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7화
이영민이 방으로 들어온 것은 온라온이 비정상적인 힘을 보이는 서주원의 한 팔을 움켜쥔 채 할퀴고 밀어낼 때였다.
타이밍만 따지자면 이영민은 온라온의 눈에 구세주처럼 보여야 했겠지만.
그 인상적인 비주얼 때문에 온라온은 한순간 저게 자신을 아예 데려가려고 찾아온 저승사자인 줄 알고 도리어 정신을 완전히 놓아 버릴 뻔했다.
직후 온라온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영민이 어떻게 보면 저승사자보다 더한 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방에 들어설 때부터 사람 하나가 목 졸려 죽기 직전인 상황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아챈 눈치인 이영민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나서도 그다지 급해 보이지도, 놀라 보이지도 않은 태도를 보였다.
장신의 남자는 심지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두어 장 찍기도 했다.
‘이 개×끼가?’
짧은 간격으로 터진 플래시에 눈살을 찡그린 온라온은 이영민의 정체를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음에도 분노가 치밀었다.
그때, 서주원의 눈동자를 에워싼 이질적인 흰 빛이 일부 사그라들었다.
동시에 목을 조르던 손아귀 힘도 약간이나마 느슨해졌다.
그 틈을 타 공기를 가까스로 들이마시기는 했으나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온라온이 서주원을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었다.
끝내 온라온이 정신을 잃은 것과 서문결이 까닭 모를 불길함을 느끼며 숙소에 도착한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방문 앞에 서 있는 이영민의 뒷모습만 먼저 발견하고 어떻게 엘리베이터를 탄 자신보다 계단으로 간 이영민이 20층 높이에 위치한 숙소에 더 일찍 도착했는지를 물으려던 서문결은 한 박자 늦게 안쪽 상황을 파악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악…!”
그때쯤 눈동자 색이 원래대로 돌아온 서주원은 서문결에게 쉽게 제압당했다.
딸깍.
휴대폰을 집어넣은 뒤 관찰하듯 두 사람이 있는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영민이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서문결은 그제야 멤버의 목을 조르던 사람이 자신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
“혀, 형…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몰라. 진짜야!”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억 속 자신이 벌인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서주원의 모습도 온라온의 저항이 강했던 탓에 상당히 엉망이었다.
“주원아, 너 잠시만, 조용히….”
믿기 어려운 상황에 사고회로가 정지되다시피 해 멍하니 서주원의 자기변호를 듣던 서문결은 머리가 지근지근 쑤시는 듯한 감각에 얼굴을 찡그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명백하게 날이 선 형의 얼굴에 서주원은 찔끔해 조용해졌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온라온의 상태를 살피던 이영민이 서문결을 향해 말했다.
“라온 씨는 곧 깨어날 것 같습니다.”
“병원에는…….”
“나중에 병원을 따로 찾아가더라도 당장 구설수를 감수하고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회사에 연락부터 할 테니 결 씨는 잠시만 여기서 두 분 좀 잘 지켜봐 주십시오.”
둘을 떼어낸 다음 온라온이 무사히 호흡하고 있는 것만 겨우 확인한 서문결은 시시각각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끼며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 이영민을 향해 물었다.
“형은… 먼저 왔으면서 왜 가만히 계셨어요.”
공허한 어조 탓에 질문보다는 추궁으로 들리는 말에 이영민은 걸음을 멈췄다.
“너무 놀라서 그만…… 죄송합니다.”
이영민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던 서문결은 온라온이 들었다면 멱살잡이를 할 만큼 허술한 변명을 일단은 납득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앞에 놓인 문제들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충분히 복잡했다.
* * *
“라온아…! 괜찮아?”
스르르 눈을 뜨니 목 안쪽이 살을 가는 바늘 수십 개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파서 내가 무사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말할 수 있겠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이제까지 기절할 것처럼 힘든 적은 왕왕 있었는데 실제로 기절까지 한 건 처음이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는 기절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을 만큼 기분이 더러웠다.
‘그 개×끼는…….’
목소리도 안 나오고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기에 나는 몸을 일으키는 대신 눈알만 굴렸다.
좀 전까지 사투를 벌였던 방에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비교해 안색이 창백해진 서문결밖에 없었다.
겨우겨우 상체를 일으켜 무언가를 찾는 듯한 내 표정을 보고 내가 서주원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건지.
서문결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주원이는 영민이 형이랑 옆방에 있어. 조금 전에 회사에 연락했으니까 상현이 형이랑 연습실에 있던 멤버들도 곧 올 거야.”
숙소에 아직도 사람이 서주원과 이영민, 그리고 서문결밖에 없는 걸 보니 내가 정신을 놓고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듯했다.
붙잡혔던 목 상태가 당장은 말이 제대로 안 나올 정도로 심각했고 긴장이 풀렸는지 전신 곳곳에 타박상을 입은 게 느껴져 마음 같아서는 은총으로 바로 치료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내 상태가 말끔하면 남들 눈에 이상하게 보일 게 뻔했기에 지금은 참아야 했다.
뭐, 있다 보니까 통증이 아주 못 견딜 정도도 아닌 것 같고.
어차피 이깟 상처들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치료해 버릴 수 있으니 나야 괜찮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서문결을 흘긋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 상태가 퍽 심각해 보였는지, 그게 아니면 제 동생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는지 서문결은 반쯤 얼이 빠져 있었다.
‘서문결이 여기 있다는 건 서주원이 나한테 그러는 걸 봤다는 뜻이겠지.’
여태 걱정할 일 하나 없던 서문결의 멘탈이 신경 쓰였던 나는 입을 열어 그를 위로했다.
“나 괜찮아.”
무리해서 말을 한 목적은 내 무사를 알림으로써 서문결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다음 주 뮤직팡팡 MC를 볼 수나 있을지 적잖게 걱정될 만큼 맛이 간 목소리가 문제였나?
“흐윽….”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문결은 심각하게 얼어붙어 있던 낯을 억장이 무너진 사람처럼 한순간에 허물어뜨렸다.
“미안해. 많이 놀랐지. 어떡해… 진짜로 미안해.”
자기가 내 앞에서 우는 것조차 또 다른 죄라는 것처럼 입을 꾹 다물며 서러움을 억누르는 서문결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방울이 그대로 바닥에 뚝뚝 떨어져 깨지는 걸 보며 나는 그저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왜 서주원도 아니고 서문결이 미안하다고 하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을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건 나 아닌가.
사람 가지고 노는 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제로 때문에 서주원이 이런 일을 벌인 게 거의 확실하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주원이 나를 죽이려 한 것은 녀석이 나를 해하려는 초자연적 존재의 수작질에 휘말렸기 때문이라는 허무맹랑한 해명을 할 수는 없었다.
“미안해.”
그래서 나도 이번 일로 누구보다도 상처를 크게 받았을 서문결에게 같은 말을 했다.
“왜, 네가 미안해.”
자기는 할 필요 없는 사과를 하면서 내가 그러는 건 용납이 안 되는 모양인지 서문결이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나는 한숨을 참으며 똑같이 반박했다.
“그럼 형도 미안하다고 하지 마. 형도 미안해야 할 사람 아니니까. 오히려 고마운 사람이지. 살려줘서 고마워. 진짜로.”
“그래도…….”
여전히 서문결이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처럼 입을 여는 것을 본 나는 서주원의 손자국이 벌겋게 남아 내일쯤이면 푸르뎅뎅하게 멍이 올라올 목을 가리키며 언제 사과했냐는 듯 뻔뻔하게 말했다.
“나 목 아픈데.”
목 아픈데 논쟁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로 그만 말하게 해달라는 내 뜻이 다행히도 잘 전해져 서문결은 그쯤에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싸우다가 가구에 찧는 바람에 찢어져 피가 나는 내 무릎을 보더니, 구급상자를 찾으러 갔다.
사실 이건 흥건한 피 때문에라도 눈에 꽤 잘 띄는 상처라 진작에 발견할 법도 한데 이제서야 알아챈 걸 보면 서문결이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무릎 상처를 치료하고 얼마 뒤 도착한 곽상현 일행은 우리 상태를 보더니 경악했다.
“세상에, 결이 울었어? 어떡해. 많이 놀랐구나.”
“이 형 진짜 놀랐으니까 빨리 따뜻한 물이라도 가져다줘.”
“온라온 너는 그 몸으로 누굴 챙기고 있어?”
“근데 나 목소리만 이렇지 괜찮…….”
“안 괜찮아. 말 그만해.”
“네.”
“대답도 하지 마.”
“…….”
겉으로 보이는 상처를 간단히 처치한 나는 곽상현과 함께 숙소를 방문한 주열음 이사와 마주 앉았다.
“일단 무사해서 다행이고, 내일 병원 가 보자. 잘 아는 곳 있어.”
“저 진짜 괜찮은데요…….”
개인적으로 병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긴. 병원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마는.
“괜찮다고 고집부릴 일 아니야. 지금 그냥 넘어갔다가 나중에 심각한 후유증 같은 거 생길 수도 있어. 그러면 늦는 거야.”
어차피 즉사가 아닌 이상 대부분 은총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지극히 타당한 말이기에 나는 하는 수 없이 알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고는 따로 안 하겠다고 했다고 들었는데…….”
“네. 맞아요.”
“회사 차원에서야 그러는 편이 훨씬 좋지만, 정말 그래도 되겠어? 목까지 조른 거면 엄연한 살인미수고 네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면 우리가 나설 수도 있어.”
나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서주원이랑 나중에 따로 얘기해 보기는 해야 하겠지만, 일단 결이 형 가족이기도 하고. 성하 일도 아직 해결 안 됐는데 이 일까지 언론에 알려지면 아무리 저희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그룹 이미지 안 좋아질 테니까요.”
주열음은 개인적인 원한은 잠시 접어두고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나를 대견하게 보는 모양이었지만 정작 나는 이런 말을 하면서도 조금 낯부끄러웠다.
하나는 아무리 인성에 하자가 있다고는 해도 사람 목을 조를 만큼 미친놈은 아닌 서주원이 그런 행동을 한 원인이 어딘가의 세계에서 제로와 원수를 진 내게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방금 한 말에 완벽히 반하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열음은 여름옷으로는 좀처럼 가려지지 않는 여러 상처들을 보더니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피곤할 텐데 불러서 미안하다. 오늘은 일단 푹 쉬고 내일 병원 꼭 가라고 상현 씨한테 말해둘게.”
“아니에요.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주원은 이제 회사로 데려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라는 말을 끝으로 주열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열음이 돌아가고, 나는 거실에 있던 이영민을 불렀다.
“영민이 형, 나랑 얘기 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