둘까, 하는 생각을 할 때.
녀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들고 있던 자기 휴대폰을 조작하더니, 메신저에 등록된 서문결의 연락처를 보여주었다.
[바보]프로필 사진 저거 맞고, 상태 메시지 아무것도 안 적혀 있는 것도 맞고.
이름은… 원래 형제끼리는 그다지 살가운 형식으로 저장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도 같고.
진짠가?
아냐. 번호만 알아내서 저장한 사생일 수도 있잖아.
“아직도 못 믿어?”
서주원은 갤러리에 저장된 서문결의 어렸을 적 사진 몇 개를 찾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적인 사진까지 싹 다 수집하는 악질 사생인지 진짜 동생인지 갈팡질팡 헷갈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금 나 사생이라고 생각했지?”
“너 같으면 안 하겠냐?”
“의심도 많네. 연예인은 원래 다 이런가?”
나 들으라는 듯 한숨을 푹 내쉰 서주원이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줌마, 저 지금 형 만나러 와서 이상한 오해 받고 있는데. 이 사람한테 저 문결이 형 동생 맞다고 말 좀 해주세요. 네에. 아이, 아니에요. 그럼 영상 통화로 돌릴게요.”
조금 뒤, 서주원의 휴대폰이 내게로 넘어왔다.
– 여보세요?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고운 얼굴을 확인한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 나 결이 엄만데, 혹시 기억해요?
픽하트 막방 때 잠깐 뵀던 서문결의 어머니가 확실했다.
그 당시 엄마 쪽 유전자 장난 아니라고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다정한 눈빛을 비롯해 서문결의 외모에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부분은 몽땅 저분한테서 왔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미인이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뵙게 될 줄은…….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 결이 형이랑 같이 활동하는 온라온이라고 합니다. 혹시 저 아세요?”
– 물론 알죠. 그런데 지금 주원이랑 오해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 네. 이 핸드폰 주인이 진짜 결이 형 동생 맞나요?”
사실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결이 형 어머니라는 게 확인된 마당에 이제는 서주원의 정체를 더 의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내심으로는 아니기를 바랐다.
– 맞아요.
“그렇구나….”
– 음, 미안한데 내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
왠지 나랑 얘기하는 걸 피하시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이려나.
어쨌든 급해 보이는 서문결 어머니 때문에 전화는 여유를 오래 두지 않고 끊겼다.
나는 이유 모를 찜찜함을 느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주원에게 휴대폰을 떨떠름히 돌려주었다.
“내 말 맞지?”
“그래. 맞더라.”
유감스럽게도.
“근데 왜 벌써 끊었어? 아줌마한테 물어볼 거 많은 표정이었는데.”
“일 있으시다고 해서.”
내 말에 서주원의 낯짝이 아까처럼 싸늘히 찌그러졌다.
“일은 무슨. 하는 건 집에서 우리 아빠 돈 쓰는 것밖에 없는 주제에…….”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아무튼 너네 숙소에 나도 같이 좀 가자. 주소는 아는데 여기 처음 와서 길을 못 찾겠어. 더워서 쓸데없이 헤매기 싫은데 네가 딱 보여서 따라간 거야.”
“결이 형 지금 운동 갔을 시간이라서 가봤자 없을걸. 바로 불러도 마무리하고 오려면 꽤 걸릴 테고.”
“괜찮아. 어차피 금방 갈 거라 안 불러도 돼.”
“내가 안 괜찮다는 소린데 못 알아들었냐?”
“난 괜찮아. 그리고 손님이 찾아왔으면 물이라도 한잔 주고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이제까지 서문결이 내게 해줬던 수많은 선행을 떠올리며 속으로 참을 인을 그렸다.
참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문결 동생이다.
그래도 멤버 가족인데 내 기분 좀 상하게 했다는 거 말고는 내쫓을 명분도 없고.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숙소 위치를 동호수까지 다 아는 눈치라 이대로 두고 간다고 해도 이 녀석은 기어이 찾아올 것 같았다.
나는 결국 짜증을 숨기지 않으며 서주원에게 경고했다.
“야, 너 형들 앞에서 아까 같은 말 하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아, 알았어. 안 하면 되잖아.”
그렇게 나는 영 껄끄러운 짐 하나를 달고 숙소로 향하게 됐다.
서주원과 얘기하는 사이 반요한으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새끼여우] 왜 이렇게 안와?나는 부지런히 서주원의 망발을 메신저로 옮겼다.
물론, 이건 뒷담이 아니라 최근 가루가 된 상태인 견성하의 멘탈을 사전에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다.
진짜로.
숙소에 도착하니 서주원은 나와 처음 마주쳤을 때처럼 다시 내숭을 떨기 시작했다.
“나 왔어.”
“왔어? 옆엔 누구야?”
“안녕하세요. 결이 형 동생 서주원입니다.”
“와, 결이 동생? 몇 살? 주말인데 왜 교복 입고 있어?”
강지우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서주원에게 친근히 질문을 퍼부었다.
견성하는 아예 내보냈는지, 아니면 안방에 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 올해 고1이요. 교복은 학교 행사 있어서 거기 들렀다가 여기로 바로 오느라 못 갈아입었어요.”
“근데 무슨 일로 왔니?”
내내 가만히 있던 반요한이 상냥히 물었다.
“네?”
“아무리 결이 동생이라고는 해도, 연락도 없이 함부로 찾아오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숙소 외부인은 함부로 못 들어오는 규칙 있거든. 가족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고.”
그랬나?
작년에 생판 남인 내가 몸만 와서 장기 체류했던 건 뭔가 싶었지만, 눈치 없게 그랬냐며 입을 열지는 않았다.
강지우도 뭔가 눈치챈 듯 가만히 있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형들 팬이기도 하고 이번 여름방학 때 공부 좀 시작하려는데 수능 만점 받은 요한이 형 사인받아 가면 부적 같은 게 될 것 같아서요.”
“그래? 내가 들은 거랑은 좀 다르다.”
“네?”
반요한이 여전히 부드러운 투로 말했다.
“오면서 우리 멤버 욕했다며.”
반요한의 직구에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던 서주원은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한 대 때리고 싶어질 만큼 얄미운 페이스를 되찾았다.
“어이없어. 넌 그걸 그새 다 일러바치냐?”
나도 할 말이야 많았다.
“방금 너 헛소리하는 거 맨정신으로 듣고 있던 나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겠냐?”
내 시선이 명찰에 가 있는 것을 본 서문결 동생, 서주원이 픽 웃었다.
“아아, 이건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건데. 형이 이것도 안 말해줬어요? 사이 좋은 아이돌 드물다더니 여기도 멤버들끼리 진짜 안 친한가 보다.”
“야, 결이 형도 나한테 형 있는 거 모르거든?”
“헐. 너 형 있었어?”
“…….”
강지우 이 인간, 아까는 눈치 있게 잘 대응했으면서 지금은 왜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라는 얼굴 하고 있는 건데.
그런 우리를 보는 서주원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서로 안 친하다는 걸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무슨 헛소리야. 친해도 그런 건 얼마든지 모를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준 건데.”
“글쎄. 문결이 형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혼자만 친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너 혼자만 잘난 형이랑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이거 진짜 열 받네…….
쟤한테 내 호감도 창을 보여줄 수도 없고.
“근데 너 왜 아까부터 결이 형 보고 문결이 형이라고 불러?”
“아, 그건…….”
그때, 삑삑거리며 현관 비밀번호를 빠르게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 결이 왔나 보다.”
“아직 올 시간 아닌데. 누가 연락했나?”
현관 쪽을 바라보는 서주원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
“왜 벌써…….”
“내가 연락했는데?”
내가 방긋 웃으며 말하자마자 서문결이 땀에 젖은 얼굴로 거실로 들어섰다.
“서주원.”
소파에 앉아 있는 서주원을 발견한 서문결의 표정이 평소보다 배로 무섭게 가라앉았다.
“아, 형 왔….”
“당장 나와.”
“왜, 왜 이래? 미쳤어?”
“나와.”
“아파! 이거 놔…!”
서주원은 이제까지 설치던 게 무색할 정도로 손쉽게 서문결의 손에 질질 끌려 나갔다.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나자, 머리라도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의 강지우가 견성하를 불렀다.
“성하야, 이제 나와도 돼.”
며칠 전과 비교해 얼굴이 반쪽이 된 견성하가 살짝 열려 있던 안방 문을 열고 나왔다.
“안에서 다 들었어?”
“네….”
난생처음 보는 서문결의 박력 가득한 모습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는 충격이 조금 가시고 난 뒤 놀라움 가득한 얼굴로 수군거렸다.
“결이 형한테 바로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는 걸 굳이 어머님한테 전화하는 게 이상해서 결이 형 부른 건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숙소에 들이지도 않고 알아서 쫓아내 버리는 건데.”
“아냐. 잘했어.”
“나 쟤 저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봐.”
“나도, 나도.”
“어?”
“왜 그래?”
심장 박동을 느끼려는 것처럼 자기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있던 견성하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지금 기쁜 것 같아요. 저 형이 화도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요사이 근심과 우울감만이 가득했던 견성하의 낯빛이 눈에 띄게 밝아진 게 보였다.
“얘 진짜 오랜만에 기뻐 보이는데 어떡하냐.”
‘이걸 서주원의 순기능이라고 봐도 되나…….’
그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도 말을 얹었다.
“나 솔직히 결이 형이 저거 감쌀까 봐 미리 고구마 먹고 혈압 오를 준비 했거든.”
“뭐?”
“만약에 진짜 결이 형이 그랬으면 쟤가 나한테 얼마나 거지같이 말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일러바친 뒤에, 그래도 가족이라고 결이 형이 자기 동생 편들 거 대비해서 혼자 상처받은 다음 한동안 서먹서먹한 관계가 될 마음의 준비까지 다 하고 있었는데……!”
“……온라온 넌 혼자서 대체 어디까지 상상한 건데.”
“이런 타입이 연애하면 삽질하느라 망하는 타입이지.”
“반요한 넌 왜 갑자기 시비냐?”
“연애하지 말라고. 아무튼 난 쟤 은근 성깔 있는 애인 거 진작에 알았어. 작년에 픽하트에서 같이 팀 하자고 했는데 애가 싫다면서 날 내치던 그 무심한 얼굴…. 아직도 기억나.”
“형도 참 속 좁다…. 그걸 어떻게 아직도 담아두고 있냐? 결이 형이 보여준 좋은 모습이 대체 몇 갠데?”
“결이가 너랑 성하 챙긴다고 나한테는 섭섭하게 군 적 많거든.”
그렇게 서문결이 알고 지낸 지 몇 년 만에 보여준 의외의 면모에 대한 이야기가 한바탕 지나가자, 화제는 그의 충격적인 동생 서주원에게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