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5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57화
짧게 끝났다고는 하나 모이는 시간이 소요되어 밖으로 나오니 사위가 온통 깜깜해질 만큼 늦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곧장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을 숙소로 돌아가는 대신 회사로 가는 것을 택했다.
“진짜 연습하고 갈 거야? 안 피곤해?”
“네. 쌩쌩해요.”
“체력도 안 좋으면서. 차라리 가서 조금이라도 더 쉬는 게 낫지 않냐?”
“저는 이게 쉬는 건데요, 뭐.”
몸을 움직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을 듣고 무슨 그런 스트레스 쌓이는 소리가 다 있냐며 짜증 내던 뭣 모르던 어린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만.
그건 옛날 얘기고.
이제는 매분 매초마다 같은 편에 대한 불신이 끝없이 자라나고 부모님 안부가 살벌하게 오가는 게임보다는 차라리 연습이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더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딱 맞다.
“어휴, 제일 건강 신경 써야 하는 애들이 제일 무신경해가지고.”
애들이라면…….
“결이 형도 연습하러 갔어요?”
“그래. 연습하겠다고 회사 데려다 달래서 대현 씨가 회사에 내려줬다. 결이 걔도 얌전하면서 은근 고집불통이야.”
얌전할 것 같은 애들이 오히려 더 말을 안 듣는다며 곽상현이 푸념했다.
“아하하, 죄송해요.”
“나한테 죄송할 건 없지. 끝날 때 불러. 같이 퇴근하자.”
“넵.”
컴백 시즌을 맞아 곽상현은 우리 숙소 거실에 둥지를 틀었다.
참고로 임대현은 컴백하기 직전에 회사에서 급하게 뽑은 우리 새 매니저였다.
급하게 뽑은 사람이라 그런가, 느낌상 우리 매니저로 오래 버틸 것 같지는 않은데…….
부디 이 슬픈 예감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튼 곽상현은 안타깝게도 이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이 남아 있는지 불이 환히 켜진 사무실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신발을 실내에서 신는 운동화로 갈아 신고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불이 켜져 있는 연습실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기대앉아 가장자리가 부드럽게 닳은 노트에 무언가를 휘갈기듯 빠르게 적고 있는 서문결이 보였다.
서문결도 나를 발견했는지 바로 고개를 들었다.
“왔어?”
곧은 시선이 내 안색을 부드럽게 살피더니 그대로 지나갔다.
흔들림은커녕 미동조차 없는 차분한 낯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같은 고고한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저 냉정해 보이는 일면 안에 사실은 좋아하는 것이나 즐거움을 주는 것 혹은 소중한 것들을 품은 작은 동굴이 감추듯 나 있다는 것도 나는 알아서 어쩔 수 없이 가라앉았던 기분마저 약간은 좋아지고는 만다.
“응. 언제까지 할 거야?”
“2시간 정도.”
“음, 오케이.”
나보다 한참 먼저 와서 계속 연습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2시간이나 더 하겠다니 체력도 좋다.
“나 옷 갈아입고 올게.”
“응.”
멤버들 사이에서는 거의 탈의실로 통하는 보컬 연습실로 들어가 이럴 때를 대비해 개인 사물함에 넣어놓았던 깨끗하고 편한 연습복으로 후딱 갈아입었다.
전신에 은총까지 약하게 써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축 늘어지려는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한 후 보컬 연습실에서 나왔다.
서문결은 그사이 노트를 치우고 몸을 풀고 있었다.
보아하니 내가 오기 전까지는 혼자 랩이나 보컬을 연습하고 있었나 보다.
“댄스 연습 하려고?”
“응. 근데 나 신경 쓰지 말고 음악 막 틀어도 돼.”
나는 발목부터 풀며 덧붙였다.
“오늘은 그냥 아크로바틱 기초 다시 다지다가 시간 남으면 보컬 연습할 거거든.”
오늘은 그동안 연습하고 싶었지만 컴백 준비 때문에 미루던 아크로바틱을 쉬운 것부터 연습해 볼 셈이었다.
겸사겸사 퀘스트도 깨고.
미완료 퀘스트가 점차 늘어나니 뭐랄까, 보기가 싫었다.
나는 게임 할 때도 지도에 보이는 퀘스트란 퀘스트는 보이는 족족 다 깨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단 말이다.
안 그래도 스스로 만족하고도 남을 어게인을 작곡했는데도 작곡 퀘스트가 완료될 기미가 안 보여서 찜찜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기준이 명확한 이거라도 빨리 해치워 버리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 달성 조건: 아크로바틱 기술 5개 수집]조건인 아크로바틱 기술 5개를 수집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아이돌 체육대회 연습 때 성공했던 기술 2개는 이미 수집 완료했고, 나머지는 무리하지 않고 쉬운 것으로 채울 요량이었다.
그리고 굳이 기초를 다시 다진다고 표현한 것은 서문결의 혹시 모를 걱정을 덜기 위함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과 했던 걸 다시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과연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서문결과 함께 기본 루틴까지 깔끔하게 돌린 뒤 나는 회사 태블릿으로 위튜브에 접속했다.
어디 보자.
내가 구독을 미리 해 뒀었는데…….
“아, 찾았다.”
나는 틈이 날 때 미리 봐 두었던 외국 댄스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채널로 들어갔다.
국내외의 다른 채널도 간단히 둘러봤는데 여기서 올려주는 튜토리얼 영상이 가장 자세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하나의 연습 동작에 완전히 익숙해진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과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연이어 강조하는 화면 속 외국인 강사의 말을 적당히 귀 기울여 들으며 몸을 쭉쭉 풀었다.
‘아니, 나한테는 같은 나라 사람인가…?’
알 게 뭔가.
지구는 둥글고 지구촌은 하나다.
그러고 있자니 서문결이 물었다.
“새봄 형 있을 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 형은 이런 건 잘 못하던데.”
정새봄은 우리에게 춤을 가르치는 사람이니만큼 당연히 춤을 잘 추는 사람이지만 그동안 보아온 바에 따르면 아크로바틱 쪽에 조예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위험한 건 너 혼자 하면 안 돼.”
“안 해. 저번에 하다가 실수한 어려운 기술 같은 건 나중에 제대로 배우든지 할 거고, 오늘은 진짜 쉬운 기초만.”
그래도 석연치 않아 하는 기색이라, 나는 한마디를 더 했다.
“만약에 내가 하는 게 위험해 보이면 하지 말라고 해도 돼. 그럼 안 할게.”
“응.”
그제야 서문결은 찬찬히 고개를 끄덕여 제 할 일로 돌아갔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다.
잠시 뒤.
“아니, 이게 뭐가 위험해!”
“위험해.”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보기에는 위험한 것 같아.”
“아니, 진짜로, 다 걸고 하나도 안 위험한 걸 위험하다고 하면 어떡해?”
“내가 위험하다고 하면 안 하기로 했잖아.”
세상에.
아까는 절벽 같은 자태가 그렇게나 평온한 안정감을 주었는데, 이제는 꽉 막혀서 무슨 말을 해도 도저히 들어먹질 않는 돌덩이로밖에 안 보이니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언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대꾸했다.
“그럼 나 보고 앞구르기랑 뒤구르기 같은 거나 하란 얘기야? 나 오늘 이거 하려고 피곤한데도 숙소 안 가고 회사 온 건데.”
내 호소에 서문결은 쓸데없이 다정히 대꾸했다.
“그럼 연습 그만하고 숙소 가자.”
“…….”
안 되겠다.
“왜 그래?”
“나 잠시만……. 옷 갈아입다가 두고 온 게 있어서.”
“음악은 왜 틀어?”
“그냥… 오늘의 추천곡이니까 앉아서 듣고 있어.”
“응…….”
눈치가 간만에 일을 했는지 내가 자기를 피한다는 것을 용케 알아챈 서문결의 수려한 이목에 시무룩한 빛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옷을 갈아입었던 보컬 연습실로 들어갔다.
문이 단단히 닫히는 것과 동시에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틀어둔 밖의 음악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게 된 걸 확인한 나는 《숨쉬기(고급)》에 빛나는 완벽한 복식호흡을 했다.
그리고 외쳤다.
어게인!
……이 아니라.
“와아아아악!”
이 고집불통!
그동안 함께 지내며 종종 느꼈던 거지만.
서문결은 도발 내지는 어그로에 상당한 소질이 있었다.
그리고 본인은 아무 생각 없고, 만약 무언가 의도가 있어 봤자 순수한 선의라는 점이 제일 어이없고 짜증났다.
반요한처럼 의뭉스러운 타입이면 여우 새끼라고 욕이라도 하겠는데 사람됨이 남다르게 참한 서문결한테는 목석같은 인간 이상의 비난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내가 쓰레기가 될 테니까!
결국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혼자 소리를 내지르는 것을 택했다.
“와아악! 아아악!”
너는 여기서 성량만 키우면 강지우 같은 놈을 만나는 게 아닌 한 어디 가서 노래로 쉽게 지고 다니지는 않을 거라며 목에 좋다는 보약을 영업하던 우리 회사 보컬 트레이너가 지금 내 막힘없는 포효를 들었다면 크게 만족하며 물개박수를 칠 게 분명했다.
* * *
결국 내가 나올 때까지 잠시만 들어도 귀가 다 아픈 음악을 꿋꿋이 듣고 있던 바보 같은 서문결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 결과 정말 앞구르기, 뒤구르기, 그리고 옆돌기라는 터무니없이 간단한 기술들로 남은 3개를 채워 퀘스트를 완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쉽게 가는 거 좋은데. 물론 좋은데 뭔가 이게…….’
너무 허접하지 않나?
자동화 시스템도 설마 그럴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가장 하찮은 기술들을 가장 대단하게 수행했다는 평을 내리더라.
그 자동화 시스템은 앞구르기나 옆돌기 같은 것들은 아크로바틱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기본적이니 1개가 아니라 0.5개 수집으로 쳐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나랑 딜을 하려 들던데.
너도 네 주인처럼 한 대 맞고 싶냐 물었더니 순순히 퀘스트를 완료시켜 주었다.
‘……이 새끼 그냥 래리 아니야?’
당연히 연습 시간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남아, 일부러 회사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다른 것을 연습해야 했다.
그 다른 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랩이었다.
물론 랩 연습을 봐준 것은 우리 회사 최고의 래퍼라 할 수 있는 서문결 선생님이셨다.
나를 가르치는 그의 열정은 보컬에 대한 강지우의 열정 못지않았다.
‘하…….’
만약 서문결이 나처럼 자신을 향한 내 호감도를 볼 수 있었다면 단 2시간 동안 그에 대한 내 호감도가 1 정도는 떨어졌을 게 분명하다.
어쨌든 은총을 썼다고는 해도 정신적인 피로감은 해소되지 않아 완료한 퀘스트의 보상과 새롭게 뜬 연계 퀘스트는 조금 더 여유가 있을 때 살펴보기로 하고.
서문결과 나는 곽상현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바로 자야지.’
내일, 아니, 12시가 지났으니 오늘이지.
아무튼 오늘을 위해 게임 같은 다른 짓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려고 했다.
숙소 현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마치 수십 개의 크고 까만 눈알들이 한순간에 뒤룩뒤룩 굴러 나를 매섭게 쏘아보는 것처럼 섬뜩한 기분이 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