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3화
이쯤에서 강지우의 과도한 동생 사랑에 함께 질린 반응을 내보여야 하는 한 사람이 조용한 것에 온라온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어.” 하고 움찔했다.
“흐읍….”
우는 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입술을 꾹 다무느라 턱에 호두 주름이 잡힌 견성하가 몸을 반쯤 돌린 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이제는 묘한 친숙함마저 느껴지는 냉미남의 눈물에 맥이 풀린 온라온이 물었다.
“넌 또 왜 울어?”
“……몰라.”
“우는 건 넌데 네가 모르면 어떡하냐?”
어이없어하는 온라온의 눈빛에 발끈한 견성하가 뾰족하게 받아쳤다.
“알아! 너 진짜 짜증 나는 거…!”
“그래…….”
눈앞에 뜬 호감도 알림창을 보고 헛웃음을 지은 온라온이 타격감 제로의 불평을 건성으로 받아넘겼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견성하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있지?”
“아니. 완전 귀 기울이고 있는데. 그야말로 경청 중인데? 내 모든 청세포가 지금 이 순간 너한테 집중하고 있는데?”
언제 떨었냐는 듯 제 페이스를 완전히 되찾고 사람을 놀리는 것처럼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태도였다.
그에 더 울컥한 견성하가 첫 음을 “짜…!” 하고 크게 내었다가 제풀에 놀라 어깨를 움츠리고 톤을 낮춘 목소리로 마저 말했다.
“짜증 나고 싫다는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 표정이 그딴 식이야?”
씩씩거리는 견성하를 손짓으로 가까이 부른 온라온이 귓속말을 속삭였다.
“왜냐면…….”
왜냐면? 견성하가 결국 조금 흘러내린 눈물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며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넌 짜증 내면서 호감도를 올려주는 타입이거든.”
온라온은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 떠 오른 호감도 알림창을 힐긋 쳐다보았다.
[동물적인 감으로 당신이 세운 벽이 하나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견성하가 내심 기뻐합니다. 견성하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52]사람의 마음을 단정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란 이토록 편리하고 비겁하다.
‘근데 얘는 이런 거 없어도 알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뭐라는 거야?”
호감도니 뭐니 헛소리로밖에 안 들리는 온라온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어느샌가 주책없이 글썽이던 눈물도 말라 버렸다.
어쩌다 보니 멤버들 사이에서 함께 부대껴 버린 곽상현이 ‘당신은 뭔데 거기 껴 있냐’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들을 시시때때로 받느라 흘린 진땀을 닦으며 한탄했다.
“난 너네랑 있으면서 수치심이라는 걸 점점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형도 오르카예요. 이제 와서 빠질 생각하지 마요.”
“맞아요. 형도 우리랑 한 팀이에요.”
“이럴 때만 그렇게 말하지.”
그렇게 말하는 곽상현의 얼굴에 보람과 감동이 잔잔하게 번지려 할 때.
“그래도 감동적이지 않아요?”
그 마음 다 안다는 듯 반요한이 히죽거렸다.
“요한이 네가 굳이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조금 더 길게 느낄 수 있었겠지.”
“아, 반요한이 나빴네.”
“나빴네.”
“나쁘다.”
“나빴네요.”
“우리 반요한 빼고 상현이 형 넣자. 내가 특별히 형한테 리더 감투도 줄게요. 리더의 특권은…….”
“특권은?”
“딱히 없지만.”
“있으면 내놓으라고 할 뻔.”
“저거 봐요. 리더라서 다른 애들보다 좋은 점….”
강지우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그것 역시 딱히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강지우가 주절거리는 동안 멤버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찬찬히 뜯어본 곽상현이 먼저 해탈히 웃으며 “6년 넘게 남은 조장직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단체로 웃음보가 터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분위기가 환기된 오르카는 생각보다 많이 흘러버린 시간에 당황했다.
“근데 우리 너무 노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여기서는 제일 막낸데, 계속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요…….”
특히 견성하가 찝찝해할 때 강지우가 근엄히 고개를 저었다.
“어허. 우리는 논 게 아니라 귀중한 단합의 시간을 가진 거지.”
“그래. 아까 그런 일 있었는데도 뭐라 하는 사람 있으면 형이 대신 싸워줄게.”
“상현이 형 아까 아이릭 매니저님한테 형님, 형님, 하는 거 다 봤는데 그럴 수 있겠어요?”
그건 또 언제 봤냐며 툴툴거리던 곽상현이 온라온을 향해 말했다.
“아무튼 내 눈에도 괜찮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일단 연습은 더 참여하지 말고 여기 앉아 있다가 끝나고 병원 한번 가보자.”
“저 진짜 괜찮은…….”
아니. 괜찮아도 저 인간한테 생색내려면 안 괜찮은 척해야지.
이제는 얼굴 보기도 싫은 안무가를 힐끗 보며 계산을 마친 온라온이 뻔뻔히 말을 바꾸었다.
“네. 쉴게요. 병원은 안 가도 될 것 같지만.”
“안 괜찮아?”
혼자만 온라온의 진의를 눈치채지 못한 서문결이 걱정스레 물었다.
“아니. 아까 했던 거 한 번 더 하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을 만큼 멀쩡해.”
온라온의 말에 그가 쓰러지던 모습이 절로 떠오른 멤버들과 매니저가 절로 기겁하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하지 마!”
* * *
응원전 연습은 온라온을 제외한 오르카 멤버들이 연습에 복귀하고 다시 30분 정도 지난 뒤에 끝났다.
연습에 복귀한 멤버들은 “라온이 괜찮대?” 같은 물음을 여러 사람에게 여러 번 들었다.
멤버들이 일단은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할 때마다 전전긍긍하던 안무가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스케줄 때문에 연습 도중에 먼저 퇴근한 사람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컴백 준비 때문에 바쁜 오르카는 아무리 그래도 첫 참가부터 먼저 빠지는 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리더의 의견을 따라 끝까지 자리에 남아 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
“컴백 준비 힘내고.”
“라온아, 오늘 고생 많았다. 병원 꼭 가봐.”
“네. 감사합니다!”
마무리가 다소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하기는 했지만, 온라온이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다 실패한 해프닝 자체는 자리에 있던 이들에게 꽤나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제까지는 저 사람이 어떻다더라, 이렇다더라, 하는 불확실한 소문과 겉으로 보이는 빼어난 외모로만 온라온을 판단했다면.
이제 사람들은 온라온이 어떤 사람인지를 직접 겪으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실패로 돌아간 마지막 동작을 포함해 온라온이 선보인 모든 기술이 워낙 임팩트 있었기 때문에 각자 타고 온 차로 돌아갈 때도 사람들의 머리에는 아직 그의 잔상이 남아 있었다.
물론 한 번 보면 잊어버리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얼굴 덕분이기도 했다.
“솔직히 실수는 했지만, 아까 진짜 너무 멋있지 않았어?”
“맞아. 약간…… 어나더 레벨?”
“거의 성공할 뻔하신 거 아니야? 한 90% 성공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한테는.”
“전에 트루 연습생이었던 애가 그러는데 오르카 라온 님 예전에 고등학생 때는 진짜 날아다니셨다는데 그 슬럼프 때문에…….”
“솔직히 언니나 나나 다 알잖아요. 트루 얼마나 별론지.”
“그리고 진짜 성격 너무 좋아 보이셔서 나는 완전 호감.”
“아, 나도. 친해지고 싶은 타입이야.”
“나도 되던 거 안 될 때 진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아서 그 맘 진짜 너무 알 것 같더라. 진짜… 그걸 얼마나 뛰고 싶으셨겠어.”
“뭔가…… 감동이다.”
정작 온라온은 실패 후 괜찮다는 말 말고는 별다른 말을 한 게 없는데도,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계에서 온라온에 대한 이야기는 순식간에 살을 불려 나갔다.
걔가 원래 천재 소리 들으면서 연습했다더라. 누가 하기 싫은 걸 시켜도 빼지 않고 열심히 했다더라. 선배들한테도 고루고루 싹싹히 굴더라.
결과적으로 온라온이 보였던 몸을 아끼지 않는 도전 의식을 높이 산 것이다.
요즘에야 젊은 층 사이에서부터 솔선수범해서 내 몸 가는 게 대수가 아니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자기 몸 아끼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자랑스러운 미덕으로 여기는 게 현실이었다.
반대로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실패할 거였다면 아예 두 발로 서지도, 아니면 고개를 들지도 못할 정도로 얼굴이 망가지도록 크게 다쳤다면 좋았을 텐데.
열등감을 느낀 안희섭이 그런 저주에 가까운 생각을 할 때.
“야, 아까 걔는 다 가졌더라?”
같은 차에 탄 온리보이의 멤버 남진호가 느물느물 웃으며 날 서 있는 차 안의 적막을 깨뜨렸다.
“얼굴 잘하지, 춤 잘 추지, 군대 안 가지, 예능 잘 나오지, 인맥 좋지, 성격 좋지.”
누구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사람 성질 박박 긁는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에 끝내 실패한 안희섭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이돌 활동 중에는 그럭저럭 잘생긴 얼굴 말고는 별 볼 것도 없던 녀석이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분수도 모르고 교만해졌다는 이유로 안희섭은 남진호를 싫어했다.
‘이래서 이 새끼랑 같은 차 타기 싫다고 한 건데.’
반대로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안희섭에게 그것도 못 하냐면서 여러 번 무시당했던 남진호는 모처럼 잡은 건수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너도 인정하잖아. 걔가 하면 이제까지 네가 했던 거랑 무조건 비교될 거라는 거.”
정곡을 찔린 안희섭이 욕설을 내뱉었다.
“씨×, 네가 뭘 안다고 지랄이야!”
“어, 발작하네? 혹시 희섭이 찔려?”
“형들, 그만 좀 해요. 차에서는 안 싸우기로 했잖아요!”
매니저는 해탈한 지 오래고 온리보이의 막내인 건이 이전에도 여러 번 부딪혔던 형들을 말렸다.
그에 남진호가 건에게 물었다.
“야, 솔직히 너도 그런 생각 안 하냐?”
의도가 투명한 질문에 건은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그분이 희섭이 형보다 훨씬 잘했던 건 맞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온리보이만이 아니었다.
“솔직히 라온 님이 뛰시면 임팩트 쩔어서 응원전 1등 바로 할 것 같은데.”
“인정…. 아쉽다.”
“근데 그런 일까지 있었는데 그 인간도 억지로 시키지도 못할 듯.”
“그러고도 시키면, 와, 진짜 쓰레긴데.”
“근데 결국 온리보이분들이 올해도 계속하기로 했잖아.”
“그분들도 좀 이상해. 못 한다고 했다가 또 갑자기 한다고 했다가.”
“맞아. 애초부터 할 거였으면 나도 나가서 뒤구르기 안 했지. 완전 시간이랑 체력 낭비한 거잖아.”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의미 있게 마무리하겠다는 말도 솔직히 속 빤히 보여서 별로…….”
* * *
한편, 온라온은 병원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