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1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11화
지난주 제 목을 조르는 서주원의 형형한 눈을 보았을 때, 온라온은 직감했다.
제로, 천해경 PD와의 조우, 자신에게 거듭 연락하는 오현진…….
아무렇게 흩어진 점과 점을 잇듯 사건과 사건이 섬광처럼 연결됐다.
만약 오현진을 비롯한 헌트레드 멤버들에게 당했던 따돌림만 폭로할 경우.
상대가 회사 차원에서 일방적인 괴롭힘이 아니라 서로 사이가 안 좋아 다투었던 수준이었다며 해명함으로써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무마할 수 있다.
어쩌면 아예 폭로 자체가 묻혀 버릴 수도 있고.
그러나 이미 지나간 옛일이 아니라 막 발생한 폭행이 더해진다면, 온라온과 오현진을 둘러싼 관계의 심각성과 사건의 자극성은 단번에 불어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온라온 본인이 크게 다치기까지 한다면 초반 여론을 크게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다.
똑같이 제로에게 당해 일을 저지른 서주원은 제 의지가 아니었던 점을 고려해 신고조차 하지 않았지만.
오현진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면 그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다시 온라온이 계단에서 떠밀리기 조금 전 상황으로 돌아와.
온라온이 증인 및 신고자로 삼으려 했던 천해경 PD는 오늘도 저번 주에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낮고 작아 2층 정도 아래에 있던 천해경 PD는 정확한 대화 내용을 듣지 못하고 누가 여기까지 와서 얘기를 하는구나, 하고 말았으나.
갈수록 언성이 높아지고 분위기가 험악한 게 느껴지자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끈 뒤 발소리를 죽여 한 층을 올라갔다.
그 이상 올라가지 않아도 말소리는 선명히 들렸다.
“성하랑 하람이 일 보면서 너는 안 불안했냐?”
“내가…….”
“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하기는 했어?”
천해경 PD는 방금 날카로운 어조로 말한 사람이 지난주에 잠시 마주쳤던 온라온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부러 성질 긁는 것 같은데…….’
천해경의 예상대로 온라온은 의도적으로 오현진의 말을 끊으며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었다.
오현진을 자극해서 흥분시키기 위함이었고 아래에 있을 천해경 PD에게도 말소리가 들리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어쩌면 바깥에서도 누군가 듣고 있을지 모르니.
“나 연습생 때 월말 평가 며칠 전에 네가 나 계단에서 밀었잖아!”
“개소리하지 마. 사람 많을 때 어깨 살짝 닿은 것 가지고…!”
“개소리? 그 어깨 살짝 닿은 것 때문에 넘어진 나는 그대로 발목 나가서 며칠 뒤에 있던 월말 평가 망하고 그대로 슬럼프 왔는데…… 이게 개소리라고!”
두 사람은 한 층 위에 있었고 사위도 어두워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으나 난간 쪽으로 몸을 기울여 틈으로 위를 올려다보니 오현진의 모습 일부가 간신히 보였다.
‘한 명은 온라온이고… 저건 누구지?’
“솔직히 말해. 너 지금도 나 여기서 밀어버리고 싶잖아.”
“…….”
“방송국에서 나 마주칠 때마다 내가 언제 네 과거사 터트릴까 불안하지? 너도 내가 설마 슬럼프 극복하고 데뷔까지 할 줄은 몰랐을 거야. 혹시 후회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걸,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해? 설마. 네가 그런 생각 할 리 없지.”
온라온은 조롱하듯 극적으로 말을 이었다.
“아, 그때 발목 조금 다치고 마는 어중간한 높이에서 밀지 말고, 차라리 지금처럼 사람 하나 죽기 충분한 높이에서 밀어버릴걸!”
“닥쳐.”
“그랬으면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외국인 연습생한테 일어난 불운한 사고 정도로 무마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고…… 답답해서 어쩌나.”
“입조심 해. 내가, 이제라도 못 할 것 같아?”
“너는 진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한결같아.”
“…….”
“네가 했던 짓 오늘부터 하나하나 공개할 건데, 쓸데없는 죄책감 안 들게 해줘서 고맙고. 이따가 마지막 무대 열심히 해.”
그 직후 오현진이 팔을 뻗는 것을 본 천해경 PD가 몸을 돌려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 * *
근처에 있는 이들이 다가와 이상함을 눈치채기 전에 래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이영민의 육체를 제 몸으로 충격을 모두 흡수해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을 무사히 받아낸 사람의 것으로 조작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시작했다.
온라온은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을 때, 아직도 두 번째로 울린 벨 소리가 끊기지 않고 여전히 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반요한]이제 와 온라온이 전화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저 위, 역광 속에 반요한이 동상처럼 서 있었으니까.
‘언제부터 있었지? 떨어질 때는 문이 닫혀 있었으니까, 떨어진 후에 들어왔나?’
화장실에 간다며 대기실을 나선 온라온이 시간이 꽤 흘러도 돌아오지 않아 걱정되어 나온 반요한은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저 멀리서 남녀 한 쌍이 좀처럼 쓰이지 않는 계단 안쪽을 수상쩍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갈수록 문 안쪽에서 익히 아는 목소리들이 매섭게 부딪히는 게 들렸다.
온라온과 오현진의 대화가 밖에까지 들려 호기심에 살짝 열어본 문틈으로 온라온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남녀가 헉하고 짧은 비명을 지를 때쯤, 거의 뛰다시피 하던 그는 지체하지 않고 비상문을 열어젖혔다.
오현진이 팔을 뻗은 채 굳어 있는 모습이나 저 밑에서 요 며칠 보이지 않던 이영민이 온라온을 안듯이 받아낸 모습을 보자마자 일차적으로 상황 파악은 마쳤으나, 반요한은 차마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어떤 가정이 그의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그때, 아래쪽에서 급한 발소리를 내며 올라온 천해경 PD가 온라온과 이영민의 안위를 살폈다.
“괜찮아?!”
전에 없이 싸늘한 표정을 지은 반요한 역시 제로의 능력에서 풀려난 다음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차리고 얼어붙은 오현진을 일별한 다음 두세 계단씩 뛰어 내려왔다.
온라온도 그사이에 쓰러지듯 누운 이영민으로부터 조심스레 떨어지며 천해경 PD의 물음에 답했다.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저희 매니저 형이 저 받아주느라 심하게 다친 것 같아서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 그리고 경찰도요.”
“지금 저 위에 놈이 민 거 맞지? 경찰 신고는 내가 할 테니 그쪽 금발이 구급차 좀 불러 줘. 이봐요, 정신 놓지 말고 있어요.”
밀회 중에 사건을 목격한 남녀가 각자 그룹으로 돌아가 놀라운 소식을 전한 통에 평안하던 방송국에는 때아닌 소란이 일었다.
얼마 뒤 구급차가 와 움직이지 못하는 이영민을 실어 갈 때쯤에는, 인적 드물었던 복도가 사건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로 인해 모처럼 수선스럽게 북적거렸다.
전에 입었던 멍과 난간에 수차례 부딪혔던 한쪽 손을 제외하면 겉보기에는 몹시 멀쩡해 보이는 온라온 역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이영민을 따라가 검사를 받았다.
뮤직팡팡 생방송 시작까지는 아직 3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검사 결과, 별다른 부상은 없지만 하루 정도는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받았다.
온라온의 안색이 안 좋았기에 당연히 모두가 방송을 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하겠다고?”
“네. 하람이도 못 왔는데 오늘 저 빠지면 제대로 진행 안 돼요.”
견하람은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앓아누워 다음 주부터 MC에 복귀하기로 되어 있었다.
적당히 넘어갈 생각 없다는 것처럼 단호한 온라온의 눈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은 곽상현이 침착하게 타일렀다.
“라온아, 사실 나는 오늘 스케줄 오는 것도 말리고 싶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반드시 말렸을 거고. 몸이 중요하지 일이 중요하니?”
“중요해요.”
“뭐?”
“제가 오늘 그곳에 서 있는 게 중요해요.”
온라온이 곽상현과 시선을 맞추며 호소했다.
“제가 지금 형 곤란하게 억지 부리고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한 번만 허락해 주세요. 정말 잠깐이라도 괜찮아요. 오프닝만 하고 나와도 돼요.”
지금이야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팬들이 온라인에서 무슨 일이냐며 웅성거리는 정도이나.
이후 사건의 자초지종이 대중에게 자세히 공개되었을 때, 상태가 안 좋은 아티스트를 무리해서 방송에 내보냈다는 게 알려진다면.
원인이 아무리 온라온의 고집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있던 매니저 곽상현은 아티스트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책임을 물게 될 수밖에 없었다.
“라온아, 나한테 올 불이익을 걱정해서 너를 말리는 게 아니야.”
“죄송해요.”
온라온은 필사적이었다.
몸까지 던져가며 행한 이번 계획이 허사로 돌아가면 이다음에 제힘으로 오현진과 트루를 끌어내릴 기회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누가 봐도 지금 제 상태는 안 좋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서, 오현진에게 밀려 계단에서 떨어진 직후 생방송으로 그대로 나간 파리한 모습보다 더 효과적으로 동정 여론을 형성할 수단은 없었다.
반요한은 솔직히 그 의지에 감탄했다.
그 직후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온라온은 지금 정말로 이성적인가?
만으로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애가 고작 일주일 사이에 멤버 동생에게 목이 졸리는 것을 필두로 한 여러 사건에 시달리고 이제는 연습생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놈에게 계단에서 밀려 떨어져 죽을 뻔했는데, 그 직후에 이렇게 침착할 수가 있나?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사실 반요한의 추측대로 온라온이 실행한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기초한 철저한 계획이라기보다는 구멍이 숭숭 난 그물처럼 느슨하고 허술한 충동에 가까웠다.
온라온은 정확한 타이밍을 보다 상세한 자료를 준비한 고경윤에게 미리 일러두지도 못했다.
일이 계획대로 잘 될지 확실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만 해두었는데.
이번 주가 음악 방송 활동 마지막 주였던 고경윤은 사고가 난 시각, 대기실에 있었다.
공기를 사납게 진동시키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었을 때 고경윤은 적시가 왔음을 직감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방송국 스태프에게 온라온과 오현진, 그리고 이영민을 둘러싼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행동에 나섰다.
본래는 온라온에게 직접 연락이 올 예정이었으나 그보다 더 명확한 신호는 없었다.
그 결과 지금 포털 사이트에는 그가 준비했던 트루의 실체를 폭로하는 글들이 쫙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