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6화
밥은 제때 먹어야 한다는 강지우의 지론에 따라 저녁을 양껏 먹은 뒤에도 대화 주제는 여전히 서문결이었다.
“이렇게 술술 말해줄 거면서 왜 이제까지는 아무 말 안 한 거야?”
이제까지 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던 반요한의 물음에 대한 서문결의 대답은 간명했다.
“그동안 안 물어봤으니까.”
“그래. 우리가 나빴네…….”
먼저 물어보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는 그 허무한 말이 계기가 되어 자기 얘기를 먼저 하지 않는 서문결을 향한 질문이 한동안 난무했다.
“그럼 결이 네가 새아버지한테 법적으로 입양이 된 상태는 맞아?”
“아니야.”
“네가 싫어서 그런 거야, 아니면 그 친척들 쪽에서 못 하게 한 거야?”
서문결이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것에서 반요한이 답을 찾았다.
“둘 다구나.”
“응.”
“네가 싫기도 하다니 뭐 더 말은 안 하겠는데, 나라면 당한 게 억울해서라도 무조건 상속권 받아 왔다.”
“나도. 아, 우리 너무 속물인가?”
“아냐. 원래 인생은 속물처럼 살아야 해.”
그렇게 말한 반요한이 한숨을 내쉬며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근데 우리 멤버들 중에 인생을 경전처럼 살아가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나는 정말 걱정이 크다…….”
말끝을 늘이는 반요한의 시선이 서문결과 강지우, 그리고 견성하를 차례로 미적지근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런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그래. 그만하자.”
“좋아하는 반찬은 내가 진짜 자존심 때문에 이런 거 잘 안 물어보는데, 너는 반찬 투정 안 부리고 다 그냥 잘 먹어서 뭘 좋아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체 그거랑 자존심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자고로 밥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한눈에 알아보는 눈썰미가 있어야 한다고.”
“뭔…. 난생처음 들어보는 얘기를…….”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역시 어르신들. 생활의 지혜가 남다르시네요.”
잠시 잊힌 애초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었다.
“결이 형 푸딩 같은 계란찜 좋아해.”
“온라온, 그거 나도 좋아해.”
“하하, 뭐 어쩌라는 건지. 그리고 지우 형 어머니가 저번에 해주신 양념게장도 좋아하고. 전에 셋이 있을 때 시켜 먹은 불족발이랑 같이 왔던 김치전도 좋아했어. 내 말 맞지?”
내 추측이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문결의 미미하게 놀란 표정을 확인한 나는 ‘에헴’ 같은 시답잖은 감탄사가 어울릴 만한 기분이 되었다.
“뭐야. 나도 모르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거 먹을 때마다 이 형 표정이 부드러워졌거든. 한번 알고 나니까 다음부터는 은근히 좋아하는 음식 아껴 먹는 게 보이더라.”
내 말에 강지우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가…. 이 집안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이제까지 그런 결정적인 사인을 여태껏 알아보지 못했다니…….”
그 와중에 견성하가 결연한 얼굴로 강지우를 불렀다.
“지우 형.”
“어?”
“푸딩 같은 계란찜 하는 법 다음에 알려줘요. 김치전도요. 양념게장은…… 연습해도 제 요리 실력으로는 지우 형 어머니가 한 것만큼 맛있게 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조만간 배달 맛집 알아올게요.”
그때, 얌전히 있던 서문결이 입을 열었다.
“나 어묵탕도 좋아해.”
“!”
“내일 당장 해줄게!”
아무래도 당분간은 계란찜과 김치전, 양념게장, 그리고 어묵탕이 상 위에 꼬박꼬박 올라올 듯싶었다.
그러는 동안 곧 죽을 것 같던 얼굴의 견성하도 기운을 한껏 차린 것 같아 다행이었다.
한밤중이 다 되어 자리가 파할 조짐을 보였다.
“와,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냐.”
“치우고 자자.”
우리가 과일을 깎아 먹을 때 쓴 칼과 접시를 알아서 치우는데, 서문결이 나직하게 사과했다.
“미안해. 다시는 못 찾아오게 할게.”
“네가 숙소 주소 알려준 것도 아니라며. 뭘 네가 미안해.”
“맞아. 우리가 화난 건 서주원 때문이지 형 때문은 절대 아니거든.”
“물론 걔를 계속 받아줄 건지는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 어렸을 때부터 봤으면 연 끊기 어렵겠지만, 마음먹으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
“참고로 서주원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러 오면 받아는 줄 건데, 네 사과는 안 받을 거다. 사과는 잘못한 사람이 해야지.”
강지우의 단호한 말에 서문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봐도 반요한 이상으로 유아독존인 서주원이 사과라는 걸 하러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튼 형은 신경 쓰지 마.”
* * *
그렇게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온갖 사건으로 가득했던 온라온의 긴 하루는 겨우 끝이 났지만.
보통 때면 자리에 눕자마자 잠들어 멤버들 중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편인 서문결은 웬일로 새벽이 깊어지도록 뜬눈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연락을 주기로 한 서주원이 여태 아무런 소식도 없는 게 걱정되어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그 문제 때문인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화난 일이 있는 서주원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처음도 아니었다.
게다가 정말로 서주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안절부절못하며 작은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을 어머니에게 벌써 전화가 걸려왔을 것이다.
어쨌든 자신이 지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게 오후에 있던 일들 때문은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화가 날 것까지는 없었는데.’
서주원의 잘못된 행동을 형으로서 책임져야 하는 건 맞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큰 마찰이 없도록 무던하게 넘겼으면 될 일이었다.
그보다 심한 짓을 한 적도 많은데 이제와서 왜 새삼 화가 난 건지.
서문결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잠에 들었다.
* * *
서문결의 일에 화를 내며 조금 되살아났던 견성하의 텐션은 바로 다음 날 도로 깊은 지하로 처박혔다.
새벽 사이에 2차 폭로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글은 견하람을 향한 공격은 잠시 접어둔 채 유독 집요하게 견성하를 물어뜯고 있었다.
“얘 진짜 무슨 원수졌나?”
몇 가지 의혹 해명합니다. 제가 지난 글을 성별을 확실히 알 수 없게 쓴 것은 제 신분이 밝혀져 저에게 압박이 가해질 게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글을 갑자기 삭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요.
– 글삭된거 보고 읭했는데 피해자 입장도 이해간다
– 견하람은 뭐야 그럼?
– 애들이 견하람한테 자기들끼리 알아서 몰려든걸 의도적 서열 조장이라고 표현하는 건 말도 안되는 거지
– 아니 이제까지 쭉 가마니하고 있었는데 얘 자꾸 말 앞뒤 안맞는거 ㅈㄴ어이없네 이미 견성하랑 사물함 앞에서 싸웠다는 대목에서 폭로자가 누군지는 다 특정된건데 뭔 신원 밝혀지는게 무섭다웅앵
┗ 글쓴이가 자기만 그 일들을 당한게 아니라 여러명이 따로따로 당한거 자기가 하나로 모아서 올린거라고 두번째 글에 내용 추가했음
┗ ㅋㅋㅋ이젠 분신술까지?
– 계속 지켜봐야할듯 양쪽 다 정확한 증거도 없고
폭로자의 말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대중들도 얘 조금 이상하다며 폭로 글의 진위를 미심쩍어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견하람과 견성하에게 씌워진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데…….’
그때, 옆에 있던 직원이 책상에 올려놓은 내 핸드폰을 가리켰다.
“라온아, 너 아까부터 전화 오는 것 같은데. 안 받아도 돼?”
“아, 받을 전화 아니에요.”
“사생이야?”
“이대로 두면 직접 찾아올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사생은 아니에요.”
잠시 기다리니 전화가 끊겼다.
ㅗ로부터 부재중 전화 11개
처음에 걸려 온 전화를 내가 못 보고 넘긴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저렇게 전화를 거는 게 수상해서 무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에도 다시 전화하려나, 싶을 때 메시지가 왔다.
[ㅗ] 잠끼ㅡㄴ 보자 [ㅗ] 전화받아얘는 왜 자꾸 이러지.
저번에 마주쳤을 때 얼굴도 그렇고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여 차단을 할까 말까 슬슬 고민되는데.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내 피해를 증명할 수단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은 두고 보기로 했다.
“저 놓고 온 게 있어서 숙소 좀 다녀올게요.”
“조심히 갔다 와.”
“라온아, 올 때 냉장실에서 과일 썰어 놓은 통 좀 가져다 줘.”
“엉.”
회사와 가까운 숙소에는 금세 도착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익숙하게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뭔가… 분위기가…….’
전에 가 봤던 귀신의 집 이상으로 소름이 끼친다고 해야 하나.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을 떨쳐내기 위해 벽을 더듬어 거실 불을 켜려 하는 순간.
“악…!”
문이 열려 있던 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누군가가 나를 무식하게 밀어 그대로 넘어뜨렸다.
‘뭐야. 사생? 강도? 아니면…….’
생각을 오래 이어갈 여유는 없었다.
내가 반사적으로 상대의 얼굴로 추정되는 부분을 팔로 후려치고 도망치기 위해 몸을 빼자마자 상대가 다시 내 옷을 잡아채 쭉 당겼기 때문이다.
인상을 확 찡그린 나는 습격자의 얼굴을 보았다.
캄캄한 방 안에서 형형히 빛나는 두 눈동자는 언젠가 보았던 것과 같은 백색이었다.
‘오현진?’
아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상대의 정체를 파악했다.
“서주원…….”
찰나, 머릿속에서 제각각 따로 놀던 톱니바퀴들이 교묘하게 맞물리는 것 같았다.
이름이 불린 녀석이 잠시 멈칫한 틈을 타 나는 온힘을 다해 손을 떨쳐내고 녀석이 튀어나온 방으로 도망쳤다.
그대로 문을 닫고 잠가버릴 생각이었는데 곧장 뒤따라온 서주원이 나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문을 미는 바람에 문고리를 잡고 있던 나는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그때, 누가 또 오는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뒤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
누가 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처럼 나를 거센 힘으로 밀어붙힌 서주원 때문에 내 몸이 다시 기울었고, 등과 어깨가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나마 희망적인 사실은 방금 전 소리 때문에 이상을 확실히 느낀 듯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다는 점이다.
비극적인 사실은 미친놈한테 내 목을 완전히 잡혔다는 사실이고.
“윽…!”
점점 숨이 괴롭게 가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