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1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10화
다음 날, 견성하와 견하람이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던 인물의 사과 영상이 위튜브에 올라왔다.
사과 영상은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목소리를 변조한 허위 폭로자가 자신이 과거에 견성하와 견하람에게 어떤 짓을 했고 이번 폭로 글에서는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낱낱이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잘 처리했나 보네.’
무슨 일인지 아직 회사로 복귀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단순히 폭로자가 허위 사실을 인정했다는 소속사의 입장문 같은 걸로 흐지부지 마무리된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만약 이러지 않았다면 일부 대중들은 이후로도 견성하를 학교 폭력 가해자라고 기억할 테니 말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허위 폭로자가 직접 찍어 올린 동영상은 수없이 공유되며 조회수가 백만 단위로 불어나 실시간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또한 이 건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견성하의 과거 일화와 함께 TV 뉴스에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자연히 두 사람의 학교 폭력 의혹은 완벽하게 사라졌고 이번 일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백도 엔터와 우리 회사가 각각 선처 없이 허위 사실 유포자와 악성 글과 댓글 작성자들을 고소하겠다는 최종 입장문을 발표하며 한동안 우리를 괴롭게 하던 사건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히 막을 내렸다.
그럼 이쪽 일도 잘 끝났고.
“안녕하세요.”
소개받은 변호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한쪽 소파에 나란히 앉은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주원의 이모, 서주원, 그의 아버지와 서문결의 어머니가 차례로 앉아 있었다.
“너니? 우리 주원이한테 살인 미수죄 누명 씌우려는 게?”
대뜸 내게 쏘아붙이는 서주원의 이모는 초장부터 내 기를 죽이려는 것처럼 사납고 억세게 나왔다.
저런 언행이 익숙해 보인다는 건 저 사람은 살면서 저렇게 행동함으로써 해결된 일이 아주 많았다는 거겠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 사람이 서주원 어머니인 줄 알겠네.’
나는 내 집 안방에서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사람처럼 느긋하게 생각했다.
“다른 건 뭐 일단 그렇다고 쳐도, 기본적으로 예의는 지켜주셔야죠.”
“뭐?”
“피차 얼굴 보기 싫은 건 저나 아줌마나 똑같은데…….”
아, 아닌가?
이제 내 얼굴 보는 것 자체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저도 정말 싫은 거 참고 지금 네 분한테 최대한 예의 지키면서 존중해 드리고 있잖아요. 그렇죠?”
나는 너무 건방져 보이지 않도록 표정을 유순하고 선량하게 가다듬었다.
“아니면…… 혹시 저처럼 어린 학생도 하는 존중을 아줌마는 못 하시는 거예요……?”
정말 그런 거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말끝을 흐리자 서주원 이모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리고 저는 결이 형 부모님과 이야기 나누려고 이 자리 나온 거지, 누군지도 모르는 분한테 무시당하려고 나온 거 아닙니다.”
“어딜 배워먹지도 못한 게 어른한테 버릇없이…….”
아, 이래서 하는 것도 없이 먹은 나이로 찍어누르려는 사람은 피곤하다.
“게다가 우리 주원이한테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우고서도 그렇게 뻔뻔스럽게 나와? 천륜이, 법이 무섭지도 않니? 빌붙으려 작정한 것들끼리 어쩜 그리 똑같아!”
아무래도 저 사람은 나를 천박한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부디 그 막장 계획에 여태 불편한 눈치로 앉아 있는 서문결 부모님도 동의한 게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지…….”
잠자코 듣고 있던 서주원 아버지가 무언가 말하려 할 때, 내가 선수를 쳤다.
“변호사님, 사진부터 보여드리는 게 얘기가 빠르겠어요.”
“네. 여기 있습니다.”
변호사가 출력해 온 사진을 서류철에서 꺼내 서주원 측에게로 밀어주었다.
사진에는 물론 서주원이 내 목을 조르는 순간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었다.
“…….”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특히 서주원은 이영민이 사진을 찍은 것은 몰랐는지 사진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직도 할 말 남으셨으면 더 하시고요. 없으면 당장 나가주시죠.”
내 축객령에 서주원 이모의 타깃은 하얗게 가라앉은 얼굴로 가만히 찻잔만 감싸 쥐고 있던 서문결 어머니에게로 옮겨갔다.
“너는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충격적인 사진을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던 서주원 아버지가 입을 연 건 그때였다.
“희선 씨, 나가 있어요.”
“형부!”
“누누이 말하지만, 이제 당신 형부 아닙니다. 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자격 없는 자리에 기어코 따라와 날 부끄럽게 하는 것도 그쯤 하셔야죠.”
역정만 내지 않았을 뿐이지 언짢음이 역력히 드러나는 서주원 아버지의 언사에 서주원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노려보다가 명품 가방을 챙겨 휙 나가 버렸다.
내내 기를 못 펴고 계시는 서문결 어머니야 그렇다 쳐도 저럴 수 있으면서도 여태 침묵을 지키던 서주원 아버지는 내 눈에 딱히 곱게 보이지 않았지만.
“미안합니다. 저 사람이랑 주원이가 워낙 강경하게 무고를 주장해 정말인 줄 알았어요. 설마 이런 일에 그런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자식 교육에 실패해도 단단히 실패했군.”
서문결 아버지의 엄혹한 시선이 바짝 얼어붙은 채 고개를 떨군 서주원에게 향했다.
저런 말을 들으니 서주원 부모님 입장도 그래도 조금 이해되기도 하고.
‘아니야. 호구 되지 말자.’
나는 오랜만에 인생 신조를 되새겼다.
그런데 이 사람들…….
“결이 형 말은 안 들어보셨어요?”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합의는 잘 마쳤다.
사실 내가 한 것은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법적인 의미에서의 합의보다는 단어 그대로의 합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법원에 합의서를 따로 제출하지도 않아 나중에라도 신고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하라는, 유아독존의 태도를 자랑하는 서주원을 여태 싸고돈 집안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한 권유까지 들었다.
명백한 증거가 나와서일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서주원 부모님이 생각했던 것만큼 말이 아주 안 통하는 부류는 아니었고 대충 원하던 만큼은 얻어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근데 얘는 이상하게 조용하네…….’
스토커라도 된 것처럼 집요하게 내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던 오현진이 어제부터 잠잠했다.
포기한 걸까, 아니면 어차피 내일이면 음악방송 때문에 방송국에서 만날 테니 그때를 노리고 있는 걸까.
후자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일 방송국에 함께 가 줄 멤버가 한 명 필요한데.
‘누가 좋으려나.’
일단 견성하 탈락.
오늘 가족들과 함께 본가에 간 서문결도 요즘 상태 안 좋고 이 일에 별로 어울리지도 않으니 탈락.
그럼 남은 건 강지우랑 반요한인데…….
“요한이 형, 내일 할 일 없지.”
여러 가지를 따져보았을 때 아무래도 이 일에는 반요한이 적임이었다.
“없기는 한데, 왜?”
“나 뮤팡 스케줄 같이 좀 가 주면 안 돼? 요즘 일 많아서…… 혼자 가기 좀 그래.”
얼마간 말없이 나를 빤히 보던 반요한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상냥히 웃으며 내 부탁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반요한의 얼굴이 마치 ‘넌 나 없으면 어떡하냐’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떨떠름했다.
“막내야, 나도 내일 한가한데.”
강지우가 서운하다는 티를 팍팍 내며 ‘왜 내가 아니라 쟤를?’이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형 고생시키기 싫어서.”
물론 그 서운함이 감동으로 바뀌는 것은 금방이었다.
“나는 고생해도 된다는 거니?”
뾰족한 말과는 달리 반요한은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호감도를 올렸다. 쟤도 참 이상하다.
* * *
토요일.
샵에서 미리 멍 자국들을 메이크업으로 덮은 뒤 반요한과 함께 MBS에 출근했다.
서주원네와 합의를 마친 뒤에 은총을 조금씩 쓴 덕분에 보기 흉하던 멍들은 상당히 옅어진 상태였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를테면 목 안쪽 같은 부분들은 완벽하게 치료했다.
“저희 점심 뭐 시킬까요?”
“도시락 어때요?”
“좋아요.”
“그럼 도시락 시킵니다. 각자 메뉴 저한테 톡 보내 주세요.”
한가롭고 평화로운 가운데 나 혼자만 긴장으로 배가 당기는 듯했다.
“온라온,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속이 좀.”
시계를 보니 벌써 정오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내가 먼저 연락할까 고민할 때, 휴대폰 벨 소리가 낭랑히 울렸다.
‘양반은 못 되네.’
오현진이었다.
대기실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연락을 받았다.
“초록색 그림 있는 곳 근처 계단에서 20분, 아니, 30분 뒤에 보자.”
인사고 뭐고 없이 할 말만 빠르게 마친 뒤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나와 만나는 것만이 오현진이 전화를 건 목적이었는지 다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시간이 되어 속이 안 좋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끼익. 계단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늘도 어김없이 독한 담배 냄새가 났다.
“겁쟁이처럼 피하더니 웬일로 나와주셨군.”
먼저 와 있던 오현진이 빈정거렸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녀석의 눈부터 살폈다.
……눈동자에 이질적인 흰 빛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너 되게 징그러운 스토커 같더라. 이제 와서 그러는 이유가 뭐야?”
나는 일부러 녀석을 자극하는 말을 던지며 눈치를 살폈다.
당연히 오현진에게는 이유가 없었고.
자기가 왜 그랬는지 없는 이유를 찾느라 얕은 혼란에 빠진 오현진이 미간을 찡그린 사이 내가 말을 이으려 할 때, 주머니에 넣어둔 내 휴대폰이 울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를 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나는 볼륨키를 꾹 눌러 벨 소리를 꺼 버렸다.
“기억 안 나? 우리 같이 트루에 있을 때…….”
“그때 일 들추어서 녹음이라도 하려고? 안 통해.”
유감스럽게도 오현진은 생각보다 냉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제로의 마수로부터 완전히 풀려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랬다면 나를 굳이 불러내지도 않았을 테니까.
약간의 비이성적인 충동이 오현진에게는 잔재했고, 나는 그것을 조금만 부추기면 될 일이었다.
* * *
불과 10분도 안 되어 나는 목적 달성에 성공했다.
‘머저리 같은 새끼.’
성공의 대가로.
날듯이, 떨어진다.
그렇다. 오현진이 나를 밀쳤다.
밀쳐지는 것까지 전부 의도한 거기는 하지만, 진짜로 계단에서 밀어버리다니.
예상치 못한 것은 서주원이 그랬던 것처럼, 비정상적으로 강한 오현진의 힘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처럼, 살며 가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심장이 쿵 쿵 거세게 박동하는 게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무섭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전바도, 손을 잡아줄 사람도 없다.
‘괜찮아. 머리부터 안 부딪히게 조심하면서 목만 안 꺾이면 돼.’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사고와는 다르게 나는 천치처럼 팔을 뻗고 있었다.
난간이라도 잡아서 추락을 잠시라도 미루기 위함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었고 어차피 떨어질 거 그 손으로 머리라도 감싸는 게 백 배 나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스치듯 닿았다 금세 멀어지는 가느다란 쇠기둥들을 미처 움켜쥘 새도 없이 손가락과 손톱이 난간에 연속해서 부딪혔다.
층계에 캉캉 쇳소리가 울렸다.
쨍한 소리가 울릴 때마다 둔탁한 충격이 손을 얼얼하게 때렸다.
그 이상으로 거대하고 치명적일 충격에 대비해 온몸이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예상했던 끔찍한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
누군가 몸으로 나를 받아냈다는 걸 가까스로 인식한 뒤에야,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연소하고 있는 것 특유의 향이 났다.
“너…….”
며칠 만에 돌아온 이영민은 입을 움직여 웃는 표정을 지었다.
“죽지 말라고 귀한 코어까지 먹여 놓았더니 유리 같은 제 몸 아까운 줄 모르고 자기 발로 사지에 뛰어드는 우리 멍청하고 대단한 고객님.”
내 안이함을 지적하는 신랄한 말과는 달리, 높은 계단에서 떨어진 사람을 그대로 받아낸 사람답지 않게 과히 멀쩡한 낯을 한 녀석에게서 위기감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하물며 몹시 즐거워 보이기까지 하니 아무리 봐도 사이코 같은 초자연적 존재가 내게 속삭였다.
“그래서 위기에 빠진 연예인을 한 몸 바쳐 구해낸 용감한 매니저는 전치 몇 주 정도의 상해를 입어야 우리 계획에 도움이 될까요?”
계획은, 서주원이 내 목을 졸랐을 때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