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8화
나를 순순히 따라오는 이영민과 함께 베란다로 향하는데 얼른 들어가 쉬지 않고 뭐 하냐고 말하는 듯한 강지우의 따가운 눈길이 우리 쪽으로 따라붙었다.
“목소리는 이래도 아픈 건 거의 괜찮아졌고 긴 얘기할 것도 아니라서 금방 들어올 거야.”
내 변명에 짧은 한숨을 내쉰 강지우가 이영민을 향해 당부했다.
“영민이 형, 애 몸 상태 보고 적당히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왜 내가 아니라 저 파렴치한 놈한테 말하는 건지 모르겠군.
어쨌든 조용하면서도 끈질기게 따라오는 서문결의 시선을 받으며 베란다로 나가 문을 닫으니 눅눅한 온기가 나를 무겁게 감쌌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두리번거리며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틈이 아무 데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끝까지 들으면 속 터질 게 분명한 말도 끊고, 그간 쌓인 분도 풀 겸, 녀석의 종아리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정강이로 쳐봤자 내 뼈만 아플 것 같아서 발로 밀듯이 팍 찼는데, 같은 부위를 몇 번씩 차도 거목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녀석의 모습이 나를 더 열받게 했다.
“원하신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치셔도 되긴 합니다만.”
가만히 맞아주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아무리 그래봤자 괴로운 쪽은 제가 아니라 안 그래도 후 불면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만큼 연약한데 현재 상태까지 끔찍하게 나쁜 당신이겠죠.”
나는 거지 같은 비유에도 굴하지 않고 반항하지 않는 놈을 발로 차는 데 집중했다.
누가 본다면 연예인이 매니저를 마구잡이로 폭행한다고 오해받기 충분한 장면이었지만.
어차피 거실 쪽에서는 커튼 때문에, 밖에서는 블라인드 때문에 우리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녀석에게 타격은 없지만 내 다리에 느껴지는 타격감은 있어서 한동안 이러고 있자니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누굴 때리면서 기분을 푸는 사람이 되면 안 되는데, 나도 참.
마침내 다리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숨을 헉헉대고 있자니 놈이 태연히 물었다.
“다 끝나셨나요?”
“나중에 이자까지 제대로 쳐서 갚을 테니까 기대해라.”
“그건 참아주시죠.”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아까 제 행동의 이유를 물으시는 건가요?”
“그것도 맞고. 서주원은 왜 그런 행동을 보인 건데?”
“하나씩 답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사진을 촬영한 것은 제가 아닌 당신을 위함이었습니다.”
“개소리.”
“인간이 잠시간 호흡이 멈추는 정도로도 사망에 이를 만큼 연약한 생물이라는 건 알지만, 적어도 서문결이 뒤따라올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저는 확신했습니다. 늦기 전에 조금 확인할 것도 있었고요.”
오만상을 쓰고 있던 나는 아까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그럼 그때 내가 아니라 서주원을 봤던 건가?
“예. 그건 일종의 폭주 상태에 이르게 하는 능력인데. 당한 자에게는 기폭제가 되는 대상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나타납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짐작 가는 게 있으신 모양이군요.”
“그럼 내 주변 사람들한테 손을 대는 건…….”
“유감스럽게도 현재 크게 억제된 놈의 능력은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일정 수준 이하인 이들에게만 통합니다.”
“아, 그래?”
“처음 당하고 난 직후가 가장 능력의 효과가 강하게 발휘되는 시기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배에서 풀려나게 되죠. 한 번 풀려난 다음에는 능력에 면역이 생겨 한동안 걸리지 않게 되고요.”
어쩐지 이영민의 모습 위로 전에 래리인 척 위장하고 나불거리던 제로가 겹쳐 보였다.
“……대단히 불유쾌한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
그를 무시한 나는 용건을 꺼냈다.
“너는 견성하 폭로 글 올린 사람 찾을 수 있지.”
“번거롭기야 하겠지만, 가능은 합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진실의 입을 이영민에게 내밀었다.
“구해 와. 이제까지 올린 글 전부 자작이라는 거 증명하는 명명백백한 증거.”
마음 같아서는 이딴 놈 손 빌리지 않고 내가 직접 하고 싶은데,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글 작성자를 필요한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내 말을 들은 이영민은 성격 나쁘게 웃었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그럼 오늘 네가 한 행동 넘어가 줄게.”
“당신이 넘어가든 말든 제가 무슨 상관입니까?”
“뭐… 아니면 앞에서 사람이 목이 졸리는 걸 구경하고 있던 또라이 같은 놈 당장 잘라 버리라고 회사에 말씀드리고.”
“…….”
“회사에는 몸살 때문에 이틀 동안 쉬는 걸로 해 두죠.”
그때쯤 오래 참았다는 얼굴을 한 강지우가 거실 쪽에서 커튼을 열어젖히고 우리를 향해 ‘들어와’라고 입을 벙긋거렸고, 나와 이영민은 순순히 강지우의 말을 따랐다.
* * *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병원에 끌려가 몸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받았다.
여전히 목은 좀 부어 있는 상태였지만 당연히도 군데군데 올라오기 시작한 멍을 포함해 눈에 보이는 외상 말고는 큰 문제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거봐요. 괜찮다니까요.”
“열 살 먹은 초등학생도 아니고 뭐 이렇게 병원을 싫어해.”
“병원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요.”
대수롭지 않게 답한 나는 검사 결과 나오면 연락 달라고 내내 보채던 멤버들을 위해 단체 메신저 방에 무사를 알렸다.
[나] 나 멀쩡하대뭔가 싶어서 링크를 클릭하니 연예인 글이 자주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연결되었다.
[견하람 견성하 인성 솔직하게 말하는 글]연예관은 중딩때 이후로 처음 들어와보네 추억이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종종 떠오를 만큼 좋은 인상 받았던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루머에 시달리는 거 뒤늦게 알고 지금이라도 글 써
왜 늦게 알았냐면 지금 해외거주중이라.. 자작이라고 할까봐 나름 인증(?)도 같이 올려봐
(오늘 날짜가 적힌 포스트잇이 나온 외국 풍경 사진)
나는 견하람이랑 5학년 때 같은 반이었어
우선 하람이가 초등학생때 따당했던 건 맞고 견하람 학폭 가해자 아니라고 해명하는 글이 이상할 정도로 안올라오는 이유는 당시 진짜 한두명 제외하고는 반 전체가 가해자 아니면 방관자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하람이는 일단 전교생이 이름 다 알 정도로 유명인이라 원래도 이런애다 저런애다 이런저런 소문 많았는데 반애들사이에서 괴롭힘이 특히 심해졌던건 하람이가 영화 연소에서 다은이 역으로 대박난뒤였어
(중략)
그리고 하람이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사인도 받아다줬어 사인 받은 영화포스터가 한국집에 있어서 지금은 없는데 부모님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으니까 받는대로 글에 추가할게
하람이 얘기는 이정도로 끝낼게 혹시 더 궁금한거 있으면 댓남겨줘
나는 개인적으로는 말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성하오빠쪽이 더 기억에 남아.
어떤 일 때문인데 이건 아마 성하오빠 본인이랑 나만 아는 일화일 거야ㅎㅎ..
성하오빠랑 하람이 괴롭히던 애랑 사물함 앞에서 싸운 일 있고나서 며칠 뒤에 성하오빠가 우리반에 한번 더 찾아왔어 학교 끝나고 청소하는 애들도 다 집에 갔을 때였는데 나는 그때 담임이랑 상담때문에 반에 혼자 남아있었거든
갑자기 키도 크고 인상도 날카로운 선배가 혼자 있을 때 오니까 나는 좀 무서워져서 교실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내 책상에 앉아있는데
성하오빠가 나한테 우리반 담임 허락맡았다고 툭 안심하라는 것처럼 말한 다음에 책상이나 벽.. 사물함에 있는 하람이 욕낙서를 가져온 청소도구로 하나하나 지우는거야
나는 금방 상담하러 갔는데 상담 끝나고 교실에 가방 가지러 갈때쯤 보니까 성하오빠가 없더라고
그래서 갔나.. 했는데 책상을 혼자 들고 위층에서 내려오던 성하오빠랑 계단에서 딱 마주쳤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성하오빠 그때 좀 운 것 같은 얼굴이었거든 충혈된 성하오빠 눈을 괜히 못마주치겠어서 안녕하세요.. 대충 인사만 하고 그대로 튀면서 왜 책상을 들고있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우리 반에는 유난히 상태가 안좋은 책상이 하나 있었어 단순히 낙서만 해놓은 게 아니라 하람이 괴롭히던 남자애들이 책상을 아예 칼같은걸로 하람이 욕을 파놔서 지울수도 없는..
그런데 그책상이 다음날 학교 오니까 멀쩡한 걸로 바뀌어있었어
근데 나도 그때 균형 안맞는 책상 바꾸려고 했었는데 여분 책상이 없대서 결국 못 바꿨거든 그래서 멀쩡한 새책상을 대체 어디서 구해왔나 너무궁금했는데..
반년 뒤에 6학년 돼서 쓰게된 교실에 그 책상이 있는거야 어떻게 알아봤냐면 책상서랍 밑부분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껌스티커가 붙어있었어ㅋㅋㅋㅋ
작년에 이 교실을 썼던 성하오빠가 5학년 교실에 있던 책상을 자기 책상이랑 바꿔놓은 거라고 추측하는 게 그렇게 억지같지는 않지?
그리고 책상을 그냥 바꿔놓기만 한 게 아니라 구석에 흉하게 파인 부분들이 귀여운 동물 스티커들로 말끔하게 덮여있었어 파인건 그대로라 스티커 눌러보면 약간 안으로 움푹 들어가기도 했지만 겉보기에는 반에서 제일 예쁜 책상이었어 그걸 계속 보다보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해지더라…
요즘처럼 더운 날에 땀 주룩주룩 흘리면서 후배 반 와서 하람이 욕하는 낙서들 묵묵히 지우고 책상 옮기던 성하오빠 얼굴이 아직도 가끔 생각나
막상 그때는 남매끼리 사이좋은가 보다..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하오빠가 무슨 마음으로 동생 욕하는 낙서를 지우고 계단 오르내리면서 책상을 옮겼는지.. 그마음이 점점 더 와닿아서.. 외국에서 혼자 타지생활하면서 센치해질때 문득 울컥하기도 해ㅎㅎ..
좀 구구절절하지 맞아 성하오빠가 내 첫사랑이었어 물론 안물안궁 tmi겠지만^^;;
좀 부끄럽긴 한데 이왕 사심 담아서 열심히 쓴거 하람이나 성하오빠나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거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해서 올려
이건 졸사 인증~
(견하람의 졸업사진과 학교 이름이 나온 졸업 앨범 사진)
아무튼 두 사람 학폭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고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사는 착한 애들 앞길 막으려고 허위 폭로한 ㅇㅇㅇ 너는 꼭 벌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