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7화
‘Dream’의 백금발 걔, 반요한에 이어 ‘Again’의 썸네일을 차지한 것은 22세 남성이 가진 햇살 같은 상큼함을 유감없이 발휘한 강지우와 늘 새롭고 짜릿한 충격을 선사하는 비주얼의 온라온이었다.
‘오르카가 케이팝 찢었다…….’
‘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생겼지?’
‘진짜 잘생긴 애 옆에 대박 잘생긴 애 있으니까 심신 안정 효과 탁월하고요.’
그런 발랄하고 청량한 인상을 팍팍 주는 썸네일과는 달리, 막상 클릭해서 영상을 재생하니 흑백 필름에 가까울 정도로 톤 다운된 장면으로 뮤직비디오가 소리 없이 시작됐다.
교내에서 가장 동적인 공간 중 하나일 체육관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러나 실로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복 교복을 단정히 입은 온라온이 잘 갠 유니폼 한 벌을 텅 빈 벤치에 내려놓았다.
그런 뒤, 그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검은색 바탕에 ‘眞實’이라는 단어가 굵직하고 흰 서체로 적힌 농구팀 저지를 맞춰 입은 고등학생들 사이를 보통의 걸음걸이로 빠져나온다.
다만 그 가볍지도 무겁지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무미건조한 걸음걸이와는 달리.
카메라가 의도적으로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 소년의 갸름한 얼굴에는 선 밖의 사람이 숨죽여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하는 어떤 정숙한 박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 순간이 소년의 풋내나는 비장함을 내세웠던 ‘해방’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부주의한 누군가에 의해 유니폼이 바닥으로 툭 흐르듯 떨어지며 ‘眞實’이라는 글자가 더는 보이지 않게 되고.
그대로 확대되어 검정으로 가득 찬 화면 위로 새로운 타이포그래피가 떠올랐다.
Again
Orca
여기까지 보고 난 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올라온 컨셉 포토나 티저 등을 통해 티 없는 청량함을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Again’의 뮤직비디오를 재생했던 팬들의 머릿속에 물음표 여러 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뭐냐? 뭐임? 이번 달 내내 소중하게 끌어안고 키운 내 청량 어디 감?’
‘주열음 또 티저로 사기 쳤냐? 하….’
‘근데 좋아서 큰일이다…….’
‘온라온 그런 얼굴로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내가…….’
6시가 되자마자 오르카 공식 위튜브에 접속해 뮤직비디오를 재생한 온라온을 제외한 사르카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 컷 우리가 받은 파일에는 없었는데?”
“뭐야? 나도 이거 처음 봐요.”
“맞네. 이거 우리 중행액에는 없던 거.”
이는 온라온이 처음 명명했던 ‘마약성 진통제’라는 단어의 어감이 지나치게 강렬하고 누가 잘못 들으면 크나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멤버들의 합의를 거쳐 ‘중독성 행복 수액’으로 재명명한 의식용 파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컷이었던 것이다.
“이거 우리 뮤비 아닌 거 아냐? 막 업로드 실수하신 거면…….”
“그럼 승건 형은 내일부터 못 보는 거지…….”
뮤직비디오를 잠시 멈춰놓은 오르카가 업로드 담당 직원의 안위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걱정할 때, 이러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반요한이 빠른 결론을 내렸다.
“근데 세상에 저 말도 안 되는 얼굴이 둘씩이나 있을 리는 없으니 일단 우리 뮤비는 맞는 듯.”
“그치?”
“그래서 이건 뭔데?”
멤버들의 시선이 저들의 만담을 모르는 척 느긋하게 구경하던 온라온에게로 향했다.
“나 혼자 추가 촬영했던 거 있잖아. 그거야.”
“아, 그거야?”
“어. 뮤비 편집하면서 주열음 이사님이랑 ‘진짜_진짜_이게_무조건_최종의_최종’ 버전으로 상의하고 나중에 추가로 들어가게 된 거라 우리 중행액에는 없는 거고. 추가로 들어간 건 아마 이게 다일걸.”
멤버들은 온라온의 설명에 예상 밖 장면에 대한 존재를 금세 받아들였다.
“와, 근데 이거 대놓고 멕이는 거 아니니?”
“멕여? 누굴 멕여?”
“뭔진 모르겠지만, 멕이다니……. 두 사람 언어 습관이 너무 저렴한 거 아니에요?”
오르카에서 서문결과 함께 제일가는 바르고 고운 말 사용자인 견성하가 눈살을 찡그리며 형들의 비속한 언어를 지적했다.
“괜찮아. 쟤는 몰라도 나는 비싸질 필요가 있을 때는 비싸진다.”
“내가 얘보다 무조건 만 원 더 비싸.”
“그럼 난 오만 원.”
“진짜 두 사람 다 별로다.”
“아무튼 봐 봐.”
반요한이 재생바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거 한자, 참 진에 열매 실, 해서 진실이잖아.”
태블릿 화면 속 유니폼을 톡톡 건드리며 반요한이 한 말에 멤버들이 그냥 쓱 보고 넘겼던 유니폼을 새삼 다시 보았다.
“진실…….”
“트루?”
뮤직비디오에 나온 ‘진실’이 곧 온라온과 그의 팬들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와도 같은 트루 엔터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지한 이는 없었다.
“일단 어그로는 확실하겠다.”
“기자들이 기사 엄청 쓸 듯.”
벌써 뮤직비디오를 본 이들이 SNS에 관련 감상을 숱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 (유니폼이 벤치에서 떨어지는 움짤) ㅇㅏ 이게 힙합이지 국힙원탑 온라온
– 와ㅋㅋㅋㅋㅋㅋ 시드 세게 나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이런 이미지 아니었지 않나
┗ 22 시드 조그매서 온갖곳에서 치이고 다니는 이미지였는데 왜 갑자기 대형 노빠꾸로 멕이는 기존나쎔이 돼버리신건지
┗ 근데 시드 비록 중소소소소 회사지만 원래부터 나름 줏대는 있었음
일단 자기맘대로 권겨울 데려온 이후로 뮤박이랑 아직도 화해 안 하고 있는거만 봐도^^,,,
┗ 아 이거 진짜.. 시드 존심 그만 세우고 적당히 화해나 해라.. 엠슽 무대 음방중에서는 그래도 예쁜 편인데 못 보는 거 아쉬워ㅠㅠㅠ 그것떄문에 시상식도 못 나갈 거 생각하니까 더..
┗ 이거 알트가 픽하트 조작당한 애들 보상 ㅈㅔ대로 안해줘서 그러는 거라는데
┗ 엥 나는 이거 시드가 보상 거절한 걸로 알고있는데 뭐가 맞는거임??
– 아 개웃기네 근데 나였으면 저 유니폼 눈앞에서 자근자근 밟고 갔음
– 저정도로 끝낸거 나름 예의지킨거지 시드가 오르카 얼마나 귀한 도련님취급하는지 모르는 에어리 없는데ㅋ
┗ 이거 ㅇㅈ
근데 이제 세바스찬같은 유능속성완소퍼펙트집사는 언강생심 꿈도 못꾸고 오늘도 얼레벌레 실수해서 도련님 얼굴 내세워서 데헷큥이나 하고 있는 시드
┗ 아니ㅅㅂ 어떻게 이런 트윗이
뮤직비디오에 짧은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에서 반쯤 빠져나왔던 트루 사건은 다시 가시권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계속 봐 보자. 뒤에도 조금씩 달라진 부분 있을 수도.”
“근데 우리 곡 분위기랑 너무 다른데? 이게 우리가 아는 뒷부분이랑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나?”
강지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화면을 건드려 아직 전주도 채 안 나온 뮤직비디오를 마저 재생했다.
그리고…….
“!”
한 데 섞여 본래 색을 잃고 칠흑이 되어 버렸던 수많은 빛깔이 불온히 침묵하는 어둠으로부터 한순간 산산이 터져 나왔다.
속이 탁 트이는 가을 하늘의 쾌청한 청색 빛. 요란한 소음과 선망을 동시에 일으키는 스포츠카의 강렬한 붉은 빛, 마음껏 뛰어노는 학생들의 다리 사이로 부연 흙먼지가 일어나는 운동장의 모래 빛, 긴 생을 마치고 시들어가는 나무의 거무죽죽한 갈색빛.
연보라색, 심홍색, 담청색, 레몬색, 올리브색, 금색과 은색, 진녹색, 초콜릿색, 개나리색, 단풍색, 자색, 흰색…….
무수히 많은 빛줄기가 한 가닥, 한 가닥 쏜살같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광경이 마치 밤하늘에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망막에 선연히 비쳐들었다.
그로서 유채색 세상이 눈부시게 피어나며 초반의 암울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극초반만 보고 ‘설마 진짜 티저 사기였겠어…….’ 하고 걱정하던 한 에어리는 익숙한 청량의 기운을 감지하고 졸였던 마음의 긴장을 늦추었다.
‘돈 많이 썼네?’
‘애니메이션 보는 것 같아.’
‘퀄이… 드림보다 비싸 보인다.’
그런 감상 속에서 아까와는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온라온의 모습이 나왔다.
‘뭐지? 좀 전이랑 교복 좀 바뀐 것 같은데.’
‘거기서 다른 학교로 전학 왔나?’
에어리들이 여느 때보다 영상미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나름대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추측해 보는 사이.
학교가 내는 일상 소음이 잦아들고 가벼운 울림을 주는 ‘Again’의 전주가 그 자리를 채운다.
어느샌가 돌아와 버린
starting line
이쯤에서 모두가 눈치챘듯, 이번 뮤직비디오 스토리의 주인공인 온라온이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농구장에서 밝은 얼굴로 농구를 즐기는 다른 오르카 멤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평소 쌓아둔 연기력이 바탕이 되어 모처럼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놓고 보는 사람이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수준의 어색한 연기를 펼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 솔직히 콩깍지 빼고 봐도 연기 잘한다.’
‘안 되겠네. 우리 애 연기도 해야겠네.’
오히려 적당히 잡은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동작과 표정, 그리고 흠잡을 곳 없는 비주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다시 한번 웹드라마를 포함한 드라마 제작사들의 러브콜 대란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선을 넘기엔
나는 조금 무서워
온라온이 멀리 있는 멤버들로부터 겨우 시선을 떼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때.
그때 네가 나타나
소원을 빌지 않았는데도
어느샌가 가까이 온 강지우가 온라온의 손을 잡았다.
그 뒤로 반요한이 온라온을 향해 무언가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파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장면이 흘러갔다.
멤버들의 손에 이끌려 농구장으로 향하는 온라온.
막상 와 놓고도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를 향해 농구공을 가만히 내미는 서문결. 그 공을 차마 받아들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온라온.
그 뒤로 온라온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처럼 슛을 던져 성공시키는 견성하.
매끄럽게 그물을 통과해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공이 자기를 끌어당기기라도 하는 듯, 공을 능숙하게 컨트롤하는 견성하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온라온.
카메라가 전환되며 씬이 1초에도 몇 번씩 휙휙 바뀌었다.
점점 고조되던 두근거리는 비트가 한순간 정적으로 긴장되었을 때.
넌
빠져들어
깊이를 가진 것들보다 더 깊이
강지우와 온라온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되었다.
말 그대로 풍덩 빠져버릴 것처럼 깊은 눈동자.
온라온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공 하나를 집어 들어 겉보기로는 완벽한 폼으로 슛을 던지는 순간.
그리고 외쳐
Again!
화면이 전환되며 어김없이 각이 딱딱 맞는 다섯 명의 군무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