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2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27화
“언제부터 있었어?”
아무렇지 않게 대표실 문을 닫은 온라온이 건넨 물음에 서문결은 순순히 답했다.
“네가 그건 다 운이 좋아서, 라고 할 때부터.”
“나 별로 크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예 문에 귀 대고 엿들은 건 아니지?”
“안 그랬어.”
서문결이 조금 당황해서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것을 본 온라온이 농담이라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 정확히 무슨 일에 대해서 반가을 대표와 이야기한 것인지까지는 모르겠다.’
온 게 서문결이라서 다행이다.
온라온의 짐작대로 눈치가 보통만 됐다면 반가을의 호출이 이번 타이틀곡 작곡과 관련한 일이었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아챘겠지만.
안타깝게도 서문결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보통 수준도 되지 못한 눈치 때문에 우월한 능력치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상당 부분을 손해 보고 살아가는 행운이자 비운의 남자였다.
따라서 서문결은 지금 온라온이 자신에게 들어온 좋은 기회를 이번에도 그룹을 위해 포기하려 한다는 것 정도로만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
“근데 형 지금 우리 어디 가?”
온라온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서문결은 다른 멤버들과 치킨이 반가을 대표에게 불려간 온라온을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연습실이 아니라, 그대로 회사를 빠져나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서문결이 앞장서서 걷는 것을 얼결에 따라가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조명만 켜져 있는 로비를 지나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나오고 나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성하랑 지우 형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한 마리 더 사 오려고.”
온라온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 올 때까지 안 먹고 기다리겠다면서?”
“그게…….”
단순히 사실을 감추는 것이 아닌 대놓고 하는 거짓말에는 영 소질이 없는 서문결의 표정을 보고 온라온은 일이 어떻게 된 건지 금세 알아차렸다.
로비 문 앞에서 잠시 고민하던 온라온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가자. 지우 형한테는 내가 연락할게.”
“응.”
한 마리 더 사 올 테니 먼저 먹고 있으라는 메시지를 강지우에게 전송한 온라온이 휴대폰을 회의실에서부터 싸늘한 에어컨 바람 때문에 걸치고 있던 가디건 주머니에 느슨한 손길로 집어넣었다.
그사이 서문결도 치킨집에 연락해 한 마리를 더 주문하고 모자 두 개를 가져와 하나를 온라온에게 건넸다.
“뭐라고 보냈어?”
“한 마리 더 사 가게 먼저 먹고 있으라고.”
그 말로 온라온이 제 얄팍한 거짓말을 간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문결이 멋쩍어 시선을 피했다.
사실은 온라온과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벌기 위해 치킨 핑계를 댔던 것이다.
그럴 줄 알았으면 솔직히 말할 걸 그랬다고, 거짓말을 별로 안 해본 사람이 시답잖은 거짓말을 입에 담은 뒤에 으레 하고는 하는 후회에 빠진 서문결을 향해 온라온이 침착히 당부했다.
“형은 절대 사기 치고 다니지 마…….”
“응…….”
“당연히 형이야 안 하겠지만, 그래도 하지 마. 반요한이 하는 거 보고 나도 저렇게 해야지, 뭐 이런 생각 절대 하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그런데 라온아, 반요한이 아니라 요한이 형…….”
“이거 아메리칸 스타일.”
“응.”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도 금세 수긍하고 넘어가니까 형이 안 되는 거라는 버릇없는 말을 참은 온라온이 걷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지나는 사람은 드물었다.
조용히 걷던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서문결이었다.
“너는 우리 팀을 어떻게 생각해?”
“어, 갑자기 그런 걸?”
강지우나 할 법한, 어떻게 보면 낯 간지러운 질문에 온라온이 어색히 웃으며 난색을 표했다.
“나는 좋아해.”
온라온의 표정을 흘긋 살핀 서문결이 단조로운 어조로 자답했다.
“그래? 지우 형이 들으면 좋아하겠네.”
그때까지만 해도 온라온은 조금 느긋한 자세로 있었다.
그야, 같이 있는 게 다른 사람도 아닌 서문결이다.
서문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견성하와 쌍벽을 이루는 도도한 인상에다가 견성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드문 표정 변화 때문에 그를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섣불리 오해하고는 하지만.
잘 아는 사람 입장에서야 이만큼 무서울 것 없고 대하기 편한 사람이 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견성하와 비슷할 정도로 만만했다.
“너는?”
“나도. 아니, 애초에 싫으면 같이 안 했을 건데.”
온라온이 이어 물었다.
“형은 왜 좋은데? 우리 팀이?”
그냥 좋은 게 아니라 구체적인 이유가 있으니 말을 꺼냈겠지.
“왜….”
“응. 왜.”
잠깐의 고민 뒤에 서문결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혼자 생각해왔던 것을 단조로운 어조로 말했다.
“노력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잘하게 되는 걸 기쁘게 축하해 주고, 그래서 하고 싶은 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우리 팀을.”
“…….”
“나는 정말 많이 좋아해.”
그런 말을 하면서도 들뜬 기색 하나 없이 낮은 목소리 덕분인지, 여름 밤공기 속에 잔잔히 흘러나오는 서문결의 말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그렇구나….”
이 팀 안에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서문결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서주원이나 그의 부모를 통해 언뜻 서문결의 성장 환경을 얼추 헤아려 볼 기회가 있던 온라온은 자연스레 그런 의문이 들었다.
“형 저번에 파이팅할 때, 자유롭게 하자고 말했잖아.”
“응.”
오르카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이나 어떤 스케줄에 임하기 전 자기들끼리 의지를 다지는 말과 함께 팀 구호를 외치며 파이팅을 한다.
그럴 때는 리더인 강지우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멤버들이 돌아가며 구호를 했다.
그중 서문결이 구호에 앞서 하는 짤막한 말에는 ‘자유롭게 하자’라는 말이 유독 자주 들어가는 편이었다.
픽하트에서 2차 경연 무대를 앞두었을 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말 그대로인데…….”
“말 그대로?”
서문결이 말끝을 흐리며 한 말에 온라온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했다.
자유롭게 하자는 말이 자유롭게 하자는 뜻인 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
서문결이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이자 온라온은 질문을 조금 바꾸었다.
“왜 굳이 ‘자유롭게’라는 단어를 골랐어?”
“그게 왜?”
“형, 자유롭게 하자는 그 말 무대하기 전에 자주 하잖아.”
“내가?”
“응. 열 번 중에 여덟아홉 번은 하는 것 같던데. 몰랐어?”
“몰랐어…….”
무대가 아닌 평범한 예능 촬영 같은 걸 앞뒀을 때는 꺼내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처음에 춤을 배웠을 때.”
“어… 갑자기 거기까지 가는 거야? 아무튼 응.”
“팔다리가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게 신기했어.”
보통은 처음엔 안 그럴 텐데.
어지간하게 춤을 춰본 김준우나 모두가 알아주는 몸치 징샤오가 안무를 배울 때 왜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냐며 절규하던 것을 떠올린 온라온이 애매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잖아.”
“그렇지.”
“그런데 연습한 다음 무대가 만족스럽게…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될 때는 다른 거랑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기분을 느껴.”
그때만큼은 그를 둘러싼 다른 모든 상황과 환경에서 벗어나 오롯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서문결이 말한 것 이상으로 그의 심리를 읽어낸 온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응. 그럴 때면 같이하는 멤버들도 나랑 같은 기분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런 말을 많이 한 것 같아.”
“형은 진짜…….”
“?”
“대단하고 좋은 사람이야.”
“너도 그래.”
차가운 얼굴 속에 부끄러움을 감춘 서문결이 차분하게 답했다.
치킨집에 도착해 식량을 무사히 수령한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팀의 장점을 원하는 만큼 누리고 있어.”
그건 그렇다.
연습할 때면 멤버들은 서문결의 기준에 맞추느라 죽어나는 일이 허다하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서문결 쪽에서 자기만큼 하라고 무턱대고 멤버들에게 강요한다기보다는.
다른 멤버들이 남들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쭉쭉 앞서나가는 서문결을 기를 쓰고 쫓아가려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 무대에서 서문결과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리고 보조를 맞춰주지 않는 서문결에게 불만을 표하는 멤버는 없었다.
당연히 그러는 게 맞았고.
“그리고 그건 너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
아끼는 동생을 향하는 서문결의 담담한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하게 들렸다.
그러나 타고나길 서늘하니 매서운 외모가 자아내는 서문결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한참 더 냉정했다.
처음의 느슨한 태도는 어디 가고, 어느샌가 바짝 긴장한 온라온은 왜 다른 이들이 서문결을 먼 곳의 사람으로 여기는지 오랜만에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런 배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아.”
반가을 대표가 했던 말처럼.
적어도 서문결은 온라온이 그룹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서문결의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 보며 온라온은 픽하트를 촬영할 때부터 느끼던 것을 이번 기회로 명확하게 깨달았다.
서문결은 배려심이 깊을 뿐이지 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는 서문결이 우리 멤버 중에서 가장…….’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맞추는 건 우리야.”
“내가 하고 싶은 게 현상 유지라면?”
“그건 안 돼.”
“형 웃긴다…….”
가벼운 웃음을 터뜨린 온라온이 말을 돌렸다.
“저번에 본가 다녀왔댔잖아. 그건 어떻게 됐어?”
* * *
나와 서문결은 치킨 한 마리가 조금 식어갈 때쯤 연습실에 복귀했다.
“치킨 또 왔다!”
“와아아!”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왔다갔다 세 번은 했겠다.”
“어떻게 알았어? 왔다 갔다 세 번 했는데.”
“뭐, 진짜?!”
“뻥이야.”
“야…….”
“얘들아, 배고플 텐데 수고했어. 돈 이따 줄게.”
“안 줘도 괜찮아.”
“아니야. 줄게. 빨리 손 씻고 와서 먹어.”
나와 서문결이 손을 씻고 오는 사이 새 치킨을 세팅한 강지우가 입을 열었다.
“아, 맞아. 대표님이 아까 좋은 소식 말씀해 주고 가셨거든.”
“뭔데?”
“우리 정산 곧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