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4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40화
흠결 없이 맑게 햇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호수를 앞에 두었을 때처럼 자연히, 동화 속에서 막 빠져나온 물의 요정 같은 소년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처음 연습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자꾸만 눈길을 잡아끄는 외모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온라온 하나만 보라고 아예 판을 깔아주니 사람의 얼굴을 내내 뚫어져라 바라보는 게 일종의 결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정말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떤 걸 보여줄까?’
작년 픽하트가 워낙에 이슈가 되었기에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짧게라도 온라온의 트루 연습생 시절 안무 연습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영상 속 온라온이 보인 것은 누가 봐도 타고난 사람의 무용이었고, 당장 연습실 중앙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 봐도 무언가 한 수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앞서 했던 같은 그룹의 멤버 서문결이 제법 어렵고 화려한 기술을 깨끗하게 선보이며 박수갈채를 받았기 때문에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였다.
참고로 견성하는 예전에 아크로바틱을 하면 다치기 쉬운 몸이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며 옆돌기 정도만 보였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도중부터 일종의 한공예 졸업생 발표회 내지는 장기 자랑 시간 같은 분위기가 되어 버려 뭐라도 해서 제 순서를 넘겨야 했다.
“나 직캠 봤는데 춤선이…….”
“저분 라인 되게 좋으셔.”
“근데 기대된다.”
“뭔가 잘하실 것 같아…….”
가까이에 있는 친한 사람들끼리 소곤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전반적으로 기대감이 높아져 조용하고 은근히 고양된 분위기 속에서 강지우는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온라온과 같은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서문결을 조용히 불렀다.
“결아, 라온이 학교 다닐 때 어땠어? 저런 것도 잘했어?”
서문결은 강지우가 물어보기 전부터 같은 교복을 입었던 온라온에 대한 기억을 되짚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학교에서 온라온이 어땠는지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잘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같은 수업 들은 적은 많이 없어서, 잘은 몰라.”
“그래…?”
기대했던 것보다 불확실한 답변에 강지우가 약간 실망할 때, 서문결이 좀 전보다는 분명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그래도 라온이가 우리 회사 들어온 이후로 따로 아크로바틱을 연습하지 않은 건 확실해.”
“그래. 나도 본 적 없는 것 같다.”
“설마 연습도 안 했는데 갑자기 뛰겠어요.”
어떤 분야의 춤이든 운동이든 마찬가지이나, 평소에 꾸준히 연습하며 비일상적인 몸놀림에 적합한 몸을 만들어 놓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특히 지금 하는 아크로바틱은 동작들 자체가 워낙 격렬해 도약이나 착지 단계에서 작은 실수를 하나 하는 것만으로도 심하게 다칠 위험이 있었다.
서문결이 때때로 온라온에게서 느껴지던 예측할 수 없는 담대함과 무모함을 상기하며 걱정스러워할 때.
“!”
지켜보던 다른 이들 사이에서 이럴 줄 알았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온라온은 앞 차례에 다른 그룹의 한 아이돌이 보여주기도 했던, 앉은 채로 손을 바닥에 짚고 뒤로 몸을 훌쩍 넘기는 동작을 깔끔하게 해 보이는 것에 성공했다.
앞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동작이었지만 넘기고 넘어가는 선의 유려함 자체가 전적으로 달랐다.
“잘하시네.”
“가볍다.”
“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너무 잘하는데?”
강지우나 오르카 멤버들이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하는 생각마저 할 정도였다.
“쟤 우리 안 볼 때 연습한 거 아니야?”
물론 아니었다.
온라온은 바로 몇 분 전에 살면서 처음으로 이 기술의 존재를 알았고, 조금 전 시도가 인생 첫 아크로바틱 기술 도전이었다.
‘할 만해 보여서 했는데 되네.’
온라온이 고민 끝에 해당 기술을 선택한 것에는 만약 실패해도 기껏해야 바닥을 구르는 정도로 끝날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다.
살면서 아크로바틱의 ‘아’도 경험해 본 적이 없던 온라온이 보기에 바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높이에서 손을 짚은 채 넘어간다는 점 때문에 레인보우라고 불리는 해당 동작이 크게 어렵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처럼 연습 없이 시도할 만큼 만만한 기술은 아니었다.
만일 시드 안무가인 정새봄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제정신이냐며 온라온을 크게 꾸짖었을 것이다.
온라온에게는 다행히도 그 사실은 온라온 혼자만 아는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었다.
박수 치는 사람들을 향해 태연히 웃는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던 온라온의 눈앞에 시스템창이 하나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발생! [Dancing King: Damian Raon on ①>] [▶ 퀘스트 설명: 이제 댄싱킹이 될 시간이 되었습니다.]일단 온라온은 당장 래리를 불러와 한 대 치고 싶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거창한 퀘스트 이름과 설명의 도입부를 무시했다.
[아크로바틱은 언제 어느 때나 당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화려한 기술입니다. (중략) 과한 춤 연습은 관절과 무릎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지만, 희대의 사기 스킬을 소유한 당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위태로운 만큼 아름다운 기예를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 봅시다!▶ 달성 조건: 아크로바틱 기술 5개 수집
▶ 확정 보상: 소정의 경험치, 스탯 포인트 +10, 스킬 《아크로바틱(중급)》
▶ 실패 시 페널티: 없음] [Y/N]
‘!’
이런 종류의 퀘스트 자체는 무척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초급도 아니고 중급이라니.’
언어 스킬 중 영어가 처음부터 고급이었던 것처럼 그 녀석 영향인가?
페널티도 없겠다. 은총도 있겠다.
온라온은 오래간만에 받은 퀘스트를 고민 없이 수락했다.
주의 깊게 온라온의 시범을 살피던 안무가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선자는 못 해요?”
다른 기술을 하나 더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안무가의 말에 멋있게 잘 해내고 돌아온 막내를 반갑게 맞이하려던 강지우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온라온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되물었다.
“선자가 뭐예요?”
하기 싫어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가, 싶어 안색이 안 좋아졌던 안무가가 온라온이 저래 보여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다시 웃는 얼굴로 답했다.
“버터플라이요.”
안무가가 영어 기술명으로 다시 말해주었지만.
안무가의 생각과는 달리 자기가 방금 했던 기술 이름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아크로바틱 기술명들 자체가 낯설었던 온라온은 여전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잘 모르겠는데 한 번 시범 보여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안무가가 고개를 돌려 뚱하니 벽에 앉아 있던 안희섭을 불렀다.
“희섭 씨 나와서 선자 한 번만 보여주세요.”
“저요?”
“네. 그 정도도 못 해요?”
“……합니다.”
안무가와 안희섭 사이에 예사롭지 않은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아무리 눈치가 없는 서문결이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대화였다.
안희섭은 괜히 불려 나와 좌중에 달갑지 않은 관심을 받게 한 원인인 온라온을 짜증스레 보았다.
똑같이 노려볼까 생각하던 온라온은 일단은 그가 선배이고, 주위에 보는 눈이 많은 것을 고려해 예의 바르게, 그러나 바로 앞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마치 놀리는 것 같은 미소만 돌려주었다.
안희섭이 호감도가 10 떨어졌다.
이 얼굴을 보고도 호감도를 떨어트리는 사람이 트루 인간들 말고 또 있었군.
온라온이 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선자만 하면 되죠?”
“네. 더하실 수 있으면 이런 거 안 하죠.”
안희섭이 가볍게 몸을 풀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향해 예의상의 박수를 보냈다.
안무가가 아이돌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괜히 제게 시비를 거는 안희섭이 짜증스러웠던 온라온은 ‘짝’ 소리가 안 나도록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 간격을 두고 박수 치는 시늉만 하던 견성하와 눈이 딱 마주치자마자 금세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그 좀스러울 정도로 작고 사소한 동작이 마치 나는 네 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조금 뒤 안희섭이 상체를 숙인 채 공중으로 뛰어올라 회전하는 기술인 선자를 보여주었다.
“할 수 있겠어요?”
“해 볼게요.”
온라온은 대수롭지 않게 응했지만,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이 온라온이 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하게 보였던 강지우는 결국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말했다.
“막내야, 위험할 것 같으면 안 해도 돼.”
“아냐. 할 수 있을 것 같아.”
관련 퀘스트를 받은 직후였다.
까짓거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왠지 될 것 같았다.
“와!”
멤버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온라온은 이번에도 너끈히 선자를 성공해 보였다.
미리 은총을 쓴 덕분에 컴백 준비로 인한 피로를 말끔히 잊은 몸이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웠다.
완벽하게 기술이 성공하자 정신적인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춤 잘 춘다더니, 너무 잘하는데? 진짜 마지막으로 이거 한 번만 해 볼게요.”
이번에는 안무가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냥 선자보다 두 배 정도 어려워 보이는 기술이었다.
보다 못한 강지우가 안무가에게 직접 말했다.
“죄송한데 저희가 지금 컴백 앞두고 있어서 이렇게 위험한 걸 연습 없이 하기에는 좀…….”
안무가는 고개를 돌려 온라온을 보았다.
“근데 라온 씨는 지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표정인데?”
“네?”
강지우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가만히 서 있는 온라온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잘 봐줘야 어떤 생각에 잠긴 무표정이었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았다.
안무가는 미리 답을 정해둔 사람처럼 고집스러운 어조로 재차 물었다.
“할 수 있죠? 못하겠으면 말해요. 나도 싫은 사람한테 억지로 시킬 생각 없으니까.”
결국 온라온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 관리가 되다 말다 하는 오르카 멤버들은 물론이고 이 안무가와 몇 년 동안 함께 해온 청팀 아이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쌤도 진짜 한결같으시네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못 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
“어떡해….”
“불쌍하다.”
온라온을 걱정하는 오르카의 모습을 지켜보던 온리보이의 한 멤버가 중얼거렸다.
“부럽다.”
그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은 다른 멤버가 물었다.
“왜?”
“쟤네는 사이 좋은 것 같아서.”
그때 이미 온라온은 느리면서도 순식간에 발을 옮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