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5화
한산한 복도에서 경호원 한 명과 말없이 서서 기다리니 얼마 뒤 두 사람이 나란히 문을 열고 나왔다.
“피곤할 텐데, 기다리게 해서 미안.”
나를 발견한 서문결이 담담한 목소리로 사과했다.
“괜찮아.”
그렇게 답하며 안에서 무슨 얘기를 듣고 왔나, 서문결의 표정을 읽어보려 했지만.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보통 때 서문결의 표정 읽기 난이도가 상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최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상태의 서문결에게 아까 언뜻 들은 무릎 상태가 어떤지 물어봐 봤자.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대신 속상함을 애써 감추려는 것처럼 연신 표정을 가다듬는 곽상현에게 앞서 걸어가는 서문결은 듣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형, 결이 형 무릎 많이 안 좋대요?”
“어?”
[곽상현이 당신이 이야기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가늠하고 있습니다.]곽상현은 내가 듣지 못했다고 판단한 건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무난한 말로 답했다.
“네가 걱정할 정도로 심한 거 아냐. 의사도 일단은 상태 지켜보자 했고.”
그렇게 말한 곽상현이 서문결의 태연한 뒷모습을 흘긋 보더니 다시 한번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릎이든 어디든 서문결의 몸에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제법 심각한 수준으로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내 얼굴을 본 곽상현이 말했다.
“결이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너도 조심해야 하는 거야.”
“나?”
“그래, 너. 이제까지야 운이 좋았다 치지만 앞으로 다칠 수 있는 거잖아. 조심해. 오늘 같은 일은 진짜 두 번 다시 없게 하고.”
다른 건 몰라도 아까 일은 말했듯이 반성하고 있지만.
곽상현의 말은 아까같이 나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위험천만한 일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춤 동작 자체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들렸다.
“근데 아까 의사가 그랬잖아요. 내 몸이 그런 걸 잘 할 수 있게 하는 몸이라고. 잘할 수 있는데 아예 안 하는 건 아깝지 않아요?”
“너 듣고 싶은 것만 들을 거면 병원을 왜 오냐?”
어이없어하는 곽상현을 향해 침착하게 해명했다.
“아니, 나도 당연히 막무가내로 한다는 게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일단은 연습부터 한 다음에 한다는 거죠.”
그 말에 곽상현은 그나마 표정을 풀었지만, 그래도 영 마뜩잖아하는 얼굴이었다.
“그래, 그래. 형 늙는 거 보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형은 그렇게 하는 거 별로 안 좋아요?”
“안 좋지.”
“왜요? 잘하면 좋은 거 아닌가.”
“몸은 갈아 끼울 수도 없고 평생 써야 하는 재산인데 그걸 나중 생각 안 하고 함부로 쓰겠다는 거잖아.”
곽상현은 아이돌로서 전성기에 무대 역량을 끌어 올리는 것보다 나중의 건강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멤버 중에서는 그나마 반요한 정도나 약간 공감할 사고였다.
“나중에 편하게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
근본적인 가치관에 차이가 있으니 나오는 말들이 여지없이 평행선을 그렸다.
나는 그쯤에서 그렇네요, 하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곽상현도 멤버들이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엄연한 예인으로서 능히 가진 욕심을 모르지는 않아 더 강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나는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세상에 많이 있는 것을 안다.
서문결도 그럴 것이다.
치열히 존재했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본능 아닌가.
* * *
본능은 본능이고.
말도 섣불리 못 붙이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서문결의 상태가 걱정되기는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으로 무릎 관절에 대해 찾아봤다.
아이돌 관절
아이돌 건강
관절건강
무릎 관절 수술
관절건강식품
그다지 좋은 얘기는 없었다.
한 번 손상되면 말끔히 회복되기 어렵다.
지금은 젊고 어리니까 괜찮더라도 나중에 나이 들면 관절염 때문에 계단도 몇 칸 못 올라갈 만큼 고생한다.
춤추는 사람들은 젊었을 적 몸 갈면서 살다가 남들보다 일찍 은퇴한다…….
어쨌든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의학으로도 한 번 나빠지기 시작한 관절을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건 잘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은총이 있다.’
나는 평소 아낌없이 사용하던 스킬, 은총의 설명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다.
[클래스 스킬 《은총》 – 당신이 대상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에게 특별하고 은혜로운 이적이 깃들 것입니다.당신의 코어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스킬의 영향력이 하락합니다. 생과 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상과 질병 등에는 관여할 수 없습니다.]
전과 달라진 점이 없는 스킬 설명 자체는 다시 봐도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모호했다.
일단 은총에 대해 아는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클래스 스킬이고 남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남에게 사용하는 게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
게다가 사용 시 피로도가 누적되는 속도가 빨라진다든지 하는 페널티가 명확히 붙어 있는 다른 스킬들과 달리 별다른 사용 조건도 나와 있지 않다.
‘야, 나 궁금한 거 있어.’
아무래도 전직 조건 중 하나였던 관리자의 코어와 관련 있을 것 같아 래리를 불러봤지만.
[현재 고객님을 전담하는 관리자가 외근 중입니다.]……같은 메시지 하나 띡 띄워놓고 감감무소식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놀러 나간 게 아니라 일하고 있다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럼 지금은 자동화 시스템이 저 알림창을 띄우는 건가?
‘코어가 뭐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말을 걸어봤는데, 답이 돌아왔다.
[고객님이 알고자 하는 것은 고객님의 현재 보안 등급으로는 열람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저건 래리가 와도 못 알려 준다는 말 아닌가?
그러는 사이 차는 어느샌가 숙소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평소 곽상현이 주차장에서 내려주던 곳에 거의 다 도착해 슬슬 안전벨트를 풀려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본 나는 섬칫 놀라 외쳤다.
“형 앞에!”
“!”
끼이익!
차 앞에 갑자기 뛰어든 사람들에 깜짝 놀란 곽상현이 내 경고와 거의 동시에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갑작스러운 감속에 몸이 확 쏠리며 메슥거리는 느낌이 났다.
“아, 미친 것들이 진짜 정도를 알아야지…….”
사생 한 무리가 각자 카메라나 휴대폰을 들고 차 앞을 가로막듯 서 있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와…… 저 사람들 지금 일부러 끼어든 거예요?”
“그런 것 같은데.”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는 서문결도 당황한 눈치였다.
주차장이라 차가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히 제때 멈출 수 있었지.
조금만 더 빨리 달리고 있었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진하게 선팅된 창문 너머로 사생 한 명과 눈이 정확히 마주친 것 같아 소름이 쭉 끼쳤다.
차가 멈출 때 벌러덩 넘어져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사람이 걱정되는지 서문결이 자기도 모르게 차 문을 열고 나가려 하는 것을 내가 막았다.
“형,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사람이…….”
“차에 안 부딪힌 거 내가 봤어. 괜찮아.”
사실 시야 때문에 정확히 본 건 아니지만, 차에 사람이 부딪히는 느낌도 없었고 그랬다면 곽상현부터 당장 튀어나갔을 테니 저건 우리를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다친 척 드러누워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정말 누가 다쳤으면 다른 사생들이 저러고 있지도 않았을 거야.”
‘저 인간들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서문결은 사람이 주차장 바닥에 누워있든 말든 창문을 두드리거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생들을 보고 내 말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떄,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있던 당사자라 아마 우리보다 더 놀랐을 곽상현이 뒤에 앉은 나와 서문결을 돌아보며 신신당부했다.
“라온이 말이 맞아. 안 부딪혔고 우리 잘못 없으니까 너네는 무슨 일 있어도 절대 나오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
“네.”
나와 서문결에게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을 거듭 확인한 곽상현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같이 탄 경호원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한동안 곽상현과 사생 무리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넘어져 있던 사람은 역시나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하게 일어나 적반하장으로 곽상현에게 팔을 휘두르려 했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제때 막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제대로 맞을 뻔해 심장이 철렁했다.
그 와중에도 한 명은 자꾸 차 쪽으로 다가오려 해, 우리는 차 문이 잠긴 것을 알면서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머리를 사생들이 몰려 있는 반대편 창문에 기댄 채 곽상현을 걱정스레 주시하는 서문결은 본인부터가 몹시 지쳐 보였다.
“형.”
서문결이 왜 부르냐는 듯 시선을 돌려 나를 보았다.
“괜찮은 거 맞지?”
“응.”
“진짜?”
“괜찮아.”
그러나 서문결이 단순히 체력 면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 자체가 유난히 지쳐 보여 나는 영 안심이 되질 않았다.
울면안댕성 [언제와?]
때마침 견성하에게 연락이 와 녀석에게 서문결에 대해 물었다.
나 [야]
나 [결이 형 어디 아픈 데 있어?]
서문결에게 여러모로 관심이 많은 데다가 같은 방까지 쓰는 견성하가 모른다면 강지우나 반요한도 모르겠지.
별로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던 기대와는 달리.
울면안댕성 [?]
울면안댕성 [갑자기 왜?]
울면안댕성 [병원에서 안좋은얘기들었어?]
울면안댕성 [야]
울면안댕성 [뭔데]
울면안댕성 [뭔데???]
견성하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는 것처럼 반응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 *
그리고 어느덧, 오르카의 컴백 날이 훌쩍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