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0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09화
보통 해명 글은 폭로성 글과 비교해 관심도가 떨어지게 마련이었지만, 재미와 감동과 자극, 삼박자를 모두 갖춘 글은 삽시간에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 나가며 견성하와 견하람에게 한없이 불리했던 여론을 확 뒤집어 놓았다.
– 아 초6짜리가 동생 욕 지우고 자기 책상이랑 바꾸는 상상하니까 ㅈㄴ 눈물남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중딩도 고딩도 아니고 교복도 안입은 초딩이!!!
– 뭐야.. 나 왜 울고 있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성하야 나 너 믿었어ㅠㅠㅠㅠ 이렇게 착하고 다정한 애한테 말도 안되는 누명 씌운 인간들은 그냥 나가 죽어
– [연예관] 학폭 의혹 아이돌이 첫사랑 된 썰.txt
┗ 제목 어그로 이딴식으로 끌지 말라고요
– 와 이건 진짜같다 이제 사인까지 올라오면 인증 제대로되는건데 폭로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
– 피해자가 연예인 되니까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해서 인생 망치려고 하는거 진짜 역겹다
– 엄마 나 오빠 낳아줘
┗ 이런 오빠 세상에 또 없습니다 그게 한 살 차이라면 더더욱
– 이거 고작 연예관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 어디 감동적인 라디오 사연으로 나와야 하는거 아님..?
– 아직도 연예관에서 댓글로 학폭이라고 억지쓰면서 분탕치는 애들 있음 (링크) 이글 조회수 몇십만 단위로 나왔는데 베댓 상태 엉망이야 ㅃㄹ해명글 위로 올리자
– 성하야 그동안 많이 불안했을텐데 이제 마음 놓고 푹 쉬어
– 근데 이 일 아는 사람 글쓴이랑 견성하밖에 없는거면 이것도 얼마든지 쟤네 회사측에서 조작할 수 있는 거 아님? 인증한다는 배우 사인이야 아무거나 들고 올 수 있는 거고
┗ 분탕치는 애가 여깄었네ㅉㅉ
– 팩트 나올 때까지 가만히 못 있고 성하 탈퇴하라고 ㅈㄹ하던 인간들 보고 있냐? 진작 블락때렸지만 사실 믿었다면서 다시는 어디가서 에어리라고 하지 말길
– 오르카랑 에어리들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시드 허위사실 유포자 고소한다는 말 포함된 최종 입장문 올라오는거 기대할게요
– 백도랑 시드는 허위폭로자 용서하지 말고 꼭 고소까지 하길 이건 진짜 악질이고 고소감임
* * *
곽상현과 내가 급하게 병원에서 회사로 복귀하니 멤버들과 직원 몇이 연습실 구석에 찌그러져 한바탕 서럽게 운 것으로 보이는 견성하를 위로하고 있었다.
“성하 이번에 진짜 고생했어.”
“맞아. 욕봤다, 진짜.”
“분위기 좀 봤는데 남은 의혹들도 금방 정리될 것 같으니까 이제 진짜 마음 놓고 쉬어.”
“아, 왜 나도 울 것 같지…… 흑….”
“어린애들 왕따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 볼 때마다 너무 마음 아파.”
“대표님, 진짜 말도 안 되는 루머 유포한 인간 확 고소해 버려요. 악플 같은 것도 싹 다 해서.”
“그래요. 고소해요. 백도도 아마 가만 안 있을걸요? 거기가 하람 씨 진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있던 곳이고 이번 일 상대 잘못 확실한 마당에 그냥은 안 넘어가요.”
“안 그래도 알아보고 있어.”
그렇게 말한 반가을 대표가 연습실에 들어선 우리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아, 라온이랑 상현 씨 왔어?”
어젯밤 내가 숙소에서 서문결 동생에게 목이 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직원들 시선이 내 얼굴보다도 목으로 먼저 향하는 건,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항력적인 거겠지.
하긴. 오늘 자고 일어났더니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자줏빛 멍이 올라와 있어서 양치하러 화장실에 갔다가 나도 깜짝 놀랐지 뭔가.
여름이라 이걸 목도리나 터틀넥 같은 거로 가릴 수도 없고, 여러모로 곤란했다.
“라온이 너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상현 씨한테 들었는데 괜찮니?”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반가을 대표의 표정은 비단 목 말고도 여기저기 타박상이 난 게 보이는 내 팔과 다리를 살피더니 오묘하게 변했다.
“그런 뜻 아닌 거 아닌데 애가 저렇게 된 걸 보고도 큰 문제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대체 얼마나 냉정한 건지 모르겠네…….”
대표의 실없는 농담에 직원들이 작게 웃었다.
마찬가지로 이해한다는 것처럼 짧게 웃은 곽상현이 설명했다.
“라온이가 피부가 얇은 편이라 멍이 좀 잘 드는 체질이래요. 내일까지 하루 3번 정도 5분에서 10분 동안 냉찜질하면 그래도 좀 빨리 빠지는 데 도움 된다니까 너희가 이따 숙소에서 좀 챙겨줘.”
“네.”
“어쨌든 당분간 좀 욱신거리기는 할 거고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눈에 보이는 멍 든 상처 말고는 괜찮을 거래요.”
“이번 주 라온 씨 스케줄이… 뮤직팡팡 하난가?”
“네. 맞아요.”
“목 쓰는 일인데 갈 수 있겠어? 이번 주부터는 하람 씨도 복귀할 가능성 높으니까 힘들 것 같으면 빠져도 돼.”
“가야죠. 아까 선혜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목은 메이크업으로 다 커버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얼굴은 안 다쳐서 다행이에요.”
내 얼굴까지 쳤으면 은총이고 서문결 동생이고 뭐고 안 봐줬다.
“글쎄. 얼굴 빼고 다 다친 거겠지.”
반요한은 내 말을 제멋대로 정정했다.
잠시 뒤, 반가을이 나를 대표실로 따로 불렀다.
“서주원 학생이랑 어제 얘기해 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쪽은 너한테 용서 구하고 합의하고 싶다더라.”
“어제 어땠어요? 결론 말고, 과정이요.”
내 물음에 반가을이 난처하게 웃다가, 많은 걸 함축한 한숨 뒤에 설명을 시작했다.
“아버님은 지금 일 때문에 지방에 있어서 못 오셨어. 어머님이랑 서주원 학생 이모 되신다는 분이 같이 오셨는데, 이모분이 만만치 않아 보이더라. 서주원 학생도 계속 자기는 그런 적 없다고 하고…….”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서주원 학생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억울해하더라고. 자기는 너희 숙소까지 간 기억도 없고 숙소 비밀번호도 모른다고.”
“아…….”
“그런데 영민 씨랑 결이부터가 증인이고, 서주원 학생이 숙소 들어오는 게 CCTV에도 다 찍혔는데 당연히 그 부분은 우리 쪽에서 무시했지.”
사실 그 부분은 서주원이 억울해할 만했다.
숙소 비밀번호는 제로가 알아내서 서주원에게 전해준 걸까.
“그런데 네가 결이 동생이니까 일단은 합의할 의사는 있다고 한 말 전했더니, 이모 되는 사람이 너 돈 노리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하더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서주원 학생이 네 목 조르는 거 직접 봤다는 결이랑 영민 씨 말도 못 믿는다면서. 그러니까 서주원 학생은 또 입 다물고 있고. 거기에 자기네들은 재판까지 가도 네 이미지 망가뜨릴 대로 망가뜨리면서 무죄 받아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지 뭐니. 이런 말 하기 뭐한데, 그렇게 상스러운 사람은 처음 봤어.”
“확실히 재판까지 가게 되면 재판 외적인 면에서 저희가 많이 불리하기는 하죠.”
나는 간신히 냉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
무엇보다도 저런 사람들한테 서문결이 어렸을 때부터 시달렸을 걸 생각하니 화가 났다.
“어쨌든 그쪽은 너랑 직접 이야기하고 싶대.”
“네. 알겠습니다. 날짜는 제가 정해도 되는 건가요?”
“그래. 그리고 어제 네 부모님께 연락드렸거든.”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내가 조용히 얼어붙은 채 이어질 말을 기다리는 가운데, 반가을이 말을 이었다.
“네 상태 어떤지 물어보셔서 말씀드렸어. 그런데 두 분 다 일이 바빠서 당분간 한국 오시기는 어려울 것 같대. 대신 잘 아는 한국인 변호사 소개해 주신다고 하셔서 연락처는 받아놨는데…….”
거기까지 말한 반가을이 내 표정을 살피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괜찮아요. 곧 죽을 정도로 다친 것도 아닌데요.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 * *
그날 오후, 주안에게 연락이 왔다.
주안선배 [성하 문제 잘 해결될것같더라]
주안선배 [애가 진국같던데]
주안선배 [잘됐다]
나 [감사합니당]
주안선배 [너희 회사 고소안한대?]
나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나 [근데 형]
나 [저 형한테 물어볼 거 있는데]
주안선배 [?]
나 [혹시 형 주변에 있는 저랑 나이 비슷한 사람 중에]
나 [최근에 mbs 천해경 피디님이랑 인터뷰한 사람 있어요?]
주안선배 [천해경피디님?]
주안선배 [피사추?]
나 [넹]
피디의 사건 수첩. 줄여서 피사추.
때로는 정치인에게 제기된 의혹과 같이 위험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고, 때로는 건물이 올라간 땅을 뒤엎는다면 옛 시대의 유물이 우수수 나올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지역 알아보기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제를 다루기도 하는 MBS의 간판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저번에 층계에서 짧게 얘기를 나누었던 천해경 PD는 바로 그 프로그램의 메인 PD 중 한 명이었다.
만약 최근 나이 어린 연예인들을 찾아다닌다는 천해경 PD의 목적이 내 바람대로라면 지금 계획하는 일이 더 잘 풀릴 것이다.
정 방법이 없으면 천해경 PD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도 생각은 해두고 있지만.
‘그러면 너무 노림수처럼 보이니까.’
일단은 발이 넓은 주안을 통해 조금 우회해서 천해경 PD의 정확한 목적을 알아내려는 셈이었다.
주안선배 [그분은 왜?]
나 [전에 잠깐 만나뵀었는데]
나 [뭔가 신경쓰여서요]
나 [그래서 혹시 주변에 저같은 사람 또 있나 하고요]
나 [형 연예계 대표 마당발이잖아요]
주안선배 [ㅋㅋㅋㅋㅋㅋㅋ]
주안선배 [ㄱㄷ]
주안선배 [애들한테 물어볼게]
조금 기다리니 주안으로부터 답이 돌아왔다.
주안선배 [찾았는데]
나 [헐 진짜요]
생각보다 빨랐다.
주안선배 [걔가 나한테는 안말해준다하네ㅎ..]
나 [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는 이유는 나도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는 바였다.
우선 저 떠들기 좋아하는 주안한테 뭐라도 말하는 순간 사방에 이야기가 퍼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데.
만약 알려지기 곤란한 일이라면 나라도 그런 상황은 최대한 피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럼 이 방법은 글렀나…….’
천해경 PD와 따로 연락할 방법을 찾기 위해 피디의 사건 수첩 홈페이지라도 들어가 봐야 하나, 고민할 때.
주안으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더 도착했다.
주안선배 [그래서 너한테 따로 연락하고 싶다는데 너번호 줘도 괜찮냐]
“!”
나는 기쁜 마음으로 긍정의 답을 보냈다.
* * *
주안이 연결해 준 이와 성공적으로 접선한 나는 곧바로 고경윤에게 연락했다.
– 여보세요.
“지금 통화 가능해?”
– 네.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신경 쓰지 마. 전에 얘기한 건 준비 다 됐어?”
나는 시간 끌지 않고 용건을 꺼냈다.
– 네.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마쳤어요
고경윤도 거의 다 돌아온 내 목소리에 대해 더 묻지 않고 답했다.
– 딱 하나, 증언해 줄 사람이 좀 겁을 먹어서 약간 소극적이기는 한데. 괜찮은 이슈만 있다면 나서줄 거예요.
“그래?”
나는 명료하게 결정했다.
“그럼 이제 그만 보내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