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2화
이번에는 진짜 얼마 뒤면 컴백인데,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크게 다치는 모습을 보이기라도 했으면 은총으로도 원활한 수습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찬 온라온을 향해 걱정하는 말이 다정하면서도 따끔하게 날아들었다.
“내 눈 똑바로 봐봐.”
“응.”
“지금 우리가 널 무조건 탓하는 게 아니라, 네가 다칠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걱정을 어떻게 안 해.”
“…….”
은총에 대해 말해봤자, 망상으로 취급할 게 뻔하다.
멀리 가지 않고 당장 온라온 자신도 온하제로 살아가던 도중에 진지하게 은총이니, 관리국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슨 소설 쓰냐고 했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것을 일찌감치 단념한 온라온이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안 다칠 자신 있어.”
반요한은 언성을 높이지 않고 묘하게 의연한 태도로 조용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온라온에게 정말로 어떤 비장의 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다지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반요한은 적당히 둘러대는 말이나 마음 없는 사과로 그냥 넘어가려 하지 않는 멤버의 완고함에도 혀를 내둘렀다.
‘쟤는 안 그럴 것 같으면서, 조선 시대에 태어났으면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나 ‘죽여주시옵소서.’ 같은 답답한 말만 골백번 하다가 끌려 나갈 타입이란 말이지.’
그리고 굳이 타인을 복잡한 퍼즐처럼 여기며 풀어내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는 이의 눈에는 온라온의 태도가 그저 아집으로만 비칠 뿐이었다.
“애냐?”
견성하가 비딱하게 따졌다.
온라온이 눈살을 찡그렸다.
정신연령으로 따지면 모두 자신보다 어린 멤버 중에서도 가장 애티 나는 견성하에게 저런 말을 바로 앞에서 대놓고 들으니 굉장히 모욕적이었다.
“뭐…….”
온라온이 제대로 대꾸하기도 전에 서문결이 먼저 나섰다.
“성하야.”
“알아요!”
그래. 아는구나, 하고 형들이 마음을 놓으려는 찰나에 욱한 견성하가 주먹을 꽉 쥔 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리다는 거!”
이런 애를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니. 내가 미쳤지.
견성하가 자조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견성하에게 어리다는 말을 들으니 온라온 또한 재깍 성을 냈다.
“말 다 했냐?”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온라온의 어깨를 반요한이 꾹 눌러 도로 앉혔다.
조금 전 크게 다칠 뻔한 사람에게 하기에는 다소 험한 행동에 강지우와 서문결이 반요한을 만류하려다가, 일단은 멀쩡해 보이는 온라온의 얼굴을 보고 그만두었다.
“온라온 너도 열 내지 말고 듣고.”
“…….”
“…….”
‘쟤네 싸우나?’ 하는 주변의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의식한 덕분인지 어떻게든 다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강지우가 차근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들어봐. 여기서 허무하게 다쳐서 같이 컴백 무대 못 서면 우리도 속상하고 너도 속상하고 팬분들도 속상할 거 아니야. 더군다나 이번에는 네 곡으로 컴백하는 건데. 혼자 무대 한쪽에 덩그러니 앉아 있고 싶어? 그거 아니잖아.”
말하다 보니 점점 빨라지는 목소리 때문에 일견 화를 내는 것 같지만, 잘 들어 보면 컴백이든 뭐든 다 제쳐두고 죄다 온라온 자신을 걱정하는 말들뿐이다.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오랜 시간 동안 제가 받아온 취급과 대비되어 더 뚜렷하게 실감했다.
같은 이유로,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매번 받는 애정의 대부분을 못 견뎌 하며 밀어내고 극히 일부만을 피할 수 없어 받아들이는 것은 어그러진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저의 그릇되고 음침한 습성 탓이 아닌가.
때때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의심을 했다.
그러나 자학적인 의심이 들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찾아오는 누군가의 다정한 관심은 커다란 바위를 뚫고 기어코 구멍을 내는 낙숫물에 비할 바 없이 강하다.
“네가 아무리 겁이 없다고는 해도, 상황 분별 못 할 만큼 생각 없고 무모하지는 않잖아. 누가 봐도 저… 분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황이었고 안 하는 게 맞았어. 왜 그런 거야?”
괴로움을 외롭게 견디던 녀석의 자취를 오래간만에 느껴서인가.
춥고 축축한 지하에서 나와 따사로운 햇볕을 받은 사람처럼 평소보다 한결 감상적이고 무른 기분이 되어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공유해온 멤버들의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온라온은 더는 외롭기만 한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세계의 누구도 알지 못하는 온하제의 23년에 대한 이해를 바랄 수는 없다.
그래도 이해받고 싶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해받고 싶어.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욕구가 20년 이상 살아오며 처음으로 강하게 피어올랐다.
입술을 달싹이며 갈등하던 온라온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시는 못 할 줄 알았어.”
내가 고백할 수 있는 건 아슬아슬하게 이 정도지.
“뭐?”
열일곱 살의 온라온이 있던 자리를 일별한 온라온이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때…….”
아마도 걔는.
“두 번 다시 그렇게는 못 할 줄 알았을 거야.”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정돈된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미처 배우지 못한 온라온이 뜨겁게 뭉친 가슴 때문에 숨을 입으로 크게 들이마셨다.
심호흡은 떨림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알지 못하는 언어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랬어.”
이기적이다.
제대로 설명도 못 하는 주제에 이해를 바라다니.
그러나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게 있다.
주어를 포함해 많은 것이 생략된 말이었지만, 어떤 대상을 향한 그리움 엇비슷한 감정이 가득한 눈을 마주한 멤버들은 더는 그를 책망하지 못했다.
‘온라온’이 겪은 일을 아는데, 저 얼굴을 마주하며 어떻게 지금보다 더 심하고 모진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컴백 앞두고 내 마음대로 한 건 미안해. 그게 하고 싶다 해서 갑자기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도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몇 개인지 셀 수도 없는 벽을 또 하나 힘겹게 허물고 주변인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이제야 조금 더 잘 알 수 있게 된 온라온이 눈을 수 초마다 한 번씩 깜빡이며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나 진짜 괜찮거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예전부터 다친 적은 거의 없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온라온이 뻣뻣이 굳은 채 말을 멈췄다.
“!”
언제 엄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강지우가 여린 봄날의 햇살처럼 누그러진 얼굴로 대뜸 그를 끌어안았던 것이다.
“힘들었지.”
“갑자기 왜…….”
“고생했다.”
등을 토닥이는 따뜻한 손길에 눈빛이 흔들렸다.
뒤이어 서문결이 포옹에 스스럼없이 합류했고.
높고 치밀하게 세워진 벽이 앞으로 몇 겹이나 남았을지 습관처럼 가늠해 보던 반요한 또한, 추측건대 복잡한 논리나 추론은 명쾌히 건너뛰고 단숨에 최선의 답에 이르렀을 강지우의 판단을 따랐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이상한 애들 보듯 하는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얼굴이 빨개진 견성하가 얘네들이 왜 그러나 멀뚱히 서 있던 곽상현을 확 끌어당기며 그들은 완전히 한 뭉텅이가 되었다.
멀찍이 떨어져 연습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심각한 분위기가 되었다가 이제는 서로 얼싸안기 시작한 오르카 멤버들은 보고 저쪽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힐끔거렸다.
‘저기 뭐 힘든 일 있었나?’
‘애들 같고 귀엽다.’
‘쟤네 아까 싸운 건가?’
‘자기들끼리 엄청 친한가 보네…….’
앞뒤 사정을 몰라도 서로를 향한 애정은 분명히 느껴지는 그 모습은 마치 친형제처럼 보였다.
때와 장소를 못 가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애틋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떄 아닌 훈훈함을 느끼기도 했고.
일부는 자신이 속한 그룹 멤버들 간의 소원한 관계를 떠올리며 새삼 부러움을 가지기도 했다.
난데없이 왜 저러냐며 이상하게 보는 이도 물론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오르카는 서로를 마냥 좋을 대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의 뜨끈뜨끈한 체온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낯간지러운 분위기를 참다못한 온라온이 격렬하게 버둥거리며 멤버들과 매니저를 답지 않게 감상적인 기분과 함께 힘껏 떨쳐내 버릴 때까지.
“부담스럽게 뭐 하는 거야?”
“원래 안고 싶을 때는 안아야 하는 거다.”
방금 나오는 대로 지어낸 말을 실존하는 명언인 양 말하는 강지우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툭 친 온라온이 괜히 날카롭게 대꾸했다.
“내가 언제 그러고 싶대?”
“장남 경력 22년, 리더 경력 0.7년 도합 22.7년의 돌봄 경력으로 봤을 때, 너 방금 안아주면 딱 좋아할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이 형 아무리 봐도 반요한 닮았다는 말 싫어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막내를 위해서라면 그런 오명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음, 그래도 강지우는 강지우구나.”
이런 참신한 주접에 있어서는 과연 범접 불가였다.
“형이라고 불러주지 않아도 오히려 막내랑 더 가까워진 듯해 좋구나. 참 좋아. 하하하. 하하하하!”
모든 번뇌의 얽매임에서 벗어나고 열반에 이른 부처와 약수를 퍼다 생명수라고 소개할 것 같은 사이비 도사 사이에 있는 강지우의 초탈한 표정과 말투에 기가 빨릴 대로 빨린 온라온은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한편으로 궁금해했다.
단편에 불과한 것을 공유하고 그것에 저들이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기쁜데.
이 녀석들이 온하제의 23년에 대해 알아주는 순간은 대체 얼마나 더 벅찰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