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2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26화
왜 내가 작곡했다는 사실을 기를 쓰고 숨기려고 하냐고?
“그건…….”
이게 멤버들에게라면 몰라도 반가을 대표에게라면 말하지 못할 이유는 아닌데.
막상 내 입으로 말하려니까 대단히 부끄러웠다.
“제가…….”
반가을 대표는 말할지 말지, 온갖 내적 갈등을 겪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나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오르카에서 저만…….”
“응. 라온이만?”
“제가 이번에 작곡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저만 너무 주목받을까 봐요.”
유난히 작은 목소리로 흘러나온 내 소심한 말에 반가을 대표가 안경알 너머의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표님은 자기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반요한이랑 똑같아 보인다는 걸 아시려나…….’
현명함이 어린 반가을 대표의 눈을 나도 모르게 피해 버린 나는 우리 사이에 있는 낮은 책상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제가 그만큼, 그러니까 저 혼자여도 뜰 수 있을 만큼 잘났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반가을 대표가 “응.” 하고 뚜렷한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던한 호응을 해주었다.
“그냥 제가 그동안 예능 출연이라든가, 뮤직팡팡 MC라든가, 아니면 옛날 일 때문이라든가 방송에 나가고 대중분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더 많았잖아요. 그게 제 능력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운이 좋았죠. 그래서 지금도 과분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사이 조금 미지근해진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내가 말을 이었다.
“거기에 어쩌다 보니, 제 곡이 이번 앨범 타이틀로 운 좋게 뽑히기까지 했으니까. 이번 활동이 잘되든 못되든 사람들이 저한테 주목할 걸 생각하면 조금 그렇더라고요.”
“그랬어?”
“네…. 뭔가…… 저만 툭 튀어나온 것처럼 있으면 그룹 전체로 길게 봤을 때 안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 제가 다른 형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다는 거였어요. 저만 잘나간다는 게 어떻게 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저번에 다른 아이돌 선배한테 그 비슷한 얘기를 들어서 더 신경 쓰였나 봐요.”
참고로 다인원 그룹에서 한두 사람만 무지막지하게 밀어주다가 그룹 전체의 수명이 짧아졌다는 건 주안이 해준 본인 그룹의 이야기였다.
“근데 저 방금 뭐라고 한 거죠……?”
차라리 이 민망한 순간을 어서 빨리 끝내버리자는 생각에 한마디 한마디 힘겨우면서도 서두르며 말하고 나니.
정말로 수치스러워졌다.
“제가 생각해도 되게 이상하고 건방진 말을 엄청 한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혼잣말처럼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사죄한 나는 아예 바닥에 머리만 숨기는 바보 같은 꿩처럼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내 말을 끊거나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반가을 대표의 눈길로부터 숨어버리기 위한 현실 도피성 행동이었다.
얼굴과 귀 끝이 온통 홧홧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인 나는 당장 대표실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최대한 포장해서 말했지만, 결국은 오르카에서 나 혼자만 잘나가다가 정작 그룹은 풍파를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시건방진 소리였다.
인내심을 발휘하며 내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을 들어준 반가을 대표와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뭐냐고 어이없어하면 어떡하지?
물론 온화하고 좋은 어른의 표본인 반가을 대표가 대놓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시스템 알림 없이는 모르는 거잖아.
내가 멤버들한테 죽어도 말 못 한 이유가 있다니까.
만약에 너네만 알고 있으라면서 내 작곡 사실을 말해줬다면 왜 에어리들에게는 비밀로 하는 거냐고, 그냥 밝히면 안 되냐고 꼬치꼬치 물어댔을 텐데.
이 자만심의 정수와도 같은 얘기를 창피해서 어떻게 하냐고.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아예 숨겨 버리는 게 낫지.
– 하제야.
……완벽하게 숨기는 건 이미 틀린 것 같지만.
그래도 반요한은 내 앞에서 그걸 빌미로 낄낄댈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떠벌리고 다닐 만큼 막돼먹은 인간은 아니었다.
“…….”
아니, 그런데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건 둘째 치고.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내 걱정이 아주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은 아니지 않나?
여태 회사 차원에서도 멤버 사이 균형이 과하게 흐트러지지는 않을까 데뷔하기 전부터 꽤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실제로 조금 지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독보적이고 특출나게 잘생긴 내게 단독으로 들어온 CF 제안은 수두룩하고, 반가을 대표에게 말했던 것처럼 픽하트 건이나 텐 투 텐 같은 예능 덕분에 개인 인지도도 제법 쌓아둔 편이다.
거기에 이번 트루 사건은 화룡점정이었고.
여기에 사건 이후 처음으로 발매되는 이번 앨범에 내가 작곡한 곡이 수록되었다는 소식까지 알려진다?
더군다나 그냥 수록곡도 아니고 블라인드 투표를 해서 타이틀로 뽑혔다?
적어도 객관적인 능력 면에서 볼 때는 게임 끝 아니겠냐고.
‘……이거 잘 생각해 보니까 그냥 호구 아닌 서문결 같기도 한데.’
물론 거의 무슨 수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날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서문결의 실력을 내가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지만…….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지능 –1 지혜 +1]이 새끼가 오랜만에 튀어나와서 예쁜 짓은 못 할지언정 소중한 지능을 야금야금 깎고 있다.
그리고 시끄러우니까 혼잣말은 시스템창에 대고 하지 말고 속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싫다.]……차원관리국에 건의하고 싶다.
전담 관리자 메시지 좀 차단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런 섭섭한 말씀을. 래리 호감도 -??? 현재 호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마침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반가을 대표가 입을 열었다.
“일단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덕분에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어.”
반가을 대표의 목소리는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차분해서 나도 모르게 손에서 얼굴을 떼고 스르르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그녀의 얼굴에서 나를 비웃거나 꾸짖으려는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에요……. 이런 일이 있으면 먼저 회사 분들한테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왜. 그러고 싶을 수도 있지. 잘못한 거 아니니까 그렇게 의기소침해하지 마. 사실은 나도 좀 더 젊었을 때 비슷한 행동을 해본 적 있거든. 연예인이 아니고 작곡가니까 경우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랑 비슷했어.”
“정말요?”
“그래. 정말.”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나를 안심시킨 반가을 대표가 이어 말했다.
“그리고 나는 네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았고, 건방지게 보이지도 않았어. 다른 사람도 아닌 너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라고 생각해.”
“…….”
“그런 걱정을 해줘서 회사 대표로서 많이 고마워. 그룹을 먼저 생각해 줬다는 거잖아. 이번만이 아니라 전부터 계속.”
“아니에요. 저는… 다른 멤버들이랑 같이 오르카 하고 싶어서 이 회사 온 거니까요.”
솔로로 잘되고 싶었으면 자본 빵빵하고 일 처리도 더 빠릿빠릿한 회사로 갔지.
“하하, 우리 회사가 부족한 점이 좀 많지?”
“맞, 아니에요.”
순간 느긋하고 격 없는 분위기에 넘어가 진심을 내뱉을 뻔한 나를 반가을 대표가 익살맞게 흘겼다.
“뭐,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런데 라온아, 네가 정말 하고 싶다면 다른 애들이나 회사는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맞아.”
“그래도….”
“겸손한 건 좋지만, 나나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너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좀 더 자신감 있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건 다 운이 좋아서.”
“라온아.” 하고 팔짱 낀 채 짐짓 엄하게 내 이름을 부른 반가을이 말을 이었다.
“내가 봤을 때 네 인생에서 굳이 운이 좋았던 걸 하나 말하자면,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얼굴로 태어났다는 것 정도?”
나를 편하게 하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온건한 대화 중에 서서히 풀려가고 있던 긴장이 단번에 모두 해소될 정도로 장난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완벽한 진심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농담이야. 단순히 잘생기기만 해서는 연예계에서 뜨기 힘들어. 한창때 그대로 잊힌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음, 저 정도로 잘생겨도요?”
“……너는 네 외모 얘기만 하면 자신감이 흘러넘치더라.”
반가을 대표가 대답을 회피했다.
“아무튼, 너도 알고 있잖아. 한 번 외모로 주목을 받을 수는 있어. 하지만 그 관심을 계속 끌고 나가는 건 또 다른 얘기야.”
“…….”
“내 말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 운도 네 능력이라고 생각해.”
내 능력이라고 하니까 그동안 행운 스탯이 얼마까지 올랐는지 오랜만에 확인해 보고 싶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네가 운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의 대부분은, 네가 열심히 해서 만들어낸 거야.”
“……그럴까요?”
“그래. 네가 해온 일 중에 어느 하나 거저먹거나, 쉬운 일이 있었니?”
……없었다.
내 표정을 본 반가을 대표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반대로, 자기가 유망한 막내 발목을 제대로 잡고 있었다는 걸 다른 애들이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그 애들은 어떤 기분일 것 같아?”
“그건…….”
나는 반가을 대표가 언급한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다른 멤버들은 몰라도 일단 견성하는…….
‘너한테 우리는 뭐냐고 말하면서 또 울 것 같다.’
“걔들이 보기보다 되게 섬세하거든. 네가 이번 일을 숨기는 게 너만을 위한 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을 위한 거라면 그 부분도 잘 생각했으면 좋겠어. 알다시피 한 명 한 명 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애들이잖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해 볼게요.”
답한 직후,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반가을 대표가 슬쩍 웃었다.
“금방 보내준다고 해놓고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 이제 가봐도 돼. 치킨 맛있게 먹고.”
“네. 늦은 시간까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나는 반쯤 마신 오렌지 주스를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본격적으로 작곡가로 활동하는 건 처음이라서 이것저것 헤맬 일이 많을 텐데 그런 부분들은 내가 도와줄게. 물론 네가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아,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아까 회의 내용 들으면서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막막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래도 짐 하나를 덜어서 대표실에 들어올 때보다는 발걸음이 한결 홀가분했다.
“어….”
대표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평온한 낯을 한 서문결을 맞닥뜨린 나는 우뚝 멈췄다.
“늦길래.”
그러나 나만은 알 수 있었다.
“가자.”
이 인간 들을 거 다 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