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5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58화
뭐지?
“왜 그래?”
내가 신발도 안 벗고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자, 내 뒤에 있던 서문결이 무언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대체 누가, 혹은 무엇이 어디서 나를 보고 있는 건지 알아내야 했다.
본다.
본다고……?
직관의 단위에서 일어난 짐작이었지만, 나는 이 꺼림칙한 느낌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뭔가, 좀…….’
그래.
모골이 송연한 감각 일부분은 카메라 찾기 스킬로 출근길이나 팬 사인회에서 나를 찍는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와 닮아 있었다.
다만 그것보다는 훨씬 음습하고 불쾌한 느낌이라 아무리 봐도 좋은 의도는 없어 보였다.
‘설마…….’
신발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듯 벗어놓은 뒤 가장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쫓아 멍하니 걸음을 옮길 때.
숙소로 복귀한 지가 언젠데, 그동안 뭘 했는지 아직 옷도 제대로 안 갈아입어 외출복 차림인 강지우가 안방에서 나왔다.
“얘들아, 혹시 반요한 수첩 봤어? 까만 거…….”
경황없는 사람처럼 주위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내 얼굴을 본 강지우가 말을 하다 말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가왔다.
“막내야, 식은땀 나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 어디 안 좋아?”
함께 지내면서 내가 어지간하면 안 좋은 일은 모른 척해주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은 이제 웬만한 이상은 넘어가 주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내 표정이 안 좋았나 보다.
근처에 붙어 있는 거울을 보니 과연 내 얼굴이 온통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니. 조금 전까지 괜찮았는데.”
혹여나 가늘고 뾰족한 바늘 같은 기척들을 놓칠세라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나 대신 서문결이 대답했다.
“형, 내 인형도 3개 없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견성하가 자기 방에서 나오며 당황과 화, 그리고 겁이 한데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옷도 확실한 건 아닌데 한 벌이 어딨는지 모르겠어요. 회사에 있을 수도 있는데…….”
견성하는 막 숙소에 도착한 서문결을 반길 정신도 없어 보였다.
“그래?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찾아보자. 집에 있을 수도 있잖아.”
견성하를 달래서 보낸 강지우가 약간 피곤한 얼굴로 우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보다시피 숙소에 뭐가 없어진 게 좀 있는 것 같아서.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너네도 한 번 옷이나 개인 물건들 없어진 거 없나 잘 확인해 봐.”
“알았어.”
그러고 나서 강지우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는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괜찮다고 생각해도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 같은 거 쌓이면, 그게 다 몸으로 올 수 있으니까 어디 이상하다 싶으면 나한테 바로 말해.”
그사이 표정을 가다듬은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현관 근처에 놓여 있는 큰 화분 쪽을 살폈다.
화분에 가까이 가서 검은 흙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질감은 뚜렷해졌다.
“…!”
뜨거운 것을 뭣 모르고 만진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내가 유리로 만들어져 매끈한 표면에 닿았던 손을 뗐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를 제대로 해치고 보니, 미세하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자그마한 렌즈가 달린 카메라 한 대가 화분의 흙 위에 놓여 있었다.
“그게 뭐야?”
“뭐야, 카메라야?”
주차 때문에 조금 전에 도착해 강지우에게 자세한 상황 설명을 들은 곽상현이 내가 찾아낸 흙 묻은 카메라를 보고 안색이 완전히 바뀌며 말했다.
“지우야, 회사에 연락할 테니까 애들 불러서 상황 설명해라.”
* * *
곽상현이 회사 상부에 급하게 연락해 경찰까지 불러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을 보고하는 사이.
나는 숙소를 뺑뺑 돌며 《카메라 찾기》를 십분 활용해 화분에 있던 것과 같이 숨겨진 초소형 카메라들을 샅샅이 탐색했다.
처음에는 도무지 카메라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안 가는 위치에서 카메라를 족족 찾아내 뜯어내는 나를 보고 마약 탐지견 같다는 농담을 애써 건네던 멤버들도.
“하…….”
“와…….”
내가 발견한 카메라의 수가 어느덧 10대가 넘어가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경악하여 아연히 헛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내가 발견한 카메라는 총 17대였다.
“더 없어?”
“응. 일단은 없는 것 같긴 한데……. 경찰 불러서 제대로 확인하는 게 나을 듯. 난 그냥 감으로 있을 것 같은 위치들 찍어본 거라.”
제법 높아진 직감 스탯에 더불어 《카메라 찾기》의 숙련도도 어느덧 90%가 넘었으니 남아 있는 카메라가 없는 것은 거의 확실할 테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야. 잘했어.”
“진짜 숙소에 카메라까지 설치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미쳤다….”
직접적으로 말을 꺼낸 사람은 없었지만, 다들 사생의 소행이라고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물건이 사라지고, 불법 촬영까지 하다니.
실제로 과거 몇 차례나 연예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심신 안정을 위해 따뜻한 물이 든 컵을 두 손으로 든 견성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거는 진짜 처벌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단순히 사생들이 사적 공간을 쫓아다니는 것은 관련 법이 허술해 제대로 처벌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주거침입에 불법 촬영까지 더해진 거라 범인을 찾아 잡아넣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번에야말로 범인들을 제대로 처벌해. 회사가 사생에 더욱 강경히 대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꾸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상하게 사라지지 않는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강지우가 요리할 때 쓰는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카메라 하나를 들어 자세히 살폈다.
참고로 말하자면, 어디서 본 건 많아서 카메라를 찾아 원래 있던 장소에서 떼어낼 때도 같은 비닐장갑을 끼고 있었다.
“여기 봐봐. 메모리 카드.”
“진짜네.”
“이거 보니까 영상이 실시간으로 설치한 사람한테 전송되는 기종은 아닌 것 같은데.”
휴대폰으로 검색해 내가 찾은 것과 같은 걸로 보이는 카메라를 찾아낸 반요한이 한 사이트를 보여 주며 내 추측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금 이상한 와이파이도 잡히는 거 없고, 라온이 말대로 실시간으로 우리 영상이 전송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나마 위로가 되는 말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우리 없을 때 또 들어와서 회수하려고 했나 보다.”
“진짜 싫다.”
“욕실에서도 하나 찾았댔지?”
“어. 저거. 혹시 숙소 와서 씻은 사람 있어?”
내 물음에 먼저 온 세 사람은 모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 오자마자 세수만 하고 오늘 방송이랑 라디오 모니터링 좀 하다가, 이제 막 쉬려고 하는데 반요한이 뭐 없어졌다고, 이상하다고 해서 좀 전부터 너희 올 때까지 없어진 거 찾느라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어.”
그래서 옷도 그대로였군.
그나마 다행이었다.
영상이 유출되기 전에 카메라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영상이 찍혔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동안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특히 멘탈 약한 견성하는 지금도 안색이 창백했다.
여기저기로 통화하던 곽상현이 마침내 휴대폰을 내려놓고 우리를 보았다.
“얘들아, 경찰 불렀고 대표님도 상황 듣고 금방 오시기로 했어. 무섭고 불안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네.”
거실 바닥에 늘어놓은 소형 카메라들을 본 곽상현이 인상을 왕창 찡그렸다.
“이거 너네가 다 찾아낸 거야?”
“네. 뭐가 있는 걸 아는데 그대로 두자니 찜찜해서…….”
“그래도 뜯기 전에 사진이랑 영상은 저희도 다 찍어 뒀어요. 라온이가 카메라 뜯을 때도 다 장갑 꼈고요.”
“없어진 것 같은 물건도 일단 저희 선에서 목록으로 정리해 뒀어요. 여기요.”
반요한이 내민 반듯한 필체로 사라진 물건들을 적은 종이를 받아든 곽상현이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보았다.
이젠 저 사람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
분명 우리 간이 얼마나 큰 건지 궁금해하고 있겠지.
[정확한 추론을 했습니다. 직감 +1]“그래…. 잘했다. 많이 놀랐을 텐데 괜찮아?”
“네. 무섭다기보다는, 짜증이 난다고 해야 하나.”
“저도요.”
“상현이 형, 이번에는 진짜 꼭 처벌해 주세요.”
“성하는 무섭대요.”
평소였다면 조용히 하라며 성깔을 부렸을 견성하가 내 말에도 얌전한 걸 보니 진짜 이 상황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
피곤한데 잠도 못 자고 얼마간 기다리니 경찰이 반가을 대표와 함께 숙소 문을 두드렸다.
곽상현이 다시 한번 경찰과 반가을 대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거실에 쭉 펼쳐놓은 카메라들을 보고 반가을 대표는 물론이고 경찰들도 놀란 눈치였다.
“혹시 남아 있는 게 더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저희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경찰이 탐지기를 들고 남아 있는 카메라가 더 없나, 숙소를 살폈다.
다행히도 내가 제대로 일했는지 18번째 카메라가 발견되는 일은 없었다.
“그럼 공용현관이랑 엘리베이터 CCTV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협조를 잘 구했는지 아파트 관리소장이 졸음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로 나왔다.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아파트 관리소장 ???이 꿈에서도 못 본 당신의 얼굴을 보고 현실감을 의심합니다. ??? 호감도 +2 현재 호감도 +2]잠이 확 달아난 관리소장은 경찰이 동석하는 조건으로 CCTV를 확인시켜 주었다.
“잠시만요…….”
그동안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17대나 되는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다시 회수하러 올 때까지 하나도 들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과연 했을까?
자신들이 훔쳐 간 물건들을 찾기 위해 우리가 온 집안을 뒤져볼 걸 알면서도?
* * *
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토요일 밤은 길었다.
어떻게 보면 이제야 시작이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온라온의 과거 우울증 진단서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