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1화
이번에는 못 하겠다고 해야지.
위험한 건 둘째 치고 한 번 보고 따라 하기가 도통 불가능해 보이는 안무가의 시범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그보다 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명령처럼 내려온 말을 대놓고 걷어찬 적도 있는데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거리낌 없이 거부했을 것이다.
어느샌가 내 눈앞에 나타난 그 녀석만 아니었다면.
“!”
작년 트루에서 있었던 일을 거울이나 유리창 같은 반사체를 통해 보았던 것과 달리.
그는 마치 실체를 가진 유령처럼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나…….
어떻게, 라는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일 년 사이에 한 뼘은 자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작고 어리며 창창한 녀석의 몸이 두려움 하나 없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
저건 조금 전 안무가가 보였던 것과 동일한 기술이었다.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달랐다.
어디가 다른지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그저 모든 것이 다르다.
안무가의 기술과 그 애의 기술에는 사람들이 안희섭과 내 선자를 보고 느꼈을 차이보다 더욱 극명한 격차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세상의 시간과 한참 동떨어진 것만 같은 곳에서.
그 절묘한 기예를 보고, 보고, 또 보는 특권을 누렸다.
덕분에 아까까지는 어떻게 근육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 정도만 나를 두드렸다면, 이번에는 보다 많은 것을 보다 명확하게 감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날 수 없는 인간이 중력을 가뿐히 부정하는 장면을 수없이 보고 있자니.
어쩌면 본디부터 물은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만개한 꽃은 어린 망울로 돌아와 지는 게 세상의 지당한 법칙일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뇌리에 떠올랐다.
소년의 태가 그 정도로 완벽해 나는 입을 살짝 벌렸다.
그것을 보고 보고, 보고, 또 보고, 계속 보다가 마침내 어떤 깨달음을 벼락같이 얻었을 때에.
어느 틈에 가만히 멈추어, 아니, 멈출 수밖에 없을 만큼 쇠약해졌을 시기의 파리한 낯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애에게 이제 됐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젠 괜찮아.’
내가 할 수 있어.
그 녀석은 여기 없고 먼 곳에서 온하제로 살아가고 있을 테니 이건 아마도 자기만족에 의한 착시일 뿐이겠지만.
녀석의 얼굴에 일견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 것 같았다.
발이 불가항력적으로 움직였다.
그다음에는 다리가, 팔이, 허리가, 목이.
한 발을 떼니 비로소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선을 그려야 할지 훤히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너는 분명 이렇게 했을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불어올 리 없는 바람이 나를 한껏 떠밀었다.
이렇게나 자유로운 몸을 그간 내가 얼마나 따분한 방식으로 써왔는지 순간마다 절감했다.
그렇게 가장 높은 곳에 오래된 꿈처럼 이르렀다가 도로 내려앉으려는 찰나에.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미완성된 《아크로바틱(중급)》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힘 스탯 부족으로 미완성된 《아크로바틱(중급)》 스킬이 취소됩니다!]뭐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뭔가 불길해 보이는 설명을 눈으로 좇으려 하는 순간.
푸하!
한눈판 대가로 깊은 연못 속에 잠겨 있는 듯한 몰입 상태에서 갑작스레 빠져나오게 된 내 시야에 시스템창 여러 개가 연속해 떠올랐다.
[미완성된 《아크로바틱(중급)》 스킬 취소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크리티컬!] [민첩 스탯 효과로 페널티를 일부 회피합니다!]어디선가 래리가 있지도 않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니, 환청이 아니라 진짜 들린 것 같다.
……따위의 한가한 추론을 하는 동안 착지하는 쪽 발의 발목이 기이한 각도로 꺾였다가 끝내는 체중을 못 이기고 발끝으로 버티던 몸 전체가 휘청 무너졌다.
* * *
저만큼 높이 도약한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약해 보이는 발목이 사정없이 비틀리고 무릎과 정강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힐 때까지도 누구도 온라온의 실패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야, 그렇게나 훌륭했는데…….’
소름 끼치는 몸놀림을 멍하니 바라보던 견성하는 그때까지도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몸은 힘과 균형을 잃었다.
쿵!
보는 사람이 다 아플 정도의 충돌음이 났다.
기겁한 사람들이 제자리에서 새된 비명을 지르거나 눈을 부릅떴으며 일부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온라온!”
“세상에…….”
“와. ×발, 쟤 × 된 듯?”
“어떡해. 못 움직이시는 거 아냐?”
본래였으면 제대로 잘못 떨어져 목조차 못 움직였겠지만.
절묘하게 터진 민첩 스탯 효과 덕분에 온라온은 이내 손을 짚고 상체를 반듯이 일으킬 수 있었다.
위기를 회피한 게 우연만은 아니었는지 《낙법(중급)》 스킬을 새롭게 획득했다는 시스템창이 생겨났다.
그건 그렇다 치고.
‘뭐였지?’
조금 전에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스스로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감 나는 꿈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몹시 얼떨떨한 상태의 온라온을 향해 괜찮냐는 물음이 산발적으로 쏟아졌다.
주저앉은 채 어떤 말이나 신음조차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막내의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던 강지우가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피에 깜짝 놀라 견성하를 불렀다.
“성하야, 저기 휴지 좀 가져와.”
“네, 네!”
강지우는 견성하가 가져온 티슈를 손에 잡히는 대로 뽑아 온라온에게 주었다.
다소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티슈를 받아 들고 그중 일부로 코언저리를 누르듯 닦으며 은총을 사용한 온라온이 뒤늦게 제 몸 상태를 점검했다.
다행히 HP가 반쯤 깎이고 페널티로 출혈 상태 이상으로 코피가 좀 난 것 외에는 멀쩡한 것 같았다.
예전에 하트 어택 무대 영상을 촬영할 때처럼 코피가 좀처럼 멎지 않아 은총을 여러 차례 사용하던 온라온이 아차 하고 스킬 남발을 멈췄다.
상태 이상은 은총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차원관리국 시스템 속에서 어떤 이상(異常)이 상태 이상으로 분류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온라온이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내상과 정신적 문제가 상태 이상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경험에 기반해 추측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이 코피는 두면 언젠가 멎을 테고.
그 밖에는…….
약간 창피하다는 것 정도?
‘그래도 오현진이랑 1등 의자 놓고 다퉜을 때랑 덜생긴 얼굴로 애교부렸을 때보다는 덜 창피하다. 아, 반요한이 아예대에서 순결 어쩌고 했을 때보다도.’
현재의 수치스러움을 더 수치스러웠던 기억들로 이겨낸 온라온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나 괜찮아. 저 진짜 괜찮아요.”
“그, 코피는…….”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친 것도 아닌데 코피를 저렇게 흘리면 오히려 더 위험한 거 아니냐고 말하는 듯한 라이의 눈빛에 온라온이 어색히 웃으며 해명했다.
“아, 컴백 준비하느라 요새 좀 피곤했거든요. 그리고 저 원래 코피도 자주 나는 편이라. 금방 멈추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컴백 직전 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아이돌들이 그리 튼튼해 보이지는 않는 온라온의 피로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이 팬들에게 알려졌을 때 자기가 먹을 욕을 막상 계산하느라 굳어 있던 안무가도 뒤늦게 다가와 온라온의 무사를 확인했다.
“다행히 괜찮나 보네. 아니, 내가 뭐 억지로 시킬 것도 아닌데 못하면 못한다고 말을 하지…….”
그 뒤로 말 몇 마디로 제 책임을 약게 회피한 안무가는 아크로바틱 안무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수습했다.
‘리더가 컴백 직전이라고 직접 말했는데도 억지로 시키더니…….’
몇 년 전부터 앞뒤 생각 없이 무책임한 안무가의 한결같은 태도에 비난의 화살이 소리 없이 날아들었다.
오랫동안 쌓인 불만으로 불온하게 술렁이는 연습실 분위기를 바꾸고자 안무가는 끼리끼리 수군거리는 다른 아이돌들을 데리고 서둘러 연습을 시작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사이 온라온은 서문결의 부축을 받아 연습에 방해되지 않도록 한쪽으로 빠졌다.
“진짜 괜찮아?”
“응. 부축도 필요 없었고, 내 코 진짜라는 거 이제 사람들이 다 믿어주지 않을까.”
다리뿐만 아니라 뇌에도 힘이 풀렸는지 휴지로 막은 코를 좌우로 밀 듯이 만지며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온라온을 견성하가 째렸다.
“너 지금 농담이 나오냐?”
심장이 아플 만큼 하도 놀라는 바람에 그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아니. 전에 코 성형한 거 아니냐고 뭐라 하는 글 봤거든.”
“뭐? 누가 그래? 네 코는 병원 가도 ‘손님, 이건 수술로도 못 만드는 코예요’ 소리 들을 코라고!”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주접을 떠는 강지우의 뒤통수를 문밖에서 다른 그룹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반요한에게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달려온 곽상현이 가볍게 때렸다.
“너 심하게 넘어졌다며! 발목은! 다리 괜찮아? 얼굴 좀 보자. 다친 데 없어?”
“괜찮아요. 얼굴은 안 부딪혔고 이건 그냥 코피.”
여전히 코피를 흘리는 온라온의 답에 곽상현이 미심쩍은 눈을 했다.
“그냥 코피라기엔…… 피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은데. 괜찮은 거 맞아?”
“그래도 금방 멈춰요.”
“발목은?”
“괜찮은데?”
온라온의 발목을 유심히 살피던 반요한이 재차 물었다.
“아까 괜찮을 수가 없는 각도로 꺾이는 걸 내가 다 봤는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아, 진짜 괜찮다니까. 봐봐.”
아무래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을 태세라 온라온이 제 발목을 휙휙 돌려 보였다.
단순 외상에는 은총이 잘 먹혀들어서 그런지 발목에는 아무런 통증도 없었다.
“야, 야. 벌써 막 돌리지 마!”
“안 다친 건 진짜 너무 다행인데 어떻게 안 다쳤지…….”
“얘가 유연해서 그런가?”
이쪽을 시시때때로 힐끔거리는 안무가의 뒷모습을 잠시 매섭게 노려본 강지우가 후, 한숨을 내쉬고는 낮은 목소리로 지적했다.
“너 정말 크게 다치면 어쩌려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