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4화
컴백 준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이럴 시간 없다고, 여러 번 괜찮다고 했는데도.
회사는 이참에 한 번은 제대로 검사해 봐야겠다면서 기어코 나를 이전에 의사에게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받은 서문결과 함께 병원에 끌고 갔다.
비단 오늘 있었던 일 때문만이 아니라.
평소에 다른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춤출 때 다치기 쉬운 허리나 무릎 같은 신체 부위 상태를 확인하는데.
나는 매번 괜찮다고 미뤘던 게 바쁜 컴백 전 일정 쪼개서 병원까지 가게 된 원인이었다.
‘그건 정말 괜찮으니까 그런 건데.’
사실 때때로 몸이 아팠던 적은 있다.
발목이라든지, 허리라든지.
다만 그럭저럭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통증이라 무시하고 지냈다.
게다가 그건 어디까지나 은총이라는 스킬을 얻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틈날 때마다 은총으로 샤워를 해 이제는 체질이 조금 허약하고 신체 내구성이 약간 연약할 뿐 정말 건강하고 멀쩡한데 말이다.
뭐…… 그런 사정을 모르는 회사 눈에는 내가 언제 전과 같이 픽 쓰러질지 모르는 유리몸처럼 보일 테니 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걱정이 과해 처음부터 작정하고 MRI 검사를 하자는 회사를 겨우 말려 일단은 엑스레이 사진만 찍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랑 의사 소견이 내 예상대로 잘 나온다면 앞으로 저런 걱정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떠 있는 모니터를 한참 들여다보던 마침내 의사가 나를 돌아보며 속을 알 수 없는 평온한 얼굴로 물었다.
“최근에 허리나 무릎 같은 데 아픈 적은 없었어? 관절 부분이라든가. 작년에 봤을 때는 아무 이상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네. 지금도 괜찮아요.”
“춤은 언제부터 췄다고 그랬지?”
“저 아마… 초등학생 때부터요.”
그 녀석이 남긴 편지에 따르면 춤은 트루에서 오디션을 보기 전부터, 대충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 형을 따라 집 근처에 있는 댄스 아카데미를 다니며 시작했다.
거기서 갈고 닦은 춤 실력과 빛나는 외모로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이면 트루 엔터의 글로벌 오디션에 철썩 붙어버린 것이고.
“요새 하루 춤 연습 시간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돼?”
“스케줄 있을 때 없을 때가 좀 다르기는 한데 아무리 못 해도 웬만하면 서너 시간은 연습하는 것 같아요.”
“흐음…….”
더더욱 읽기 어려운 표정이 된 의사의 시선이 다시 책상 위 모니터로 돌아갔다.
‘저분 왠지 《포커페이스(상급)》 스킬 가지고 계실 것 같다.’
한 번씩 써주는 은총 때문에 괜찮을 걸 알면서도 반쪽짜리 야매 힐러인 내가 아니라 전문 지식을 갖춘 의사쯤 되는 사람이 저렇게 분위기를 잡는 걸 보다 보면 괜히 긴장하게 된다.
“저…… 선생님, 라온이 어떤가요?”
내 뒤에 서 있던 곽상현이 나보다 더 안달했다.
“혹시 계속 춤을 추면 안 될 정도로 많이… 심각한 상태인가요?”
의사의 마땅찮은 침묵이 곽상현에게는 불길한 선고의 전조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내 옆자리에 앉아 곽상현의 말을 들은 서문결도 한층 걱정스러운 낯빛이 되었다.
아니, 저 의사는 괜찮다는 말만 하면 되는 걸 왜 저렇게 뜸 들여서 사람 애간장을 태우지?
“애가 몸이 좀 종잇장처럼 허약할 뿐이지 어디가 특별히 아프다는 소리는 한 적 없어서 저희는 괜찮은 줄 알았거든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평소에 파스 같은 건 거의 안 쓰기도 하고…….”
그렇게 말한 곽상현이 뒤에 있던 서문결을 향해 물었다.
“결아, 연습하거나 무대 할 때 라온이 특별히 아프다는 소리한 적 확실히 없었지?”
서문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힘들어서 죽겠다는 말은 많이 했어도 어디 아프다는 말은 한 적 없어요.”
서문결이 말하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루에 못 해도 한 번씩은 할 ‘힘들어서 죽겠다.’ 혹은 ‘피곤해 죽겠다.’ 같은 말이 진짜 죽을 병처럼 심각하게 들렸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체력이 안 좋기는 한데, 그래도 그냥 종잇장은 아니고 약간 질긴 종잇장…… 한지 정도는 되거든요. 잘 안 찢어지고 질기고 오래가고.”
내 말이 뭐가 웃겼는지 문가에 서 있던 간호사가 풋, 하고 웃었다가 황급히 표정을 관리했다.
왠지 나랑 코드가 맞는 분 같아서 우리 위튜브 채널 구독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때, 의사가 입을 열었다.
“매니저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문제는 아닙니다.”
시원스러운 결론에 노심초사하던 곽상현과 서문결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나 또한 남아 있던 약간의 걱정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었다.
“오히려 걱정하시는 부분은 일단은 아무 문제 없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고요.”
나는 거 보라는 듯 곽상현과 서문결을 가볍게 흘겼다.
그러나 의사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 당장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
“오늘은 엑스레이랑 간단한 검사만 했지만, 제가 봤을 때 라온이는 관절 가동 범위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넓어요. 이걸 과운동성 증후군이라 하는데…….”
의사는 내 몸이 유난히 유연한 것은 그러한 증후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잠깐 밝아졌다가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도로 얼굴이 초조함으로 뒤덮인 곽상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증후군이라면 혹시 어디가 안 좋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이게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게.”
“네.”
“라온이가 가진 이런 관절 자체가 춤추는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보면 선택받은 자질이에요. 단순히 보면 어렵고 힘든 동작을 남들보다 편하게, 또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거잖습니까.”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봤는데, 예전부터 발레를 비롯한 무용계에서는 이런 신체 조건을 일종의 축복으로 여기는 풍조도 있는 듯했다.
그래서 은총을 여러 번 썼는데도 정상 수준의 관절로 바뀌지 않은 건가?
이걸 질환이 아니라 일종의 특성으로 취급해서.
다행이다.
잘못했으면 좋은 걸 잃어버릴 뻔했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이게 마냥 좋은 건 또 아니라는 말이죠.”
의사는 인대가 약하고 헐거워 다치기도 쉬운 데다가 크게 다칠 가능성도 높고, 회복도 잘 안 되며 평소에도 남들보다 쉽게 피로해지기에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어쩐지 연습하면서 가끔 ‘어?’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은총으로 바로바로 때워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럼 춤추는 일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건가요?”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죠. 그리고 라온이만큼 증상이 심한 건 아니더라도 비슷한 신체를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당장 결이도 약간은 그런 경향이 있어요.”
“결이도요?”
곽상현이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냐는 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네. 단지 라온이만큼 두드러지는 게 아니고, 본인 근육으로 충분히 보정되는 수준이라 저번에는 따로 말씀을 안 드렸던 거고요.”
“아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게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예요. 요즘 안무 같은 것도 많이 격해졌잖아요. 그렇게 몸을 계속 무리한 방식으로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피로가 쌓일수록 부상 위험도 역시 계속 커지겠죠. 이건 라온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돌한테 해당하는 말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유연한 사람은 몸이 물렁물렁한 만큼 근육이 지지해 줘야 하는데 지금 겉보기로도 라온이가 몸에 충분한 근육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
억울하다.
난 티클 모아 태산 정신으로 꾸준히 힘 스탯을 올렸다.
그게 외모에 반영이 안 됐을 뿐.
“특이한 점은, 본인 말로는 여태까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는 건데…….”
의사의 미심쩍어하는 눈길이 내게 닿아서 나는 얼른 “진짜 아픈 적 없어요.” 하고 내 반쪽짜리 결백을 강조했다.
“본인 말도 저렇고, MRI 검사를 좀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통증이 없다는 건 손상이 아직은 심각한 수준으로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그런가요?”
“네. 본인이 춤을 효율적으로 잘 췄거나, 관절 휙휙 잘 돌아간다고 막 쓰지 않고 잘 조절했거나, 뭐 그런 거거든요. 근데 오늘 뭐 아크로바틱 공중회전 같은 거 하다가 다칠 뻔해서 여기 온 거 보면 그렇게 조심성이 있는 친구는 아닌 것 같고…….”
“선생님이 정확히 보셨습니다.”
“오늘 일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고개 숙인 내가 귀엽다는 듯 소리 없이 웃은 의사가 말했다.
“네. 일단 오늘은 이상 없습니다. 대신 만약에 나중에라도 통증이 있으면 괜찮다고 미루지 말고 바로 오셔야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MRI를 한 번은 찍어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요즘 바쁘죠?”
“네. 당분간은 일정 비우기가 좀….”
“그럼 추석 이후로라도 MRI 검사는 한번 해보시는 것도.”
“그것도 생각해 볼게요.”
“그래. 몸은 한 번 망가지면 똑같은 데 또 다치기 쉬우니까 미리 신경 써야 해.”
의사는 내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우선 같은 걸 해도 남들보다 많은 양의 힘이 필요하니 과도한 연습은 금할 것.
이거는 은총으로 내가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근력 운동도 빼먹지 말고 열심히 할 것.
이건 노력은 해보겠지만…….
또 특이하게 눈을 감은 채 연습해 보는 것도 권했는데.
시각 없이 연습하는 게 균형 감각과 고유 수용성 감각이란 걸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나.
참고로 고유 수용성 감각을 내 수준에 맞춰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몸의 위치와 움직임의 정도를 눈으로 보지 않고도 느낌만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 감각이 발달하면 딱 필요한 정도로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니 확실히 불필요하게 힘주어 동작을 수행하다가 다칠 위험은 낮아질 것 같았다.
그 밖에 그런 훈련을 통해 내 몸을 더 잘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인 효과였다.
“라온이 얘기는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딸깍. 의사가 마우스를 클릭해 모니터에 다른 창을 띄웠다.
자신의 차례라는 걸 알고 자세를 한층 바로 한 서문결이 내게 물었다.
“밖에서 기다릴래?”
정말로 내 의향을 묻기보다는, 나가 주지 않겠냐고 권하는 것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문결이 내가 그러길 바란다는 것을 안 이상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상현이 형, 나 목말라서 먼저 나가서 기다릴게요.”
“어, 그럴래?”
“네.”
이유 모를 서운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내 뒤로 의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금 시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건 오히려 결이 쪽인데 여기 보시면 무릎이 저번보다…….”
탁. 등 뒤로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