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6화
데뷔 후 두 번째 컴백을 코앞에 두고 멤버들을 둘러싼 전반적인 분위기는 묘하게 무거워진 상태였다.
내가 봤을 때 그 원인은 몇 가지가 있었다.
일단 체력왕 강지우도 일과를 마칠 때마다 앓는 소리를 낼 정도로 컴백 준비하면서 단기간에 급속히 누적된 피로의 영향이 컸다.
그놈의 아이돌 체육대회만 아니었다면 그나마 좀 할 만했을 것 같은데.
응원전 연습도 그렇고, 농구 멤버인 반요한과 서문결은 어제처럼 훈련에 한 번 다녀오면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두 사람은 지금도 멤버들의 특별 배려를 받아 대기실에 딱 두 개 있는 푹신한 소파를 하나씩 차지하고 길게 누워있었다.
“내가 이 짓을 왜 한다고 했을까…….”
메이크업을 받기 전이라 짙은 피로가 잘난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반요한이 지쳐서 웅얼거리는 모습이 내 눈에도 조금 측은해 보이니 말 다 했다.
“형, 멋없게 후회하지 마.”
“맞아요. 후회하지 마요. 형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요.”
“견성하 말 들었지? 한 번 시작했으면 뭐 저렇게까지 하냐고 욕먹으면서도 끝까지 해내는 게 반요한이잖아.”
“……그거 지금 칭찬이나 격려 맞지? 내 욕 아니고?”
이러고 우승 못 하면 진짜 최악인데, 하고 중얼거린 반요한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더 누워있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내가 왜 자기는 안 챙기냐는 반요한의 핀잔을 들으며 덮어줬던 담요를 꾸물꾸물 걷어내고 소파에서 일어나던 서문결과 눈이 마주쳤다.
마음의 창이라는 눈을 통해 그가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해 뭐라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필요 이상으로 시선을 오래 마주치고 있자 서문결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물었다.
“왜?”
“아냐. 몸은 어때?”
당연하게도 서문결은 평온히 답했다.
“괜찮아.”
농구같이 격하게 뛰어다니는 스포츠가 잘 지켜봐야 한다고 의사가 공언한 무릎에 어떤 악영향을 얼마나 줄지 몰라 불안했지만, 적어도 이번 활동이 끝날 때까지는 그저 지켜만 보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런 상황으로부터 오는 막막함이 내게도 어떤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부담감 역시 컸다.
여러 사건으로 인해 대중의 관심이 여태까지에 비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번 활동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크든 작든 나와 멤버들의 머릿속에 자리했다.
게다가 올해 내로 세 번째 컴백을 할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활동에는 데뷔 후 첫해에 한 번 놓치면 영영 끝인 신인상이 걸려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올해 데뷔한 다른 그룹에는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헌트레드가 추하게 떨어져 나간 이상 남자 신인 아이돌 중 리프틴 이외에 우리와 경쟁이 될 만한 그룹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사실 여자 아이돌까지 범위를 넓혀도 우리는 인지도로 보나 각종 지표로 보나 확실히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에 가장 심리적 압박을 크게 받는 사람은 일단 견성하였다.
앞서 말한 문제 이외에도 모두가 알아주는 유리멘탈인 견성하는 그를 둘러싸고 일었던 말도 안 되는 학교 폭력 루머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보니 더욱 긴장한 듯했다.
“이따가 기자 질문받을 때 옛날얘기 이상하게 물어보면 어떡해요…….”
“그거 다 잘라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그거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
“그래도 내가 한 살 어렸던 애 실수로라도 밀쳐서 넘어지게 한 건 사실이고…….”
“루머 유포자 본인 사과 영상이랑 피사추로 해명 대중들한테도 깔끔하게 다 됐는데 거기에 또 뭐 뿌리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라는 거 기자들도 잘 알아서 이젠 안 그럴 거야.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하는 강지우도 리더로서 약간은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견성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상황인 나는 걱정하는 포인트가 녀석과는 조금 달랐다.
오현진이고 트루고 뭐고, 다른 무엇보다도 이 중요한 활동을 내 곡으로 치르게 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뮤직비디오 인코딩까지 끝나고 업로드만 남겨둔 지금에야 실감하고 만 것이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부담감이 갑자기 엄습해 곡을 내 본명으로 발표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어디 보자……. 이번 활동 기대 이하로 끝나면 내 책임이 한 42%는 되는 거 아닌가.’
거기에 왠지 모르게 축 처져 있는 우리를 본 직원이 어깨에 힘 들어가게 해주겠다면서 2주 전부터 받기 시작한 예약 판매 현황을 슬쩍 알려 준 것이 결정타였다.
그 잠깐 사이에 유입된 팬들이 좀 많았는지, 혹은 기존에 있던 에어리들이 기필코 우리에게 신인상을 안겨주겠다고 모아두었던 화력을 불태우는 건지.
이번 앨범의 예약판매량이 진작 10만 장을 돌파하고 20만 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난 앨범이 잘 팔리면 그냥 너무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게 십만 단위가 되니까 뭔가 엄청…… 부담스럽다.”
“뭔지 알 것 같아요. 솔직히 우리가 뭐라고 벌써 앨범을 그 정도나 사 주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얘기 밖에서 하면 복에 겨운 소리 한다고 할걸.”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죠, 당연히!”
“어쨌든 그만큼 기대 많이 해주시는 거겠지.”
“뮤비랑 음원 공개된 다음에 생각보다 별로라면서 실망하시면 어떡하지?”
“뭔 소리야. 그저께 티저 영상 반응 역대급으로 좋았던 것도 벌써 까먹었냐?”
“안 되겠다. 마지막 애드립 구간 안무 다시 한번만 마지막으로 맞춰 보자.”
주섬주섬 일어날 때, 대기실 어딘가에서 진동이 울렸다.
“누구 전화 온 것 같은데.”
“어, 내 거예요.”
전혀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견성하의 휴대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받지 마.”
사생임을 직감하고 얼어붙은 견성하 대신 인상을 찡그린 강지우가 대신 전화를 끊어줬다.
최근 들어 상당히 심해진 사생들의 비상식적인 접근 역시 우리 기운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었다.
계속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건 예삿일이고, 차에 타고 있을 때 주차장에서 벌어졌던 저번 일도 그렇고.
1층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의 아파트에는 어떻게 들어왔는지 우리 숙소 현관문 바로 앞에 발신인 불명의 선물이 놓여 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처치 곤란이라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뒀더니, 어느 날 원래 있던 쇼핑백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다른 홈의 로고가 박힌 쇼핑백이 새롭게 문고리에 걸려 있지 뭔가.
처음 선물을 가져다 놓은 사생이 우리가 안 받는 걸 보고 새로운 걸 가져다 놨을 리는 없고.
‘우리 숙소 앞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최소 두 무리라는 거지.’
그 때문에 사생 문제에 누구보다 예민한 반요한이 요사이 특히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슬슬 숙소 계약 기간이 끝나갔다.
곧 조금 더 보안이 좋은 곳으로 숙소를 옮기려 준비하고 있다고 곽상현이 넌지시 이야기해주어 우리끼리도 조금만 더 버티자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이럴 때 바깥 날씨라도 화창하면 그나마 새 출발 하는 기분이라도 낼 텐데.
하필 며칠 전부터 가을장마가 쏟아진 뒤 대기 자체가 눈에 띄게 서늘해진 탓에 컨디션은 컴백 당일까지 푹푹 가라앉기만 했다.
지금도 창밖으로는 비가 죽죽 멈출 기미 없이 내리고 있었다.
겨울에 들어도 위화감이 없는 해방이나 계절을 덜 타는 드림에 비해 어게인은 순수하게 청량한 분위기가 강하게 나는 곡인데.
정작 날씨가 저러면 웬만큼 뜰 곡도 안 뜰 것 같았다.
“비 그친다는 얘기 없었나?”
“일기예보 보니까 저녁까지는 계속 내릴 것 같다던데.”
“아아…….”
“우리가 컴백을 한 2주 정도는 더 빨리했어야 했다는 생각 혹시 나만 해?”
내 말에 후반부 안무를 한 차례 맞춰 본 뒤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거울 앞에 놓인 의자에 털썩 앉은 반요한이 대답했다.
“나도 해.”
“나도.”
반대 의견도 즉각 나왔다.
“근데 그러면 우리 진짜 죽었어.”
“그것도 맞는 말이다.”
“이번에 이거 준비하는 것도 엄청 힘들었는데. 어떻게 여기서 2주를 더 당기냐.”
“그렇긴 해.”
그래도 아쉬움이 남기는 남아서 입술을 쭉 내밀었다가 일자로 당기는 나를 본 강지우가 손짓했다.
“안 되겠다. 다 여기 모이고 불 꺼.”
견성하가 쪼르르 가서 불을 끄고 왔다.
내가 곽상현이 평소 들고 다니는 공용 태블릿을 가방에서 잽싸게 꺼내오는 사이, 우리를 주시하며 상태를 체크하던 매니저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밖으로 나가려 몸을 틀었다.
* * *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곽상현이 대기실에서 나오자, 직원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쟤네 그 의식 또 해요?”
“네. 또 해요.”
“귀엽게 논다, 진짜.”
“그래도 이해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저번에 같이 봤는데 진짜 나도 기분이 너무 좋아지더라.”
컴백 준비를 하며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평소 넘치는 에너지로 틈만 나면 매니저 곽상현의 골머리를 썩이던 오르카가 정말 축축 처져 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르카만 남아 있는 어두컴컴한 대기실.
강지우가 공용 태블릿으로 재생시킨 영상을 멤버들 모두가 집중해서 시청했다.
“하… 너무 좋아.”
“진짜 대박이다.”
“과장 안 하고 100번은 본 것 같은데 100번 볼 때마다 100번 다 기분 좋아져.”
그들이 보는 것은 바로 ‘Again’의 뮤직비디오였다.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자체 필터링하며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통이 말끔히 쓸려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최근 오르카 멤버들 사이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유행이 생겨났다.
처음 가이드 녹음 버전으로 들었을 때도 좋았던 ‘Again’을 온라온이 처음에 작곡할 때부터 마음에 두었던 오르카의 목소리로 들으니 다섯 배는 더 좋았다.
“어떻게 이 곡을 가지고 실패하냐!”
“우리는 잘 될 수밖에 없다!”
“우리 눈으로 봐도 이 정돈데 팬분들은 얼마나 더 좋아하시겠어!”
“얘들아, 비도 그쳤다!”
“계시다! 이건 잘 되라는 하늘의 계시다!”
“와아아아아아!”
“어게인! 어게인!”
마치 마약성진통제를 복용한 사람들처럼 그동안의 괴로움을 모두 잊고 날뛰는 멤버들의 치솟는 흥에, 애들이 대체 뭘 하나 밖에서 살그머니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던 직원 한 명이 깜짝 놀라 다시 문을 닫을 정도였다.
“상현 씨, 저대로 둬도 돼요? 이따가 힘들어서 무대 못 뛸 것 같은데?”
“……냅둬요.”
그리고 의식의 힘을 빌려 미디어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오후 6시.
마침내 ‘Again’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