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1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12화
다행히 내가 끝끝내 의견을 굽히지 않자 곽상현은 수심 깊은 얼굴로 내 방송 출연을 허락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현장 책임자인 곽상현에게는 내가 대놓고 무리하겠다고 나선 것이 상당히 난감했을 것이다.
곽상현을 위해 반요한이 작은 꾀를 냈다.
“상현이 형은 방송국 돌아가지 말고 그냥 여기 있어요.”
“어?”
“아니, 운전할 사람은 필요하니까 데려다주기만 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서 회사에는 영민이 형 수술 결과 나올 때까지 형이 보호자로서 여기서 대기했다고 보고해요. 나중에 온라온 무리한 걸로 말 나오면 형은 여기서도 끝까지 말렸는데 온라온이 자기 몸 안 챙기고 강행한 걸로. 어차피 얘가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건데 형이 바보같이 다 떠안을 필요 없잖아요.”
나를 잠시도 쳐다보지 않고 말하는 반요한의 어조가 묘하게 매서운 것이 아무래도 내게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영민이 수술을 한다고?
“영민이 형은…… 괜찮대요?”
어차피 진짜 인간이 아니기에 별로 걱정은 안 되지만, 나는 예의상 날 몸 바쳐 구해준 것으로 알려진 이영민의 상태를 물었다.
다행히 다들 하마터면 죽을 뻔한 내가 경황이 없을 만하다고 여겼는지 이제야 이영민을 찾는 것을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른쪽 발목이 심하게 골절돼서 조금 전에 급하게 수술 들어갔고 허리랑 목도 보기에 조금 안 좋다는데. 입원 치료받으면 다 회복할 수 있을 거래. 수술 비용이나 이후 처우는 일이 어떻게 되든 회사에서 다 책임지고 보상해 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오현진을 확실히 몰아넣기 위해서라도 래리가 어중간하게 다친 걸로 처리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곽상현은 내가 죄책감을 가질까 봐 최대한 상황을 좋게 말해준 것 같았다.
“수술 끝나면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세요.”
“그럴게.”
방송국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게 괜찮냐고 묻는 말 하나 없던 반요한이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못하면 네가 그렇게 될 수도 있었어.”
나를 고스란히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반요한의 눈 앞에서 나는 차마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침묵 속에서 방송국으로 돌아간 나는 스태프들에게 내가 무사함을 알렸다.
천해경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온 경찰이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진술을 요구했다.
내가 스케줄을 마치고 조금 진정된 뒤에 조사를 받고 싶다고 하자 경찰은 알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그때, “어?” 하고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소리를 낸 스태프가 내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라온아, 목 메이크업 지워졌어. 수정해야겠다.”
거울을 보니 과연 메이크업으로 거의 완벽하게 커버됐던 멍이 은근슬쩍 드러나 있었다.
이 정도라면 카메라에도 충분히 잡힐 것이다.
“아. 괜찮아요.”
나는 사람들 눈을 피해 내 목을 살살 닦아냈던 티슈를 공 모양으로 뭉친 것을 손안에 감추며 답했다.
* * *
온라온과 오현진 사이에 벌어졌던 일을 진작 전해 들었던 뮤직팡팡 노규범 PD는 고민 끝에 온라온의 출연을 허락했다.
큰 일을 겪었음에도 제 일을 꿋꿋이 하려는 게 책임감을 가지고 맡은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눈에 좋아 보이기도 했고.
온라온이 빠질 경우 이세준 혼자 MC석에 남게 되는데 그럴 경우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힘들다 싶으면 바로 얘기해.”
평소 자사의 여러 예능에서 활약한 온라온을 예쁘게 보던 뮤직팡팡의 노규범 PD가 당연하겠지만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는 않은 온라온에게 당부했다.
“네. 감사합니다.”
방송 시작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대기실로 돌아온 온라온은 그대로 소파에 파묻혔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체력적인 문제인가 싶어 은총을 사용해 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라온아! 너 왜 이렇게 떨어. 괜찮아?”
한 스태프의 말에 소파 구석에서 팔로 제 몸을 감싼 채 기대 눕듯 앉아 있던 온라온이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어디 안 좋아? 추워? 에어컨 끌까?”
“아뇨. 괜찮…….”
온라온은 목소리마저도 잘게 떨리고 있음을 깨닫고 말을 멈췄다.
“저 얇은 카디건 따로 가져온 거 있는데 찾아볼게요.”
“자판기에서 따뜻한 음료 팔길래 뽑아 왔는데 좀 먹어.”
“라온아, 힘들면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고 말해도 돼.”
온라온으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떨림은 방송 시작 직전까지도 거의 호전되지 않았다.
‘진짜 오프닝만 하고 교대해야겠네…….’
본인마저도 이런 생각을 할 정도였고.
평소 온라온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이세준마저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그의 상태를 걱정했다.
“너 안 쉬어도 돼?”
“네. 죄송합니다.”
이세준도 헌트레드의 오현진이 온라온을 계단에서 밀었다더라, 하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당사자에게 진짜냐는 말을 비롯해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초연하게 서서 대본을 점검하는 온라온은 쉽게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잠시 뒤, 생방송이 시작됐다.
* * *
2시간 전.
고경윤은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오현진의 이름을 거론하기보다는 성별과 대략적인 데뷔 시기, 대형 소속사 출신이라는 사실만 밝혀 대중들로 하여금 더 호기심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의 의도대로 견성하와 견하람의 일로 그와 같은 이슈에 민감해진 아이돌 팬 사이에서 ‘혹시 얘인가?’ 또는 ‘설마 얘가…….’ 하는 의혹은 빠르게 부풀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가해자 후보는 오현진을 포함한 두세 사람 정도로 금세 추려졌다.
그 상황에서 오현진이 출연하기로 되어 있는 방송국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연이어 왔다는 목격담이 근처에 있던 아이돌 팬들로부터 여러 차례 나왔다.
– (사진) 공방왔는데 아까부터 경찰차랑 구급차 와서 누구 실어감 애들한테 뭔일 난거 아니야?ㅠㅠㅠㅠ
– 아니.. 진짜 무슨 일이지 사녹하는데 여기 스탭들 분위기 개심각함
– rt) 저분 저번에 몸으로 사생막는 짤로 알티탔던 오르카 매니저 아닌가 키 엄청크고 무섭게 잘생긴..
– 근데 일반인 사진 이렇게 막 올려도 됨?
– 저번주 출근길에 본 올카 새매니저님 맞는것같은데 시드야 뭔일이야ㅠㅠㅍ퓨ㅠㅠㅠ 오늘 요한이도 라온이 엠씨하능거 응원하러 간것같은데 괜차능건가ㅠㅠㅠ
거기에 더해 근처 병원에서 안색이 안 좋고 몸에 타박상의 흔적이 있는 온라온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 (사진) 경찰이랑 응급차 온거 온라온이랑 관련된 일 맞는 것 같다 지나가면서 개잘생긴사람 있어서 봤는데 온라온이었고 약간 넋나간것처럼 앉아있었어
– ㅅㅂ라온아 괜찮은거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라온이랑 매니저님한테 무슨일 생긴거 확실한 것 같은데 시드는 빨리 무슨 일인지 팬들한테 알려주세요 @ORCA_Official
– 일이 어떻게 됐든 온라온도 어디 아파서 병원갔을텐데 이런 사진까지 찍혀야 되고.. 전에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갈때도 풀메하고 간다는 여돌 얘기 들었는데 아이돌 ㄹㅇ극한직업이다
– 근데 지금 연습생때 일진짓했다는 남돌 얘기 딱 온라온이랑 매니저 다친 이 타이밍에 터진거 보면 약간 관련있을 것 같지 않음? 내가 너무 끼워맞추는 건가??
┗ ㅇㅇ 끼워맞추는것 같음
┗ 나도 그생각함 누가 다쳐서 구급차만 온거면 모르겠는데 경찰도 같이 왔다는게 뭔가 쎄함.. 그리고 온라온도 트루였잖아
┗ 뭐야 그럼 가해자가 온라온이야?? 데뷔시기랑 대형 출신 남돌이라는거 온라온이랑 딱 맞네 소름;;; 왜 아까 온라온 얘기는 안 나왔지
┗ ㄴㄴㄴ 폭로글 제대로 보셈 데뷔를 대형에서 한 남돌이래잖아 온라온은 트루 나와서 시드에서 데뷔함
┗ 아 ㅈㅅ 그래서 얘기 안나왔구나 댓삭함
– 근데 폭로글 중에서 가해자 때문에 춤잘추던애 슬럼프 와서 월평 망하고 연습생 그만뒀다는 얘기 픽하트때 밝혀진 온라온 연습생 시절이랑 뭔가 쫌 겹치지 않나… 심지어 나간 연생은 다른 데서 데뷔했다는 얘기까지 온라온이랑 딱 맞음……
┗ 헌트레드 애들이랑 온라온이랑 같은 시기에 트루에서 연습했나?
┗ ㅇㅇㅇ 온라온 2년전까지 트루 연생이었고 트루 나와서 픽하트 나오고 그담에 시드에서 오르카로 데뷔한거
┗ 헐.. 그럼 오현진이 가해자고 온라온이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건가 둘다 라이징인데 미쳤네
– 아니 지금 현진이라고 확실해진 것도 아닌데 벌써 몰아가지좀 마세요 견남매 일 보고도 느낀거 없음???
– 일단 사람 하나 억울하게 묻히는거 쉽다는거 우리 모두 모르는것도 아니니까 추가글이랑 의혹 대상자들 입장문 올라올 때까지 중립 박고 기다리자
– 온라온이랑 헌트레드 둘다 좀이따 뮤팡 나오지??
┗ ㅇㅇ 온라온은 뭔일 없으면 엠씨로 나오고 헌트레드는 오늘 무대 사녹이기는 한데 1위발표때는 실시간으로 있음
잠시 뒤 광고가 끝나고 뮤직팡팡이 시작했다.
화면에 이세준과 온라온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시작이었지만, 사건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뮤직팡팡 시청률은 초반부터 이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었다.
– 온라온 진짜 무슨 일 있는거 맞는 것 같은데??? 목소리도 지난주랑 다르고 지금 안색 너무 나쁨
– 아니 시드야 애 컨디션이 안좋으면 내보내지를 말아야지ㅠㅠㅠㅠㅠ
– (방송 화면을 캡처해 온라온의 목 부분에 동그라미를 표시한 사진) 온라온 목에 이거 뭐임? 메이크업 잘못해서 번진건가??
┗ 아? 진짜 뭐지 색 저렇게 진한걸 온라온한테 쓸 일이 있나 모양도 좀 이상하고 멍
– (확대된 사진) 이거 멍자국 같은데
– 아니 사람 목에 저런 모양으로 멍들일이 목졸리는 거 말고 뭐가 있냐?????
– 악 ×발 환장하겠네 진짜 뭐냐고
– 내가 봐도 상태 진짜 안 좋아보이는데 엠씨해도 괜찮은건가
– 저렇게 아파보이는 애를 쉬게 안하고 방송에 내보내? 시드 제정신이야??????
어쨌든 이번주 1위 후보 안내까지 무사히 마친 다음 화면이 전환되고 첫 번째 그룹의 무대가 시작했다.
직후, SNS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 헐 온라온 카메라 돌아가자마자 실신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